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하나는 포기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이다. 이 책은 수용자, 피의자, 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장애인, 트랜스젠더, 이주자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약자들이 참정권, 집회의 자유,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위해 법정의 안팎에서 뜨겁게 싸운 기록이다. 절망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처지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기록이다.
『낮은 자를 위한 지혜』의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은 모두 소송을 수임한 변호사와 사건에 관여한 인권활동가들이다. 사건의 법적 쟁점과 함께 건조한 판결문에는 담길 수 없는 소송의 배경, 사회적 의미, 공익소송 사건을 통해 일궈낸 변화를 소개했다. 또한 다른 공익소송 사건과의 연결 고리도 밝혀 판결 이후 남은 과제도 정리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짜 주인공이지만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사건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데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그늘진 곳에서 항상 약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어느 변호사의 올곧은 삶이 그 출발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평생을 인권변호사로 헌신하다가 2004년에 선종하신 故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들이 출연한 기부금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유현석 공익소송기금’을 조성했고, 그 기금이 밀알이 되어 책에 등장하는 공익소송들이 우리 사회에 잔잔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갖은 문제 중에는 이제 해결된 것도 있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이거나 미완으로 남은 것도 있다. 남은 과제는 독자들과 우리 사회의 몫일 것이다.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를 꿈꾸는 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국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를 꿈꾸며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법적 투쟁의 역사 속에서
다시 한번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묻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법은 때로 양가적 감정을 안겨 준다. 한편으로는 어렵고, 두렵고, 가능한 한 엮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피해를 입거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낄 때 맨 먼저 떠올리는 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의 차별과 편견, 불의, 불평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있는 수용자,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법에 의지해 자신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칫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법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인정받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공익소송은 단순한 법률적 쟁송이 아니라 어쩌면 그들이 “이름을 간직할 수 있는 힘”(본문 83쪽)을 키워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법적 논리를 넘어선 인간의 이야기
『낮은 자를 위한 지혜』는 법이 단순한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사회적 약자들이 법을 통해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과 그 의미를 담아낸다. 수형자의 참정권 보장, 장애인의 공정한 임용 기회, 노동자의 알 권리, 집회의 자유,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등 책에 실린 사건들은 한국 사회에서 첨예했던 인권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권리를 구제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의 계기를 만든 소송들이다.
또한 『낮은 자를 위한 지혜』는 단순히 법적 논리와 판결문을 나열하는 기록집이 아니다. 소송의 배경과 과정을 조명하며, 인간적인 갈등과 고민, 그리고 투쟁의 진정한 주인공인 사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용자,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 각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자 했고, 그들의 싸움은 다른 약자들에게 희망과 연대를 제공했다.
이 책은 공익소송에 참여한 변호사와 인권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록했다. 단순히 법률적 대리인의 역할을 넘어서, 그들은 사건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열어가고, 판결 이후에도 남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왜 지금, 이 책인가?
오늘날에도 인권 문제는 형태를 바꿔가며 우리 사회에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과거의 소송 기록들이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낮은 자를 위한 지혜』는 공익소송이 특정 시대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이 책에 기록된 사건들은 단지 법정에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책에서 다룬 공익소송들은 승패를 떠나 우리 사회가 “변화의 느린 속도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면 대체 뭐가 달라진 건지 싶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우리가 하는 노력만큼 세상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본문 325쪽) 과정에 있음을 일깨워 준다.
공익소송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 책은 사회적 정의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 특히 약자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변화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법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법과 제도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익소송을 준비하거나 법조계 진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실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낮은 자를 위한 지혜』는 법과 인권, 그리고 정의라는 단어가 단지 이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세상이 불완전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다시금 법과 정의를 꿈꾸게 하는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낮은 자를 위한 지혜』를 통해 공익소송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내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걸음을 내딛는 데 이 책이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수형자, 피의자, 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장애인, 트랜스젠더, 이주자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약자들이 참정권, 집회의 자유,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냈고, 법정의 안팎에서 뜨겁게 싸웠습니다. 이 책에 담긴 사건의 기록들 하나하나가 곧 한국 인권사의 뜻깊은 중요한 장면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_머리말
수용되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개인적・사회적 삶의 기본 조건이 유지되어야 건강한 사회복귀가 가능하고,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나아가 편지는 상대방이 있는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수용자가 주고받는 편지를 검열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수용자와 편지를 주고받는 일반 국민의 편지도 검열하는 결과가 된다. 즉 일반 국민의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까지도 아울러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_1장
“명백한 거짓 사실”이라는 추상적 규정과 그 법률에 근거한 발송 불허 조치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논리가 합쳐지면, 서신 내용에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거나 불편한 내용이 있을 때마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수용자들은 처우 또는 교정시설 운영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통신이 불허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검열을 하고, 아예 언급하지 않게 된다.
_1장
목차
머리말 006
故 유현석 변호사가 걸어온 발자취 008
1장 존엄을 향한 여정
수용자에 대한 편지 검열의 정당성을 따져 묻다
︳편지 검열 국가배상 청구 사건 / 송상교 013
진실 감별사를 자처한 교도소에 대한 책임은?
︳교도소 서신 발송 불허 국가배상 청구 사건 / 허윤정 033
21세기 서프러제트,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수형자 선거권 박탈 헌법소원 청구 사건 / 남승한 043
존엄한 인간으로서 국가의 책임을 묻다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헌법소원 청구 사건 / 서채완 055
누가 내 머리칼의 ‘단정함’을 정의하는가?
︳트랜스젠더 수용자 강제 이발 지시 불이행 징벌 사건 / 이소아 072
헌재 결정도 무시하던 경찰, 공익소송으로 바뀐 유치장 화장실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 국가배상 청구 사건 / 허윤정 085
브래지어가 자살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유치장 강제 속옷 탈의 국가배상 청구 사건 / 허윤정 096
삼성 반도체 공장의 위험을 공개하라
︳삼성전자 특별감독 보고서 정보공개 소송 사건 / 임자운 106
2장 자유를 향한 여정
국가안전기획부가 조작한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의 주범이 된 예비역 중령
︳조작 간첩단 재심 및 배상 청구 사건 / 강래혁 123
감옥 밖의 감옥에 맞서다
︳보안관찰법 폐지를 위한 투쟁 / 이상희 134
“내가 오빠 지켜줄게” 한마디로 드러난 한국의 관타나모
︳유가려 씨 인신구제 청구 사건 / 황필규 153
‘집회는 미리 신고해야 한다’라는 고정 관념에 맞서다
︳집회 사전신고제 헌법소원 청구 사건 / 김현성 170
“왜 제가 이 법정에 서야 합니까?”
︳용산 참사 책임자 김석기 낙선운동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사건 / 이원호 188
“최소한의 위치추적만” 헌재의 결정, 국회의 아쉬운 응답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헌법소원 청구 사건 / 장여경 206
경찰이 가족의 병원 정보까지 다 가져갔다
︳노동자 건강보험 정보의 경찰 제공 헌법소원 청구 사건 / 장여경 221
3장 평등을 향한 여정
공시 면접 탈락한 청각장애인, 벽을 넘다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사건 / 최현정 239
닫힌 법정을 넘어, 변화의 씨앗이 되다
︳성기 성형 없는 트랜스젠더 여성 성별 정정 사건 / 류민희 263
건강하지 못한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 모두의 노동 안전을 증진한다
︳HIV 감염 구급대원 의원면직 무효 소송 사건 / 소리 280
우리 모두를 옥죄고 있는 ‘품행 단정’이라는 기준
︳소설 ‘나마스테’ 실제 주인공 귀화불허처분 취소 사건 / 최정규 295
양심의 자유는 양심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건의 첫 무죄 선고와 남은 과제 / 이용석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