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데뷔작 <조서>. ‘르노도 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세상과 단절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서구 현대 문명의 인위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순수한 근원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태양의 신 아폴론을 연상시키는 이름의 소유자 주인공 아담 폴로. 그는 산 중턱의 빈집에만 기거하면서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보낸다. 빈집에서 나와 거리로 나서지만 사람들의 몰이해로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현대 문명 속의 인간의 왜소함을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상세 조서를 담아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를 정교한 사실주의적 표현 방법으로 드러낸다.
출판사 리뷰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 처녀작 <조서>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장편소설 <조서>가 (주)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제54권으로 출간되었다. <르노도 상>을 수상하기도 한 <조서>는 르 클레지오의 처녀작이자, 그를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작가가 되게 한 대표작이다.
르 클레지오는 이 책에서 세상과 단절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서구 현대 문명의 인위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순수한 근원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전통적인 장르 개념을 끊임없이 해체하는 글쓰기를 통해, 사물과 세계를 현실 그대로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사실주의적 표현 방법을 내보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소설은 <누보누보로망> 또는 <형이상학적 소설>로 불리기도 한다. 이미 국내에서 한 번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김윤진 선생이 가장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이 번역하여, 정식 계약판으로 출간되었다.
불안한 인간 존재와 인위적인 문명사회에 대한 기나긴 조서(調書)
<조서>는 작가 자신이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 자신이 군대에서 탈영했는지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왔는지 잘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담 폴로는 산 중턱의 빈집에서 마치 버려진 한 마리 짐승처럼 살고 있으며,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개를 따라가느라 시내로 내려갈 뿐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라곤 미셸이라는 여자뿐인데 그녀와의 관계도 확실치 않다. 그에게 세상은 낯설기만 하고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아담 폴로는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유사한 존재이지만 그보다 더 극단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 사회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인 아담 폴로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믿고 있는 세계가 갑자기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에게 문명 사회는 거대한 인위적인 체계, 소통이 불가능한 별개의 세상이다. 공격성과 파괴성, 불모성으로 대표되는 기계 문명의 사회, 그런 거대한 인위적인 세상에서 오는 소외감을 인간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담 폴로라는 불가해하고 형체를 붙잡을 수 없는 존재는 독자에게 바로 그런 현실을 자각하고 진정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의문을 갖도록 한다.
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듯,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붙여진 것이 아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태양의 신 아폴론을 연상시키는 그 이름은 문명 이전의 사회, 신화적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을 드러내고 있으며, 주인공이 보이는 광기 어린 행동은 바로 그 회귀로의 몸부림이다. 금단의 열매를 먹고 이성을 지니게 되기 이전, 빛과 어둠, 선과 악이 분간되기 이전의 인간인 아담으로서, 그리고 기독교가 전래되어 인간이 영혼과 육체로 이분되기 이전 자연과 인간과 신이 혼융되어 완전한 하나를 이루고 있던 신화적 세계 속의 아폴론으로서, 아담 폴로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을 통해 세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작품 해설」 중에서
이 같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은 여러 번 제기되어 이미 진부해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서>에서 르 클레지오는 그 어느 작품보다 사실적인 서술로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그 질문을 극단에까지 천착시킨다. 요컨대 거대 문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왜소한 인간 존재에 관한 상세한 조서(調書),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며 이로부터 시작된 르 클레지오의 문제 의식은 이후의 작품에서도 내내 유지된다.
사실주의를 뛰어넘은 사실주의 기법 구사
카뮈의 『이방인』 이후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소설 <조서>는 전통적인 소설 기법을 거부하고 누보로망과도 다른 독창적인 서술 방법을 취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는 이 소설에서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세계를 묘사함으로써 지극히 객관적이면서(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대상으로 하므로) 동시에 주관적인(렌즈 조작에 의한 결과물로서의 세계를 그리므로) 서술을 가능케 하는, 이른바 펜카메라(stylo-camera, pen-camera) 기법을 구사한다. 더욱이 글을 단편적으로 끊어지게 하거나 중간중간 행들을 삭제시키기도 하고, 신문기사를 삽입하거나, 찢어진 광고지 등을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집중적으로 확대해 제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행을 지운 상태를 그대로 내보이기도 한다(예컨대 244쪽, 245쪽, 279쪽 등).
이처럼 마치 영화의 화면처럼 세계를 카메라―펜으로 보이는 그대로, 존재하는 그대로 제시하려 함으로써,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아니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종래의 사실주의적 서술 기법을 뛰어넘은 이러한 르 클레지오의 기법은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사실성을 해체하고, 환상과 현실의 결과를 무너뜨린다. 그 결과 독자에게 눈에 보이는 현실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어려운 문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기이하게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작가 자신이 책의 서두에서 이 작품을 '유희소설', '퍼즐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르 클레지오는 생동감 있는 문체로, 곳곳에 의문 부호를 남겨두고서, 독자가 부지불식간에 스스로 그 의문을 풀어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조서>는 주인공 아담 폴로가 빈집에서 나와 거리(사회)로 나서고, 사람들의 몰이해로 거리에서 다시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르 클레지오는 그의 입을 빌려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진정한 인간 존재를 자각할 것을 촉구한다. 결국 『조서』는 문명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과 세계 속의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 그리고 그러한 주제 의식을 정교한 수법으로 드러내는, 근래에 보기 드문 소설이다.
'그래, 난 정말이야. 게다가 넌 될 대로 되라는 식이야. 왜냐하면 결국은 다 마찬가지가 되고 마니까. 나는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 중요한 것은 항상 글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자유롭지 못한다고 느끼거든. 자기가 바로 자기 자신인 양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사람은 더 잘 뒤섞이는 것이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거야. 제 2, 또는 제 3이나 제4의 인자, 그리고 그 망할 제 1의 인자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지. 알아들어?' - 본문 49쪽 중에서
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듯,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붙여진 것이 아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태양의 신 아폴론을 연상시키는 그 이름은 문명 이전의 사회, 신화적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을 드러내고 있으며, 주인공이 보이는 광기 어린 행동은 바로 그 회귀로의 몸부림이다. 금단의 열매를 먹고 이성을 지니게 되기 이전, 빛과 어둠, 선과 악이 분간되기 이전의 인간인 아담으로서, 그리고 기독교가 전래되어 인간이 영혼과 육체로 이분되기 이전 자연과 인간과 신이 혼융되어 완전한 하나를 이루고 있던 신화적 세계 속의 아폴론으로서, 아담 폴로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을 통해 세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작품 해설」 중에서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그놈의 정신병리학뿐이군 - 내말은 - 이제 이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소. 다 끝이야. 당신들은 당신들이고 나는 나요. 더 이상 내 입장에 서려고 애쓸 것 없소. 나머지는 다 하찮은 것이니까. 나는 지겨워요, 그리고 - 제발 부탁하건대, 더 이상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 난, 나는 창피한 말이지만 -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그런 얘긴 꺼내지 마시오……」- 본문 336-337쪽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J.M.G. 르 클레지오
“새로운 시작과 시적인 모험 및 감각적인 황홀경을 표현하며 지배하는 문명 안팎을 넘어 인류애를 탐험하는 작가”로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는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일컬어진다.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와 모리셔스 이중국적을 지니고 있다. 1963년 스물 셋의 나이에 첫 소설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면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했다. 1980년 <사막>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대상을 수상했고, <황금 물고기> (1997), <우연> (1999) 등을 비롯하여 40여 권의 작품을 펴냈다. 2001년 대산문화재단과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한불작가 교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한국을 방문했다. 2007~2008년 이화여대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했고, 2011년 제주 명예도민으로 위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