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눌민 / 엄은희, 구기연, 채현정, 임안나, 최영래, 장정아, 김희경, 육수현, 노고운, 지은숙, 정이나, 홍문숙 (지은이) /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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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민소설,일반엄은희, 구기연, 채현정, 임안나, 최영래, 장정아, 김희경, 육수현, 노고운, 지은숙, 정이나, 홍문숙 (지은이)
온갖 사회적인 편견과 핸디캡, 그리고 “인생의 허들”을 뛰어넘으며 홍콩, 이란,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중국, 필리핀, 일본,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의 “준비된” 지역연구 전문가로 성공적인 자리매김한 여성 연구자 12인이 자신들의 연구 과정을 솔직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한 현지조사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즉 현지에서 외국인 여성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차별,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주변인들의 시선, 신체적 성적 위협, 건강 상의 문제, 불안정한 법적 신분, 현지의 극도로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각종 스트레스 등이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함께 쓰는 서문 4
I. 나의 현장, 바뀌어간 질문들
1. “당신의 국경으로 데려다주세요”: 태국 북부에서의 국경교역 동행관찰기 _채현정 17
2. 나의 아파트 표류기: 이스라엘 도시 슬럼에서의 필리핀 이주노동자 연구 _임안나 55
3. 중국의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사회적 연안 _최영래 99
4. ‘진심’은 알 수 없는 것: 홍콩 현장에서 바뀌어간 질문들 _장정아 133
II.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1. 가면을 쓴 인류학자: 이란 사회의 정동 읽기 _구기연 195
2. 얼음을 깨뜨리며: 일본 현장연구 과정에서의 해석과 갈등 _김희경 231
3. 두렵거나 비판하거나 납득하거나: 내겐 늘 낯선 베트남 _육수현 259
4. 하지 않은 현지조사는 있어도 실패한 현지조사는 없다: 중국 옌볜에서의 2년과 그 이후 _노고운 295
III. 관찰과 참여의 경계 위에서
1. “당신들은 왜 저항하지 않나요”: 나의 일본 여성 연구 분투기 _지은숙 349
2. 개발의 현장에서 함께 싸우고 기록하다: 필리핀에서의 불의 세례 현지조사 _엄은희 399
3. 베네수엘라 21세기 사회주의가 등장한 까닭은: 민중의 목소리를 찾아서 _정이나 445
4. 한 융합연구자의 경계 넘나들기: 전환기 미얀마의 교육과 개발협력 _홍문숙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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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534넘지 않은 선은 있어도 못 넘을 선은 없다!
홍콩, 이란,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중국, 필리핀, 일본,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전 세계를 누빈 여성 연구자 12인의 생생한 현장 기록!
연구 과정 속에서 겪은 온갖 해프닝, 곤란, 시련, 두려움, 위기, 재미, 환대, 그리고 도전과 성취 전격 공개!
여성 지역연구 전문가, 긴박한 이슈를 통렬하게 해설하다!
최근 국내 방송과 언론 등에서 홍콩 시민 저항운동, 이란과 미국의 긴장 관계, 베네수엘라 사태를 비롯한 긴박한 국제 정세를 심층 보도하는 코너에서 그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도가 높은 논평을 전하는 몇몇 전문가들을 살펴보면 해당 지역에 들어가 직접 거주하며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여성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홍콩의 장정아(본문 1부 4장), 이란의 구기연(본문 2부 1장), 베네수엘라의 정이나(본문 3부 3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지역의 정치적 상황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배경, 그리고 해당 지역 사람들의 정서와 심성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심도 깊은 전문 지식을 설파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어떻게 생소한 지역에서 국제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에 이 “준비된” 여성 지역 전문가들이 우리 눈앞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여성으로서 그들은 과연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이런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넘지 않은 선은 있어도 못 넘을 선은 없다! 여성 현장연구 연구자가 탄생하기까지
이 책은 온갖 사회적인 편견과 핸디캡, 그리고 “인생의 허들”을 뛰어넘으며 홍콩, 이란,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중국, 필리핀, 일본,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의 “준비된” 지역연구 전문가로 성공적인 자리매김한 여성 연구자 12인이 자신들의 연구 과정을 솔직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한 현지조사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즉 현지에서 외국인 여성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차별,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주변인들의 시선, 신체적 성적 위협, 건강 상의 문제, 불안정한 법적 신분, 현지의 극도로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각종 스트레스 등이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저자들은 과감하게 선을 넘은 여성 연구자들이라는 것이다. 먼저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편견과 제약을 넘었고, 인생의 통과의례들(결혼, 출산, 육아 등)로 인해 생기는 고립과 좌절을 넘었으며, “유리 천장”에 저항을 했으며, “직업 연구자”가 되기 위한 개인적, 심리적, 체력적 선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영토적 경계를 넘어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보통 지역 전문가가 되어 우리에게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까지 어떻게 첫발을 내딛었고,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어려움을 이겨냈고, 어떤 연구를 하며 어떤 지식과 비전을 획득했는지를 풀어내는 책은 제법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책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이 책은 여성의 입장이 고려되고,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피력되고, 여성의 시각으로 구성되고, 여성을 이야기하는 지역연구 책으로 첫걸음을 내딛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여성으로서” 해당 지역의 전문가로 조명을 받고 그들이 습득한 지식을 널리 공유하고 확장할 수 있는 힘을 얻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생하게 고백한다.
이 책에는 장소, 사회, 문화, 사건 등 무수한 선을 넘으며 다른 세상을 연구하는 “여성 학자”로 거듭난 여성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은 결코 체현할 수 없는, 여성의 시각으로 현장(연구지역)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실재하는 여성을 발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나의 현장”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관찰과 참여”를!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현지조사 매뉴얼북, 또는 전문적인 지침서로 읽혀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으로서 현지조사에 도전하는 사람이, 또는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을 고민하는 예비 여성 연구자들이 읽어야 하는 책으로 의도된 책이다.
이 책은 1부 “나의 현장, 바뀌어간 질문들”, 2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3부 “관찰과 참여의 경계 위에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선 채현정이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국경교역을 연구하며 상인들과 함께 국경지역을 여행하고 동행하는 과정이 1장에서 그려진다. 2장에선 임안나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이주광간과 공동체 형성을 보여준다. 3장에선 최영래가 중국의 연안이 사람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4장에선 장정아가 홍콩인의 경계와 정체성, 그리고 최근의 홍콩 사태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현지와 연구자가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그 과정에서 질문과 문제의식이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2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구자가 구축해온 세계와 현지인들의 세계가 부딪히며 발생하는 파열음과 긴장 관계를 성찰한다. 1장에서 구기연은 이란의 젊은 세대의 감정과 자아 연구를 통해, 통제와 검열이 심한 사회에서 연구 조사하는 연구자의 심리적 갈등과 성찰을 보여준다. 2장에서 김희경은 일본 농촌지역에서 한국인 여성이 겪는 갈등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두려움, 그리고 이런 경험이 더 나은 해석을 낳을 수 있음을 그린다. 3장에서 육수현은 베트남 현지에서의 공감 능력이 타문화를 이해하는 문화적 해결법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4장에서 노고운은 중국 연변자치주에서 단독으로 장기간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여성 연구자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준다.
3부 “관찰과 참여의 경계 위에서”에선 연구자들이 관찰자의 위치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인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며 역동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린다. 1장에서 지은숙은 일본 여성의 삶의 결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연구자가 때로는 연구대상자의 조언자가 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2장에서 엄은희는 필리핀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일방적인 광산개발에 저항하는 NGO 및 풀뿌리 조직 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싸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3장에서 정이나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바리오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통해 연구자와 현지이인들이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4장에서 홍문숙은 미얀마 양곤 현지에서 동남아-국제개발-교육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연구자로서 혼란스럽지만 치열하게 겪은 학문적, 개인적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예비 여성 전문가를 위하여
이 책은 “배운 여자들”의 현지조사 후일담을 넘어서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서로의 현지 경험을 말하고 들으며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세계를 탐험한 여성 연구자들의 존재를 용감하게 세상에 보여주고, 동시대 여성 연구자들의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합적 실천으로 나아가고, 더 나아가 보편적 이론의 세계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다. 저자들이 수없이 질문들을 고쳐나가고 치열하게 해답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을 통해, 현지조사에 막 도전하려는 여성에게,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을 고민하는 예비 여성 연구자들에게, 학문의 세계에 발을 디디려는 여성 도전자들에게, 또는 세상의 벽에 절감하며 움츠려든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라오스 상인들이 마을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고 다시 배를 몰아 라오스 국경을 넘어가는 일은 가능했지만, 외국인인 나는 그들이 다니는 경로에 동참할 수 없었다. 엄연히 태국에서 라오스로 이동하는 것이고, 나는 외국인이어서 여권 심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경 통제에 무감했던 시절을 보낸 쏨 언니의 시어머니는 괜찮다며 그냥 다녀와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쏨언니는 그건 불법이라 안 될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처음에는 낯선 라오스 상인을 따라나서는 것이 겁도 나고, 어찌 됐든 국경을 건너는 일인데 잘못 건너갔다가 비자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내가 부딪힌 그런 상황이 연구의 중요한 쟁점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채현정, “당신의 국경으로 데려다주세요”: 태국 북부에서의 국경교역 동행관찰기)
네베셰아난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곳이 ‘외부인’의 눈에 비치는 것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물론 네베셰아난이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 슬럼임은 틀림없지만, 처음 내가 길 건너에서 바라보기만 했을 때 가지고 있던 이 지역에 대한 선입견과 공포는 다소 과장된 것이었다. 골목길을 걸을 때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가는 아프리카 남성들은 대체로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라는 정중한 말을 남겼다. 무엇보다 나는 일상 속에서 낯선 이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타자화된 특정 집단과 장소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임안나, 나의 아파트 표류기: 이스라엘 도시 슬럼에서의 필리핀 이주노동자 연구)
우리에게는 중국인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미디어를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를 통해, 심지어 중국통이라 불리는 유명인들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학습한다. 여러 차례 중국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한때 나에게도 그러한 선입견이 생긴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현지조사를 다니는 과정에서, 특히 남쪽 지방에서 만난 다양한 출신과 외모의 중국인들을 통해 나의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지금 나에게 중국은 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나라다. 비록 강력한 국가체제가 구축하는 사회상이 있을지언정, 중국의 국가권력은 사회집단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국가의 통치영역 바깥에서 지내는 이들도 무수하다. (최영래, 중국의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사회적 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