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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호 : 일
민음사 | 부모님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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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한편》은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세대가 탐구한다. 새로움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한 선택은 ‘당사자성’.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매일의 가사일에서 임금노동, 자투리 일거리, 사회활동까지. 일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와 경험은 일하는 사람을 소모시키거나 고양시키면서 전과는 다르게 바꿔 버리고 만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언가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한편의 인문학.

  출판사 리뷰

청소하고 빨래하는 매일의 가사일에서 임금노동, 자투리 일거리, 사회활동까지. 일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와 경험은 일하는 사람을 소모시키거나 고양시키면서 전과는 다르게 바꿔 버리고 만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언가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한편의 인문학.

질문 1 : 주식투자는 노동일까?
질문 2 : 일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보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질문 3 : 지금처럼 일해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스마트하게 직장생활 하는 법, 당장 퇴사해도 되는 커리어 만드는 법,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또는 창조성을 발휘하며 만족스럽게 일하는 법 등등.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의 흐름이다. 한편 일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적다. 과중한 업무량, 위험한 업무 환경, 낮은 임금, 부족한 일자리에 대한 대책까지.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한참 ‘코인 열풍’이 불고 있는 2021년. 이제 와서 일이란 무엇일까? 일하는 보람을 향한 열망과 벗어날 수 없는 노동의 굴레 사이에서 인문잡지 《한편》 5호는 ‘일’을 탐구한다. 한국을 휩쓸고 있는 투자 열풍 진단에서 출발해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여성학, 심리학, 철학, 교육학, 예술학 등 열 편의 글을 실었다. 개별적인 경험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가운데, 내가 성장할 길 또는 사회 변화의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미투자자, 플랫폼노동자, 예술가, 돌봄노동자,
이주노동자, 회사원, 프리랜서, 한국어 강사까지
열 사람의 초상으로 본 2021년 노동자의 시간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세대가 분석하는 인문잡지 《한편》은 일의 현장에서 시작한다. 손안의 주식투자방, 『21세기 자본』이 꽂혀 있는 ‘동학개미’의 서가, 하루 1000명이 오가는 대형 물류센터를 거쳐 필리핀 돌봄노동자들이 사는 이스라엘의 아파트, 일본에서 열리는 과로사유족모임에 들렀다가 중국 학생이 “장백산은 중국 산인가요, 한국 산인가요?”라고 물어오는 한국어 교실까지 넘나든다.
일을 탐구할 때 핵심은 돈 그리고 시간이다. 노동만으로는 삶의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한편에 플랫폼노동의 자투리 일거리를 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끝없이 쪼개지는 노동은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줄까, ‘노동과 휴식이 구분되지 않는’ 불균형을 낳을까? 경험을 이론과 연결시키고, 책에서 얻은 깨달음을 현실에 적용해 보는 《한편》은 죽음에 이르는 과로 상황에서 삶을 회복하고, 일터에서의 폭력 상황에서 나를 지키고, 보람을 미끼로 잡는 저임금을 시정해 나가는 길을 제시한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5호 ‘일’에 적용된 글꼴은 지백 400g.(디자인 유진아) 꾸밈없이 덤덤한 인상과 단단한 짜임새로 ‘어디서나 자기의 역할을 다하려는’ 책임감을 담았다. 이번 호에는 특별부록 ‘책 만드는 일’이 함께 배송된다. 민음사의 편집자, 번역자, 마케터, 디자이너가 쓴 고통과 보람의 출판노동 기록으로, 곧 출간될 단행본을 《한편》 정기구독자에게 선공개하는 것이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세대’,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 ‘일’에 이어 2021년 9월 ‘권위’, 2022년 1월 ‘중독’을 주제로 계속된다.

필진 소개(게재 순)

김수현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 서울 매매방 전업투자자의 꿈과 금융시장 간파」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금융과 의료 등 사회제도 속 인간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 현재 학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다.

배세진 현대 프랑스 철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이다. 문화연구의 틀 내에서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비데의 철학을 연구하며 번역하고 있다. 루이 알튀세르의 『검은 소』와 『무엇을 할 것인가?』, 에티엔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과 『역사유물론 연구』,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과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근간)을 한국어로 옮겼다.

조해언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8년 배달 ‘라이더’와의 만남을 계기로 플랫폼노동을 공부하게 되었다. 새로운 노동 현장의 즉각적인 변화에 관심이 많다. 현장을 섬세히 관찰하고, 일하는 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일’이다.

최의연 주체화의 실천들과 공동체의 재구성을 푸코, 버틀러, 랑시에르의 이론을 경유해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 「공간적 관점에서 본 랑시에르의 감성의 공동체: 미학적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중심으로」로 홍익대 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파리대학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홍태림 삶 속에서 정치와 예술이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비평 웹진 《크리틱-칼》(www.critic-al.org)을 2013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 이후로 몇 개의 전시 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한국미술의 빅뱅』(2017), 『비평실천』(2017), 『비평의 조건』(2019) 등을 함께 썼고, 「예술노동 뒤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주재환의 기독교 작업에 내재된 예수정신」 등을 발표했다. 예술계 전반의 제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2022년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2020년 5월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 중이다.

함선유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돌봄정책의 발전과 남녀 임금격차』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구 내 돌봄노동이 가구 밖 노동 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주로 연구했다.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면서 노동시장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임안나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초국가적 노동 이주와 공간, 다문화정책과 시민권, 미등록 이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주말아파트와 공동체: 이스라엘 필리핀 노인돌봄노동자의 이주공간 형성에 관한 연구」, 「초국적 노동 이주와 이주인프라의 형성: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이스라엘 이주 사례를 중심으로」, 「경계 위의 삶: 이스라엘 내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체류 지위 변화와 경험」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편저)가 있다.

강민정 일하는 사람의 삶, 그리고 기업 인사관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에서 한국과 일본의 과로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 비교 연구로 사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며 과로죽음 유가족과 소통하고 있다.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대표. 건강과 운동과 셀프 디펜스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교육하는 지도자다. 셀프 디펜스와 관련해 여러 방송과 미디어에서 강연자, 다큐멘터리 주인공, 인터뷰이 등을 했다. 운동을 즐기며 크라브 마가,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다.

최수근 한국어 교육자. 어릴 적 말을 더듬는 습관으로 인해 모국어의 발음과 의미를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고, 이 경험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했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고정관념과 사회적 거리감을 연구했다. 언어 정책, 외국인의 사회 적응, 번역 등에 관심이 있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을 번역했으며 현재 한국어 교육 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관둘 수가 없는 게, (투자로) 제가 일한 것에 대비해서 굉장히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요. 아니, 이걸 쉽게 번 게 아니고, 바꿔 말하면 제가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예요. 풀린 돈은 굉장히 많고, 돈은 흔한데, 저는 예전과 똑같이 일해서 같은 돈을 벌잖아요, 이건 가치가 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날 불로소득은 가진 자가 아닌 가지지 못한 자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반드시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가 되었다. 그리고 불로소득은 공동체의 손가락질 대상에서 계급 상승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서사로 탈바꿈했다. 불로소득은 청년세대의 새로운 꿈이 되었다.
─ 김수현, 「개미투자자의 일」

노동하는 개인으로서의 ‘나’는 나의 노동을 통해 타자와, 더 나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 맺음의 매개인 ‘나의 노동’은 내가 생산한 노동생산물로서의 상품, 더 나아가 화폐이며, 이 화폐가 나의 존재와 인식을 거꾸로 뒤집어 지배하고 세계 또한 거꾸로 뒤집힌 모습으로 형성하고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화폐의 물신숭배적 권력이다. 화폐는 주식이라는 투자를 통해서든 심지어 도둑질을 통해서든 더 많이 가져오면 그만인 어떤 고정된 외부의 물체가 아니다. 그 권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듯, 화폐는 노동으로 형성된 관계 그 자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통해, 소액주주의 자격으로 자본의 ‘파트너’가 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면 모두가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세상이 도래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화폐를 창출하는 것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쥐꼬리’라는 표현이 드러내듯 노동소득이 없느니만 못한 수준으로 전락해도 노동이 화폐를 만든다는 점은, 그러니까 결국 자본이 아니라 노동이 사회의 근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배세진, 「동학개미, 어떻게 볼 것인가」

“제가 향수가 갖고 싶어서 일을 했는데, 그게 7만 원이었어요. 하루 일하면 살 수 있는 거니까……. 돈의 기준이 거기 맞춰져요. 내가 사고 싶은 물건에 기준이 맞춰지는 거예요.”
당장 다음 날 입금되는 돈을 받고 나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일이 ‘게임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PDA 단말기는 일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조력자며, UPH 지수는 게임의 퀘스트 같은 것이다. 또한 그는 ‘칼같이 깔끔하게 들어오는 급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다른 알바와 차별화되는 쿠팡의 ‘최고 장점’이라 말한다.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조해언, 「젊은 플랫폼노동자의 초상」

예술노동론은 예술과 노동이 일대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노동이 예술의 일부라는 측면에서, 즉 노동은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노동의 관련성을 인정한다. 따라서 예술노동론은 정부의 대가 제도 수립을 긍정하는 입장에 속할 수 있다. 그동안 예술노동론이 작동한 순간들 또한 주로 정부의 불충분한 대가 제도 및 그 수립 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간헐적으로 이뤄질 때였다. 지금까지 예술노동론은 예술은 노동이라는 주장과 예술은 노동이 아니라는 두 가지 주장을 상호 보완하기보다는, 대가 제도의 도입과 개선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에 더 무게를 두어 왔던 셈이다.
─ 홍태림, 「예술은 노동인가?」

나의 학위논문은 아이과 함께 자라났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쯤부터 아이돌보미가 여섯 시간씩 우리 집으로 찾아와 아이를 돌봐 주셨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 학업을 마치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돌보미 덕분에 돌봄을 연구할 시간을 번 셈이다.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돌봐 준다고 하면 주변의 흔한 반응은 아이가 딱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무릇 엄마가(또는 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워야 하건만, 돈을 주고 거래 관계에 있는 ‘남’에게 맡기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돌보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시간당 만 원이 넘는다는 걸 들으면 깜짝 놀란다. 너무 큰 비용이라고 한다. 모순적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감히 값을 매길 수 없고 거래할 수 없는 고귀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한편, 실제 그 일을 하는 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대부분 매우 낮게 예상한다.
─ 함선유, 「돌봄을 정당하게 대우하라」

필리핀과 이스라엘 사이의 노동 이주는 공식적으로는 양국의 이주 정책과 에이전시에 의해 구조화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연결망이 합법과 불법,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를 교차하면서 이주의 경로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단순히 이윤 창출을 위해 이주자에게 이주의 기회를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이주 위험을 감소시키는 사회적 자본이자 이주연결망의 교점으로 기능한다. 루시는 비록 비싼 이자와 함께 빌린 돈을 갚아야 했지만, 에디가 친한 친구의 친척이며 동향 출신자라는 사실에서 신뢰감을 가졌으며, 자신의 이스라엘 이주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험난한 이주 여정의 ‘안내자’로 여겼다.
─ 임안나,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성인의 평균적 하루는 대략 이렇다. 수면, 식사 등 생리 현상을 위한 생활시간이 11시간, 일 관련 시간 8시간, 가사시간 2시간, 자유시간 3시간. 한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은 자유시간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 이러한 자유시간의 확보 여부는 생존을 위해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생활시간을 빼면,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점유한 일 관련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시간을 줄이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데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과로’다.
─ 강민정, 「과로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아마 셀프 디펜스보다 호신술이라는 단어가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서 흔히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이나 업어 치기, 관절 꺾기 같은 싸움의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셀프 디펜스의 기원은 과거의 무술이지만 현대에는 따로 발전하는 새로운 장르다. 현대 이전의 셀프 디펜스는 대개 두 종류였다. 첫째는 결투, 즉 갈등이 생긴 두 사람(대부분 두 남자)이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 대결해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귀족이나 상인의 신변과 재산을 지키는 호위 무사들의 무력 활동이다. 비무장의 일개 시민, 심지어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는 관점은 지극히 현대적인 발상이다. 이것은 1930년대 유럽에서 비로소 실전에 등장했고 이후 중동과 북미를 거쳐 1970년대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 최하란, 「직장에서의 셀프 디펜스」

사람들은 실제적 보상 없이 거대한 명분만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다. 나는 한국어 교육을 움직이는 힘을, 그 일을 실제 담당하는 사람들이 겪는 성장과 보람, 그리고 사회경제적 대우의 차원에서 찾고자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동안 선생과 학생들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노동의 값어치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보람을 넘어선 노동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
─ 최수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목차

5호를 펴내며 쓸모 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김수현 개미투자자가 하는 일
배세진 동학개미, 어떻게 볼 것인가
조해언 젊은 플랫폼노동자의 초상
최의연 노동자의 밤에 일어나는 일
홍태림 예술은 노동인가?
함선유 돌봄을 정당하게 대우하라
임안나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강민정 과로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최하란 직장에서의 셀프 디펜스
최수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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