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병고를 이겨낸 지극한 가족애
-황귀옥 시집 『연리지 되어』 시세계
이혜선
(시인·문학박사·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1. 고마운 가족, 고마운 사람들
황귀옥 시인의 첫 시집 『연리지 되어』는 제목 그대로 남편과 가족, 그리고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바치는 감사와 사랑의 헌시(獻詩)이다. 황귀옥 시인은 첫딸을 낳고 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27년간을 앓았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남편의 눈물겨운 간호와 노력, 자라나는 어린 딸의 도움, 그리고 주변의 여러 사람의 고마운 도움과 자신의 굳은 의지로 병을 이겨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거기 더하여 시인이 되어 그분들의 고마움을 시로 승화시켜 예술로 빛나게 하는 시집을 출간한다.
시인은 오랜 병고를 털고 일어나, 이제 자신 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며, 나라와 민족에 대한 의식을 노래하고 있어서 감동을 준다.
필자도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중에 그의 지난 사연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감동한 바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병충해를 이기지 못해
죽 한 숟가락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일으켜 세우고 눕혀
뿌리 줄기 잎사귀 다른 나무에 의탁해
숨을 쉬고 있었다
버릴 수도 없고
그 인연 어디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는지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기를 받아
이젠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 함께 느끼는
무지갯빛 연리지가 되어
함께 꽃잎을 열고 있다
- 「연리지 되어」 부분
예수님 당신
창밖은 무척이나 춥습니다
까치 한 마리 깍깍
어둠을 밀어냅니다
햇빛은 거실을 건너 안방까지 차지해
남편의 따뜻한 훈기로
피어납니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한 방울 두 방울
링거에 의지할 때
숨 헐떡거리는 나를
일어나게 한 사람
휠체어를 밀어주고
친정집에 갈 땐
등에 업고 올라갔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참 많이도 업혀 다녔습니다
그는 집이 넘어지지 않도록
벽돌을 차곡차곡 쌓았고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막아주었습니다
좋다고 하는 곳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남편은 성당 가면 예수님
교회 가면 목사님
절에 가면 스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속이 숯덩이가 되어도 누구한테
말하지 못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사람
세계에서조차도 단 한 사람이라고 했던 당신
살아보니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나뿐인 당신입니다
해는 짧고 밤은 깊은데
그 추웠던 밤도 당신이 있어
견뎌내었습니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살아갈 날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환한 등을 잡고
어두운 길을 밝히렵니다
냄비, 시 낭송하다
산중에 산을 찾아
강원도 인제에 여장 풀고
향긋한 양념 냄새에
군침을 돋게 한다
도마 위에 깍두기 썰어대는
소리에 귀를 열어본다
무 대파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얼마나 더 버무려야
집 한 채가 죽순처럼 솟을 것인지
하얀 연기 S자 오르다 사라지고
냄비 속 보글보글 세상 이야기
아, 냄비뚜껑은
달각달각 시 낭송을 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황귀옥
경남 하동 출생세종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2014 《서울문학》 등단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울문학회원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자민문학 회원한국문인협회 광진지부 시 부분 대상광진 여성 가족백일장 시 부분 장원전국 신사임당 백일장 격려상시집 『연리지 되어』
목차
3 시인의 말
1부 예수님 당신
10 예수님 당신
13 어머니의 오페라
14 한의사 장기영 원장님
16 봉사하는 시인
17 금비녀 할머니
18 작약꽃 마을
19 풍란
20 고사리의 하루
21 오빠의 뜰
22 솔뫼 성지
23 아버지의 거름
24 미소 짓는 길
25 무지개 여행
26 어머니의 사전
27 연리지 되어
28 곳간
29 고추 묘
30 갈매기 날갯짓
31 우레
32 목련꽃 어머니
2부 효녀 심청 딸
36 천사 대모
38 냄비, 시 낭송하다
39 집들이
40 아이러브 스쿨
41 축제
42 민들레
43 나비 자전거
44 온천장의 아침
45 호접란
46 효녀 심청 딸
48 휴양지에서
49 너와 나의 길
50 봉선화 마중
51 꽃길
52 송홧가루처럼
53 황금알
54 모나리자
55 진흙 속의 여인
56 수박
57 모깃불
3부 가정
60 가녀린 여인
62 탑 쌓는 날
64 사임당 어머니
65 보길도 갈매기
66 호미 어머니
68 풀피리 친구
69 횃불 기도
70 춤추는 오리
71 책 읽는 여자
72 가정
74 며느리
75 농익어 가는 날
76 수수, 벙글다
77 은행잎
78 대추, 훈장 받다
79 우편 한 통
80 불볕 어머니
82 단풍잎
83 김치의 노래
84 고향 집
4부 훈장 할아버지
88 수영장 소동
90 원반 던지는 사내
91 눈을 밟다
92 바이러스 탈출기
93 해빙
94 과녁판
95 눈 오는 날
96 휘파람새
97 화해
98 훌훌 깃을 털고
99 압력밥솥
100 어디서 무엇이 되어
101 겨울에 피는 꽃
102 뼈만 남은 여자
104 달리는 기차
105 은반 위의 백조
106 독도여
108 아버지의 풍경 소리
110 훈장 할아버지
112 바이올린 켜는 여자
113 해설_병고를 이겨낸 지극한 가족애_이혜선(시인·문학박사·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