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명재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된다. 난다에서 펴내는 난다시편의 열번째 책이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이라는 제목이다.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2022년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통해 문단 안팎의 집중과 독자들의 후한 사랑을 두루 받았던 그가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그사이 그는 어떤 시간을 통과한 것일까. 그사이 그에게 어떤 사유가 끼얹어졌던 것일까. 한층 깊어지고 한층 맑아졌다면 시인에게 이보다 더한 과찬은 없는 것일까. 총 5부로 나뉘어 담긴 57편의 시마다 각기 다른 무게를 가진 종소리가 들린다. 때론 범종이기도 하고 때론 학교 종이기도 하며 때론 풍경이기도 하고 때론 소의 목에 매달린 방울이기도 하다.
소리가 난다는 건 리듬이 살아 있다는 얘기일진대 보다 넓어지고 보다 유연해진 그의 시적 보폭 속에 스며든 바람이 예사롭지만은 않다는 감히, 자부다. “좋은 유과는 입에 넣자마자 한복 스치는 소리가 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쉽게 말하자면 시를 읽는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궁금해지게 만드는 시들이다.
출판사 리뷰
난다시편 열번째 권
고명재 시집,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출간
왜 꽃은 자신을 찢는 방식으로 향기로운지
늙은 소는 벼 스치는 소리를 어떻게 듣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거기에서도
새순 보듯 내 얼굴 보고 싶은지
고명재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된다. 난다에서 펴내는 난다시편의 열번째 책이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이라는 제목이다.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2022년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통해 문단 안팎의 집중과 독자들의 후한 사랑을 두루 받았던 그가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그사이 그는 어떤 시간을 통과한 것일까. 그사이 그에게 어떤 사유가 끼얹어졌던 것일까. 한층 깊어지고 한층 맑아졌다면 시인에게 이보다 더한 과찬은 없는 것일까. 총 5부로 나뉘어 담긴 57편의 시마다 각기 다른 무게를 가진 종소리가 들린다. 때론 범종이기도 하고 때론 학교 종이기도 하며 때론 풍경이기도 하고 때론 소의 목에 매달린 방울이기도 하다. 소리가 난다는 건 리듬이 살아 있다는 얘기일진대 보다 넓어지고 보다 유연해진 그의 시적 보폭 속에 스며든 바람이 예사롭지만은 않다는 감히, 자부다. “좋은 유과는 입에 넣자마자 한복 스치는 소리가 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쉽게 말하자면 시를 읽는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궁금해지게 만드는 시들이다. 잡히지 않는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그저 느낌으로 알게 하는 바람, 시를 닮은 그 바람 냄새를 흩뿌려 우리를 절로 어린이로 만드는 시들이다.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 묻는 데서 우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들이다.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 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 묻는 데서 우리 입맛을 다지게 하는 시들이다. “우거지를 한 움큼 쥐고 쿡쿡 자를 때 당신 코에서 어떤 들판이 펼쳐졌는지” 묻는 데서 우리를 함께 자연이 되게 하는 시들이다. 사람의 귀함을 고백할 줄 알고 사랑의 어려움을 토로할 줄 아는 솔직함 가운데 이번 시집 역시 그가 추구하는 최고의 미덕, 그 ‘순’을 향하는 그의 광합성이 여전히 반갑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아니한 그 끝에 시를 올려놓고 오늘도 그는 달려가는 기쁨을 아는 어린이다. 이 시집을 만나기 전 어떤 힌트를 원한다면 ‘허기’라 하겠다. 솜씨 좋은 시인의 엄마가 반찬가게를 하다 곧 밥집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어릴 적부터 손맛 좋음을 당연하게 알고 큰 이가 부리는 음식에 대한 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한 시여서 당장에 호떡 파는 포장마차만 보더라도 저거 나 아는데, 하며 반가워 호들갑을 떨게 되는 마음이다. “우리의 ‘우’는 뒤집어보면 호떡 같다”고 했던가. “샅바처럼 솥을 쥐던 여름”의 안팎으로 뜨거운 생과 사의 기억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적극 권해주고 싶은 시집이다.
사실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
순한 당신이
저를 배려해서 숨을 얕게 쉬었다는 거.
2026년 여름
고명재
_시인의 말 전문
• 난다시편을 시작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1.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 시가 난다 WINGED POEMS ]
001 김혜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002 황유원 시집 일요일의 예술가
003 전욱진 시집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
004 박유빈 시집 성질머리하고는
005 정일근 시집 시 한 편 읽을 시간
006 곽은영 시집 퀸 앤 킹
007 채길우 시집 아버지를 업고
008 문혜진 시집 무증상 환자
009 허수경 시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010 고명재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
내가 궁금한 것은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 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인연이나 가족에 비할 만한지
소금 세 꼬집은 얼마만큼의 바다인 건지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내 머리칼과 외투에서 감자탕 냄새가 나는 것
망한 가게 간판에 눈길이 가는 것
나를 꼭 안아준 이들이 썰물이 되는 것
_「밥은 먹고 다니는지」부분
맨 처음 당신 이름을 듣게 됐을 때 귀를 의심했다 너무 번쩍거려서
어떤 것들은 청동 같은 뒤통수로
하얼빈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날아온다고
날갯죽지를 최대로 열고 비 맞는다고 가까스로 경주까지 돌아온다고
_「청둥오리」부분
거중기처럼 구원이, 지붕이 있었다
사람이란 이름으로 사람이란 단지로
사람의 바람으로 사람의 힘으로
야야, 이거 한번 봐라 따듯한 물이 나온다
눈치도 안 보고 콸콸 그냥 나온다
처음 집에 와서 짐을 막 풀었을 때
우리는 수도꼭지를 돌리고 손등을 적시다 울었다
그래서 괜찮다 내게는 맑은 난류가 있다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은 기억이 있다
_「휴먼시아」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고명재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왜 꽃은 자신을 찢는 방식으로 향기로운지
뭇국 012
표고 014
결명 015
밥은 먹고 다니는지 018
청둥오리 023
핸드드립 025
화채 026
꽃 번지는 방법-문진 1 028
작약 031
물장구 035
홈통 037
2부 우리의 ‘우’는 뒤집어보면 호떡 같다
휴먼시아 040
다슬기 045
호떡 047
나의 정은 연필 050
수미 055
나를 포기하지 않는 시가 하나쯤 있다면 058
솥밥-문진 2 063
졸업식 065
시루 067
가족 070
순 072
내가 아는 한자는 모두 아름다웠다 074
3부 당신 닮은 것들을 쓰다 내가 되었다
동안거 082
첫눈-문진 3 083
국화빵 084
호두 085
중양절(重陽節) 088
희게 091
머리맡에 꽃을 두는 마음 093
아무리 때려도 목탁은 멍 하나 들지가 않고 096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 모두 재가 되었고-문진 4 099
감로수 101
헌화 103
풋 106
4부 쇠를 자꾸 새라고 읽던
해남 112
삼천포 116
하와이 119
영월 123
영도 126
경주 129
오죽 131
화성 133
보성 135
파주 140
항하사(恒河沙) 143
5부 너무 좋아할 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요
도서관 154
쇠 부어 만들 주-문진 5 160
샘터 162
우산 165
단 거 169
사람을 안는 방법 172
요 아래-문진 6 175
솔방울 179
너는 새라고 하고 나는 시라고 우긴다 180
너무 좋은 시는 끝을 가리고 같이 읽자고 185
종종 191
고명재의 편지 193
Are You Eating All Right-Translated by Jack Saebyok Jung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