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동네작가상(2004)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전수찬의 세번째 장편소설. 등단 당시 '개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삶에 관한 녹록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은 그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도 연약한 감정, '수치'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삶의 지척에 있는 죽음의 그림자와 끊임없이 다투는 세명의 탈북자. 살아남았다는 수치심에 자신의 삶을 방기하는 그들의 슬픔과 번뇌는 극도로 자본화된 사회에서 최소한의 도덕조차 내던진 사람들과 대비되며 생의 비참한 더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여러 층위의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내밀한 기억과 맞물려 제시하고, 빈틈없는 대화에 실어 형상화하는 작가의 재주가 돋보인다.
출판사 리뷰
문학동네작가상(2004)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전수찬의 세번째 장편소설 『수치』가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개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삶에 관한 녹록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신수정)는 평을 받은 그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도 연약한 감정, ‘수치’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삶의 지척에 있는 죽음의 그림자와 끊임없이 다투는 세명의 탈북자. 살아남았다는 수치심에 자신의 삶을 방기하는 그들의 슬픔과 번뇌는 극도로 자본화된 사회에서 최소한의 도덕조차 내던진 사람들과 대비되며 생의 비참한 더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여러 층위의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내밀한 기억과 맞물려 제시하고, 빈틈없는 대화에 실어 형상화하는 작가의 재주가 돋보인다.
“난 그 고통을 느껴야 되네. 내가 산다면 그게 이유가 되어야 해.”
고통이 삶의 목적인 남자, 수치로 물들다
지평선을 향하는 태양이, 마치 그 일을 목격하겠다는 듯 나를 향해 뜨겁게 빛을 내리쬐었다. 그때 어땠던가? 아내와 딸 가운데 하나를 내 의지로 버려야 했던 그때에, 나는 생명, 그 감당할 수 없는 뜨거움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뜨겁게 눈물을 흘렸다. 내 몸이 다 녹아버릴 만큼 뜨겁게 울었다.(198면)
나는 죄를 씻고 싶지 않았고, 정화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죄를 지은 자로 남아 있고 싶었다. 죄를 씻는다면, 그 뒤에 무엇이 남는가? 그 삶을 견딜 수 있는가?(57면)
주인공 원길은 아내와 함께 딸 강주를 데리고 북한을 탈출했다. 그러나 아내는 몽골사막을 건너다 쓰러지고 말았고, 원길은 그런 아내를 사막에 남겨둔 채 강주를 업고 돌아섰다. 이후 남한에 온 원길은 같은 처지의 영남과 동백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과 살아남아 생을 이어간다는 수치심에 물들어 있다. 동백은 스스로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손가락질 받는 것으로 속죄하려 하지만 죄책감을 덜지 못하고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동백이 떠난 뒤에도 원길은 매순간 자책과 자학을 반복한다. 아내를 버리고도 아무 일 없던 듯 살아가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치욕이라는 그는 스스로를 “죽음을 지키는 묘지기”(184면)로 규정하며 다만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살아간다. 반면 영남은 새 생활을 시작하겠다며 올림픽을 유치한 지방도시로 이사를 가지만 그곳에서도 삶과 죽음 사이의 처절한 번민은 계속된다.
그런데 말이야, 여기 와서 며칠 채소도 심고 닭도 사왔더니, 새벽마다 그놈들 우는 소릴 들으니까, 병이 도진 것처럼 다시 살고 싶었네. 아침에 볕이 들어서 채소가 파랗게 자라는 걸 보니 죽는 게 서러워서 못 견디겠더군. (…) 다시 살고 싶었네. 정말이네. 염치도 없이 살고 싶었네.(180면)
생에의 의지를 ‘병’이라 표현할 만큼 그들의 수치심은 극심하다. 조그마한 생의 기미를 볼 때마다 불쑥불쑥 치솟는 삶에의 욕망은 자괴감에 더욱 불을 지필 뿐이다. 그러나 『수치』는 탈북자들의 “험난한 인생역정과 사회적 곤경”(한기욱, 추천사)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 작품이 아니다. 전수찬은 주인공들의 겪고 있는 내적 고통을 고도로 자본화된 한국사회, 그 안에서도 물신성이 첨예화되는 사건 하나에 맞붙인다.
영남이 이사 간 도시의 올림픽 선수촌 공사현장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유골이 다량 출토된다. 전국은 민간인 학살의 범인이 미군이냐 인민군이냐 하는 진실공방으로 떠들썩해지고, 정부는 인민군의 범행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마을로 몰려와 공사를 중단하고 진실을 규명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지역주민들과 심한 갈등을 빚는다.
윤리적 상상력의 의미를 심문하는 역작
부끄러움이 메마른 척박한 땅에 뿌려진 씨앗
『수치』의 주인공들은 남한 사회의 소수자이자 퇴락한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제삼자로 자리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사회의 팽배한 물신
작가 소개
저자 : 전수찬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어느덧 일주일』로 제9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어느덧 일주일』 『오래된 빛』 『수치』가 있다.
목차
동남아시아인들의 거리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노인들의 웃음
너의 진실
수치
나의 죽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