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200만 부 판매 역대 베스트셀러
드라마 <가을동화>, 영화 <국화꽃 향기> 원작 소설 《국화꽃 향기》
출간 20주년을 맞아, 새 옷을 입고 독자들을 다시 만나다.소설 국화꽃 향기가 세상에 나온 지 어언 20여 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원작자로서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만큼 남녀 간의 사랑은 소중하며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밑거름이자 소망의 등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만큼 귀하게 여겨진다는 건 사랑만이 허락하는 기적입니다.
독자님들께서도 사랑한 만큼 삶이 풍요로워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좋은 일들로만 가득 찬 나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20주년 기념 개정판을 내며, 김하인 드림
“사람이 가슴을 지니고 사는 것만큼
무섭고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펑펑 울고 싶지만, 울음이 나지 않을 때 읽는 착한 소설! 승우는 동아리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데, 우연히 지하철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는 미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승우는 미주와 같이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미주는 승우를 친한 후배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승우는 어렵게 미주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연하인 승우의 고객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몇 년 후 군대에 다녀온 승우는 졸업 후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PD가 된다. 한편 미주는 번듯한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둘은 만나게 되고, 승우는 변치 않는 나무같이 미주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 미주에게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을 고백한다. 미주는 결국 승우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어렵게 결혼하게 된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결혼 4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둘에게 아이라는 행복이 찾아오고, 그와 동시에 미주에게 암이라는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천국와 지옥을 동시에 선물 받은 미주…….
언제부턴가 승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암 투병 중인 임산부의 사연이 꾸준히 오게 되는데, 승우는 뒤늦게 그 사연을 보낸 사람이 미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승우는 큰 슬픔에 빠져 절망하지만, 미주를 위해 모르는 체하고 둘은 운명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명작의 여운
순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감동을 아로새기다.소설 《국화꽃 향기》는 누구보다 순수했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20년 전에 쓰인 이 작품은 이미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연극으로 각색되어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중국에 번역되어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출판 한류 열풍’의 시초로 기록된다. 《국화꽃 향기》는 멜로 소설의 구성을 특별히 벗어나거나 특별히 새롭지 않다. 하지만 많이 보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가 김하인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를 만나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작가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제 소설의 정서는 아날로그 방식이지요. 시골에 살면서 도시인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염되고 시대 감각이 없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원형질을 보게 됩니다. 승우처럼 순수한 사람이 없다구요? 저는 그런 사람 많이 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착한 사람들의 착한 사랑 이야기가 현실에 있든 없든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고 꿈꾸기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이 소설이 사랑받는 게 아닐까.
“《국화꽃 향기》를 읽으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라고 밝힌 배우 공명과 같이, 좋은 작품은 시대와 국경의 벽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된다. 승우와 미주의 사랑 역시 국화꽃 향기처럼 앞으로도 더욱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제 목숨을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멀고 귀먹어버렸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스했던 바닷가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를 본다면, 당신은 내 마음이 그때 그곳에 영원히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나의 사랑은 어느 누구라 해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내 사랑은 절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박고 살 수 있는 한 그루 나무이니까요.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책 속에서

남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여자의 손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 파리한 얼굴의 여자가 언뜻 정신을 차리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 하자 남자는 허둥거리며 그녀의 입술 가까이에 귀를 가져갔다.
“거…… 걱정하지 말라구? 그래, 걱정 안 해. 당신은 잘 해낼 거야. 난 믿어. 당신과 우리 아기 모두 잘 해낼 거야!”
남자는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삭정이처럼 마른 여자는 자신의 뼈마디만 남은 손을 움켜잡은 남자의 손등을 다른 손으로 쓰다듬었다.
여자는 깊은 눈빛으로 말없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납작하게 짓누르는지 허리와 어깨를 뒤틀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수술실 문을 여느라 잠시 침대가 멈췄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여자의 뺨을 감쌌다. 그 손바닥 안으로 여자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미주야! 나, 나, 여기 있을게. 잊지 마. 내가 지키고 있는 한 모든 게 잘될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여자는 바싹 말라 타들어 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침대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그 짧은 찰나에 그녀는 안타까이 자신의 손을 놓는 남자를 희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금니를 깨문 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던 남자는 엄지손가락을 펴들고는 여자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러나 여자는 너무나 다급한 표정으로 반쯤 허리를 일으키며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도 여자의 손을 향해 몇 걸음을 황급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를 실은 침대는 이내 수술실 문 너머로 사라졌다.
코앞에서 문이 닫히자 그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수술실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한동안 얼어붙은 듯 그 앞에 서 있다가 천천히 벽에 기댔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달리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표정으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쥔 채 복도 천장을 향해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 꽃잎 아기를 기다리며승우는 팸플릿 뭉치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여자 뒤로 가서 섰다. 빈틈없는 자세였다. 전철이 흔들리자 문득 그녀의 머릿결에서 국화꽃 같은 향이 났다. 청명한 날씨의 푸른 들판에 핀 들국화 같은. 분명히 그 내음이었다. 놀라웠다. 지하철은 사람들의 냄새로 뒤섞여 향기란 게 제대로 느껴질 리 만무했다. 미량의 향기를 발산하는 그녀의 뒤에 선 승우는 가슴속 에서 일어나는 경이로운 떨림을 느꼈다.
161cm의 알맞은 키에 생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그녀는 무거워 보이는 팸플릿 뭉치를 든 채 앞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면박을 당했던 처지라 ‘들어드릴까요?’라는 말도 주저되었다.
승우는 그녀의 머릿결 가까이에 코를 대고 숨을 가볍게 들이켰다. 틀림없는 국화 내음이었다. 야생의 싱그러움과 햇빛 분말이 노랗게 날아다니는 듯, 은은하면서도 담백한.
요즘 국화 향이 나는 샴푸가 새로 나왔나?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 머릿결에서 국화 향이 나는 여자…….
멀대같이 큰 키에 부지깽이같이 기다란 다리를 가진 그는 껑충거리는 걸음으로 그녀를 이내 따라잡았다.
“저…… 뭐 좀 여쭤보겠습니다.”
“네?”
“이 근처에 〈황금 가면〉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생맥줏집이라던데요.”
승우는 혹시라도 자신이 지하철 안에서의 면박을 앙갚음하려는 속 좁은 인간으로 보일까 싶어서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 집을 낀 골목 끝에 〈매직 넘버〉란 카페가 있는데 오늘 그곳에서 모임이 있거든요.”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묘해졌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표정이었다. 미간과 코의 주름이 살포시 접혔다가 천천히 다림질하듯 펴졌다. 그녀는 들고 있던 짐을 억울하다는 듯 잠시 보더니 갑자기 그에게 던지다시피 바닥에 내려놓았다.
- 국화꽃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