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이종길 시인은 시집 『터닝 포인트』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에는 「터닝 포인트(turnning point)」 외 시 51편, 2부_에는 「정의(justice)」 외 시 51편, 3부에는 「영원한 바램」 외 시 51편, 4부에는 「유년 해수욕」 외 시 23편 등 총 시 180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시집 해설’에는 임창연 문학평론가의 ‘비워진 존재를 다시 쓰게 하는 정의’라는 해설이 각각 실려있다.
출판사 리뷰
『터닝 포인트』라는 제목은 한 편의 시에서 비롯된 단일한 상징이 아니라,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삶은 언제 방향을 바꾸는가?” 이 질문은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개인적이다. 시인은 삶의 방향이 거대한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한 표정 변화, 오래된 군고구마 냄새, 말 한마디의 톤, 구름의 흐름, 빛의 움직임, 누군가의 숨결 같은 작은 감각들이 우리의 삶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이 점차 생의 방향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즉, 이 시집은 거대한 서사보다 작은 순간들의 진동을 신뢰하는 시집이다.
1부에서 시인은 삶의 정조를 이루는 정서적 기반—사랑, 배려, 기억, 향수, 일상의 온기—를 통해 인간이 흔들릴 때의 감정 구조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사랑의 본질을 묻는 시부터, 잊고 살았던 감정의 층위를 되짚는 시까지, 1부는 ‘정서의 기원’을 탐구한다.
2부에서는 삶의 규범, 도덕, 이념, 구조, 사회적 압력, 정의와 불의의 양가성 같은 ‘생활의 윤리’를 다룬다. 이 부는 감정으로 시작된 시적 세계가 어떻게 사회적 층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인간 내면의 그늘, 허영, 욕망, 나약함, 위선, 추락의 순간, 회복의 불가능성과 가능성 같은 더 깊은 심연으로 내려간다. 가장 인간적인 결함, 가장 직설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이며, 시인은 판단을 미루고 인간의 복합성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4부는 다시 기억의 세계로 돌아간다. 부산에서의 유년, 미제의 초콜릿 냄새, 해수욕장의 빛, 어머니의 손, 여름의 아이스케키와 같은 구체적이고 선명한 장면들이 등장하며, 시인은 시집 마지막에서 결국 자신의 출발점으로 회귀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들이 결국 ‘유년의 기억’이라는 심층적 토양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시집이다.
[시집 해설]
비워진 존재를 다시 쓰게 하는 정의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서론 - 삶의 전환점들은 언제나 사소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종길의 시집 『터닝 포인트』는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무엇을 통해 방향을 틀며, 어떤 감정과 사유의 결이 존재를 다시 세우는지를 탐색하는 방대한 서사적 시집이다. 1부 53편, 2부 53편, 3부 53편, 4부 24편, 총 180편의 시적 기록은 단순한 감정의 단면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정신적 지도, 기억의 지층, 감정의 구조, 그리고 존재의 변곡점을 차분히 펼쳐 보이는 거대한 아카이브에 가깝다.
『터닝 포인트』라는 제목은 한 편의 시에서 비롯된 단일한 상징이 아니라,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삶은 언제 방향을 바꾸는가?” 이 질문은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개인적이다. 시인은 삶의 방향이 거대한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한 표정 변화, 오래된 군고구마 냄새, 말 한마디의 톤, 구름의 흐름, 빛의 움직임, 누군가의 숨결 같은 작은 감각들이 우리의 삶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이 점차 생의 방향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즉, 이 시집은 거대한 서사보다 작은 순간들의 진동을 신뢰하는 시집이다.
1부에서 시인은 삶의 정조를 이루는 정서적 기반—사랑, 배려, 기억, 향수, 일상의 온기—를 통해 인간이 흔들릴 때의 감정 구조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사랑의 본질을 묻는 시부터, 잊고 살았던 감정의 층위를 되짚는 시까지, 1부는 ‘정서의 기원’을 탐구한다.
2부에서는 삶의 규범, 도덕, 이념, 구조, 사회적 압력, 정의와 불의의 양가성 같은 ‘생활의 윤리’를 다룬다. 이 부는 감정으로 시작된 시적 세계가 어떻게 사회적 층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인간 내면의 그늘, 허영, 욕망, 나약함, 위선, 추락의 순간, 회복의 불가능성과 가능성 같은 더 깊은 심연으로 내려간다. 가장 인간적인 결함, 가장 직설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이며, 시인은 판단을 미루고 인간의 복합성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4부는 다시 기억의 세계로 돌아간다. 부산에서의 유년, 미제의 초콜릿 냄새, 해수욕장의 빛, 어머니의 손, 여름의 아이스케키와 같은 구체적이고 선명한 장면들이 등장하며, 시인은 시집 마지막에서 결국 자신의 출발점으로 회귀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들이 결국 ‘유년의 기억’이라는 심층적 토양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회귀이다.
결국 이 시집에서 ‘터닝 포인트’란 어떤 극적인 사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사물이 오래된 기억을 깨울 때,
어떤 말 한 줄이 마음의 균열을 드러낼 때,
어떤 악의 충돌 앞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때,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 문득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이 시집은 이러한 사소한 진동—흔히 놓쳐버리는 일상의 파동—이 인간 존재의 전환점을 만든다는 사실을 거듭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통과한 언어를 고백처럼 펼쳐 놓지만, 독자는 그것을 읽으며 결국 자신의 삶에 있었던 수많은 터닝 포인트를 떠올리게 된다. 시집의 힘은 바로 그 ‘공명’에 있다. 시인은 모든 시를 통해 “당신의 삶도 어느 순간 이미 바뀌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문학적 관점에서 『터닝 포인트』는 개인 서사의 집적이면서 동시에 ‘삶의 사유 체계’를 구축한 시집이다. 그 안에 등장하는 사물·사람·기억·시간은 단순한 소재적 장식이 아니라, 삶 자체의 형식을 구성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시인은 이 장치들을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독자를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도록 이끄는 시적 설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터닝 포인트』는 한 시인의 자전적 기록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있었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전환점의 정서를 탐구한 보편적 문학작품이다. 삶을 돌아보는 모든 독자에게 이 시집은 한 권의 지도이자 거울이며,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는 조용한 신호탄이 된다.
『터닝 포인트』는 한 인간의 생을 일정한 항로로 파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집은 삶이란 끊임없이 균열되고 수정되는 항로이며, 방향을 돌리는 일은 우리 내면의 아주 작은 진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응시한다. 시인은 그 진동을 ‘사건’이나 ‘계기’가 아니라, 언어의 결을 통해 발생하는 인식의 움직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 시집의 전편(1부~3부 52편씩, 그리고 마지막 4부 24편)은 구조적으로도 마치 거대한 나선형을 이루며, 독자를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끌되 언제나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경로를 취한다.
특히 1부에서 다루는 ‘자기 내부의 균열’은 감정의 작은 흔들림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결국 인생의 축을 서서히 틀어놓는 원심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그 미세한 흔들림을 ‘사소한 사건’이 아니라, 존재의 지반을 재구성하는 첫 징후로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의 문장은 내면 깊숙한 어둠의 결을 더듬으며, 우리가 잊어버리고 지나온 선택의 파편들을 다시 호출한다.
2부와 3부로 넘어가면 시인은 세계를 향해 방향을 돌린다. 그는 안으로만 굽어 있던 시선이 바깥 풍경과 사회적 현실과 타인의 얼굴을 향해 다가서는 순간을 기록한다. 이때 ‘터닝 포인트’는 개인적 변곡점에서 관계와 사회의 좌표로 확장된 전환의 장면으로 읽힌다. 고독의 심도가 깊어질수록 그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오래 듣고, 더 날카롭게 의심하며, 동시에 더 부드럽게 품는다. 이 단계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과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재빠르게 굽히거나 세우며, 존재의 온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배운다. 그 미세한 감각 조정이 바로 이 시집의 핵심 미학이다.
마지막으로 4부의 24편은, 이전의 모든 방향 전환이 축적되어 ‘어떤 결심’ 혹은 ‘다른 형태의 순종’으로 모이는 자리이다. 이는 굳건한 선언이 아니라, 시간이 다져놓은 문장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한 줄기 빛에 가깝다. 시인은 자신이 흘러온 길, 되돌아간 길, 다시 틀어온 길을 모두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침내 변화란 외부에서 주어진 사건이 아니라 ‘자기를 다시 말하는 일’임을 고백한다. 그래서 『터닝 포인트』의 마지막은 폭발이 아니라 고요이며, 격렬한 회오리가 아니라 가만히 결을 바꾸는 듯한 문장의 숨결이다.
이 시집은 인생의 전환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환은 늘 우리 곁에서, 물컵이 기울어지는 찰나, 길가의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 오래된 기억의 문장 하나가 내 안에서 다시 깨어나는 순간에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터닝 포인트』는 그 보이지 않는 찰나의 깊이를 포착하려는 한 시인의 극도로 정교한 기록이며, 독자의 삶 또한 언제든 미세한 흔들림 하나로 새 길을 향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제1부 해설 — “삶이 굽어지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서사”
『터닝 포인트』의 제1부는 일상의 가장 사소한 장면에서 ‘변화의 문턱’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변화는 거창한 전환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는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니체가 말한 “가벼움 속에 숨어 있는 가장 무거운 것”(『즐거운 학문』, 1882)은 제1부에서 특히 유효하다. 일상의 아주 작은 정념이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감각은 무엇보다 사랑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사랑을 감정적 충동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일종의 영적 인식으로 다룬다. 그 대표적 예가 「변하지 않을 사랑」이다.
사랑에는 우연이 있을까?
존재를 아끼고 온 영혼과 힘을 다하는 사랑
조금의 위선도 없이 마음을 주고받는 정성은
나이를 초월하고 정신을 뛰어넘는 우연의 사랑
색갈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
초록, 노랑, 분홍… 빨주노초파남보
표정이 있다면 어떤 표정일까?
미소짓는, 윙크하는, 천사의 모습
사랑은 모든 것을 녹이는 힘이있다
미움, 배반, 증오, 이별, 질투
모두에게 따뜻한 천사가 된다
배려, 용서, 도움, 관대, 이해를 하는
그렇게 핀 사랑은 변하지 않고
세상에는 온통 사랑이 가득하고 넘치는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렌과 닉키는 그런 사랑을 기다린다
육체가 아닌 감정과 정신을 사랑하며
아우르고 변하지 않을 신(神)과 같은 사랑을
- 「변하지 않을 사랑」 전문
이 시에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물을 환히 비추는 조명처럼 작동한다. 사랑의 색채와 표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심리적 파동이다. 그 변화 속에서 오히려 사랑은 ‘불변성’을 획득한다는 역설은 플라톤이 말한 “정서의 혼란을 통해 영원한 형상을 향한 욕구가 일어난다”(『향연』)는 명제를 상기시킨다.
사랑의 궁극은 육체를 넘어선 정신의 지속성에 있다. 이는 제1부 전체에 흐르는 정조를 상징한다. 즉, 변화는 결국 본질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이 흔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시의 핵심은 사랑을 ‘변화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색채와 표정의 비유는 사랑의 불안과 다층성을 드러내며, 변화의 과정조차 사랑의 본질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이 시는 제1부 전체의 정조—즉, 삶의 변모는 결국 존재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자각—을 가장 정제된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삶을 굽는다
모락모락 솔솔
회색빛 연기를 피워내
구수한 겨울 가루를 묻힌다
찔끔거리는 눈물
울퉁불퉁 못생긴 것도
주먹 닮은 투박한
애환 덩어리까지
불꽃 속에서 녹아내리게 한다
두툼한 이불 속
따뜻한 아랫목에서
배 깔고 만화 책보며
추억을 먹었던 아련한 향수
며칠 전 산 고구마
식구들 하나씩 먹고
세 개 남은 것들
며칠 동안 식탁 위에서
굳어가는 외면
이지매(いじめ)당한 문명에
푸른곰팡이들이 모여들어
삶을 야금거리며 회포를 나눈다
- 「군고구마」 전문
「군고구마」는 시인이 일상의 한 장면을 통해 기억·시간·사회적 고독이 교차하는 정서를 드러낸 작품이다. 유년의 따뜻함은 현재의 소외와 대비되며, 굳어가는 고구마는 방치된 인간관계의 표상으로 확장된다. 마지막 연의 ‘이지매당한 문명’은 개인적 추억의 시가 사회적 윤리 비판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형성한다.
바르트가 말한 “사소한 사물에도 의미의 층위가 무한히 중첩된다”(『밝은 방』)는 명제는 이 시를 정확히 설명한다. 군고구마는 더 이상 음식이 아니라, 기억의 매개이자 공동체적 상처의 은유가 된다.
이 시는 사물에 대한 세밀한 감각을 통해 인간의 정동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군고구마가 굽히는 동안 사라지는 눈물과 애환은 삶의 불순물들이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과정이자 ‘내면의 정화’이다. 마지막 연에서 기억의 따뜻함은 문명의 냉혹함과 충돌하며, 시는 단번에 서정에서 사회비판적 성찰로 전환한다. 제1부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이 사소한 순간의 뒤바뀜에서 발생한다.
일상의 평범한 풍경 속에서 ‘삶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을 포착하는 감각의 서사로 이루어진다. 시들은 모두 사소한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감정은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전환의 힘으로 확장된다. 예컨대 「변하지 않을 사랑」에서 사랑은 우연처럼 오지만 결국 마음의 물성을 바꾸는 필연적 에너지로 그려진다. “사랑은 모든 것을 녹이는 힘이 있다”는 구절은 사랑이 감정의 영역을 넘어 윤리적 변형까지 이끌어낸다는 점을 암시하며,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를 향한 무한책임”을 연상시킨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방식이다.
또 다른 시 「군고구마」는 삶의 기억을 굽는 시간의 은유를 통해 존재의 온도를 드러낸다. 뜨거운 불에서 익어가는 고구마는 곧 우리의 삶이며, “울퉁불퉁 못생긴 것도 애환 덩어리까지 불꽃 속에서 녹아내리게 한다”는 구절은 불완전한 인간 존재가 고통의 통과 의례를 통해 자기 형상을 얻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경험의 심연에서 되찾은 자아의 잔향”처럼, 삶의 굽힘은 곧 성숙의 기울기다.
제1부의 시들은 모두 일상의 감정과 사물, 기억의 파편에서 출발하지만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인은 작은 흔들림이 존재의 방향을 바꾸는 ‘회전축’이 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조명한다. 사랑, 기다림, 위선, 나눔, 향수, 욕망, 소박한 일상의 표정들은 단지 감정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다시 태어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마치 바슐라르가 말한 “사물은 상상력을 깨우는 첫 번째 불씨”라는 명제가 이 시편 전체를 관통하는 듯하다.
따라서 제1부는 시집 전체의 서두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사유의 기반이다. 시인의 시들은 삶의 가장 작은 감각이 어떻게 큰 전환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며, 이후 2부·3부·4부에서 이어질 사회적·존재론적 사유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 작은 감정 하나, 사소한 사물 하나조차도 변화를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일상의 표면 아래에서 조용히 삶의 도약을 준비시키는 공간이 된다.
결국 제1부는 “작은 감각이 큰 전환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이 시집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를 세우는 토대가 된다.
제2부 해설 ― 정의(justice)의 감각과 존재의 무게
제2부는 『터닝 포인트』에서 가장 사회적 감각이 두드러지는 장이다. 시인은 일상의 균열, 인간관계의 비틀림, 역할의 소진, 버려짐의 감정 속에서 ‘정의(justice)’를 단순한 윤리의 잣대가 아니라 삶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감각으로 읽어낸다. 아래의 두 시는 제2부의 전체적 사유를 대표한다.
쓸모 있을 때만 가까이 두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 있다
세상은 공평한 것 같아도
공평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버려지는 자의 침묵은 길고
버리는 자의 말은 짧다
필요할 때만 손을 내밀고
필요 없을 때는 등을 돌리는
이 오래된 세상의 법칙을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 「토사구팽」 전문
「토사구팽」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구조에 숨어 있는 ‘이용과 폐기’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역사적 사자성어를 오늘의 관계망으로 끌어오면서,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잔혹한 논리를 폭로한다. 특히 “버려지는 자의 침묵은 길고 / 버리는 자의 말은 짧다”는 구절은 권력의 비대칭을 압축하며, 존재의 무게가 어떻게 차별적으로 배분되는지를 드러낸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은 특별한 의도가 아니라 무심함에서 비롯된다”는 명제가 이 시에 정확히 대응한다. 정의란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타인을 도구로 취급하는 태도를 멈추는 데서 시작된다. 시인은 그 윤리적 출발점을 가장 일상의 언어로 명료하게 제시한다.
가득 찼을 때는
들썩이던 마음도
비워지니 바람만 드나든다
버려진 구석에서도
또 하나의 쓰임을 기다리는
빈병 인생이 서 있다
깨지지 않으려고
제 몸을 낮추며
조용히 쉼표를 찍는다
가벼운 존재이지만
비워진 만큼
더 멀리 굴러갈 수 있다
- 「빈병 인생」 전문
「빈병 인생」은 존재의 가벼움과 존엄을 동시에 말하는 시다. 시인은 ‘빈병’을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비워짐과 기다림을 통해 다시 쓰임을 얻는 존재의 형식으로 해석한다. 이때 비워짐은 결핍이 아니라 새 가능성의 공간이며, “비워진 만큼 / 더 멀리 굴러갈 수 있다”는 표현은 인간의 회복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들뢰즈의 말처럼 “되기(becoming)는 비어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야스퍼스 또한 “존재는 초월을 향한 여백을 통해 열린다”고 말했는데, 시인의 빈병은 그 여백의 상징이다. 정의란 결국, 가벼운 존재에게도 쓰임과 의미를 돌려주는 감각이며, 이 시는 그 감각의 온도를 가장 따뜻한 언어로 보여준다.
제2부의 시편들은 모두 인간관계의 갈등, 기대와 실망, 역할의 소진, 존재의 주변부성 같은 삶의 질감 속에서 정의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시인은 거대담론을 말하지 않지만, 사소한 관계의 틈에서 정의의 본질을 더 정확히 포착한다.
정의란 세상을 평평하게 만드는 이상적 장치가 아니라, 약한 자에게 돌아가는 최소한의 존엄, 버려진 존재에게 필요한 마지막 시선, 비워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따라서 제2부는 『터닝 포인트』에서 가장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사유의 층위를 담당하며, 3부의 허영·자기 인식·감정의 왜곡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다리를 만든다.
제3부 해설 — 인간의 민낯과 욕망의 그림자
겉모습만 매만지고
속은 텅 비어가는 사람들
빛나는 것만 쫓다 보면
빛의 그림자를 잃는다
모양을 닮아가면서
마음을 잃어버린 얼굴들
기계처럼 웃는 동안
영혼의 문은 닫혀 있었다
- 「로봇 같은 외모 지상주의」 전문
이 시는 외모가 신앙처럼 숭배되는 시대의 슬픈 초상을 정밀하게 포착한다. “겉모습만 매만지고 / 속은 텅 비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첫 연에서 이미 인간의 내적 결핍이 외양의 화려함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빛의 그림자를 잃는다”는 표현은, 반짝임만 추종하는 사회가 결국 인간 본래의 어두움·깊이·고유성 같은 ‘그림자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비평적 통찰을 담고 있다. 이어지는 연에서 “기계처럼 웃는 동안 / 영혼의 문은 닫혀 있었다”는 구절은, 진짜 감정이 사라지고 표정만 남은 인간의 상태를 ‘기계’라는 비유로 날카롭게 폭로한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의 시대’, 즉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시대의 병리와 정확히 맞물린다. 결국 이 시는 외모 지상주의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사유하고 감각하고 사랑하는 능력을 축소시키는 폭력적 구조임을 증언한다. 외적 미가 과잉될수록 내적 미는 말라가고, 인간은 더 정교한 외피를 쓴 인형처럼 서로를 소비할 뿐이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사람이 술을 마시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술이 사람을 흔든다
기쁨도 슬픔도
술잔에 넣어 흔들어 마시다 보면
결국 삼켜지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 「술이 사람을 먹을 때」 전문
시는 중독의 메커니즘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인간 존재의 균열이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뼈아프게 드러낸다. 첫 연의 “한 잔이 두 잔 되고 / 두 잔이 세 잔이 되고”는 단순한 수량의 증가가 아니라, 통제력이 천천히 무너져가는 과정의 리듬을 그대로 옮겨놓은 문장이다. 인간이 술을 마신다고 믿는 순간은 짧고, 곧 술이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잡아 흔드는 역전의 순간이 찾아온다. 두 번째 연의 “기쁨도 슬픔도 / 술잔에 넣어 흔들어 마시다 보면”은 술이 감정을 조절하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을 왜곡시키는 매개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삼켜지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결말은, 중독의 실체가 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의 붕괴’임을 선언하는 문장이다. 철학자 바타유가 말한 “욕망은 언제나 자기 파괴를 동반한다”는 명제가 이 시 전체를 관통한다. 술은 도피의 은신처가 아니라, 내면의 어둠을 증폭시키는 거울이며, 인간의 비극은 술이 아닌 자신의 취약한 균형에서 비롯된다. 이 시는 중독이 타락의 문제가 아니라, 외로움·공허·슬픔 같은 깊은 감정의 울음을 포착하지 못한 사회적 고립의 문제임을 함께 암시한다.
제3부는 외모, 욕망, 중독, 공허, 매혹과 상처 등 인간의 ‘약한 부분’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장이다. 시인은 인간을 비난하는 대신, 인간이 스스로의 선택을 감당하지 못하고 흔들릴 때 나타나는 그림자를 기록한다. 외모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성은 기계적 표정으로 대체되고, 중독의 세계에서는 감정의 균형이 술에게 잠식된다. 이 두 시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사실은 하나의 구조를 공유한다. 과잉된 욕망이 자아를 약화시키고, 허영이 인간을 공허하게 만들며,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을 상실한다는 구조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인간은 존재하는 법을 잊고, 소유의 상태에 갇힌다”는 명제는 이 부 전체를 가로지르는 핵심 진단이다. 제3부는 바로 그 ‘소유의 감옥’을 해체하며, 인간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제4부 해설 — 회귀하는 사랑, 마지막 심연의 인간학
『터닝 포인트』의 제4부는 시집 전체의 사유와 정서를 수렴하는 마지막 장이다. 앞선 부들이 감정의 기원, 정의의 감각, 인간 욕망의 그림자를 통과해왔다면, 이 마지막 장에서 시인은 다시 가장 근원적인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어머니의 손이며, 동시에 가면을 벗은 인간의 얼굴이다. 제4부는 인간이 끝내 무엇으로 회귀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벗어야 비로소 인간다워지는가를 묻는 심층적 인간학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제4부의 두 편의 시, 「잔상(殘像)」과 「가면(假面)」은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 시처럼 보인다. 하나는 사랑과 기억의 서정이고, 다른 하나는 위선과 폭력을 고발하는 윤리적 시선이다. 그러나 이 두 시는 제4부에서 하나의 축으로 만난다. 사랑의 손을 기억하는 시선과, 거짓의 얼굴을 벗기려는 시선은 결국 동일한 윤리적 중심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최소한의 존엄과 진실에 대한 믿음이다.
「잔상(殘像)」은 제4부의 정서적 핵심을 이루는 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손’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랑, 순종과 헌신,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형상을 불러낸다.
내 손 내밀어
또 다른 한 손을 잡아본다
가려린 손등과 가지런한 가락들을
한 손으로 쓰다듬어 보니, 따뜻하다
평생을 남을 위한 삶을 위하여
일거수일투족 바라보며 기다리시며
함께하면서 스친 시간의 흔적이
울퉁불퉁 울컥울컥 배어 나온다
유독 아이처럼 희고 얍실한 손이지만
사랑스럽고 힘있게 느껴지던 것은
질의 높고 낮은 삶의 부조화 속에서도
지체를 따라오며 순종만 하셨던 노모
나의 거북 등 같은 거친 손으로
촉감 좋고 부드러운 팔순 노모의 손을
잡았던 변할지 않을 어머니의 자리매김
말없이 눈으로 말하였던 그 시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끝자락
몇 해 전 요양원에서 86세로 작고하신
인자하셨던 노모의 잔상(殘像)
- 「잔상(殘像)」 전문
여기서 손은 단순한 신체 부위가 아니다. 손은 삶의 시간을 고스란히 저장한 기억의 매개이며, 관계의 물리적 증거다. 손을 ‘쓰다듬는다’는 행위는 감각을 통한 회상의 방식이며, 언어 이전의 사랑을 호출하는 제스처다. 메를로퐁티가 말한 것처럼, “몸은 세계를 이해하는 최초의 언어”이며, 이 시에서 손은 말보다 먼저 존재를 증언한다.
시인은 노모의 손을 “아이처럼 희고 얍실한 손”이라 표현하면서도, 그 손에 스며든 삶의 무게를 놓치지 않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며 “순종만 하셨던 노모”의 손은, 개인의 욕망을 앞세우지 않았던 한 세대의 윤리적 형상이다. 이 손은 말없이 세계를 견뎌온 존재의 증거이며, 그 울퉁불퉁한 시간의 흔적은 시인의 “거북 등 같은 거친 손”과 대비되며 세대 간 삶의 태도를 교차시킨다.
말없이 눈으로 말하였던 그 시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끝자락
- 「잔상(殘像)」 부분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없음’이다. 사랑은 설명되지 않고, 헌신은 주장되지 않는다.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의 얼굴은 침묵 속에서 윤리를 요청한다”는 명제가 이 장면에 정확히 포개진다. 노모의 손은 요구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시인에게 윤리적 책임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 시의 마지막, “노모의 잔상”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윤리적 질문으로 남는다.
「가면(假面)」은 제4부의 또 다른 축으로, 인간 사회의 위선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는 관습적 언어를 의심하며, 지성과 도덕을 가장한 폭력의 구조를 해체한다.
인간은 뛰어난 두뇌와 손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동물을 지배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을 쓴다.
오만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거짓된 선을 행하면서
누군가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 거느리기를 좋아한다
겉으로만 자신을 뛰어난 사람으로 색칠하여 만들고
본심을 숨기고 선하며 교양있는 지식층으로 둔갑한다
선으로 자신을 가리고 뒤로는 생각도 예측도 못할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서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기술
우아한 척, 선하고 부드러운 언어, 곱게 꾸민 외모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 사람 좋은 척 ‘내로남불’
존경받으며 허세와 허위에 자신을 스스로 높이며
‘위선도 선’이라는 합리화로 남에게 타격을 가한다
위선의 수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진정으로 선을
행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를
건드리지 마라. 선의 순수를 왜곡시켜 추락하는
위선의 가면 놀이도 이제 그만하였으면 좋겠다
날카로운 이빨 가진 위협적이고 힘 있는 동물도
위선은 할 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줄만 안다
다행히 선(善)을 행하는 이들이 많아 세상은 돈다
날개없이 오른 위선은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요, 호박에 줄 그어도 호박인데
행주인 척, 수박 가면을 써도 진실은 이길 수 없는 것
지킬박사 위선의 양면을 읽고도 흉내 내는 위선의 가면
- 「가면(假面)」 전문
이 시가 겨냥하는 대상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위선을 구조화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선과 교양, 지식은 윤리의 이름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지배하고 배제하는 도구가 된다. 시인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가면’의 이미지는, 어빙 고프먼이 말한 ‘사회적 연극’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역할을 수행하며, 그 역할이 진실을 압도하는 순간 위선은 구조화된다.
특히 “내로남불”이라는 일상적 언어의 차용은, 위선이 더 이상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생활의 규범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선을 가장한 폭력, 도덕을 앞세운 공격, 존경을 무기로 삼은 허위는 이 시에서 하나의 연쇄 구조로 제시된다.
위선도 선이라는 합리화로 남에게 타격을 가한다
이 구절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위선은 극단적인 악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화와 언어의 세련됨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시인은 이 위선을 동물과 대비시킨다. “배고프면 먹을 줄만 아는” 동물은 위선을 모른다. 위선은 오직 인간만이 만들어낸 고도의 윤리적 기만이다.
시의 마지막에서 “날개 없이 오른 위선은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선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이는 윤리가 회복될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며, 제4부가 완전한 절망으로 기울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잔상」과 「가면」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제4부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하나는 사랑의 기억을 통해 인간을 붙드는 시이고, 다른 하나는 위선의 구조를 벗기며 인간을 바로 세우려는 시다. 이 둘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르틴 부버의 말처럼, 인간은 ‘나-너’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 된다. 어머니의 손을 기억하는 일은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며, 위선의 가면을 벗기는 일 또한 타자를 도구로 삼지 않겠다는 윤리적 선언이다. 제4부는 이 두 방향을 동시에 붙들며, 『터닝 포인트』의 사유를 가장 깊은 자리에서 마무리한다.
결국 제4부는 절망 이후의 세계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절망을 통과한 이후에도 남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사랑의 손이며, 진실한 얼굴이다. 이로써 시집은 인간의 추락을 끝으로 삼지 않고, 회복의 가능성을 조용히 남겨둔다. 바로 이 지점에서 『터닝 포인트』는 한 시인의 개인적 기록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시집으로 완성된다.
결론 — 인간이 인간에게 도착하는 순간
시집 『터닝 포인트』는 한 개인의 일생을 관통하는 감정의 강을 따라 흐르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인간이 인간에게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천천히 증명해 보인다. 이 시집의 모든 시적 사건들—어린 시절의 상처, 가난과 낙인, 욕망과 실패, 중독과 방황, 가족의 붕괴, 사회적 좌절, 자존감의 흔들림—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가?”
1부에서 발견된 것은 인간이 일상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뜨거운 감정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위들—기다림, 나눔, 마음의 움직임—이 삶의 경로를 바꾸는 내적 경험, 즉 ‘터닝 포인트’가 된다. 2부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면서 겪는 충돌, 부정의, 관계의 비대칭을 기록하며, 정의와 윤리의 본래적 의미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를 묻는다. 3부는 인간 욕망의 맨 얼굴—허영, 본능, 무지, 퇴행—을 직시하게 하며, 삶이 순수한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4부는 상흔으로 갈라졌던 자리가 다시 봉합되듯, 사랑·기억·회귀가 인간을 치유하는 힘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시집이 특별한 이유는, ‘경구’나 ‘도덕’으로 결론을 닫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장면들을 통해 윤리적 통찰을 생성한다는 점이다. 고구마를 굽는 냄새, 오래된 아랫목의 온기, 어머니의 손등, 아이의 유년, 버스터미널의 곰팡내, 붕어빵의 달콤함, 스마트폰의 화면, 아버지의 침묵—모든 사물은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발터 베냐민이 말했듯, “사소한 장면에서 세계의 구조가 드러난다.” 이종길 시인은 거창한 언어 대신, 살아 있는 물건들을 통해 인간의 근원을 말한다.
또한 이 시집은, 인간 존재의 깊은 층위에서 발현되는 ‘도덕적 감정’의 회복을 보여준다. 사랑은 억지로 도덕을 실천하는 행위가 아니라, 타자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윤리의 원천이라고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말했다. 『터닝 포인트』의 마지막 장면들은 바로 그 지점을 향한다. 고된 삶 속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위로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기억하며, 미약한 선을 선택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집이 말하는 ‘터닝 포인트’, 즉 삶의 근본 전환의 자리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상처를 통해 성장하며, 사랑을 통해 구원된다.”
이 단순하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진실을, 이종길 시인은 누구보다 투명한 문장으로 드러낸다. 독자는 이 시집을 덮고 난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묻게 될 것이다.
나의 터닝 포인트는 어디였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바로, 시집 『터닝 포인트』가 독자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선물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종길
약 력1953년 부산 출생 한국 방송통신대학(국어국문학과)월간 《시사문단》 시(詩) 부문 등단《문학사랑》 소설(小說) 부문 등단한국 시사랑 문인협회 회원한국 시사랑 문인협회 서울·경기지부장 역임천상병문학제 <귀천문학상> 수상서울 지하철공사 독서문학회장 역임마산문인협회 회원경 력서울 지하철공사(現 서울 교통공사) 30년 근무 퇴임건축기사 자격(1급), 건축시공 감리 자격(특급)방화관리(소방) 자격(1급, 2급)바리스타 자격(2급), 요양보호사 자격저 서 『시와 음악을 찻잔에 담아』(1집 출판)『낙원(paradise)』(詩, 短篇小說 모음집 2집 출판)『내가 너를 안을 때』(詩- 공저)『벌레와의 전쟁』(小說- 공저), 『만남과 유혹』(小說-공저)『변신』(시나리오-공저)취 미통기타 라이브 뮤직 연주, 합주 노래 부르기웨이트 운동 즐기기연필 데생(소묘) 및 수채화 그리기
목차
prologue●8
1부
터닝 포인트(turnning point)●12
변하지 않을 사랑●14
구름 과자●15
멋●16
물까(物價)●17
아쿠아리움(Aquarium)●18
변하지 않는 마음●20
여인의 위대함●22
최고의 즐거움●23
팝콘 파티●24
기다림 ●25
간절한 바램●26
시어(詩語)●28
바이러스●30
가난한 사랑●32
카메라●33
공명●35
삶의 갈래●36
인간 짜깁기●38
망각의 강●39
노인과 견공(犬公)●41
누드(nude)●42
세월의 흔적●43
작은 것이 큰●44
군고구마 ●46
더 좋은 날●47
위선의 정체성●48
나눔의 행복●49
향수(鄕愁)●50
휴일의 여유●51
24.7의 연(緣)●52
바램●53
영혼의 개척자●54
정글(jungle)●55
욕망의 추락●57
100점과 50점●58
시어(詩語)의 날개●59
절반의 부족●60
불협화음●62
당신을 바라보는 마음●63
말(馬) & 말(言)●64
꽃과 열매의 사랑●65
7:8의 조화●66
귀거래사(歸去來辭)●67
장터 기지개●68
삼겹줄●70
낙원에서●71
호기심●72
산과 물●73
변화(變花)●74
신의 손●75
과거의 존재●76
2부
정의(justice)●78
꽃 속의 비밀●80
소금절인 기분●81
카스텔라(Castella)●82
토사구팽(兎死狗烹)●83
오월의 여왕●84
가짜 벚꽃●85
작은 터●86
붕어빵 틀●87
네 탓 내탓●88
먹잇감●89
기다림●91
살과의 전쟁●92
생명의 출산●94
명시적 지식●95
언제까지나●96
동백꽃 ●97
기다림 ●98
마음 비우기●99
언제 제대로●100
눈(雪)●101
중년의 정상●102
여인왕국●103
다짐의 작심●105
기대●107
빈병 인생●108
1과 84●109
노인●111
인턴 잡상인●113
바다 느낌●114
진리의 가치●115
뱀 꼬리(Snake tail)●116
비둘기●117
효(孝) 여행●119
가락국수(udon)●121
농부의 미래●122
생리(menstruation)●123
기대의 상처●124
사느냐 죽느냐●125
찻잔 속 세월●127
알코올(Alcools) 인심●128
반려견●129
빛의 삼원색●131
손끝의 경지●133
평생 인생 프로그램●134
화해●136
황금율●137
지하철 대동여지도●138
말(言)은 비수가 되어●139
정동진 일출●140
추억을 먹으며●141
높은 언덕●142
3부
영원한 바램●144
허영의 수치 ●145
빗님 오시는 날●147
좌절의 행로●148
마지막 남은 것●149
월식(月蝕)●150
당신에게 모두 드리오●151
가로등 그림자●152
너의 수호천사●153
로봇 같은 외모 지상주의●154
아름다움의 시작●155
술이 사람을 먹을 때●156
봄바람●157
세월의 흔적●158
황혼이 질 때●159
별과의 사랑●160
그리움과 애절함●161
동백꽃 사랑●162
은밀한 유혹●163
공갈 빵●164
버블 럭비공●166
중심적 교설●167
다도인의 갈등●168
우박 비●169
음문인(音文人) 송년●170
아도니스의 죽음●171
현대 노비(奴婢)●173
기다림 ●174
무지의 生과 死●175
주는 마음●176
언어의 길이●177
미음(ㅁ)이 이응(ㅇ)될 때●179
은행 털기●180
가을밤 소리●181
배둘레햄●182
가을 퍼포먼스●184
자연의 순응●186
셰프(Chef)●187
일등 기관사●188
제일 무거운 것●189
식욕(먹방)●190
이방인●192
누드크로키(Nude Croquis)●194
아이스 시어●195
멀기만 한 사랑●197
인생의 답●198
감성과 이성●199
바디 그랜저●201
샌드위치●203
Air China●204
소풍과 여행●206
누리마루●207
4부
유년 해수욕●210
미제(美製)●211
기다리고 바라보는 너●214
바위●215
친구●216
그년은 가고 새년이 오니●217
잔상(殘像)●219
숨바꼭질●220
유전법칙●221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223
부(富)로 가는 길●225
봄의 축제●227
우리의 사랑이 다 하는 그날까지●228
삶은 고스톱 ‘나가리’●229
고뿔●230
중독●232
마산사랑(사행시)●233
마산의 면억(緬憶)●234
물난리●235
보이지 않는 사랑●236
삶은 고스톱(GoStop)●237
주제 파악●238
가면(假面)●240
바람(wish)●242
■시집 해설
비워진 존재를 다시 쓰게 하는 정의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