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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
미디어창비 | 4-7세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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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곶 끄트머리에 서 있는 등대는 밤이 되면 등불을 빙글빙글, 바다를 반짝반짝 비춰 배들의 표지판이 되어 준다. 등대는 한자리에 선 채로 여행객들로 가득한 여객선,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선, 짐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을 묵묵히 바라본다. 다들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등대는 처음으로 겨울을 맞았다. 철새들이 날아와 홀로 있던 등대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철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등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봄이 오자 철새들은 북쪽으로 날아갔다. 등대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되뇌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등대가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 찾아왔다. 그날 밤,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바다 위에서 구겨질 듯 휘청거리는 배를 본 등대는 무서웠는데….

  출판사 리뷰

날마다 늘 같은 곳에 꼿꼿이 서 있는 등대가 간직한 이야기

“내가 여기 있어.”
등대가 말합니다. 곶 끄트머리에 서 있는 등대입니다. 밤이 되면 등불을 빙글빙글, 바다를 반짝반짝 비춰 배들의 표지판이 되어 줍니다. 등대는 한자리에 선 채로 여행객들로 가득한 여객선,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선, 짐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을 묵묵히 바라봅니다. 다들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등대는 처음으로 겨울을 맞았습니다. 철새들이 날아와 홀로 있던 등대에게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철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등대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봄이 오자 철새들은 북쪽으로 날아갔습니다. 등대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되뇌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등대가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밤,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휘몰아쳤습니다. 바다 위에서 구겨질 듯 휘청거리는 배를 본 등대는 무서웠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폭풍우에 지지 마. 내가 여기 있어.” 하고 외쳤습니다. 빙글빙글 반짝반짝, 마침내 등대의 자그마한 불빛이 배에 다다랐습니다. 배는 크게 방향을 바꿨고, 조금 뒤 저 멀리서 어렴풋 기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여기 있어.”
빙글빙글 반짝반짝, 등대는 오늘도 어김없이 꼿꼿이 서 있습니다.

캄캄한 어둠을 밝혀 주는 촛불 같은 존재, 등대

촛불은 스르르 녹아내리며 불을 밝힙니다. 근래에는 흔히 사용하지 않지만 불빛이 없는 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요. 등대는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합니다. 처음 지어진 곳 그 자리에 선 채로 제 맡은 일을 해야만 합니다. 스스로 녹아내리며 불을 피워 내는 촛불과 같은 처지이지요. 사람의 삶에 비유하자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 채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입니다.
등대의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배에 목표, 뱃길, 위험한 곳 따위를 알려 주려고 불을 켜 비추는 시설’, 다른 한 가지는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 주는 사람이나 사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가 여기 있어』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한 등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등대는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은 등대입니다. 바다를 오가는 배, 물고기 떼, 고래를 관찰하고 철새가 들려주는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렙니다. 하지만 이내 등대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합니다. 폭풍우에 휘청거리는 배에 불빛을 비춰 방향을 알려 주고, “내가 여기 있어.”라고 외치지요. 마치 촛불이 녹아내리며 길을 밝혀 주는 것처럼 등대는 그렇게 꼿꼿이 선 채로 배가 가야 할 방향을 이끌어 줍니다. 누군가가 다른 이의 삶을 이끌어 주듯이 말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등대’라는 소재를 메타포로 삼은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에게나 등대와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신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혹은 나 자신이건 간에 말이죠. 이 책은 어린이를 비롯 성인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등대의 기본적 역할, 등대의 자기희생 정신, 어른들에게는 삶을 이끌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위안,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을 건네며.

완벽한 두 예술 작품이 만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명작

『내가 여기 있어』의 표지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철새들이 등대에 편안히 앉아 머무르고 있습니다. 등대는 흡사 멋쟁이 신사의 모습으로, 기품 있는 중절모를 쓰고 두 개의 단추가 달린 양복을 입은 채 서 있는 것만 같습니다. 불빛이 나오는 등불은 굳은 신념으로 가득한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으로 보입니다. 이야기 속 등대의 캐릭터에 꼭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더욱 흥미로운 장면들이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푸르른 하늘빛, 깜깜한 어둠 속 명징하게 빛나는 노란 불빛, 청아한 바다의 파란빛, 노을 지는 무렵 연보랏빛 바다, 연둣빛 너른 들판. 등대가 서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배경적 제한을 둔 그림책에서 이토록 풍성하고 아름다운 채색을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너른 연둣빛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장면은, 한 편의 환상적이고 독립된 그림 작품을 보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아크릴과 과슈를 사용, 자연스럽게 어우르며 톡톡 두드리는 한편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운 붓 터치를 보여 준 화가 고이케 아미이고의 월등한 실력을 방증해 주는 장면이지요. 작가 사이토 린의 서정미 넘치는 글, 화가 고이케 아미이고의 뛰어난 작품성이 만나 책장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 같은, 등대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책이 탄생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사이토 린
2004년『손을 흔들어 손을 흔들어』로 등단, 2014년 장편『도둑 도두기』로 제48회 일본 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 제64회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시집으로『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안녕, 관』『사실은 기호가 돼버리고 싶다』, 그림책으로『개는 짖는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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