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신문대장을 들고 계엄사령부에 검열을 받으러 다니던 젊은 기자가 있었다. 4·19 혁명 직후 언론계에 발을 들였고, 곧이어 5·16 쿠데타를 현장에서 겪었으며, 유신체제와 10·26, 6월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을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 바로 서울미디어그룹 심상기 회장의 이야기다. 4·19 혁명 직후 <경향신문>에서의 신참 시절부터, 중앙정보부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하며 언론의 자존심을 지켰던 중견 기자 시절까지…, 이 책은 그가 취재수첩에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 역사의 파편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한일협정 비준 당시의 도쿄 현장 취재,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던 이후락 부장의 방북 관련 비화, 그리고 신군부 등장 이후 언론 통제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던 좌절의 순간들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역사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목격자”라고 정의하며, 이 기록이 우리 현대사의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추는 하나의 조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이를 위해 저자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기록했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고 예민하기도 한 뒷이야기까지 실명과 팩트를 가감 없이 썼다. 정치부 기자 시절 큰 낙종을 하고 징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던 경험, 케이블방송에 진출했다가 너무 일찍 철수한 뒤 두고두고 아쉬워했던 기억, 일요신문 인수 후 정간 처분을 받은 뒤 정도 경영에 대한 뼈저린 반성 등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기록한 건 기존의 자서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목이다. 60년이 넘는 세월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단순한 개인의 일대기가 아닌 자유당 독재 시절부터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언론인이 지켜내야 했던 진실과 그 이면의 고뇌를 ‘스냅 사진’처럼 생생하게 복원하고자 했다.

나는 신문기자로서 이러한 일련의 격변기를 일선 취재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겪어냈다.그러나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했던 상황인지라 신문 지면에 기사로 싣기보다는 취재수첩의 기록으로만 간직한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당국은 마치 도가니처럼 끓어오르던 혼란의 흔적을 독자들에게 활자로 널리 전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기자들을 이런저런 구실로 연행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고, 심지어 언론사 통폐합이라는 명목으로 집단 해직시키기도 했다. 내가 언론인으로서 비록 이룬 것은 보잘것없어도 기억을 더듬어서나마 격동의 시대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언론인으로 살아온 입장에서 감히 역사의 증언대에 서는 일말의 책임감도 없지 않다. 몇 번이나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사실의 기록을 전달해야 한다는 소명감이 뒤늦게나마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DJ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헌정회 회보 인터뷰에서 읽었던 내용을 한마디 더 추가하고자 한다. 그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권노갑權魯甲 김대중평화센터 명예이사장이 “DJ의 정신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용서’라고 응답한 부분이다. DJ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해를 많이 받았으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에 오른 뒤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모두 용서해야 한다며 박정희기념사업회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DJ는 과거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죽을 고비를 4차례 넘긴 데다 6년 동안 투옥되었으며 10년 동안 가택연금 또는 강제추방 조치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상대방을 용서한다는 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의 폭넓었던 관용·포용 정신이 생각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심상기
1936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향신문>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편집국장・출판담당 상무로 지냈다. 이후 <경향신문> 사장을 역임하였다. 1988년에 서울문화사를 설립하여 <우먼센스>・<아이큐 점프>를 창간하였고, 1994년에는 유선방송국인 서서울케이블TV를 창설하였다. 1997년부터 8년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시사저널>, <일요신문>을 인수해 재창간에 성공했으며, 현재 이들 매체의 발행을 총괄하는 서울미디어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