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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환유를
등(도서출판) | 부모님 |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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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7편의 단편들은 우선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바탕이다. 그 사랑은 현실의 고루한 사정으로 인하여 행복한 결말을 이루지 못하나 등장인물들은 그 사랑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주변인들의 시선을 도외시한다. 물론 욕망이 강하여 집착에 이를 수도 있겠으나 안타까운 것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여 연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 소설들은 대개 결핍과 소외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들을 설정했는데 등장인물들이 겪는 결핍과 소외는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5·18과 세월호 침몰 사건에 관여한 공권력의 동질성(<그때 그 봄날>), 부모의 불편 때문에 대안학교로 보내진 소녀들(<자메이카>), 뇌수막염과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환유의 고통과 아들의 성공에 집착하는 희경의 욕망(<누가 환유를>), 시한부 삶을 사는 연민의 사내와 그를 바라보는 미혹의 여자(<달팽이>), 단순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나 자연의 힘 앞에 흔들리는 현실의 이중성(<소안 가는 길>), 전후 세대의 단절과 미해결 분단의 고통을 겪는 실향민(<고향의 봄>),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여인의 집착과 며느리를 보내려는 시어머니의 의도적 횡포(<아직도 미혹>) 등이 그러하다.

  출판사 리뷰

“ 흔적으로 남은 통증을 기억하는 자아의 존재의식”

『누가 환유를』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우선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바탕이다. 그 사랑은 현실의 고루한 사정으로 인하여 행복한 결말을 이루지 못하나 등장인물들은 그 사랑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주변인들의 시선을 도외시한다. 물론 욕망이 강하여 집착에 이를 수도 있겠으나 안타까운 것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여 연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 소설들은 대개 결핍과 소외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들을 설정했는데 등장인물들이 겪는 결핍과 소외는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5·18과 세월호 침몰 사건에 관여한 공권력의 동질성(<그때 그 봄날>), 부모의 불편 때문에 대안학교로 보내진 소녀들(<자메이카>), 뇌수막염과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환유의 고통과 아들의 성공에 집착하는 희경의 욕망(<누가 환유를>), 시한부 삶을 사는 연민의 사내와 그를 바라보는 미혹의 여자(<달팽이>), 단순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나 자연의 힘 앞에 흔들리는 현실의 이중성(<소안 가는 길>), 전후 세대의 단절과 미해결 분단의 고통을 겪는 실향민(<고향의 봄>),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여인의 집착과 며느리를 보내려는 시어머니의 의도적 횡포(<아직도 미혹>) 등이 그러하다.

손영미 단편집 『누가 환유를』 속의 인물들이 지닌 고통은 촘촘히 자리 잡은 삶의 흔적을 기억하여 비롯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삶의 흔적이 결코 어느 개인의 분화된 단면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공감한다면 동시대의 고통으로 인식하고 불편한 부채의식으로 남게 된다. 소설가의 몫이 거울을 들이대는 것이라면 시대의 아픔을 거울 속에 드러내고 반사시켜 모든 이들에게 알리는 확산의 사고는 어찌 보면 선동적이다. 철저한 사실성에 근거하게 되니 리얼리즘 소설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고통을 알고 있는 손영미는 이런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안所安’을 찾아낸다. 소안은 ‘편안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작가의 바람과 현실에서 벗어난 대안적 공간으로,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선택하고 인생을 거는 모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소안을 다녀온 이후 소연은 앞뜰의 도라지꽃이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다음 주 흰색과 보랏빛이 뒤섞여 낮은 담장 밑에 올망졸망 피어나던 꽃이 다시 보고 싶어 소안 가고, 막 피려고 몽글몽글 올라오던 몽우리가 활짝 피었을까 궁금해서 또 소안 가고, 꽃 지는 것이 아쉬워서 지기 전에 한 번 더 보려 소안 가고, 그렇게 소안을 드나들다가 소연과 정우는 결혼을 했다.」 (<소안 가는 길> 중)
소안은 도라지꽃 몽우리가 맺히고 피고 지는 곳이다. 빨랫줄에는 노란색, 흰색, 줄무늬, 물방울무늬 등의 빨래가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보송보송 마를 것이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 때 새소리를 들으며 깨어날 것이고, 뭇국을 끓이고, 두부를 조리고, 호박을 볶아서 여릿여릿한 얼갈이김치와 함께 정갈한 아침상을 받는 곳일 것이다. 그러니 소안을 떠날 수 없다. 비록 소안에서 농사짓고, 아기 낳고, 글 쓰는 삶을 꿈꾸던 사랑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지라도, 소안을 떠나지 않고 남편 없이도 농사짓고, 입양하여 아기도 키우고, 글도 얼마든지 쓰겠다고 고집하는 영주의 단호함이 오롯한 ‘아직도 미혹’한 곳이다.
그렇다면 ‘소안’이 소설집 『누가 환유를』에서 차지한 역할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답은 너무도 명백하다. ‘자메이카’와 완도의 ‘분교’와 예술가의 꿈을 키우며 그리는 ‘달팽이’와 지리산 실상사에서 조계사까지 걷는 평화와 나눔의 순례에 참여한 공동체 ‘나누리’, 이산가족들의 모임 ‘황해로’와 다를 것이 없는 동질의 공간이다. 어쩌면 손영미는 첫 작품집 『누가 환유를』에 이런 공간과 모임을 화두로 던지고, 그 공간과 모임에서 이루고자 하는 새 세상의 힘을 세우며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첫 작품집에서 이런 일련의 노련함으로 꿈의 세상을 드러내는 작가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하지만 손영미는 불안하다.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선다.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비 내리는 하늘과 밭을 바라만 보았다. 호박은 제대로 크지도 못한 채 매끄럽고 고운 몸매가 무너져 내렸다. 토마토는 손으로 살짝만 움켜쥐어도 힘없이 부서지며 빗물을 주르르 토해냈다. 아기 새끼손가락만큼 달리기 시작하던 고추도 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검게 변해갔다. 연꽃잎을 닮은 토란의 넓은 잎사귀는 우산이 되어 빗방울을 또르르 굴렸다.」 (<소안 가는 길> 중)

「소안마을로 가는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갈 곳을 몰라 갈팡질팡하는 시경은 집으로 가는 길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길마저도 희미한 초승달까지의 거리만큼이나 아마득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미혹> 중)

「아무리 기다려도 배는 오지 않았어. 그러나 우린 무조건 바다로 뛰어들 순 없었어. 바다는 춥고, 어둡고, 그래서 두려웠어.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났지. 그러나 슬픈 세월에 모진 세월이 켜켜이 포개어져 흘렀어도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배가 있었어. 나는 배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어. 그때, 그 봄날에도 난 여전히 구경꾼이었지.」 (<그때 그 봄날> 중)

현실로 가로지른 벽 앞에서 작가는 통곡했을지도 모른다. 거울을 짊어진 소설가의 역할은 거기까지라는 현실이 답답하여 구경꾼이었음을 고백한다. 소설가가 모두 깃발을 뽑아 들고 앞서 도로를 달리는 전위일 수는 없다. 예술인의 간절함은 작품이 지닌 반향을 기대하고 물러서 있는 것이다. 물론 가상한 용기를 내어 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할 수도 있다. 나무랄 사람은 없다. 다만 젊은 작가 손영미의 우렁찬 소리가 계속 울리게 될 것은 이 작품집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안으로 향하는 간절함이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과 과제”

손영미 단편집 『누가 환유를』은 흥미롭다.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소설가의 복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문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영미는 1인칭 화법을 구사한다. 상당수의 독자에게서 1인칭 소설이 더 친근하게 읽힌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작가의 내면의식에 쉽게 접근하여 작품의 주제의식과 의도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때 그 봄날>은 화자가 들려주는 형식을 취해 더 독자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이 역력하다. 문학 강연에서 독자들로부터 등장인물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단순히 독자의 호기심이라고 나 몰라라 하면 곤란하다. 1인칭으로 쓰되 3인칭으로 읽힐 수 있게 쓰는 것이 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서술의 혼란을 겪는다. 객관화된 1인칭 진술의 어려움 때문에 인물의 육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는데 흔들리지 않는 시점이 필요하다. 이런 혼란은 중견에 이르기까지 겪는 일이니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어쨌든 문체는 늘 작가가 고민하고 되새김질하여 깎아내는 조각상처럼 예리하고 단아해야 한다. 그러니 허투루 기교를 앞세우거나 공연한 수식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을 주어선 곤란하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 작품집은 작가가 충분히 고민하여 문장을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손영미는 작품 속의 공간과 모임인 ‘소안, 나누리, 황해로, 안악’ 등의 이름 짓기에서 작가의 진지함을 드러낸다. 안악처럼 실제 지명일 수도 있고, ‘소안마을은 지도에도 없고 내비에는 더더욱 잡히지 않는 곳’이라 밝혔으니 임의의 지명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실제 지형과 주변을 연상하여 소안을 찾아가는 수고를 기꺼이 하는 성향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첨언하듯, 한마디 더 해야겠다. 손영미 첫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여성이다. 물론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내용과 구조로 미루어 억압적 여성성을 벗고자 하는 젠더적 선택이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소설들에서 억압적인 여성성을 말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왜곡된 여성성에 대한 접근을 전제하면서 으레 근대성의 모순으로 비롯된 여성성이 통상 범하는 민족주의, 전통주의에 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 앞으로 손영미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탈코르셋에서 시작된 페미니즘은 점차 구조화된 사회를 공정성으로 리셋하려는 경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글을 먼저 읽는 기쁨을 누렸다. 손영미 소설가의 새 작업을 기대하고 문학적 성과를 소망하는 마음 간절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손영미
2017년 웅진문학상을 수상하고 201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2019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넥스트페어 공모전에서 <642년생 궁녀 연부경>이, 한국소설가협회에서 <2019 신예작가>로 선정되었다. 2021년에는 직지소설문학상에 <빛의 소멸>이 당선되었다.

  목차

아직도 미혹
자메이카
소안 가는 길
고향의 봄
누가 환유를
달팽이
그때 그 봄날

평설 | 흔적으로 남은 통증을 기억하는
자아의 존재의식 / 김홍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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