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화려한 수사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소박한 서정의 힘을 보여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계간 「열린시학」, 「시와정신」 등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이어온 고선주 시인의 첫 시집. 쉽게 뜨거워지거나 쉽게 식지 않는 담담한 미의식, 이른바 눌변의 미학이 고선주 시의 바탕이다.
출판사 리뷰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계간 『열린시학』,『시와정신』 등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한 고선주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고선주의 시들은 지나친 장식이나 수사에서 오는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사치스럽지 않은 서정의 힘이 묻어난다. 쉽게 뜨거워지거나 쉽게 식지 않는 담담한 미의식, 이른바 눌변의 미학을 바탕으로 우리 시의 심미적 차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의 일상에 정직하게 직핍함으로써 생명을 얻고자 하는 것이 고선주의 시가 놓여 있는 자리다.
양날 달린 검에 대하여
고선주의 시들은 물화(物貨)되어가는 우리 시대에 대한 배반의 도구로 세계를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게 껴안는 역설의 변증법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들은 현실의 억압적 사회로부터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과 그 실천의 조장이라 할 수 있다. 비관적인 사실 인식과 그 세계를 감내하고 견디어내는 긍정적인 서정의 힘은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강한 견인줄이 되어준다.
그는 자주 역설과 격언 형식의 아포리즘을 미학적 장치로 차용한다. “장갑은 노동의 시작이 아니다/ 자본에 굶주린 자들로부터의 착취의 시작이다”(「길 위의 장갑」), “네 밥그릇 내줄지언정/ 남의 밥그릇 뺏지는 말고 살아라”(「동물원에서」) 등에서 볼 수 있는 아포리즘은 그의 시가 병든 세상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발부하는 처방전으로 기능한다.
또한 그는 모순된 대상에 자신을 온몸으로 투과하여 합일하는 정직하고 능동적인 시 정신을 보여준다. 그 방식은 역설이다. “고장난 사람들이/ 고장난 것들을 들고 우글거렸다”(「전파사」), “꽃은 봄에 피지 않는다”(「꽃」), “결코 들을 수 없는/ 가슴에 박히는 노래”(「그해 여름 매미는」) 같은 역설은 고선주의 시가 비극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며 발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고선주의 시 세계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계를 직시하며 그 속에 능동적으로 자신을 참여시키는 현실성과, 사물과 대상에 자신을 이입하여 합일하는 몰아의 서정성이 그것이다.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인식이 교차되면서, 그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충분히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인은 역설과 변증을 양날 달린 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절망할 것인가, 노래할 것인가
그에 시에서는 고통이 고통인 것을 아는 자만이 피울 수 있는, 진흙 속의 연꽃 같은 향기가 배어 있다. 자신의 몸을 그릇 삼아 우리 사회의 강퍅한 현실을 얘기하는 것, 그래서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 현실에서 구원의 희열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작은 북”이며 “소리 없는 파열음으로 주저앉”고(「북을 치다」) 절망한다. 그러면서 북은 “둥근 매질”과 같은 ‘자학을 통해 원만하고 둥글게 사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그는 말하지 않고, 차라리 노래한다.
매미는
푸른 나무들을 악보처럼 펼쳐놓고
바람이 건들 때마다
몸 흔들며 노래 부른다
마음 저리는 날도
지열로 온몸 끓어오르는 날도
운명처럼 소리통을 닦는 매미
(…중략…)
아파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는
가슴에 박히는 노래 종일 부른다
―「그해 여름 매미는」 부분
그 노래는 무의미한 객체로서의 ‘나’가 아닌, 의미 있는 주체로서의 ‘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는 풍자의 노래이다. “아파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는/ 가슴에 박히는 노래”를 그는 알고 있고, 노래가 도달하려는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더 먼 마음 깊은 곳까지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노래하는 음유시인인 셈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인식하면서도 ‘그러나 살아가야 한다’는 역설의 저항정신을 이미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리하여 正과 反의 균형을 타고 날아오르는
작가 소개
저자 : 고선주
전남 함평 출생.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하였고 <시와정신>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활동 시작.광주대와 광주여대, 호남대에 출강했으며 <광주전남작가> 편집장과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다.현재 광주의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시집으로 <꽃과 악수하는 법>, 공저로 <광주문학지도 1>이 있다.이메일 : rainidea@hanmail.net블로그 : http://blog.daum.net/gsj2020
목차
시인의 말
1부
산
나무들이 웃는다
대한 무렵
꽃
극락강역을 지나며
새
그해 여름 매미는
벌레에게서 가르침 한 수
폭설
가슴 속의 방죽
미암을 만나다
눈길
2부
동물원에서
휴지통
할머니 분식집
플래카드에 대한 묵상
전파사
리어카는 달린다
길 위의 장갑
폐교 가다
국어 강사 왈
2007년 5월
이름 없는 풀꽃에게 쓰는 편지
우리 처음처럼
녹물 한잔 들이키다
3부
어떤 장례식
손
사창 가는 버스
비눗방울
메주를 생각하다
감나무 묘목
경운기 이동문고
식물의 싹
호박 옆에 앉아
노총각 김씨
육개장
소형 냉장고 문을 열면
걸레
4부
북을 치다
내 인생의 비상구
물에 反함
두껍아, 새 집 줄게
不通
까치수염
볼링에 얽힌 우화
여름, 한낮의 악천후
풍경소리
광명아파트 뒷산을 인터뷰하다
탱자울타리에 멈춰선 사내
不眠
해설 - 절망을 노래하는 역설의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