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382권으로, 최치언 시인의 시집이다. 2005년에 발간된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이후 두번째 시집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1999년)과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2001년)에 각각 당선된 경험이 있는 시인은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2009년)을 수상한 희곡 작가이자 총체극 연출가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찬란하기까지 한 속도감과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구성,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는 시적 상상-구조력을 통해 합리성과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누구나 불명료한 세계라 치부해버리는 이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한 빛의 언어로 다룬다.
출판사 리뷰
시인 최치언 씨의 시집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발간되었다. 2005년 발간된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이후 두번째 시집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1999년)과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2001년)에 각각 당선된 경험이 있는 최치언 씨는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2009년)을 수상한 유망한 희곡 작가이자 총체극 연출가이기도 하다. 찬란하기까지 한 속도감과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구성,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는 시적 상상-구조력을 통해 합리성과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누구나 불명료한 세계라 치부해버리는 이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한 빛의 언어로 다루는 이번 시집은 통념과 금기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시의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 금기의 언어-시를 말하다!
최치언의 이번 시집은 플라톤의 저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플라톤은 시인을 신용하지 않았다. 시인들은 가짜의 세계를 가짜의 언어로 숨겼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최치언은 이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세계가 합리성과 이성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환상을 ‘시’로 깨버리려 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곳은 절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아니 그에게 합리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은 없다. 플라톤의 말을 그대로 뒤집는 것이다. 과연 저 밖의 세계가 진짜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최치언 시의 난해는 이 때문이다. 그의 시-언어는 우리가 객관적 논리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고방식의 틀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우리’의 시선으론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이를 ‘왜곡’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짜’라고 부를 수는 없다. 눈치챘겠지만, ‘비정상’ ‘왜곡’이란 단어는 ‘정상’과 ‘진실’이 있다는 것을 가정하므로. 우리는 오랜 시간 이 두 단어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데에 의심을 품고 있었으므로. ‘진짜’와 ‘가짜’이 등장한 이때쯤,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맹신하고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에 대해. 최치언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언어는 이 맹신을 단칼에 잘라낸다. ‘이 세계를 의심하라!’
+ ‘이 세계를 의심하라’
여기까지 왔을 때, 우리는 그의 시적 태도를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시집의 가치는 결정된다. ‘내’가 본 것이 ‘진짜’라고 ‘너희들’이 보고 있는 것은 모두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너희들’을 다그치고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넣는 ‘문학’은, 그것이 아무리 ‘진리’더라도 그 가치를 잃지 않을까. 최치언은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현자’이다. 그는 아무도 다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호흡과 리듬에 맞춰 읽는 이들을 바깥으로 유인해내는 조력자/유혹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독한 현실을 달콤/화려한 언변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너희들’을 이리로, 이리로 유혹한다. 급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동시에 그는 치열하게 싸운다. 자신이 보지 못한 것과 보려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보이는 것들과의 싸움이다. 그러므로 그는 테레이시아스이자 오이디푸스이며 오디세우스이자 세이렌이다. 이 싸움의 기록이 바로 시집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이다.
+ 가부장(家父長)과의 싸움
세계의 바탕은 가족이다. 모든 관계는 가족에서 출발하여 가족으로 끝난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가족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때 가족은 울타리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가족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울타리가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 울타리는 합리성이고 이성이며 보호인 동시에 강요이며 억압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합리성과 이성을 교육받는다. 울타리 밖이 분명한 세계라는 것을 그곳에 서야 비로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는 감추고 있다. 최치언은 첫 시를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는 먼 곳에서 만나 가까운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서로
작가 소개
저자 : 최치언
1970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하면서 문단에 등장했고, 2003년 우진창작상 장막 희곡 부문에 당선,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2011년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대표 희곡에는 <코리아, 환타지>,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언니들>, <잠자는 숲 속의 옥희>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우리는 먼 곳에서 만나 가까운 곳으로 걸어갔다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일생에 단 한번
매장된 아이
극렬한
개인의 집
피 속을 달린다
악한 나무
점프
불타는 황소
우리끼리 밥
손금처럼 화창한 날에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한 어떤 기억들이 잠 속으로
몰래몰래 흘러들어와 잠든 얼굴에 손톱이 돋던 날
제2부
향기를 맡고 우리는 장미꽃을 찾으러 다녔다
떡갈나무아래
내 상처는 0킬로그램
과학적, 혹은 일화적 기억
버려진
순간 모든 것들이
다시, 주먹을 숨기고 온 사내
창문에 비친 거리의 방식
슬픈 검지
이제부터 시작된다
다시, 아침의 역으로
치울 테면 치워봐
서로 다른 아주 오래된 송어수프
제3부
이 별에는 한 그루 큰 나무가 서 있다
날아라 짠짜라짜
엉망인 키스
아주 멋진 우리들
누가 아열대의 밤을 두려워하랴
나는 너로부터 왔다
괄호
아비규환 로맨스
항문과 외음부 간의 급작스러운 신체적 변화
정말 근사한 여행이었습니다
괜찮아요, 엄마
비극은 투명하여라
죽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