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깊은 통찰과 번득이는 예지, 섬세하면서도 정갈한 말맛으로 한국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최민자의 수필집.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와 불가해한 은유들을 정관(靜觀)의 여유 속에서 풀어내고 싶어 수필을 쓴다는 그는 글을 쓰는 이유를 “무엇이 되고자 해서, 허명이라도 얻고자 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내가 추는 시간의 춤이어서, 허무에 대항하는 내 삶의 양식이여서다. 쓴다는 것은 시간과 짝을 지어 떠내려가는 것들,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건져 올리는 행위이다. 음습하고 눅눅하게 시들어가는 영혼을 몸 밖으로 불러내어 위무하고 소통시키는 일이다. 꽃 진 자리마다 열매를 매다는 푸나무만도 못한 인간의 영혼, 그 쓸쓸함을 편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출판사 리뷰
“최민자의 글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들어 있고,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성이 있습니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예지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날카로움은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생, 사물의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의 글은 정적이면서도 또한 지적입니다. 반짝이는 예지, 조금만 드러낼 줄 아는 자제력, 정제된 언어 그런 것들로 해서 그의 글은 아름답습니다. 그의 글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떤 찬사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피천득
자연과 인간의 바탕과 모서리를 오밀조밀하게,
살아온 생애의 숨과 결을 삼투시키면서 엮어낸 수필집
깊은 통찰과 번득이는 예지, 섬세하면서도 정갈한 말맛으로 한국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최민자의 수필집 『손바닥 수필』.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와 불가해한 은유들을 정관(靜觀)의 여유 속에서 풀어내고 싶어 수필을 쓴다는 그는 글을 쓰는 이유를 “무엇이 되고자 해서, 허명이라도 얻고자 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내가 추는 시간의 춤이어서, 허무에 대항하는 내 삶의 양식이여서다. 쓴다는 것은 시간과 짝을 지어 떠내려가는 것들,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건져 올리는 행위이다. 음습하고 눅눅하게 시들어가는 영혼을 몸 밖으로 불러내어 위무하고 소통시키는 일이다. 꽃 진 자리마다 열매를 매다는 푸나무만도 못한 인간의 영혼, 그 쓸쓸함을 편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2007년 타계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생전에 최민자의 수필을 일컬어 “최민자의 글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들어 있고,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성이 있습니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예지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날카로움은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생, 사물의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의 글은 정적이면서도 또한 지적입니다. 반짝이는 예지, 조금만 드러낼 줄 아는 자제력, 정제된 언어 그런 것들로 해서 그의 글은 아름답습니다. 그의 글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떤 찬사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추천의 글을 쓴 바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허투루 쓰지 않은 글이 독자를 얼마나 황홀하게 하는가. 일단 이 책을 잡으면 글 이랑 사이를 그윽하게 서성이며 페이지를 넘기고 밑줄을 긋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득한 날, 이웃 마을 교회당에서 들려오던 종소리가 생각난다. 날 밝기 전, 교회를 떠나간 종소리들은 해질녘이면 슬그머니 종루 안으로 기어들곤 했다. 반겨주는 이가 없어서였을까. 저녁답의 종은 더 길게 울었다. 아련한 종소리의 여운 속에서 나는 종소리가 갔다 온 거리가 어디까지였을까 혼자 상상해보곤 했다. 종소리는 어김없이 돌아왔지만 집 나간 백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노래, 돌아올 줄 모르는 강아지, 멀어져간 얼굴, 떠나버린 시간, 사라진 것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밤, 내 안 어디 컴컴한 그늘에서 홀연히 살아오는 옛 친구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사라지는 것들도 종소리처럼 슬그머니 돌아와 숨는 것인가. 어스름 동굴 속 강고한 바위에 암염처럼 엉겨 붙어 있다가 오색 고운 빛가루 되어 분분히 날리기도 하는 것인가.
근원을 팽개치고 떠도는 철새가 유목민이라면 제 키의 다섯 배가 넘는 깊이까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내는 풀은 토착민이다. 종잡을 수 없는 거리를 날아 먹이를 얻고 새끼를 건사하는 새들과, 불시착한 자리에 꿈을 파묻고 살아 있음의 의무를 완성해내는 풀꽃 사이에서,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고 어정거리며 사는 인간이 수상한지 왜가리 한 마리 아까부터 갸우뚱한 물음표로 물 가운데 서 있다.
낭창거리는 아라리가락처럼 길은 내륙으로, 내륙으로 달린다. 바람을 데리고 재를 넘고, 달빛과 더불어 물을 건넌다. 사람이 없어도 빈들을 씽씽 잘 건너는 길도 가끔 가끔 외로움을 탄다. 옆구리에 산을 끼고 발치 아래 강을 끼고 도란도란 속살거리다, 속정이 들어버린 물을 꿰차고 대처까지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경사진 곳에서는 여울물처럼 쏴아, 소리를 지르듯 내달리다가 평지에서는 느긋이 숨을 고르는 여유도, 바위를 만나면 피해가고 마을을 만나면 돌아가는 지혜도 물에게서 배운 것이다. 물이란 첫사랑처럼 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나란히 누울 때는 다소곳해도 저를 버리고 도망치려하면 일쑤 앙탈을 부리곤 한다. 평시에는 나붓이 엎디어 기던 길이 뱃구레 밑에 숨겨둔 다리를 치켜세우고 넉장거리로 퍼질러 누운 물을 과단성 있게 뛰어 넘는 때도 이때다. 그런 때의 길은 전설의 괴물 모켈레므벰베나 목이 긴 초식공룡 마멘키사우르스를 연상시킨다. 안개와 먹장구름, 풍우의 신을 불러와 길을 짓뭉개고 집어삼키거나, 토막 내어 숨통을 끊어놓기도 하는 물의 처절한 복수극도 저를 버리고 가신님에 대한 사무친 원한 때문이리라. 좋을 때는 좋아도 틀어지면 아니 만남과 못한 인연이 어디 길과 물뿐인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최민자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주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정제된 언어와 감각적인 문체로 일상적 삶의 저변을 성찰해내는 그의 글은 자연과 인생, 존재와 근원에 대한 날카로운 예지와 깊이 있는 통찰로 생전의 피천득 선생에게서 진즉 ‘어떤 찬사도 아끼지 않는다’라는 상찬의 추천사를 받은 바 있다. 현대수필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펜(PEN)문학상, 윤오영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한국산문』과 『수필 오디세이』 편집고문, 북촌시사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1. 외로움이 사는 곳
사라진 것들의 마지막 처소
봄날 천변
냄새
꽃씨
길
개불
? 와 ! 사이
외로움이 사는 곳
신
거미
진땀
발톱 깎기
봄
술과 차
그림자
바닥
시간 도둑
춤
하느님의 손도장
계란
2. 이 또한 지나가리니
마음
홍차 우리는 시간
이 또한 지나가리니
겨울나무 아래서
억새
다람쥐 이야기
파밭에서
토르소
무심의 의자
썩지 않는 것들
시간의 환생
오카리나
사이
눈 내린 날의 모노로그
갈모산방
동물 서커스
3. 황홀한 둘레
황홀한 둘레
장독
귀
시인들
인연에 대하여
죽의 말씀
화형
외사랑
바람의 전설
걱정 만세
하늘
달
피
연리지
골목
존재의 실상
쓴맛
눈꺼풀
곰과 여우
4. 세상은 타악기다
마지막 이름
내력벽
눈 오는 날에
제목 없음
콩나물
예배소 풍경
허물벗기
신은 네 박자
미간眉間
싹 트는 남자
눈 가리고 아웅
신영옥
나무, 관세음보살
세상은 타악기다
이상한 거래
시대 유감
바다가 강이 된다
입술에 대해 말해도 될까
5. 제주, 그리고 바람
그 바다의 물살은 거칠다
광치기 해안에서
용눈이오름
마라도
바람은 자유혼인가
그 섬에 가고 싶다
뒤엉키고 철썩이고
두모악 풍경
수모루 할아버지
기당미술관에서
모슬포에서 부르는 노래
허무도 에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