도서 소개
시공을 초월하여 백 년 넘게 전 세계인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선과 악, 미덕과 악덕, 정의와 불의, 양심과 비양심, 행복과 불행 등과 같은 대립적인 세계가 공존하는 세상 규범에 저항하며 싱클레어가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헤세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집필한 작품으로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자기 청소년 시절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 형식을 띠고 있다. 헤세는 이 작품을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으나 이 작품이 폰타네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본명을 밝혔다.
출판사 리뷰
시공을 초월하여 백 년 넘게 전 세계인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우리 시대는 젊은이들을 어렵게 만든다. 도처에서 인간을 획일화시키려고 하며, 가능하면 그들의 개성을 말살하려고 한다. 이런 책동에 시대정신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때문에 『데미안』이 나오게 되었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 등과 더불어 헤르만 헤세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나치 정권 시절에는 금서 처분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독일에서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1960년대의 젊은이들, 특히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독일에서도 다시 헤세 붐이 일어났다. 오늘날 그의 작품들은 독일어 강의의 필수 도서 목록에 들어갈 정도로 대표적인 독일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데미안』은 헤세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집필한 작품으로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자기 청소년 시절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 형식을 띠고 있다. 헤세는 이 작품을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으나 이 작품이 폰타네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본명을 밝혔다. (그가 본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사십 대의 ‘늙은 아저씨’가 청소년의 자서전적인 소설을 썼다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 살 어린이에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발전 과정이 점진적 내지 단계적으로 묘사되는 이 작품은 괴테의 전통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발전소설(교양소설)이다. 내레이터이자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삶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설 때마다 자기 확신을 굳히고 정체성(개성)을 확립해 가면서 자아에 다가간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청소년 시절의 경험이 많이 용해되어 있다. 이를테면 싱클레어의 청소년 시절은 작가의 그것과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우선 두 사람의 부모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헤세와 마찬가지로 싱클레어의 아버지 역시 엄격하고 어머니는 온아하다. 그리고 헤세와 싱클레어 두 사람 모두 감수성이 예민하고 반항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싱클레어뿐만 아니라 헤세의 유년시절도 편안하게 보호받던 밝은 세계가 ‘어두운 세계’의 그늘에 묻힌다. 그밖에도 헤세와 마찬가지로 싱클레어도 김나지움 시절에 기숙사에 기거하면서 고독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술집의 단골손님이 되어 방탕한 생활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싱클레어가 자기 자신을 찾았듯이 헤세도 이런 어두운 시절을 거쳐 훗날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데미안』은 한마디로 선과 악, 미덕과 악덕, 정의와 불의, 양심과 비양심, 행복과 불행 등과 같은 대립적인 세계가 공존하는 세상 규범에 저항하며 싱클레어가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임호일 교수님의 해설과 함께,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데미안』의 깊이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다.
내 이야기는 내가 열 살이 되어 우리 소도시의 라틴어 학교에 다닐 때 경험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곳을 떠올리면 갖가지 냄새가 풍겨 오고, 고통과 아늑한 전율이 내 심장을 휘젓는다. 어두운 골목, 밝은 집들과 탑들, 시계 종소리 그리고 온갖 사람의 얼굴들, 무서운 귀신이라도 나올 법한 신비롭고 음산한 방들이 생각난다. 그런가 하면 포근한 구석방과 벽난로 냄새 그리고 하녀들 냄새, 상비약과 말린 과일 냄새가 풍겨 오기도 한다. 그곳에는 두 개의 세계가 뒤섞여 있었다. 두 대척점에서 낮과 밤이 왔다.
한쪽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는데, 그 세계는 매우 협소하고 엄밀히 말하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만의 생활공간이었다. 이 세계는 대체로 나에게 익숙했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의미했으며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교육을 의미했다. 이 세계에는 온화한 광채와 분별 그리고 청결이 깃들어 있었고, 부드럽고 다정한 이야기와 깨끗이 씻은 손과 깨끗이 빤 옷들 그리고 정중한 예의범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침 찬송이 울렸고,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렸다. 이 세계에는 미래로 향해 곧게 뻗은 길들이 있었고, 의무와 죄, 양심의 가책 그리고 고해성사, 용서와 선의지, 사랑과 존경, 성서의 말씀 그리고 지혜가 있었다. 우리는 이 세계를 잘 유지해야 했다. 그래야 삶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리되니까.
한편 다른 세계는 우리 집 한가운데서 이미 시작됐다. 그 세계는 완전히 달랐다. 냄새도 달랐고, 언어도 약속도 그리고 요구도 전혀 달랐다. 이 두 번째 세계에는 하녀들이 있었고, 젊은 직공들, 귀신 이야기 그리고 추문(醜聞)이 있었다. 여기에는 터무니없고 유혹적이고 무섭고 수수께끼 같은 일들, 도살장과 감옥, 술주정꾼들, 말다툼하는 여자들, 새끼 낳는 암소들, 쓰러진 말들이 있었고, 도둑질과 살인, 자살에 관한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름답고 섬뜩하고 거칠고 무서운 이런 모든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이웃 골목과 이웃집에는 경찰관과 부랑자들이 북적거렸다. 술주정꾼은 자기 마누라를 패고, 저녁이면 젊은 처녀들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고, 노파들은 마술을 걸어 사람들을 병들게 만들고, 강도들은 숲속에 은거하고, 방화범들은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도처에 이런 격렬한 두 번째 세계가 우글거리며 냄새를 풍겼다. 도처가 그러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는 우리 집만은 예외였다. 그래서 참 좋았다. 신기하게도 여기 우리 집엔 자유와 질서 그리고 휴식이 있었고, 의무와 선한 마음, 용서와 사랑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달랐다. 소란과 소요, 어둠과 폭력이 있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한걸음에 어머니에게로 달려가면 이런 것들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혼란스러웠다. 그냥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주 혼란스러웠다. 나는 지금까지 밝고 깨끗한 세계에 살고 있었다. 나 자신이 일종의 아벨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른 쪽’으로 깊이 꽂혔다. 그쪽으로 아주 떨어져 침몰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근본적으로 그쪽을 선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일까? 그렇다, 그때 어떤 기억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그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숨이 막혀 왔다. 지금의 내 불행이 시작된 저주스런 그날 저녁,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그날 저녁, 나는 한순간 아버지와 아버지의 밝은 세계와 지혜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아버지를 깔보지 않았던가! 그렇다, 그때 나는 카인이 되었고, 카인의 표지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그 표지를 치욕이 아니라 명예로운 휘장으로 생각했다. 악의 세계를 경험하고 불행을 겪었다고 내가 오히려 아버지보다 우월하고, 선의 세계와 경건한 세계보다 내가 더 높은 곳에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그 당시 내가 체험한 것들은 지금처럼 이렇게 명료한 형태로 사고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 그것은 감정의 분출이었고, 나를 아프게 하면서도 자부심으로 가득 채운 기이한 충동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데미안이 겁 없는 사람들과 비겁한 사람들에 관해 얼마나 신기하게 이야기하고, 카인의 이마를 얼마나 희한하게 해석했던가! 그의 눈, 어른 같은 그의 기묘한 눈, 그때 그 눈이 얼마나 기이하게 반짝였던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데미안, 그 자신이 일종의 카인이 아니었던가! 자신이 카인을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면 그가 왜 그토록 카인을 두둔했던가! 그가 어찌하여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위력을 지녔던가! 그가 왜 ‘다른 쪽’, 겁먹은 사람들을 그렇게 비웃었던가! 그들은 원래 경건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이 아닌가!
작가 소개
지은이 : 헤르만 헤세
1877년 7월 2일, 독일 슈바벤 주의 소도시 칼프에서 출생했다. 그는 1891년, 아버지의 영향으로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평소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신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1년 만에 뛰쳐나온다.1899년, 그의 첫 시집인 『낭만적인 노래(Romantische Lieder)』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이 출간된다. 그는 1904년,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를 출간한 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습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1906)를 비롯해 『데미안(Demian)』(1919), 『싯다르타(Siddhartha)』(1922) 등 여러 편의 소설을 출간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39년부터 1945년 종전이 되기까지 그의 작품은 독일에서 출판 금지를 당하는 위기를 겪는다. 1943년, 장편 소설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를 발표하고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한다. 1962년 8월 9일, 그는 뇌출혈로 생을 마감한다.
목차
데미안
제1장 두 개의 세계
제2장 카인
제3장 도둑
제4장 베아트리체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제6장 야곱의 싸움
제7장 에바 부인
제8장 종말의 시작
옮긴이의 말
1. 프롤로그
2. 줄거리 해제
3. 자간 및 행간 읽기
4. 에필로그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