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그루 시선 12권. 양동림 시인의 첫 시집. 더불어 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낮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족’, ‘노동’, ‘제주4·3’에 주목한다. 언뜻 보기에 시인은 개인적 역사를 서술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공동체적 화두와 불가분한 관계이다. 특히 제주라는 장소에서 만난 사건과 사람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데 모아 스펙트럼으로 잇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출판사 리뷰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동림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집은 총 5부로, 1부 ‘거울’, 2부 ‘살아남기’, 3부 ‘死·삶’, 4부 ‘인연’, 5부 ‘비옵니다’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 전체적으로 연작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발문을 써준 강덕환 시인은 이 시집을 “이 땅과의 뜨거운 밀착과 사랑”이라 평하며, 특히 “더불어 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낮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시집은 ‘가족’, ‘노동’, ‘제주4·3’에 주목한다. 언뜻 보기에 시인은 개인적 역사를 서술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공동체적 화두와 불가분한 관계이다. 특히 제주라는 장소에서 만난 사건과 사람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데 모아 스펙트럼으로 잇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제주에 나고 자란 시인은 4·3을 비켜갈 수 없다. 4·3을 통과했던 화자의 아버지는 당시를 기억하며 자식에게 평생을 “속슴허라”라고 말한다. 즉,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쥐죽은 듯 가만히 있기를 신신당부한다. “속슴허라/ 사태 때 으싸으싸 허당 다 죽었어/ 4·19 때도 으싸으싸 하다 죽었어/ 속슴허여사 된다// (중략) // 속슴허라/ 속슴허라/ 평생을 가슴앓이하다가/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아버지 1-속슴허라」) 국가와 제도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에게 주었던 뼈저린 아픔은 그 땅에 평생을 걸쳐 기억되고, 이 기억은 후대에게 전승된다. “삼촌/ 우리 집안에는 빨간 줄 그어진 사람 없지?/ 4·3 때 공비 한 사람 없지?”(「신원보증」)
세대를 걸쳐 전승되는 기억을 두고서 강덕환 시인은 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자신-자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관계 속에 삶의 터전을 노략질했던 거대한 바람에 저항하고 뜨거운 밀착을 통해 사랑했던 젊음을 조용히 생각한다.” 이렇듯 시인의 시에서는 제주라는 터전에 대한 애착을 기반으로 한다.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아오면서 시를 쓰는 것이 시인의 사랑일 것이다.
길을 가다
막혔을 때 뒤돌아 간다는 것
얼마나 현명한가?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물러서 주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인가!
_「후진」 전문
오몽헤사 살아진다
아멩 몰멩진 사름이라도
오몽허당 보민
놈 못지안허게 살아진다
산덴 허는 건
숨만 쉰다는 거 아니여
몸으로 말도 허곡
일로 절로 오몽헐 대
살아있덴 곧는 거여
_「살아남기 6-오몽헤사 살아진다」 부분
속슴허라
사태 때 으싸으싸 허당 다 죽었어4·19 때도 으싸으싸 하다 죽었어
속슴허여사 된다
대학 다니던 아들에게 수없이
되뇌던 속슴허라
정권이 바뀌어도
속슴허라
세상이 바뀌었다고
아버지! 이제 고라도 될 건디 예!
이제 말해도 괜찮은 세상이라 해도
속슴허라
속슴허라
평생을 가슴앓이하다가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_「아버지 1-속슴허라」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양동림
태손땅 납읍에서 살고 있다.제주작가회의, 애월문학회 회원으로 시를 쓰며 방과후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현대해상에서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목차
자서(自序)
1부 거울
지우개 똥/ 말똥 1/ 말똥 2/ 거울 1/ 거울 2/ 후진/ 나이/ 맹지/ 새벽/ 일복/ 농사꾼 김 씨가 말하길/ 꿈속에서/ 자물쇠/ 엘리베이터
2부 살아남기
살아남기 1-폐지/ 살아남기 2-개미와 베짱이/ 살아남기 3-Mr.K/ 살아남기 4-우성인자/ 살아남기 5-문/ 살아남기 6-오몽헤사 살아진다/ 상처 1/ 상처 2/ 상처 3-어금니/ 상처 4-아토피/ 담쟁이
3부 死·삶
다행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제노사이드/ 다랑쉬굴-토끼/ 돌가기/ 성길/ 성보 아버지/ 제사/ 벌초/ 신원보증/ 억새
4부 인연
어머니 1-차를 타고 가면서/ 어머니 2-마늘/ 어머니 3-숫자 세기/ 어머니 4-아흔 살 일상/ 어머니 5-벙어리장갑/ 어머니 6-햇살 방/ 어머니 7-그땐 몰랐지/ 어머니 8-기저귀/ 아버지 1-속슴허라/ 아버지 2-올레 1/ 아버지 3-올레 2/ 아버지 4-삼중날 전기면도기/ 아버지 5-아들에게/ 아버지 6-삶/ 4113호실 그 사람/ 형수
5부 비옵니다
비옵니다 1-촛불 축제/ 비옵니다 2-가뭄/ 바람/ 거미/ 물의 식욕/ 고약한 입/ 장맛비/ 건천 1/ 건천 2/ 시험/ 비 옵니다 1-장마 1/ 비 옵니다 2-장마 2/ 비 옵니다 3-장마 3
발문 | 밀착(密着)과 관조(觀照), 혹은 거리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