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란한 상상력과 충혈된 열망이 빛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천병석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연밥 빈집에 세 들어』에는 “연밥의 빈 구멍을 빌려 우주의 실상과 섭리를 밝”히는 46편의 시들이 담겨 있다.
연밥은 우주의 원형(原形)이며 그 안의 구멍 하나하나가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의 집이다.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잠시 세 들어 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미지의 공간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별들도, 영구 입주가 불가능한 그곳에서 ‘입주’와 ‘이사’를 번갈아 가며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시인은 그 집을 무상(無常)을 전거로 삼는 존재의 실상으로 파악한다.
천병석 시인은 “씨앗 빠진 연밥”의 빈 구멍에 세 들어 하룻밤 사이에 지구의 내력을 다 깨치고 “통째 하늘로 훌쩍 솟아오르기”를 꿈꾼다. “지극정성”으로 키워낸 한 그루 나무 같은 시심(詩心)에서 뭇 생명과 별들의 운명을 감득한다. 그리하여 연밭에서 만나는 장엄하고도 꼿꼿한 외줄기 연의 시편들을 담아 『연밥 빈집에 세 들어』를 상재했다.
출판사 리뷰
“순수한 직관과 우주적 사유가 빛나는 시어!”
“뭇 생명과 별들의 운명을 감득하는 시편들!”
『연밥 빈집에 세 들어』는 “현란한 상상력과 충혈된 열망이 빛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천병석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연밥 빈집에 세 들어』에는 “연밥의 빈 구멍을 빌려 우주의 실상과 섭리를 밝”히는 46편의 시들이 담겨 있다.
연밥은 우주의 원형(原形)이며 그 안의 구멍 하나하나가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의 집이다.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잠시 세 들어 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미지의 공간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별들도, 영구 입주가 불가능한 그곳에서 ‘입주’와 ‘이사’를 번갈아 가며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시인은 그 집을 무상(無常)을 전거로 삼는 존재의 실상으로 파악한다.
천병석 시인은 “씨앗 빠진 연밥”의 빈 구멍에 세 들어 하룻밤 사이에 지구의 내력을 다 깨치고 “통째 하늘로 훌쩍 솟아오르기”를 꿈꾼다. “지극정성”으로 키워낸 한 그루 나무 같은 시심(詩心)에서 뭇 생명과 별들의 운명을 감득한다. 그리하여 연밭에서 만나는 장엄하고도 꼿꼿한 외줄기 연의 시편들을 담아 『연밥 빈집에 세 들어』를 상재했다.
다의성과 참신성이 돋보이는 시세계
천병석 시집 『연밥 빈집에 세 들어』는 만발한 수련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문을 연다. 만발한 수련과 허공을 동시에 배치하여 충만 속에서 허무를 재인식하게 하는 ‘색즉시공’의 현상학적 주석이 돋보이는 시다.
수련이 만발한 연못가를 풍물패들 무리 지어 돌고/ 나는 허무를 설파하는 무슨 교도처럼 술에 취해/ 누웠다/ 자전거처럼 경쾌하게 연못을 따라 도는 생머리 아가씨/ 그녀가 가진 것은 가정뿐인가/ 나는 무슨 허무의 교도처럼/ 투명한 집 하나를 허공에/ 지었다 부수었다
―「수련, 만발한」 전문
수련이 피어 있는 연못가를 풍물패가 떼 지어 돈다. 만개한 수련과 “자전거처럼 경쾌하게 연못을 따라 도는 생머리 아가씨”의 이미지가 하나의 연속동작을 연출하여 정경일치(情景一致)의 진풍경을 빚는다. 풍경과 전경이 주객을 바꿔가며 독자들의 시각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천병석 시인만의 특기인 다의성과 참신성이 잘 드러나 있다,
지구의 내력을 깨치는 돈오의 세상
장자의 우화를 연상케 하는 표제시 「연밥 빈집에 세 들어」는 시인의 정치한 사유와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다.
하룻밤만이라도 좋겠어/ 6만 평 연지 못에 다 익어 고개 떨군 연밥들/ 씨앗 빠지고 생긴 저 셀 수 없이 많은 빈 구멍/ 그중 하나 빈집 세 들어/ 하룻밤만 자고 갔음 좋겠어/ 그 하룻밤 사이, 나는 지구의 내력 다 깨치고/ 조조兆兆 단위를 넘는 그 많은 뭇 생명들// 황새니 박새니 개똥지빠귀, 물벼룩이니 하마니 물뱀이나 코끼리, 붓꽃이니 우담바라 능소화 민들레 구절초 박달나무, 바오밥, 엉겅퀴 같은 그 많은 생명들// 하룻밤 그 이름 듣는 것만으로 지구의 경經 모두 읽은 명부에 이름 올리고선/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이슬과 함께, 아/ 나는 또 어디로/ 이미 가 있었으면 좋겠어/ 가령/ 하얀 목화솜 위 잠든 채 발견된/ 어스름 저녁 손톱 애벌레 같은
―「연밥 빈집에 세 들어」 전문
문명의 발달 덕분에 포식자의 정점을 누려온 인간은 “조조兆兆 단위를 넘는 그 많은 뭇 생명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 또한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우주살이’의 일익을 담당하는 협업체다. 시인은 “연지 못”의 “연밥”에 다름 아닌 우주를 다가구주택 정도로 보고 “그중 하나 빈집 세 들어/ 하룻밤만 자고 갔음 좋겠”다고 한다. “그 하룻밤 사이”에 “지구의 내력 다 깨치”는 기적은, “빈집”과 “투명한 집”을 한통속으로 보는 돈오(頓悟)의 경지다.
순수 직관과 감각적 시어의 조화
천병석 시인은 날선 언어와 낯선 배치를 통한 형식 실험, 순수 직관과 사유가 체화된 시인이다. 시인은 꽃을 표현할 때 아름답다거나 향기롭다는 형용사를 배제한다. 습관화된 상투적 표현을 철저히 경계하는 시인은 꽃에 관한 통상적 인식을 지우고 그 속에 들어가 꽃(우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자신의 언어로 형상화한다. 현상학적 직관과 감각적인 언어로 사물과 존재의 만남을 주선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천병석 시집 『연밥 빈집에 세 들어』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천병석
1983년 「시와 해방」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양들에 관한 기록』으로 2012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대구시인협회, 국제PEN경주위원회, 현대불교문인회대경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1부 수련이 질 때까지
수련, 만발한 / 수련이 질 때까지 / 연밥 빈집에 세 들어 / 연지못 6만2천 평 / 연지못 백성들 / 그 창졸지간 / 봄의 무게 / 시간이란 것의 세포 / 절경 / 남쪽 바다, 동백 / 나무, 이사 / 나무를 심는 모르는 이유
2부 라디오, 연못 낚시꾼
나무, 겨울 / 섬, 시인 / 나비에 부쳐 / 난파선 / 겨울바람은 / 낙엽송, 뼈처럼 허물다 / 돌배나무, 누가 베어갔나! / 겨울산에 오르다 / 마이산, 능소화 / 선바위, 영양군 / 불길 / 라디오, 연못 낚시꾼
3부 달리고 달린다
월류봉 / 누워 계시게, 그냥 / 서석지 은행나무 / 달리고 달린다 / 뜯기고 남은 / 밤, 혹은 생체에 대한 / 환, 목이 마른 말 / 칼에 대한 명상 / 녹다 만 비누 하나 발견되었다 / 밤
4부 공유지의 약속 같은 것
관측병 / 객차 / 풍향계 / 종다리 강 / 엘리베이터 / 조금 슬프다 / 밤의 풍경 / 공유지의 약속 같은 것 / 소크라테스의 전향 / 예초의 날 / 변비 / 밤송이 전설
해설·창조적 변주와 내밀한 사유의 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