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와 그의 남편은 수술 예정 시간 전 12시간 동안 두 명의 의사와 그의 가족들을 붙잡고 질문과 토론과 호소를 이어나간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생존기증자들이 겪는 무거운 갈등, 기증자는 무사할 것이라 안일하게 예측하는 의료진의 무심함, 의료진의 안일한 예측을 믿고 기증후보자의 고심을 과소평가하는 가족들의 이기적 애정에서 비롯된 말들이 치열하게 오고 간다.
12시간에 걸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안에는 생존기증자들이 수술 결정 과정에서 겪는 고뇌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생생히 재현하기 위해 ‘논픽션 내러티브’,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택했다. 이 기법은 독자들이 낯선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은 저자의 주장에 호소력을 더한다.
출판사 리뷰
간의 2/3를, 신장 하나를 떼어낸 그들
생존기증자, 무사합니까?
2019년 한 해 생존기증자 2,686명.
그들의 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아름다울까?
그들은 충분한 배려 속에서 의사결정 했는가?
그들을 보호할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
생존기증자가 병원에서 맞닥뜨리는 무거운 현실,
‘논픽션 내러티브’ 기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내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수술 예정 시간 전 12시간 동안 두 명의 의사와 그의 가족들을 붙잡고 질문과 토론과 호소를 이어나간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생존기증자들이 겪는 무거운 갈등, 기증자는 무사할 것이라 안일하게 예측하는 의료진의 무심함, 의료진의 안일한 예측을 믿고 기증후보자의 고심을 과소평가하는 가족들의 이기적 애정에서 비롯된 말들이 치열하게 오고 간다. 12시간에 걸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안에는 생존기증자들이 수술 결정 과정에서 겪는 고뇌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생생히 재현하기 위해 ‘논픽션 내러티브’,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택했다. 이 기법은 독자들이 낯선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은 저자의 주장에 호소력을 더한다.
생존기증자 장기이식,
윤리적 과정을 거친 ‘진짜 아름다운 사건’이라 말할 수 있는가?생존기증자 장기기증은 항상 미담으로 다뤄진다. 병원과 미디어가 전파하는 그 미담은 사회 전반의 관점을 한쪽으로 기울여놓았다. 생존기증자 장기기증의 이면에 숨겨진 윤리적 타당함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없다. 의문이 있어도 침묵해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존자 장기기증이 진짜 미담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윤리적 과정은 투명한 정보 공개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기증자들이 사전에 병원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의사결정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 기증 후 삶의 질 변화, 후유증이나 합병증과 같은 정보가 ‘체계적으로 비지식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자율에 근거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맞다는 근거부터 확보한다. 그리고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인간 자율성의 바탕임을 역설하며 현재의 생존기증자 장기이식 시스템이 윤리적 과정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미담이 ‘진짜’ 미담이 되기 위한 고민과 대안을 제시한다.
기증후보자와 기증자를 보호할 시스템의 부재라는 현실,
의료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나라들은 병원과 별개로 기능하는 ‘생존기증자 옹호 그룹’을 두고 있다. 의료 전문 인력,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그들은 기증 결정 과정에 외부 압력이 없었는지, 수술에 대한 정보와 기증 후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질 변화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였는지, 기증후보자에게 사회심리상의 위험이 없는지 등을 평가한다. 단계별로 진행되는 기증 전 모든 절차에서 기증후보자는 기증 의사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그리고 기증 의사의 철회는 수술의 실패로 간주되지 않는다. 각 나라마다 조직의 형태와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기증후보자와 기존 기증자를 위한 별도의 독립된 팀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역할이 부여된 직책이 존재한다. 기증자의 의사를 평가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다.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사회복지사는 병원의 이식센터 소속이다. 병원은 사회복지사 고용을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 사회복지사는 1년 동안 상담해야 하는 기증후보자가 600명이 넘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가 기증후보자의 기증 의사가 불명확하다며 기증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병원으로부터 항의를 받는다는 증언도 존재한다. 결국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시스템이다. 기증자를 옹호해 줄 독립적 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일을 기증후보자 개인이나 그의 보호자가 오롯이 떠맡고 있다. 그들은 수혜자를 포함한 가족이라는 관계의 역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이 점은 ‘기증 의사의 자율성 확보’라는 윤리적 문제로 되돌아온다.
누가 읽어야 할까?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생존자기증 장기이식의 기증후보자와 수혜대기자, 그리고 그 가족들
용기를 내어 장기를 기증하고서도 말 못 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기증자들
장기이식 관련 의료계 종사자들
장기이식 정책 관련자들
가족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원하는 여성들
신선한 소재의 에세이 분야의 책을 즐기는 사람들

“2019년 한 해 동안 2,686명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간이나 신장을 떼어 기증했다. 내 남편도 그중 하나다. 배를 갈라 고형 장기를 떼어내는 일이다.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이다. 그 대단한 일을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이렇게나 많다. 그들의 사랑과 용기를 치켜세우려 쓴 책이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내 자질이 형편없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은 언어로 빚은 내 작은 그릇을 가득 채우고 남아 흐른다. 나는 그저 가끔 남편의 얼굴에서 고난을 자처해 비범한 일을 해낸 사람의 자비와 자부를 볼 뿐이다. 그 얼굴 앞에서 나는 잠시 숙연해진다.”
“선생님. 지금까지 말씀하신 기증자의 안전이 단순히 기증자의 생존율만을 뜻하는 건 아니시죠? 기증자의 삶의 질까지 포함된 것 맞죠?”
그는 격앙된 투로 쏘아붙인다.
“삶의 질 같이 추상적인 걸 어떻게 측정합니까!”
그때 깨달았다. 삶의 질은 의료 행위의 고려 영역이 아니라는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는 이제 더 없다. 기증자에 대해 그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남편에게 일어나자고 말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공손히 인사했다.
“그럼 수술 진행하는 걸로 알면 될까요?”
내가 답했다.
“수술 동의서 쓸 때 결정할게요. 아직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이 남아있어서요.”
뒤돌아 나오는 우리 등에 대고 그가 외치듯 말했다.
“간이식 수술은 아주 드라마틱한 수술이에요. 하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드라마틱하다고 말하는 그가 떠올리는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어떻게 구성될까. 의사는 영웅, 남편과 어머님은 선량한 시민, 나는 빌런일까.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볼 땐 거의 100퍼센트라고 봅니다. 수술만 하시면 어머님 100퍼센트 건강해지실 거예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은
직장인이자 엄마다. 어머니께 간이식을 해드린 남편을 두었다. 대학에서 공부한 세 전공 가운데 하나가 하필 윤리교육이라 윤리 문제를 짚어내는 데 남보다 아주 약간 더 예민하다. ‘윤리교육을 전공했으면서 왜 이런 글을 써?’라는 시선이 두렵다. 하지만 자판 앞에 앉는 것을 멈출 수 없다.수술을 반대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자기 간을 떼어내는 것보다 수술을 거부하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10개월이 지났다. 그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반대로 나는 검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편의 건강이 끊임없이 염려되고 아직 겪지도 않은 사별의 스트레스를 온 마음과 몸으로 겪었다. 뒤늦게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나더러 불안장애라고 했고, 불안우울증이라고도 했고, 중등도 우울장애라고도 했다. 간의 70%를 잘라낸 남편에게는 병명이 없는데 내게만 병명이 생겼다. 올해도 어김없이 숫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생존기증자와 그 보호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확인하라고, 질문하라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물러나도 된다고. 당신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겁쟁이가 아니라고. 수술을 거부하려면 더 크게 용기내야 하는 사회와 제도가 문제라고.
목차
여는 말: 내 글이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면
1장.이야기
12시간
2장.윤리
우리는 사람일까
2,686건, 2,686명
‘기증자는 안전해요’라는 말뿐이었다
병원의 말대로 기증자는 정말 안전한 걸까
합병증을 넘어 삶의 질 관점에서 기증자 예후 추정하기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행위자의 믿음
행위자의 바람
특별관리 대상이 되다
뇌사자의 장기를 기다려 볼 수는 없었을까
드라마에서는 간이식 잘만 하던데
3장.관행과 시스템
수요의 창출과 공급이 패키지로 묶여있을 때
보호자의 법적 동의와 진심 어린 동의
사회복지사와의 대화
기증후보자가 기증 의사를 철회할 수 있을까
기증자 보호 시스템의 필요성
수술 후 돌봄에서 소외되는 기증자들
왜 수술 바로 전에야 집도의가 누군지 알 수 있었을까
질문하지 못하는 기증자들: 의료계의 전문가주의와 가부장주의
질문하지 않는 의사들: 의학의 불확실성
시스템 만들기: 독립된 기증자 옹호 그룹
닫는 말: 내 몸이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면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