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이자 번역가인 임미경의 첫 번째 장편소설. 이야기는 '미고'라는 한 여인의 느닷없는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미고를 사랑하고 동경해 마지않던 화자 '나'의 내면을 그리는, 자정부터 새벽녘까지 하룻밤에 걸친 기록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작용하는 힘,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반발하는 모순된 인력, 서로가 거울 저편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자 한 작품.
즉 이 소설은 한 인물이 자신의 어떤 꿈과 벌이는 대결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서술자인 재경(나)이 선택한 무기는 바로 '기록하는 언어'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기록을 통하여 그 꿈은 언어 속에 고정되고 화석화된다. 이를 통해 '나'는 이루지 못할 꿈에 상처 입는 대신, 차라리 그 꿈을 버리고 이 땅의 질서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출판사 리뷰
소설가 임미경의 첫 장편소설 『미고, 내 거울 속의 지옥』이 출간되었다. ‘미고’라는 한 여인의 느닷없는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소설은 자신이 사랑하고 동경해 마지않던 미고에 대한 ‘나’의 자정부터 새벽녘까지 하룻밤에 걸친 언어의 기록이다. 미고는 ‘나’에게 있어 거울 속 세계처럼 가 닿을 수 없는 이루지 못할 꿈이었으며 동시에 또 다른 꿈을 꾸기 위해 버릴 수밖에 없는,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아 곪기 시작한 현실이었다.
소설 속 일인칭 서술자인 ‘나’(재경)에게 있어 미고는 첫 만남부터 ‘현기증’을 불러일으킨 존재였다. 여고 일 학년 열일곱 살 소녀 재경에게 찾아온 첫사랑이 같은 반 친구, 미고였기 때문이다.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다.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두 팔로 나를 안고, 가만히 내 귓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울음 때문에 반쯤 열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p.81)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소녀 시절을 함께 보내며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불거진 동생애라는 자의식과 사회의 경종은 그들을 옭아매는 날카로운 덫이 되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게 할 뿐이었다. 경박한 자유에 몸을 내맡기며 불나방 같은 삶에 침잠되어 가는 미고. 그리고 사회적 성공과 따뜻한 가정의 완벽한 결합을 진심으로 소원하며 미고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재경……. 그리고 미고의 죽음.
미고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의문의 증폭과 진실에 대한 갈급에서 써 내려간 재경의 기록(혹은 기록의 행위)은 미고로 상징되는 한 인간의 어떤 꿈에 대한 애틋한 추모이자, 그를 통해 꿈과 정면으로 맞서게 됨을 의미한다. 미고의 죽음을 똑바로 마주 보기를 통해 미고를 극복하는 과정은 재경으로 대변되는 남은 이들이 현실의 삶에 자리 잡기 위한, 혹은 지금의 현실을 지키기 위한 자기 방어이자, 자기 날개의 훼손, 혹은 꿈의 살해라고 할 수 있다.
미고는 살해될 수밖에 없는 나의 꿈이었다. 그 미고의 시신은 이렇게 언어의 화석이 되어 영원히 어둠 속에 보존될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가 닿을 수 없는 모든 꿈의 필연적 운명이므로.(p.215)
즉 이 소설은 한 인물의 자신의 어떤 꿈과 벌이는 대결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서술자인 재경(나)이 선택한 무기는 바로 ‘기록하는 언어’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기록을 통하여 그 꿈은 언어 속에 고정되고 화석화된다. 이를 통해 ‘나’는 이루지 못할 꿈에 상처 입는 대신, 차라리 그 꿈을 버리고 이 땅의 질서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기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기에, 이 작업은 이루지 못한 ‘꿈’과 벌이는 숨 막히는 대결의 장으로 화한다.
작가 소개
역자 : 임미경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미고, 내 거울 속의 지옥>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쥘리아 크리스테바(공저)의 <여성과 성스러움>, 스탕달의 <적과 흑>, 그웨나엘 오브리의 <페르소나>,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포르노그라피아>, 르 클레지오의 <열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