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가히》는 훌륭한 작품의 생산을 최고의 가치로 친다. 이런 취지에서 제1회 가히문학상은 《가히》 2023년 창간호부터 2024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 시인에게 주어진다. 이를 위해서 《가히》는 그동안 매호 편집주간, 편집위원, 편집장으로 구성된 예심위원들이 ‘추천 후보작’들을 엄선 선발했고, 그 작품들에 관한 자세한 논평을 ‘가히문학상 추천 후보작 읽기’를 통해 지상 중계해 왔다.
그리하여 가히문학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현재 어떤 시인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하여 가히문학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론의 장 혹은 공론의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간 총 17명의 후보자가 거론되었고, 그중에서 5명의 시인이 최종심에 올랐다.
출판사 리뷰
제1회 《가히문학상》 발표
수상자 : 인은주 시조시인
수상작 : 「시샘의 뒷면」 외 4편
문학의전당과 계간 《가히》가 주관하는 제1회 《가히문학상》 수상자로 인은주 시조시인이 선정되었다. 《가히문학상》은 시와 시조, 문학평론 등 장르 구별 없이 문학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2023년 계간 《가히》 창간과 더불어 제정되었으며, 올해 제1회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상금 일천만 원. 시상식은 5월 25일 토요일, 단양 소노문리조트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 심사평
《가히》는 훌륭한 작품의 생산을 최고의 가치로 친다. 이런 취지에서 제1회 가히문학상은 《가히》 2023년 창간호부터 2024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 시인에게 주어진다. 이를 위해서 《가히》는 그동안 매호 편집주간, 편집위원, 편집장으로 구성된 예심위원들이 ‘추천 후보작’들을 엄선 선발했고, 그 작품들에 관한 자세한 논평을 ‘가히문학상 추천 후보작 읽기’를 통해 지상 중계해 왔다. 그리하여 가히문학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현재 어떤 시인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하여 가히문학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론의 장 혹은 공론의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간 총 17명의 후보자가 거론되었고, 그중에서 5명의 시인이 최종심에 올랐다.
제1회 가히문학상 수상자로 인은주 시인을 천거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시인은 진실해야 하며 그런 진정성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치열한 삶에 버금가는 새로운 표현의 창출에 성공해야 한다. 가령 아무리 난해하고 새로운 표현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내적 필연성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난해성만으로 진정성의 부재가 감추어지지 않는다. 또한 뻔하고 안이한 삶의 방식이 노출되는 작품에서 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예술은 어떤식으로든 이 세계와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제기의 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들로 종합했을 때, 우리는 인은주의 시에서 이런 가치들의 실현과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은주의 시들은 삶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것과 진실하게 맞짱 뜨면서 그런 콘텐츠를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시적 장치 찾기에 대한 성실한 노력과 능력을 보여준다.
■ 작품론
이 시대의 시조가 현대성을 어떻게 실어내느냐는 의심 섞인 기대를 독자는 의당 가질 만하다. 현대시조는 전언의 확장성을 꾀하기보다 삶의 구체성을 빚어내기 때문에 어떤 계몽의 내면을 지닌다면 그 미학이 상당 부분 훼손될 것이다. 제1회《가히문학상》수상자인 인은주의 시조는 계간 《가히》가 추구하는 현대시조의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는 데에 우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작품 내적으로도 아포리즘을 피워올리려는 시도보다는 삶의 구체성을 천착하면서 시인의리얼리티 감각을 견실하게 녹여낸다.
하여 인은주 시조는 한 소절의 언어를 얻기까지 삶을 치열하게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 온 것으로 읽힌다. 시인과 시적 화자를 일치시킨다면 어떤 착란이 생길 수도 있으나 여기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질 때 그의 시조는 훨씬 잘 읽힌다. 누구라도 삶을 함부로 허비하지는 않지만 그의 시가 남다른 것은 추억담이나 전통적인 완전미에서벗어나는 돌파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자전 요소를 지닌 시들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지고 그것이 성장통으로 나타날 때 시적 미감이 더욱 점증한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성장통을 고백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심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삶을 묘파한다.
아포리즘의 시는 의미 전달을 중시하는 만큼 이 시는 앞서 읽은 시와는 다른 반향을 지닌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삶의 속성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체득한 이 같은 아포리즘으로 시인은 삶의 지난함을 관조하기에 이른다. 시조가 가창 기능을 잃고 문자 예술이 된 이래 이 같은 관조와 의미화는 서정적 주체의 내면을 실어내는 주효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인은주 시조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심미안이 인간은 물론이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비인간 주체에게까지 가닿음으로써 현실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간과 비인간 주체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환기하고 있는 것이다.
■ 인은주 시인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2013년 《시조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 『미안한 연애』가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수상작
혼자서 색종이를 접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을 좋아하던 엄마가 미웠다
시샘은 발이 빨라서 따라갈 수 없었다
엄마를 접었는데 마귀할멈이 보였다
마음속 독사과가 고개를 쳐들었다
시샘은 천사의 날개를 잃어버린 아이였다
접혀진 색종이의 뒷면이 궁금했다
엄마의 뒷모습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표면은 거짓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
― 「시샘의 뒷면」 전문
심장이 나댈 때는 웃는 게 최선이었다
두 손을 나눠 가질 상황이 아니어서
모른 척 어깨너머로 곁눈질을 해야 했다
무서운 정신병동 실습을 다녀온 뒤
소녀는 빠르게 숙녀가 되어갔다
그렇게 근엄한 웃음을 배우게 되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면 뼈 이름을 외웠다
몇몇의 친구들은 최면에 시달렸고
가운을 뒤집어쓰고 우는 날이 많아졌다
뼈아픈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두 손이 모자라서 입까지 동원했다
백의의 천사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 「실습」 전문
베란다 난간 위에 겨울비가 앉는다
겨울비를 따라온 비둘기가 젖는다
쉼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젖는 것
한 호흡 들이쉬고 검은 눈알 치뜬다
뱉어야 할 울음이 숨을 턱턱 막는다
숨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삼키는 것
날개를 펼치지만 날개가 짐이 되는
난간 위의 비둘기는 난관 위의 비둘기
속박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
겨울비가 흩뿌려져 첫눈이 되는 동안
숨결은 흩뿌려져 울음이 되어간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속는 것
― 「난간 위의 비둘기」 전문
배가 막 들어온 이른 아침 부두에서
푸른 물결 뒤집어쓴 고등어를 보았다
무엇에 이끌린 듯이
그 푸름을 사버렸다
고등어 한 상자에 바다가 두 상자
청춘이 돌아온 듯 마음에 물이 올라
먼 바다 모험이 담긴
이야기도 데려왔다
투명한 비늘 하나 손등에서 반짝이고
새파란 비린내가 몸 안으로 사라졌다
세상의 모든 골목이
파도처럼 보였다
― 「고등어 한 상자」 전문
노인은 혼자서 오골계를 길렀다
닭장 앞 의자에서 한평생을 보냈다
무료한 닭의 시간을 돌이키고 있었다
백봉(白鳳)의 새였지만 길조(吉兆)는 없었다
흰빛과 검은빛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종국엔 검버섯들이 얼굴에 옮겨붙었다
뒷산에서 내려온 검고 푸른 꽃들이
맥없이 앉아 있다 저녁이면 올라갔다
한밤중 닭장의 세계엔 적막만이 감돌았다
노인의 난치병이 발작하는 새벽이면
일찍 잠 깬 오골계가 문 앞을 지켰다
무료한 노인의 생애를 돌이키고 있었다
― 「동거의 의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