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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푸른사상 | 부모님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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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푸른사상 산문선 32권. 한국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김수영 시인을 회고한 김현경 여사(김수영 시인의 아내)의 산문집. 김수영 시인이 쓴 작품의 첫 독자이자 영원한 연인으로 살아온 김현경 여사의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이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낡아간다고 해도 아내의 사랑은 영원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출판사 리뷰

김수영 시인의 아내가 간직한 영원한 사랑

김수영 시인에게 ‘보석 같은 아내, 애처로운 아내, 문명된 아내…’라고 불리며 살아온 김현경 여사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7년 전에 펴냈던 『김수영의 연인』의 오류를 바로잡고, 김수영 시인의 삶의 행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지금까지 김수영 시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기사, 증언들이 있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김수영에 대해서는 가려져 있었다. 그러한 김수영의 곁에서 인생의 반려자이자 작품의 첫 독자로서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김현경 여사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산문집은 김현경 여사가 회고하는 김수영 시인에 관한 일화와 기억의 편린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첫 만남부터 시작하여 젊은 나이에 버스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시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한 이야기,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이야기, 한국전쟁 중 김수영 시인이 인민군에 징집되어 끌려간 이야기 등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시인의 첫 번째 독자로서 김수영의 작품과 관련된 일화를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술회한다. 따라서 이 산문집은 단순히 김수영의 삶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의 시 세계를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저자가 선별하여 엮은 김수영의 어록들과 잡지에 기고했던 두 편의 에세이도 수록했다. 각 장 사이사이에는 김수영 시인이 쓰던 물건과 육필 원고 등을 촬영한 사진이 실려 있다. 저자가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김수영의 서재와 물건들처럼 부부의 사랑도 조금씩 낡아가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영원하고 아름답다.

김 시인이 쓴 「백의」를 원고지 위에 정서하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백적이고 다소 자조적인 전체적 시의 분위기는 느껴졌지만 ‘백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김 시인에게 그 ‘백의’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 시인은 그것이 ‘밀가루’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밀가루도 그냥 밀가루가 아닌 미국의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 결국 수영에게 ‘백의’는 사회·경제·문화,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미국에 종속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염두에 둔 상징이었다. 1967년 가을, 어느 지면에서 영화평을 청탁받은 김 시인은 나와 함께 극장에 갔다. 김 시인은 영화를 반도 채 보지 않고 극장에서 뛰쳐나갔다. 영화 속 배우들의 말투며 표정, 포즈 하나하나까지 미국의 영화배우들을 모방한 것이 너무도 불쾌하다고 했다. 물건이나 상품은 그렇다 쳐도 당시 예술과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사대주의적 태도를 김 시인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들만의 새로운 옷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시 「풀」 역시 수식 없이 그의 온몸에서 울려 나온 듯한 소리로 꽉 차 있다. 풀이 척박한 땅을 탓하지 않듯 김 시인의 시는 과잉도 부족도 없이 그의 몸 안으로 안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탈고를 하고는 김 시인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늘 작품을 한 편 완성하면 개선장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봄날같이 평온한 날들이 달포쯤 지나면 여지없이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시 새로운 시를 쓰느라 꼭 몸부림 같은 진통을 겪는 것이었다. 일 년에 열두 편에서 열세 편의 시들, 김 시인은 자신만의 주기를 갖고 있었다.
시에 대한 시인으로서의 자세와 김 시인의 시정신의 끝은 존재에 대한 사랑에 꽂혀 있었다. 개인으로서 시인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안일과 무위(無爲)를 극도로 거부한 그였다. 오직 존재의 참되고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를 바랐다. 자학까지 하면서 그는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서 자라나던 무성한 풀잎들,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그의 싱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현경
1927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태어나 경성여자보통학교(현 덕수초등학교)와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김수영 시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에세이집 『김수영의 연인』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공저)가 있다.

  목차

책머리에
초판│책머리에

제1장 나는 시인의 아내다
다락방의 소녀 / 첫사랑의 고통 / 수영과 나 / 빛과 어둠의 이중주 / 강변에서 우리는 / 나는 시인의 아내다

제2장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
토끼 / 달나라의 장난 / 방 안에서 익어가는 설움 / 도취(陶醉)의 피안(彼岸) / 여름 아침 / 백의(白蟻) / 폭포 / 미스터 리에게 / 육법전서(六法全書)와 혁명 / 김일성 만세 / 만용에게 / 우리들의 웃음 / 죄와 벌 / 누이야 장하고나! / 거대한 뿌리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도적 / 꽃잎(二) / 성(性) /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 풀

제3장 가슴에 누운 풀잎 그리고
원고에 넘버를 매긴 마지막 밤 / 시는 내 곁으로 와 눕고

제4장 내가 뽑은 아포리즘
내가 뽑은 아포리즘

제5장 기억의 삽화들
기억의 삽화들

발문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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