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청어시인선 263권. 김사달 시집. 김사달 시의 특징은 언어 사용이 매우 유연하며, 시어의 결합이 재치가 있다. 언어 사용에 긴축미가 있으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확보가 넓다.
출판사 리뷰
■ 해설 중에서
숙명으로 시를 만나는 시인의 음성
-김사달의 시집 『강촌의 사계』
채수영(시인, 문학비평가, 문학박사)
1. 시는 자연이다
시는 인간의 소산이 아니다. 그러나 시는 인간이 쓴다. 왜냐하면, 문학의 창조는 곧 자연의 재현이라는 말이 성립되기 때문에 우주 삼라만상이 곧 시적 대상이면서 창조의 근거를 제공하는 점에서 시는 항상 자연 속에서 호흡하고 인간과 더불어 존재를 키운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를 만나는 것은 인간의 행운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는 곧 자연의 일부이고 이를 재료로 인간이 만드는 창조의 이름일 때 신의 다음 영역을 차지하는 행운이라는 뜻이다.
아무튼, 시는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맛을 창조하는 시인의 임무가 빛을 낸다. 이제 김사달의 정신 추이를 그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용해되고 어떤 지향(志向)의 공간을 차지하는가를 살피는 길로 들어간다.
시가 무엇이기에 어린 소년에게 그토록 일찍이도 찾아와 고희를 넘긴 이 시간까지 나를 울리고 웃기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그건 시가 갖는 비애의 속성과 내게 주어진 숙명적 우울이 제대로 궁합이 맞아 이토록 끈질기게 나와 함께 해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살아오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다 시를 거쳐서 내게로 오는 것 같았다.
-<시인의 말> 중에서
혼연일체라는 말이 있다. 대상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조화일 수도 있고 육신과 정신이 한 덩어리로 변화를 갖는 것은 그 지휘탑은 정신이라는 고갱이에서 시작된다. 시는 정신이라는 판단은 아마도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정신이 없는 시는 이미 너덜거리는 넝마쪽에 불과하고 감동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에서부터 나이 70을 넘긴 지금까지 시라는 정신의 줄기와 동고동락한 시인의 태도는 삶 자체가 시적일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견해가 설득된다. 즉, 시가 갖는 ‘비애의 속성’과 시인의 ‘우울적 속성’이 궁합을 이룬 결과라 말하는 의도에는 결국 삶 자체가 시로 시작하고 시로 마무리를 삼는 태도로 보인다.
김사달의 시를 전부 통독하면 첫째는 언어 사용이 매우 유연하다는 점이다. 매듭이 없는 천의무봉의 언어조직이 매우 부드럽고 야들한 느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와 어미의 처리가 치밀한 데서 오는 결과로 생각된다. 이는 앞에서 말했듯 어린 시절부터 시에 대한 훈습(熏習)이 낳은 성과로 칠 것이다.
두 번째는 재치가 있는 시어의 결합이다. 설익은 언어를 가지로 시를 쓰는 경우 자갈밭의 소리가 대부분인 한국 시단에서 매우 소중한 소산일 수 있다. 재치는 재미와 감동이 되고 또 시인의 뇌리에 간직된 에스프리가 사물에 대한 눈을 밝게 바라보는 안목으로 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언어 사용의 긴축미를 들 수 있다. 이는 절제된 언어의 탄력을 전제로 가능한 표현이다. 너덜거리는 언어가 휘날리는 것이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함축미를 갖출 때 거기서 나오는 시적 특성이기 때문에 김사달만의 시적 성과로 치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확보가 넓다는 정리이다. 이는 바라보는 사물의 모든 것들이 시적 수용으로 정리되는 시인의 뇌수에 정치(精緻)성으로 돌릴 부분이다. 이런 기저(基底) 위에서 김사달의 시는 표정을 관리한다.
*그게 뭐 대순가
연속극에 푹 빠져
드는 남편도 모르는 아내
십여 년 전만 해도 옥신각신하겠다
그림자 사랑놀이에
웃다가 슬프다가 욕설만 퍼붓느니
쓴 소리 한마디쯤 들어 마땅하겠다만
가다가 문득 날더러 아빠라고 부르는 날이 오면
오늘은 얼마나 행복한 날일까
그러려니 그러려니
여기까지 왔는데
더러 날 못 본 체 한들 그게 뭐 대순가
가닥 잡아 드라마 볼 때
그때가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어
*흡사
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간 자리
그것이 흡사하다
잠깐 동안 흔들림 뒤에
잔잔한 그 후일담이 닮았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뒷정리가 무엇 하나 다른가
흡사 그렇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사달
본명:김종희전남 구례 출생 공무원으로 30여 년 재직 1997년 ‘문학 21’ 시 부문 등단 2019년 ‘좋은 시조’ 신인상 수상 구례문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연대 회원 한국현대문학작가 회원 전남문인협회 회원 전남시인협회 회원
목차
3 시인의 말
1부
10 경칩
11 가을 일기
12 농부의 손
14 가을 스케치
15 가려움증
16 꽃
17 그게 뭐 대순가
18 파리
19 준치
20 인동초
22 입지
23 이하(以下)
24 왜 이리 슬프지 않는가
26 어떤 아침
27 아버지
28 쌍암이(?岩이)
30 시인과 청개구리
32 시샘
33 수직과 수평
34 수중 엿보기
36 속수무책
37 생애 전환기
38 불면의 유산
39 봄 밤
40 복숭아
41 벽
42 벌초
43 밤 단장
44 물리치료실에서
46 물밥
2부
48 산촌리 이장
49 무논 고르기
50 달 여울
51 다람쥐
52 귤 세 개 우유 한 병
53 고향
54 고전
55 고등어
56 고적
57 꼬막
58 겨울로 가는 길
59 겨울나무
60 호상(護喪)
62 개똥참외
63 합의
64 흡사
65 하일(夏日)
66 피안의 소나무
67 중천(中天)
68 입동 지나
69 낙엽만 낙엽이 아니다
3부
72 이 가을엔
73 섬진강 귀뚜라미
74 서열
75 아이를 보며
76 빈 나무가 되어
77 인문학 기초
78 비빔밥
79 69세
80 천문산에서
81 땅콩을 까며
82 따분한 날의 자물통
83 둥지 1
84 동거
85 닭다리 하나
86 눈 오는 마을
88 눈 오는 날
89 과잣값
90 담금질
91 텃밭
92 두견새
93 하늘이 내려본다
4부
96 어떤 오후
97 만추
98 용호정에 봄이 오면
100 산마을
102 달팽이
103 일소(역우)
104 훌라후프 돌리는 아이
105 분재의 일기
106 장날
107 낯익은 평안
108 석주성(石柱城)의 달
109 매미
110 여름밤의 코러스
111 시인의 집
112 소록도에서
113 황혼 한 초롱
114 망종
115 농부의 바다
116 낙엽 소고
117 홀로 된 밤
118 고로쇠
119 백일몽
120 윤사월 밤
122 동갑계
124 무강을 아시나요
125 도라지꽃
126 낙과
127 나비
128 은전(銀錢)의 가출(家出)
129 발의 예찬
130 바늘
131 항아리의 기도
132 행운의 열쇠
133 벌 연구가
134 빈 주막에 앉아
135 한로의 계절에 서서
136 입동에 오는 비
137 우울
138 청한(淸閑)
139 상가에서
5부
140 누님
141 고장 난 벽시계
142 사탕
144 오일장
146 연습 중
147 하얀 소식
148 마음의 연못
149 오월도 지나가고
150 뿔
151 적수공권
152 풀씨
153 장지에서
156 해설
숙명으로 시를 만나는 시인의 음성
_채수영(시인, 문학비평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