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와 산문을 쓰면서 아동청소년문학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영욱의 에세이 『우리들의 다섯 번째 계절』이 기린과숲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삼 년간 길 위에서 쓰여진 기록으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자연 속에서 얻은 공생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지난 삼 년은 내 자신을 길 위에서 돌아본 여정이었으며, 내 눈으로 목격한 작은 생명들의 흐느낌을 받아 적는 필사가의 임무에 충실한 시간이었다.”
시와 산문을 쓰면서 아동청소년문학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영욱의 에세이 『우리들의 다섯 번째 계절』이 기린과숲에서 출간되었다. 전 인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던 팬데믹 공포, 핵개인의 시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횡포,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 ‘지구 배’에 동승한 작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불온하고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 그리고 저자 개인사에 크게 자리 잡은 불화와 상처는 그동안 그로 하여금 번번이 자연을 찾아 떠나게 만든 요인이었다.
이 책은 지난 삼 년간 길 위에서 쓰여진 기록으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자연 속에서 얻은 공생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편집자 리뷰
삶과 죽음 사이, 생명과 생명 사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공생의 깨달음
“지난 삼 년간의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오늘의 안부를 묻는 일이 사소한 일상의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난 삼 년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동안 그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세상 끄트머리에 있는” 노인요양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많은 죽음과 맞닥뜨렸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하얀 방호복을 입고 땀범벅이 된 채 음압캐리어를 병동으로 옮기는 의료진들. “예닐곱 개의 철제침대가 들어찬” 병실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환자들. 작가의 시선은 자연스레 뇌일혈로 온몸이 마비되어 왼쪽 눈꺼풀만 간신히 움직이게 된 이에게로 간다. 눈 깜박임만으로 『잠수종과 나비』를 집필하고 책이 출간된 지 이틀 만에 사망한 장 도미니크 보비.
‘시커먼 부르카’를 두고 죽음을 연상시킨다라거나, 어선에 들이자마자 피를 빼내는 횟감용 민어를 떠올리며 “이 땅에서 온갖 모진 고통을 당하며 이름 없이 죽어간 백성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또 포뢰의 <레퀴엠>을 듣다가는 “삶과 죽음이란 늘 등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 밖에도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은 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어쩌면 이 한 권의 책이 (...)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부장제’에 대한 내 나름의 고발장들로 채워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역시나 자유롭지 않다.”
그를 일찌감치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게 한 요인으로 “세 번씩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여동생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아픈 여동생이 “온 가족의 관심을 받는 동안” 그는 할머니의 괜한 미움을 받기도 하고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동생을 살리기 위해 그는 기꺼이 자신의 ‘피’를 제공한다. 가족이니까 조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가족이니까 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 또 가족이니까 견뎌야 하는 일도 많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가족이라는 결속을 다지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여기엔 사랑과 믿음도 있고, 다른 한편엔 미움이나 원망도 자리한다.
그는 은퇴 후의 아버지 삶이 “혼자 또는 아주 적은 수의 무리를 이루어 조용히” 살아가는 해마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방구석에서 혼자 인터넷 바둑을 두거나 야구중계를 감상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식성이 까다롭고 화가 많은 분이라 같이 사는 큰딸인 그를 향해 걸핏하면 역정을 내곤 했다고. 늙은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그에겐 무한한 인내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 터.
“우리네 삶도 연약한 식물들의 공생 관계와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 없었다면, 이 책에 실린 내 글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조차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미움의 반대말이 관심이란 것을” 깨닫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섬망 증세였다.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불화의 화염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게 된 것.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자연의 힘이 컸다. 특히 곶자왈은 “엄마의 자궁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사계절 내내 그 숲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게 한다는 숨골의 여러 식물을 접하곤 새삼스레 공생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은 작가의 지난 개인사와 더불어 삼 년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해 사유하면서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우리 앞에 밝음과 화해의 미래 또한 열어놓는다. “아직은 따뜻한 밥과 포근한 잠자리가 기다리는 집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우리들의 계절이다”라는 작가의 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우리네 삶도 연약한 식물들의 공생 관계와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 없었다면, 이 책에 실린 내 글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조차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투명한 물의 막에서 막 깨어난 나비가 되어 물살을 가른다. 척추를 활처럼 휘게 하고 어깨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면서 재빨리 물을 밀어주면 정말이지 나비가 된 것 같다. 눈의 각막을 한 겹 더 감싸주는 물비늘 때문인지, 모든 게 두 겹으로 보이기 시작할 즈음이면 수면과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저 너머에서 천국의 문 또한 열릴 것만 같다.
엄마의 방에는 장롱이 있었다. 그 장롱 속엔 옥색치마 같은 열두 폭 바다가 있었다. 비파 열매 탐스런 옛집, 포구로 뚫린 창에 노을이 찾아들면 나는 엄마 없는 엄마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면 방을 온통 차지한 장롱의 매끈한 옻칠이 석양빛에 반사되어 안방 전체가 윤슬을 되튕기는 저녁 바다 같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욱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 한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시산맥>에서 시로, 2023년 <시와산문>에서 수필로 등단하고 현재 시와 수필을 쓰면서 아동청소년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1회 직지신인문학상 당선(2018),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대상(2019), 한탄강문학상 대상(2022), 평사리 문학대전 수필 부문 대상(2023),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시조 부문 당선(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금 시 부문 수혜(2023).
지은이 : 김영욱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 한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시산맥>에서 시로, 2023년 <시와산문>에서 수필로 등단하고 현재 시와 수필을 쓰면서 아동청소년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1회 직지신인문학상 당선(2018),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대상(2019), 한탄강문학상 대상(2022), 평사리 문학대전 수필 부문 대상(2023),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시조 부문 당선(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금 시 부문 수혜(2023).
목차
1부 나비는 어느 결엔가 꿈속으로
붉은점모시나비
나비뼈
플라타너스를 위한 변명
그리운 골목길
쇳내
눈물이 진주라면
학이 춤추는 동래
사두족 엄지 이야기
청자 상감매죽학문 매병
부르카와 마스크
2부 숨과 숨 사이에
파시를 찾아서
모포줄을 찾아서
포뢰를 위한 레퀴엠
피리 소리가 달빛을 감아올려
강철무지개가 걸린 가야금
애월 바다에 해월이 떠오르면
숨골
아버지와 해마
섬은 빈집, 할망바당에 무덤 하나가 떠다닌다
곱을락 숨바꼭질
숨과 숨 사이에 그 섬이 있다
맨드라미 데칼코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