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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젊었을 때
시와반시 | 부모님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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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와반시 기획시인선의 20번째 작품. 아픈 삶의 내력을 가진 유용주 시인의 진솔한 언어가 가슴을 ‘멍때리’는 시편들을 모은 시집.

  출판사 리뷰

“남들 대학생 나이에 중학교 과정을 배웠다. 나는 정동제일교회 배움의 집 3기 출신이다. 일찍 세상을 버린 이영훈이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얼굴이 긴 가수가 부른 우리 교가, 광화문 연가에서는 눈 덮인 작은 교회당이 나오는데, 정동교회는 큰 교회다. 독재자 이승만이 교회 신도였으며, 유관순 열사 장례식이 거행된 곳이다(이화여고가 담장 너머에 있다). 중국집과 부산식당, 잡화점을 거쳐 도매로 주류 판매하는 대호상회를 지나 빵공장에서 기술자들 빤스를 빨아준 끝에, 서울로 올라와 보석 세공공장에서 광을 내고 잔심부름을 할 때였다. 입학식 날이 떠오른다. ”

시인의 자술 이력에서 보듯, 아픈 삶의 내력을 가진 유용주 시인의 진솔한 언어가 가슴을 ‘멍때리’는 시편들



소주가 달면 인생이 쓰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영혼이 새 나간다고?

의사가 시인이었구나

항문 수술하는 병원장이 설명을 하는데

영원히 방구가 새어나갈 수도 있다는 걸 잘못 들었다

하긴, 의사이면서 시를 쓰는 분이 여럿 있다

병원과 시의 공통점은

고통을 참아야 거듭 태어난다는 것

수술 후엔 뜨거운 물로 좌욕도 열심히 하란다

뜨거운 물에 정신 차려봐야 차가운 것에 고마움을 안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봐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다

힘을 줄 때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피를 많이 흘렸다

쓴맛을 봐야 좋은 똥이 나온다

소주가 쓰면 인생이 달다

거문도
-최경엽 할머니께

바람에 빛깔과 향기가 배어 있다

바람의 무게가 따로 있다
바람의 색깔이 따로 있다

바람을 알면 바닥을 안다
바다를 알면 바닥을 안다
밥을 알면 바닥을 안다

술과 노래를 이해하면
눈물을 이해하고 인생을 이해하고
무덤을 이해한다
나무를 이해한다
돌을 이해하게 된다

깊이를 알면 바람을 안다
끝을 알면 시작을 안다

죽음을 알면 삶을 안다

화이트 엘리펀트

저는
소식을 하고 있습니다
소처럼 먹죠

공기와 이슬만 먹습니다
공기 밥을 다섯 그릇 이상, 참이슬을 후식으로 애용하죠

존재자체가 무거워요 몸무게가 많이 나가요
원래부터 몸이 차가와요 영혼이 춥다는 얘기죠
숨 쉬는 것도 거짓이지요
그릇 중에는 사기가 으뜸이에요

저는
멧돼지가 하나도 안 무서워요
가까운 친척인 걸요
수많은 문중들을 병 걸렸다고 산 채로 묻기도 해요
피의 온도로 냉, 난방을 돌리는 사람이 있죠

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슬픈 짐승*이랍니다
디저트로 녹조 라떼를 즐기죠
사람들이 찾지 않아 텅 빈 수변공원은 어떻게 할까요
새들도 떠나간 자전거 도로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거에요
로봇 물고기는 언제 헤엄치죠
오염되어 죽은 물고기는 거름으로도 못 쓰죠
썩어 냄새나는 물은 활성탄을 많이 넣어요
강이 죽어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곡선보다 직선이 더 좋죠
열림보다 막힘이 더 낫죠
흙보다 시멘트를 거듭 사용하죠

감옥에서도
혼자 타죠
혼자 다 마셔요
혼자 다 처먹어요

늙으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거에요
제 고민은
세상의 굶주림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단식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친일을 한 시인의 시를 인용함.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용주
1959년 출생. 1979년 정동 제일교회 배움의 집에서 공부했다. 1991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시를,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했다. 시집으로 <가장 가벼운 짐> <크나 큰 침묵> <은근살짝>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산문집으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 <아름다운 얼굴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장편소설로 <마린을 찾아서>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등이 있으며 1997년 제15회 신동엽창작기금, 2018년 거창평화인권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 제1부 |

거문도
화이트 엘리펀트
百濟 流民
율곡 독서실

고봉밥
순례길
상처
청산수목원
꿈보다 해몽
나를 잃어버렸다
소음
지문
| 제2부 |
착각
모자란 패밀리
택시
스미마셍
젊은 시인

전설
르포
외상
일류시인
머슴
농담
감시자
問喪
詩聖
도원결의
| 제3부 |
물의 뿌리
확성기
스피커
이중성
독자 놈들 길들이기
눈이 내리네
쥐젖
개그 콘서트
내가 가장 젊었을 때
아재개그
하느님
준공 검사
36계
천사

| 제4부 |
여름
자갈 도너츠
밤 가시 국시
도야지
파리찜


넋두리
불알동무
다리 밑
살 떨리는 얘기
투계
49재
여자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안동 제비원 미륵불
익산

산문 내 영혼을 뒤흔든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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