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운 최치선 시집. 지난 2012년 7월에 내놓은 첫 시집 <바다의 중심잡기> 이후 8년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총 10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윤회사상을 담고 있으며, 사랑의 일생, 행복의 일생, 슬픔의 일생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일생까지 생각해 보았다. 시 하나하나를 이미화 시켜서 독자들에게 시를 읽을 때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 리뷰
‘살다’에서 나온 말 중에 가장 마지막에 나올 법한 말이 있다. “무無”에서 “유有”로 옮겨갔다가 다시 “무無”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변증법적인 삶의 이치를 그대로 드러낸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우리 곁에 잠깐 또는 찰나에 존재해 있다가 “사라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라지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살아지다”라는 말과 닮아있으니 “사라지다” 라는 말 속에 또 다른 삶의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시인 고운은 이 시집 속에 밝혀놓은 것이다.
‘어둠 속에서 더욱 환하게 비추던 빛은 이제 온전히 서 있을 기력조차 잃고 희미해지는 기억의 한 자락에 의지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빛으로 오는 기억“ 중에서)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형체 없이 무너져 버린 너와 나의 시간들
아침이 오면 너에게 알려
허기진 밥그릇을 채워주고 싶었다’
(”안부를 묻다“ 중에서)
시간이 완전히 침묵 속에 흡수되어 버리듯
언제라도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다
(”길에 대한 깨달음“ 중에서)
그 ”사라지다‘라는 것이 사람이었을 경우에 우리는 오래 전부터 삶의 건너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왔다. 그것을 이별이라고 부르든 죽음이라고 부르든 상관없이 말이다. 또 거창하게 소멸이라고 하거나 적멸이라고 하거나 우리는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구전의 문학 작품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것인데, 그 시간이라는 것이 잠깐 육신으로 있다가 사계절 세상의 그 모든 것으로 몸 바꾸어 나타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서평 시는 언어예술이다. 일상적인 언어로는 전달이 불가능하다.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된 생활체험이 절제된 언어로 함축되어야 한편의 시가 탄생된다. 시의 거리는 창작의 목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운 최치선 시인의 시는 낯설게 하기 수법을 미적거리로 극대화하고 있다. 자연의 조화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태초에 천공가운데 빛이 있었다는, 하나님의 시간 속으로 진입하며, 시간을 초월한 시점에서 독자를 안내한다.
“태초에 천공 가운데 빛이 있었다/ 그 빛이 생명을 잉태하고 사물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세상은 빛으로 충만했고 사람과 식물과 동물들은 제 수명을 누렸다/ - 생략- ”어둠 속에서 더욱 환하게 비추던 빛은/ 이제 온전히 서 있을 기력조차 잃고 희미해지는/ 기억의 빛 한 자락에 의지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빛으로 오는 기억>에서 최치선 시인은, 시간과 공간이 형성되고, 우주의 맨 처음이 시작된 창세기 1장의 성경을 인용한다. 하나님의 본색인 빛을 아는 사람만, 내면이 승화된 미적 감동을 받게 한다. 빛 한 자락에 의지하여,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이른 아침
소란스러운 햇빛의 두드림에 눈을 뜬다
습관처럼 손이 가는 스마트폰 속 화면으로
정지된 시선
한 숨을 길게 토해낸다
- <어제의 시선>의 전문-
이른 아침
소란스러운 햇빛의 두드림에 눈을 뜬다
습관처럼 손이 가는 스마트폰 속 화면으로
정지된 시선
한 숨을 길게 토해낸다
- <어제와 다른 오늘> 전문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면 최치선 시인이 보여주었던 공허감과 허전함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은 ‘오감도’에서 문법을 무시하고, 띄어쓰기와 단락구분을 무시하고, 역설과 아이러니로 숫자나 기호도입 등 일상 언어의 규범까지 무시했다.
최치선 시인의 <어제의 시선>과 <어제와 다른 오늘>은, 1934년 7월부터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이상이 쓴 연작시 현실의 부조리, 모순, 혼란 등을 표현한 시로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던 ‘오감도’와 오버랩 된다. "미친놈의 잠꼬대냐?", "그게 무슨 시란 말인가", "당장 집어치워라"고 외쳤던 “第一의 兒孩가 무섭다고그리오”라고 12줄 동음이의어는 독자의 분노를 살만도 했다.
그에 못지않게 최치선 시인의 시는 제목이 다를 뿐 내용이 같고, 한 줄씩 띄워 썼을 뿐이다. 습관처럼 손이 가는 스마트 폰의 정지된 화면 속에서, 왜 긴 한숨을 토해냈을까? 설마 암호 화폐를 주도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이더리움 등에 투자하여, 숫자놀음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현대인들이 스마트 폰에서 체험하고 있는 불안을, 반어기법으로 노래한 현실주의 시(詩)라고 할 수 있겠다.
끈이 필요해
너와 나를 단단히 묶을 수 있는
그래서 하나가 된다면
소리칠 거야
이 세상 끝에서 끝까지
다 들리도록
나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고
- <끈> 전문-
천·지·인 삼재의 천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터전이다. 최치선 시인은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미를 추구하는 시정신이 내면에서 둘이 하나가 되는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 본질과 현상 사이에서 비상을 꿈꾸는 아름다운 시 정신으로 <안부를 묻다> <안부...봄을 삼키는 소리>를 새롭게 창조한다.
<동백의 섬 내도에 들어가면(1)>에서는 몸 따로 마음 따로 유체이탈을 한다. 무중력 상태로 황홀경에 빠진다. <동백의 섬 내도에 들어가면(2)>에서는, 붉게 떨어지는 꽃비가 되고, 눈부시게 빛나는 꽃덩이가 되고, 목숨을 끊어 길을 내며, 뼛속까지 붉게 물들이는 핏빛 꽃향기가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운 최치선
시인 고운(본명 최치선)은 1968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2001년 2월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2년 7월 첫 시집 ‘바다의 중심잡기’를 냈으며 그해 12월 제12회 계간 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詩人의 말
1부...봄
빛으로 오는 기억 14
작은 것이 아름답다 16
어제의 시선 18
어제와 다른 오늘 19
너와 나의 거리 20
끈 22
안부를 묻다 23
동백의 섬 내도에 들어가면 (1) 24
동백의 섬 내도에 들어가면 (2) 26
길에 대한 깨달음 29
시간의 잔영 33
푸른 너의 변두리 34
봄의 여백 35
낮달의 슬픔 37
투명한 유리병 속으로 39
비창을 들으며 40
나무인간 42
그리움을 복원하는 나무 44
환상교향곡 47
5월에 떠나지 못한 폐선 49
마지막 배웅 54
2부...여름
봉인을 풀다 58
파편 60
규정짓다 62
연리지 2010-2020 63
마중 나가는 시간 66
피가 냉각되는 시간 68
태양 속에 갇혀 버린 그림자 70
날 떠나서 멀리 깊은 숲으로 숨어버린 그대 72
지상의 마지막 혼수 73
폭염 속으로 75
여름연가 77
다빈치코드...거울 79
다빈치 코드...바다 82
다빈치코드...운하 84
다빈치 코드...준비 86
다빈치코드...의도 88
환청으로 나에게 온 물고기 90
피의 뜨거움은 곧 순혈純血의 힘이다 94
무료하고 권태로운 세상에 빛으로 살아가기 96
제 몸의 체온을 나누어 가지는 빛 98
투명에 가까운 빛 100
미래에서 온 풍경 102
세 개의 길 104
화장 106
풍경 속으로 들어가다 108
부채의 변증법 112
치명적인 욕망 113
여름을 보내며 114
3부...가을
달 118
나에게 묻는다 119
색계 122
가을의 변방에서 124
궤도 밖에서 126
비어있는 하늘 128
이삿짐을 풀며 130
사랑의 패러독스 132
비울수록 가득 채워진다 134
신전이 된 그녀의 몸 137
해무 140
갈 수 없는 고향 142
빈집 144
직선으로 떨어지는 붉은 빛 146
생각의 무게 148
평행이론 150
숨 151
가까이 할 수 없는 여인 152
가을이 지나간 길 154
단풍 155
사랑을 놓치다 156
얼굴 158
런웨이 160
4부...겨울
동진강에서 사라진 시간 164
독수리가 사는 법 170
악어의 눈물 172
시간의 비명 174
이제 더 무엇을 그리워할까 176
어미의 노래 178
겨울이 지나간 길 180
밤의 내재율로 내일을 산다 183
기다림의 소리 184
방전신호 185
온기를 잃고 미궁 속을 헤매는 빛 186
바람이 만든 자리 188
지난 겨울 잃어버린 길 190
서툰 이별 192
사랑은 무수히 많은 화해의 밤을 낳는다 193
여행 떠난 봄을 기다리며 195
동천 196
은빛언어 198
고장난 기억 201
바람의 허리를 붙잡고 202
청마를 탄 아이들은 왜 별이 되었을까 204
용유도 가는 길 207
다시 송년 209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211
친절한 시간 216
이 겨울에 나 홀로 걸어가리 219
새 날 221
오늘이 오기전에 223
발문...사라진 시간에 대한 물음 · 김종제 228
해설...사라진 시간 속에서 새로 빚어낸 영혼의 언어 · 오양심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