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솔의 시인 22권. 박제영 시집. 박제영 시인은 '장미여관 김씨'라는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1992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일상을 그리는 시인', '긍정과 웃음의 시 세계',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시로 승화' 등의 평가를 받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궁창 속에서도 빛나는 웃음 하나 쯤 건져내는 일. 내 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하여 스스로 자신의 시 세계를 정의한다.
출판사 리뷰
“내 시는 시궁창 속에서도 빛나는 웃음 건져내는 일”
등단 25년차 시인 박제영(1967~ )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박 시인은 ‘장미여관 김씨’라는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활자화되지 않은 시들도 많이 올라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도 꾸준히 시를 쓰고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시인이다. 문화잡지 『월간태백』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1992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일상을 그리는 시인’, ‘긍정과 웃음의 시 세계’,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시로 승화’ 등의 평가를 받는 시인은 『그런 저녁』 초반부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시궁창 속에서도 빛나는 웃음 하나 쯤 건져내는 일. 내 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하여 스스로 자신의 시 세계를 정의했다.
‘말의 건강함’을 믿는 시인 박제영!
박제영의 시적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말의 건강한 힘을 믿음’에서 나온다. 말의 건강한 힘은 말의 자유에서 나오고 말의 자유는 정신의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의 시 정신이 말의 문법 나아가 시의 문법에 가두어질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인은 말의 자유와 함께 시의 자유를 근기 있게 추구한다. 그의 시는 ‘시란 무엇이다’가 아니라 ‘시란 무엇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는, 이중의 부정을 통한 대긍정大肯定의 자유로움 속에서 태어난다. 사적 체험에서 나온 돌발적 시재詩材, 소외된 세계에의 깊은 관심, 말뜻의 전복顚覆, 일상어와 비속어와 민중적 구어口語의 전격적 취용 등을 통해 표현되는 그의 시적 기발함과 자유분방함은, 그러나 그 깊이에 은근한 해학과 함께 촉촉한 속정을 가득 머금고 있다.
시집 『그런 저녁』은 외면당해온 비시적非詩的인 것을 시적詩的인 것으로 바꾸는 한국시의 이적異蹟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제도화되고 사물화된 기존 시학의 굴레를 그 근본에서 해체하고 해방하는, 시인마다의 고유한 삶과 말이 존중되는 ‘토착土着의 시학’을 예감할 의미심장한 징후이기도 하다.
―임우기(문학평론가)
부록 ‘낱말풀이’
시집 뒤편에는 부록이 실려 있다. ‘낱말풀이’이다. 책에 실린 시어들 중 사투리, 고유어, 난해하거나 낯선 말 등을 골라 그 뜻을 풀었다. 우리말의 소중한 언어 자원으로 박제영 시인의 시 세계를 올바르고 깊이 이해하는 데에 활용되길 바란다.
춘천을 비롯한 강원 지역의 지명과 각지를 넘나드는 각종 방언을 설명했다. 부록인 낱말풀이뿐 아니라 본문 중에 있는 주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본문 주석에서는 대개 실존 문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다루고 있다.
시인은 본적이 없지라
본적을 만들겠다고 신춘이니 창비니 문지니 하는 거대 문파에 입적하겠다고 굴신거리던 때가 있었지라
수십 년 강호를 떠돌면서 구파일방의 제자들과 숱하게 일합을 겨뤄봤는데 거 별거 아닙디다
강호의 고수는, 진짜배기는 따로 있지라
무당이니 소림이니 구파일방의 본적을 내밀면 필경 가짜지라
본 적 없다고 오래 전에 본적을 버렸으니 본적을 묻지 말라면 그기 방외거사, 진짜지라아, 옛날이여
한때 시인은 無籍이었다
無籍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錢이었다
無錢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産이었다
無産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한때 시인은 無名이었다
無名이어서 천하무적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냐고?
에끼, 이 사람아, 지금 시인이 어딨노
어미
지구에는 1,400만 종의 생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어미
라는 족속보다 더한 별종을 알지 못한다
―에밀 조르, 「어느 생물학자의 노트」에서
한때는 여자였고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모두 아궁이에 던져버리고
스스로 불이 되었으니
어미는 얼마나 뜨거운 족속인가
젖을 달라면 젖을 주마
뼈와 살을 달라면 뼈와 살을 내어주마
내 너를 잃으면 창자를 끊으리라
어미는 얼마나 독한 족속인가
어미를 지펴서 어미를 태워서
한 식구의 구들장이 절절 끓는 것이다
한 식구의 캄캄했던 밤이 환한 것이다
독한 년! 모진 년!
세상의 욕은 어미가 모두 거둘 것이니
너는 살아야 한다
어미를 딛고 살아남아야 한다
불에 덴다한들 어떠랴
독이 오른들 어떠랴
지구에는 6,000여 종의 언어가 있다고 하지만
어미, 그보다 더 간절한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작가 소개
저자 : 박제영
강원도 춘천 출생.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시문학』등단. 시집『뜻밖에』,『푸르른 소멸 ― 플라스틱 플라워』,『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소통의 월요 시편지』. 빈터 동인. a4 동인.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바람 불어 좋은 날 … 12 / 엉겅퀴 … 14 / 구절초 … 15 / 사루비아, 니나노 그리고 홍등 … 16 / 그런 저녁 … 17 / 월하정인 … 18 / 먼 산 … 19 / 연분 … 20 / 개망초 … 22 / 배반하면 죽는데이 … 24 / 남녀체질백서 … 25 / 영식이의 첫 … 26
2부
쉰 살, 등신 꽃 … 28 / 어미 … 29 / 욕봤다 … 31 / 원식이 아재 … 32 / (진이정) 거지 … 34 / 권도옥, 未生 혹은 完生의 한 형식 … 36 / 웃기는 짬뽕 ― 신미균 시인 … 38 / 사소한 가난 … 39 / 묵시록 4장 16절 … 40 / 섬 … 41 / 시소는 어떻게 세계에 관여하나 … 42 / 처자식 … 44 / 냉이를 엄니꽃이라 부르는 이유 … 45 / 노루목고개 … 46
3부
그런 시 … 48 / 시를 위한 변명 … 49 / 시인은 본적이 없지라 … 50 / 조를 아시나요? 조! … 51 / 아, 옛날이여 … 52 / 꼴릴 때 쓰고 꼴리는 대로 쓰고 꼴리도록 써라 … 53 / 그냥 시 … 55 /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 57 / 마시멜로 … 59 / 이중모음 … 60 / 자화상 … 61 / 진이정을 필사하다 … 62 / 줄탁, 오탁번 … 63
4부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66 / 두 마음이 다르지 않다 … 67 / 형광등 … 68 / 빈말 … 69 / 미신을 믿는 게 아니지라 … 71 / 내 젖이 참젖이여 … 72 / 빙신, 빙신맹키로 … 74 / 지가 넘사시러버 그캐도 짠한 거지라 … 75 / 사는 게 다 그런 거더라 … 77 / 3월에 폭설이 내리니 … 79 / 덕구 형 … 80 / 사는 게 참, 참말로 꽃 같아야 … 82 / 道를 아십니까? 딸꾹 … 83
발문 긍정과 웃음에 바치는 노래_김창균 … 87
발문 나부랭이 사랑_김현식 … 101
부록 낱말풀이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