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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별을 바라본다
김기갑 시집
지혜 | 부모님 | 202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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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4세의 젊은 나이에 경찰에 투신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름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저자가 시 한 편, 한 편에 삶의 강렬한 순간들을 포착해 담아 내려 했다. 독자들이 시를 음미하면서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나아가 마음의 여유와 위로까지 얻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한다.

  출판사 리뷰

24세의 젊은 나이에 경찰에 투신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름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시 한 편, 한 편에 삶의 강렬한 순간들을 포착해 담아 내려 했다. 독자들이 시를 음미하면서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나아가 마음의 여유와 위로까지 얻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은퇴 후에는 지금처럼 자연과 삶을 노래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이 시집으로 세상에 사랑을 전하고,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시인의 말]에서

가을 햇살이 너무 좋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지구라는 별에 온 보람이 있다
- 「가을 햇살」 전문

식물학자가/ 꽃은 알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 천문학자가/ 별은 알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 지식의 양이 빗방울이라면/ 무지의 양은 바다임을 아는 것
- 「안다는 것」 전문

「가을 햇살」을 먼저 보자. 피라미드를 만든 자본은 아마도 “가을 햇살이 너무 좋다”고 외치는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의 원리는 말 그대로 자본을 증식하는 데 있다. 가을 햇살이 좋다고 자본이 증식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다르다. 이 말을 외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시인은 “지구라는 별에 온 보람이 있다”고 강조한다. 자본의 원리로 보면 지구는 끊임없이 개발되어야 할 대상이다. 여기저기서 난개발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인간의 욕심이 커질수록 지구는 그만큼 더 파괴되어간다. 지구는 인간의 삶터로 한정될 수 없다. 온갖 생명들이 사는 터전이 바로 지구이다. 가을 햇살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곧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마음과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매이면 가을 햇살에 서린 생명의 힘을 볼 수 없다. 자본은 무엇보다 인간의 시선으로 다른 생명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다는 것」에 나타나는 대로,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 인간을 중심에 세운 자본은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오로지 인간일 뿐이라고 자본은 주장한다. 시인은 “꽃은 알 수 없다고 고백하는” 식물학자와 “별은 알 수 없다고 고백하는” 천문학자를 말한다. 이들은 무언가를 안다는 점보다 무언가를 모른다는 점을 먼저 내세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아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결코 모른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빗방울 같은 지식으로 바다처럼 넓은 무지를 애써 감추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겸손한 사람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는 것을 빌미 삼아 피라미드의 끝에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쟁 사회에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먼 길을 돌아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끝끝내」라는 시에 표현된바, 냇물은 흐르고 흘러 결국에는 바다에 이른다. 거꾸로 가는 듯 느껴질 때도 있고, 바짝 말라 흐르는 일 자체가 힘들 때도 있고, 아예 꽁꽁 얼어버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냇물은 “끝끝내 있어야 할 곳에 가고야” 만다. 냇물이 이른 바다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와는 다르다. 바다는 모든 생명이 이르는 원초적 장소와 같다. 생명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죽음의 세계라고 해도 좋다. 이리 보면 시인이 말하는 겸손한 시적 주체는 자연 이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의 원리 반대편에 자연 이치가 있다. 모든 생명을 한 생명으로 뭉뚱그리는 이치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김기갑이 지향하는 시적 세계는 「이해법」이라는 시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시에서 그는 누군가 행동이 굼떠 보인다면 당신이 급하지 않은지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바보같이 보인다면 당신이 영악한 게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말도 덧붙인다. 남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시인은 이 시의 마지막을 “모자라니까 사람이다/ 넘치니까 사람이다”라는 구절로 끝낸다. 모자라도 사람이고, 넘쳐도 사람이다. 모자람을 기준으로 넘침을 판단할 수 없듯, 넘침을 기준으로 모자람을 판단할 수도 없다. 모자람과 넘침 사이에는 그럼 무엇이 있을까? 지금까지 논의를 참고하면, 겸손함이 그 사이에 존재한다. 겸손한 사람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 않는다. 아는 것으로 상대를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묵묵히 자기가 있는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나뭇가지가 앙상하다/ 잎이며 열매 모두 버렸다/ 올해도 겨우내 맨몸으로/ 칼바람과 맞설 것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수십수백 번을 그리 해왔을 터/ 나무가 그냥 단단해지는 게 아니었다
- 「나무」

뙤약볕 아래서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천둥소리에 꿈쩍도 않았고/ 심지어 번개를 맞아도 말이 없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잠시 흔들릴 뿐이었다/ 겨울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지고/ 뼈대와 핏줄만 남았을 때 비로소/ 지난여름에 나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결백하다
- 「자작나무」

「나무」에서 시인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잎이며 열매를 모두 버린 채 나무는 맨몸으로 한겨울의 찬바람과 맞서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나무는 꼭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 한겨울 찬바람을 견디지 못하면 나무는 오는 봄날에 꽃과 잎을 피울 수 없다. 자연 이치란 게 이렇다. 자연은 고통을 고통으로만 끝나게 하지 않는다. 고통의 너머에 자연은 늘 화사한 결실을 놓아둔다. 시인이 ‘나무’라는 시적 대상에 시안(詩眼)을 집중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나무는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묵묵히 제 삶을 견딘다. 새들이 날아와 집을 짓는다고 탓하지 않고, 찬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 잎이 떨어진다고 서러워하지도 않는다. 시인의 말마따나 “나무가 그냥 단단해지는 게” 아닌 것이다.
「자작나무」라는 시에서도 시인은 ‘나무’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쪼여도 나무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천둥소리가 울려도 나무는 꿈쩍도 않고, 번개를 맞아도 나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나무는 잠시 흔들리지만 그뿐이다. 시인은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를 보고서야 “지난여름에 나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알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결백하다’라는 시 제목이 바로 그 말이다. 결백(潔白)은 깨끗하고 흰 마음을 의미한다. 이런저런 시련에 시달리면서도 나무는 결백함을 잃지 않는다. 결백한 나무는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삶을 산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잠시 흔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 또한 자연 이치를 따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의 결백은 자연 이치를 따르는 이 마음에서 나온다. 김기갑의 시적 주체가 지향하는 장소 역시 나무의 이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나무의 결백은 나무 홀로 이룬 게 아니다. 뙤약볕과 천둥소리와 비바람이 없으면 나무가 어떻게 결백을 외칠 수 있을까? 「장승 깎기」에서 시인은 통나무가 깎여야 장승이 되고, 원석이 깎여야 보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시인이 쓰는 글=시라고 다르지 않다. “의미를 지니기 위해 버릴 건 버리자”는 시구에 암시된 대로, 시인은 치열한 고통이 없이는 어떤 성과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당신과 마주하고 싶다면 먼지가 되는 고통(「먼지가 될 때까지」)마저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먼지가 되는 고통이란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가리킨다. 통나무가 통나무를 고집하면 결코 장승이 될 수 없다. 통나무를 버려야 비로소 장승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파스가 말한 ‘치명적 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 통나무와 원석은 장승과 보석이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오래된 책을 만났다/ 나보다 몇 년 앞서 세상에 나왔다/ 진한 갈색에 손가락으로 튕기면/ 먼지를 내며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함께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누군가가 군데군데 줄을 그어놓았다/ 책은 지금 한 줌 흙이 되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영혼은 언제나 그의 머릿속에 있을 테니
- 「오래된 책」

시인은 “오래된 책”을 말하고 있다. 오래된 책은 오래 전에 쓰인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오래된 시간으로 그 의미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 시인은 오래된 책에서 “함께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 사람의 흔적은 책 군데군데에 그어진 줄로 남아 있다. 오래된 책이 정말로 가치 있는 책이 되려면 누군가의 머릿속에 하나의 영혼으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책이란 누군가가 읽음으로써 비로소 그 가치를 빛내는 것이 아닌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은 그저 종이쪽지일 뿐이다. 누군가가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 순간, 그 책은 그 사람의 마음 깊이 새겨진다. 시도 그렇다. 시인은 시를 쓰고 독자는 시를 읽는다. 쓰는 일과 읽는 일이 맞물려 오래된 책이 만들어지듯, 쓰는 일과 읽는 일이 맞물려 가슴에 남을 시 한 편이 만들어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기갑
김기갑 시인은 197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고, 경찰대학을 졸업했으며, 2019년 {대한문학세계}에 [위로]라는 시로, 같은 해 {지필문학}에 [코이]라는 수필로 등단했다.김기갑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가끔은 별을 바라본다}는 아주 소중한 역사철학적인 성찰의 결과이며, 그의 사유가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꽃 피어난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가을 햇살이 너무 좋고”“이것 하나만으로도/ 지구라는 별에 온 보람이 있다”([가을 햇살])라는‘행복론’은‘식물학자’도,‘천문학자’도‘알 수 없다’([안다는 것])라는 반성과 성찰의 결과이며, 그 결과, 천둥과 번개와 사나운 비바람 속에서도“나는 결백하다”([자작나무])라는 자기 찬양과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옹호로 이어지기도 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인습과 그 굴레를 벗어나 자기 자신을 높이 높이 끌어올리며,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그럭저럭
자동차 12
장맛비 13
야채 가게에서 14
난초 15
등나무 16
손톱을 깎으며 18
소망 19
얼굴 20
해질녘 언덕에 올라 21
둥글다는 것 22
낙엽 23
심연에서 24
내려놓기 25
거리 26
진심 27
안개 28
하루 29
말 30
그럭저럭 31
기다림 32

2부 고추
노고 34
감사 35
순교 36
비린내 37
장래 희망 38
살인 39
집착 40
그땐 그럴 수밖에 41
사는 지혜 42
정화 43
생 44
고추 45
그러하기 46
세상 47
소명 48
원망 49
거리에서 50
탈지면 51
빗방울 52
감 53

3부 불꽃놀이
권력자 56
화 57
낙원 58
강가에서 59
노안 60
지루함 61
밤비 62
나이 63
달 64
우주 65
불꽃놀이 66
징후 67
가을 햇살 68
익숙함 69
수평선 70
갈등 71
삶이란 72
은행나무 아래 73
외톨이 74
안다는 것 75

4부 은행나무 길
봄 78
모과 79
목련 80
어느새 81
인생 나무 82
이해법 83
그래도 85
눈 오는 아침 86
은행나무 길 87
활 88
공기 89
끝끝내 90
단풍 91
산길 92
그러다 93
희망 94
결단 95
이발 96
장승 깎기 97
순수 98

5부 너
혹시나 100
전나무에게 101
사라지지 않았다 102
이유가 있겠지 103
이러려고 104
그날 105
나무 106
바로 그때 107
너 108
다짐 109
꼭 110
어떻게 살 것인가 111
그러려니 112
사람과 자연 113
먼지가 될 때까지 114
길 115
눈물 116
자작나무 117
그녀 118
오래된 책 119
만족 120
해설오래된 시간에서
피어나는 사물 감각오홍진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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