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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반근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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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집 <<그늘 반근>>에서 시인은 삶에 대한 멋진 통찰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 통찰은 인생에 대한 지혜이지만 관념적인 단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감각으로 나타난다. 감각과 느낌을 형상화하는 각각의 시들은 언어의 멋진 조형으로 우리 앞에 약간은 관능적인 자태로 시집 속에 놓여 있다.

  출판사 리뷰

[발문] 풍경을 춤출 수 있을까·장경린

무용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무용이다.
―플루타르크

3월 28일
좋은 글은, 심지어는 평론마저도, 마치 춤처럼 보인다. 좋은 평론가가 하는 말은 독백을 늘어놓아도 독무(獨舞)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그 글을 읽고 있는 독자나 초인격적인 역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텍스트를 사랑하는 진정한 독자로서의 평론가가 그 텍스트와 춤추는 이인무(二人舞) 같은 글은 정신적 오르가슴을 느끼게 한다. 세상과 춤추는 좋은 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무용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무용이다”라고 말한 이가 플루타르크던가.

4월 6일
삼청터널을 오가는 출근길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벌써 만발했다. 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화사해진다. 개라도 한 마리 끌고 슬렁슬렁 산길을 거닐면 금상첨화겠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소한 이해득실에도 남들처럼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자본주의식 처세에 이제 지친다. 인간에게서 체온을 느끼기 어려워진 지도 오래. 개는 석기 시대 때부터 인간과 호흡을 맞춰 살아왔다고 한다. 이제 인간은 완전히 맛이 갔고, 고대 만주어 속에 우리말의 원형이 남아 있듯이 개의 마음속에나 인간의 따뜻한 마음의 원형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영태 시인의 시 「쿠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식탁 밑에서 내 맨발을
물어뜯는 쿠마,
인간이 인간에게 체온을 나눠주듯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무슨 체온이 가 닿아 있다
아무것도 없는
이제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나를
쿠마, 네가 지켜보듯
-「쿠마」

4월 9일
『그늘 반근』의 발문이 인공 조미료로 맛을 낸 미역국처럼 밍밍해서 서두를 다시 뜯어고쳤다. 파일이 날아갈지도 모르니 여기에 잠시 저장해두어야겠다.

김영태 시인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무용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전방위 예술가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니 다방면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그의 겸손한 변론은 요즘처럼 장르 해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전위적인 열정을 느끼게 한다. 현대처럼 장르가 분화되기 이전 원시 시대의 전문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 샤먼은 무용과 시와 음악을 함께 연주하던 전방위 예술가였다. 김영태 시인이 일생을 통해 보여준 예술적 행보는 샤먼과 같은 예술가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스무 살 이후
공중에 매달려 있는 지금까지
마흔여섯 권의 책을 냈습니다
풍경을 춤출 수 있을까
내게 물으면서
-「책 마흔여섯 권」

스무 살 이후 마흔여섯 권의 책을 내며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책 속에 들어가 살았다” “수많은 춤을 보았고 그 안에 들어가 살았다”(「로마 수첩」)고 말한다. 삶이 곧 예술 그 자체였다는 그의 고백은 단순히 실천 의지를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예술적 경험이나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주된 소재로 삼아 시를 쓴 흔치 않은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 소재들은 일반적인 시적 소재들과 달리 선행 텍스트pretext의 성격을 띠고 있어 예술적 이미지를 지닌 소재가 거느리고 있는 아우라가 그의 시적 감성과 만나 다중적 화자의 역할을 하는 표현 효과를 얻고 있다.

그와 유사하게 선행 텍스트를 사용한 예로는 처용 설화, 이중섭, 예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시적 소재나 화자로 사용한 김춘수 시인이 있다. 그러나 두 시인이 선행 텍스트를 활용하는 의도는 크게 다르다. 김춘수 시인이 자신의 시세계를 관념적으로 재해석하고 중층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선행 텍스트를 활용한 반면, 김영태 시인은 정 붙일 구석이 없는 일상적 삶을 벗어나 숨을 고르고 도약을 하는 실존적 공간으로 선행 텍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김영태 시인의 시가 무용 대본과 작곡의 모티프로 빈번히 사용되었던 것도 다른 장르

  작가 소개

저자 : 김영태
1936/ 서울 출생홍익대 서양화과 졸업1959/ <사상계>에 <설경>, <시련의 사과나무>, <꽃씨를 받아둔다> 등이 추천되어 등단1972/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1982/ 한국시인협회상 수상1989/ 서울신문사 예술평론상2004/ 허행초상2007/ 작고저서시집 ≪유태인(猶太人)이 사는 마을의 겨울≫(중앙문화사, 1965)시집 ≪바람이 센 날의 인상(印象)≫(현대문학사, 1970)시집 ≪초개수첩(草芥手帖)≫(현대문학사, 1975)시집 ≪객초(客草)≫(문예비평사, 1978)시집 ≪북(北)호텔≫(민음사, 1979)시집 ≪여울목 비오리≫(문학과지성사, 1981)시집 ≪어름사니의 보행(步行)≫(지식산업사, 1984)시집 ≪결혼식과 장례식≫(문학과지성사, 1986)시집 ≪느리고 무겁게 그리고 우울하게≫(민음사, 1989)시집 ≪매혹≫(청하, 1989)시집 ≪남몰래 흐르는 눈물≫(문학과지성사, 1995)시집 ≪고래는 명상가≫(민음사, 1993)시집 ≪그늘 반근≫(문학과지성사, 2000)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문학과지성사, 2005)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늘
이상한 오리 빽빽이
빈자리 1
빈자리 2
빈자리 3
빈자리 6
빈자리 7
빈자리 8
빈자리 9
빈자리 10
굳은살
너무 많이 울어버린 여인
싱크대 앞 뒤통수
비바람
아주 옛날에
문예회관 대극장 가열 123번
말뚝벙거지
거품
開花
비명

제2부
권력과 케이크
이것은 무슨 연극?
건달
봄장마
남몰래 흐르는 눈물 別章
왔다갔다……
바르셀로나에서 며칠
분홍색

리나와 세나
임동창의 집
클림트의 鉛筆畵 1
클림트의 鉛筆畵 2
그늘 반근 2
그늘 반근 3
손등
아침 식사
망령의 궁전

제3부
큰 달걀 작은 달걀
파란만장
잃어버린 것들의 수첩
사라지는 寺院 위에 달이 내리고
책 마흔여섯 권
문득 저 푸름
사진 작가 두 사람
발레 모음곡
무덥고 짜증나는 밤
늙은 아들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再會
탱고
쿠마
로마 수첩

제4부
빈 배
헐렁한 옷을 입고
눈짓
아빠의 그림
土房
젊은 가야금
梨大 옛 교실
금환빌딩 302호
마리아 호아오 피레스 피아노 독주
마야
佛甲寺
달의 손
이 폭염의 지랄들
그들은 그렇게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발문> 풍경을 춤출 수 있을까·장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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