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있잖아, 초속 5센티미터래.”
“뭐가?”
“무엇일 것 같아?”
“모르겠어.”
“스스로 생각 좀 해봐, 타카키.”
그래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래.”
초속 5센티미터. 신기한 울림이다.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흠. 아카리는 그런 것을 잘 알더라.”
아카리는 ‘후후’ 하고 기쁜 듯이 웃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무렵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식을 교환했던 것은 상실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서로 끌리고 계속 함께 있기를 바랐지만,
어쩌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동안 전학 다닌 경험을 통해서 느꼈고
그래서 두려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버릴 때를 대비해
그의 단편을 필사적으로 교환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건이 없었던들 과연 아카리에게 편지를 건넬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 되었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인생은 짜증 날 정도로 방대한 사건들이 집적된 것이고,
그 사건은 그중 단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아무리 강한 마음도 긴 시간 축 안에서 천천히 변해가는 법이다.
편지를 건넸건, 건네지 않았건.
바닥에 떨어진 편지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날려서 승강장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 순간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이를 꽉 깨물면서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냈다.
캔 커피는 사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카이 마코토
1973년 나가노 현 출생. 애니메이션 감독. 2002년 1인으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을 연이어 발표하여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6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기록적인 히트를 하고, 2019년 공개된 『날씨의 아이』, 2022년 공개된 『스즈메의 문단속』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자신이 감독한 작품을 직접 소설로 각색한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