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표제작 ‘낯선 여인의 키스’를 포함한 8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수많은 체호프의 명 단편 중 인간의 다양한 본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서려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여 수록했다.
체호프의 작품들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대체로 어리둥절한 감정을 경험한다. 작품 대부분이 명확한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들 또한 명확하게 정의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우리 삶의 사건들은 늘 올바름과 그릇됨, 만족과 후회, 아름다움과 찌질함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삶은 아름답고도 잔인한 동시에 별거 없을 수도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될 때, 체호프는 비로소 우리 마음속을 파고든다.
출판사 리뷰
하마구치 유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주인공 가후쿠는 본인이 적임자임에도 ‘바냐 아저씨’역을 사양한다. 왜 그 배역을 굳이 맡으려 하지 않는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체호프는 두려워. 그의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인간은 저마다 자신만의 체호프가 있다’는 러시아의 연출가 에프로스의 말처럼, 체호프의 작품에서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잘난 인간’이기 보다는 ‘못난 인간’에 가까운 체호프의 인물들은 우리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던 못난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문제들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도 함께 상기시키며.
이번 책 『낯선 여인의 키스』에는 표제작 ‘낯선 여인의 키스’를 포함한 8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수많은 체호프의 명 단편 중 인간의 다양한 본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서려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여 수록했다.
체호프의 작품들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대체로 어리둥절한 감정을 경험한다. 작품 대부분이 명확한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들 또한 명확하게 정의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우리 삶의 사건들은 늘 올바름과 그릇됨, 만족과 후회, 아름다움과 찌질함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삶은 아름답고도 잔인한 동시에 별거 없을 수도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될 때, 체호프는 비로소 우리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는 딸과 대화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는 중이지만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며 어쩌면 영원히 비밀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두 개의 삶을 살았다. 하나는 의지만 있다면 확인할 수도 있고 알 수도 있는 삶, 상대적 진실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 또 다른 삶은 비밀리에 흘러가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지만, 어쩌면 그에게 소중하고 흥미롭고 꼭 필요하며, 그가 진심으로 대하는 모든 것, 즉,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일어났다. 이를테면 은행일이나 클럽에서의 논쟁이나 ‘저급한 족속’이라든지, 아내와 함께 지인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가는 일 같은, 진실을 숨기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만든 거짓된 빈 껍데기 같은 것은 모두 표면으로 드러났다.?그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와 같은 삶을 살거라 치부하며, 눈으로 본 것을 믿지 않았다. 밤이 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듯이 인간은 누구나 진실된 인생, 가장 흥미로운 삶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은 비밀 덕분에 버틸 힘을 얻으며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교양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들의 사랑이 언제 끝날지 알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되리라 확신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 대한 안나 세르게예브나의 마음은 더 깊어졌고, 그녀는 그를 무척 사랑했으며,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끝날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말한다 해도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도 않았겠지만.
그는 그녀를 달래주고 농담도 할 요량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 순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벌써 흰 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토록 늙고 추하게 변한 자신이 문득 낯설었다. 그의 손아래 놓인 그녀의 어깨는 따뜻했고, 떨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삶, 아직도 이토록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그의 삶처럼 시들어 생기를 잃게 될 그녀의 삶이 측은해졌다. 그녀는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는 것일까? 그가 만난 여자들은 늘 그의 본 모습을 보지 않았고,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상 속에 등장시키며 살면서 그토록 간절히 만나길 원하던 사람으로 포장하여 사랑했다. 나중에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그랬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와 함께 해서 행복하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고 여러 여자들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었다. 수많은 감정을 느끼긴 했지만 그 안에 사랑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한 지금에 와서야 그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사실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니까!″
중위는 미안하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면서 속삭였다.
″정말이야, 나도 이해가 안 간다고! 나도 이렇게 끔찍한 여자는 난생처음이야! 예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은데, 그러니까 뻔뻔한 데다 특유의 냉소주의에 끌렸달까….″
″뻔뻔한데다 냉소적이라...참 정직하네! 뻔뻔함과 냉소주의가 그렇게 좋으면 더러운 돼지를 잡아다가 산 채로 잡아먹지 그랬냐? 돈이라도 적게 들었을 텐데, 2천 3백루블이라니!″
작가 소개
지은이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우크라이나 아조우해의 항구 도시 타간로그에서 태어나 엄격하고 종교적인 가풍 속에 성장했다.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아름다운 엘렌>을 관람하고 문학과 연극에 빠져들었다. 1876년 아버지의 파산으로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주한 가운데 홀로 타간로그에 남아 1879년 타간로그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같은 해 모스크바 의대에 진학했으며, 이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풍자와 유머가 담긴 이야기들을 잡지에 기고하며 ‘안토샤 체혼테’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환자 없는 의사’, ‘삼촌’, ‘내 형제의 형제’ 등 수십 개의 필명을 사용한 바 있다.1887년 작품집 <황혼>이 푸쉬킨 상을 받으며 러시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1888년 중편소설 <대초원>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열었다. 1890년 죄수 수용소가 있는 사할린섬을 방문하여 거의 1년간 체류한 경험이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잘 알려진 단편들인 <6호실>(1892), <대학생>(1894), <다락이 있는 집>(1896), <나의 삶>(1896), 희곡 <갈매기>(1896), <바냐 삼촌>(1896) 등이 그 후에 나온 작품들이다. 1898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건강이 나빠지자 1899년 크림반도의 얄타로 이주했다. 이 시기에 쓴 작품 중 대표적인 단편들로는 <귀여운 여인>(1899),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1899) 등이 있고 희곡은 <세 자매>(1900), <벚꽃 동산>(1903)이 있다. 1904년 지병인 폐결핵으로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숨을 거두었다.<사냥이 끝나고>는 1884년 8월부터 1885년 5월까지 신문 <노보스티 드냐>에 실렸던 연재소설이다.
목차
책 머리에
농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진창
귀여운 여인
검은 수사
낯선 여인의 키스
6호실
신부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