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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북인 | 부모님 |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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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현대시세계 시인선 82권. 2004년 「포엠토피아」로 등단한 후 2007년 시집 <눈썹 끝의 별>을 출간했던 문근식 시인이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문근식 시인의 시집 제목인 "물끄러미"는 암시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물끄러미'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한 주체가 어떠한 대상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주관적인 의지나 관심과 간섭이 배어들어 있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시집의 시들과 연관지어 부연하자면, 이 '물끄러미'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 하나가 더 들어 있다. 공간이라 지칭할 수도 있을 '거리감'이 그것이다. 이 '거리감'은 '나'와 '너'의 상대적인 거리이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인 거리이기도 하다.

내가 느끼는 너와의 거리와, 네가 느끼는 나와의 거리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우주의 별들과의 거리만큼 먼 것일 수도 있고, 어깨 부딪힐 만큼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심리적인 거리는 상대적인 동시에 절대적인 거리인 것이다.

  출판사 리뷰

시간의 지층으로 쌓여 있는 ‘그리움’으로 돌아가는 문근식의 시편들
2004년 『포엠토피아』로 등단한 후 2007년 시집 『눈썹 끝의 별』을 출간했던 문근식 시인이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물끄러미』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082번으로 출간했다.
문근식 시인의 시집 제목인 “물끄러미”는 암시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물끄러미’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한 주체가 어떠한 대상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주관적인 의지나 관심과 간섭이 배어들어 있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시집의 시들과 연관지어 부연하자면, 이 ‘물끄러미’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 하나가 더 들어 있다. 공간이라 지칭할 수도 있을 ‘거리감’이 그것이다. 이 ‘거리감’은 ‘나’와 ‘너’의 상대적인 거리이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인 거리이기도 하다. 내가 느끼는 너와의 거리와, 네가 느끼는 나와의 거리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우주의 별들과의 거리만큼 먼 것일 수도 있고, 어깨 부딪힐 만큼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심리적인 거리는 상대적인 동시에 절대적인 거리인 것이다.
또 하나, 문근식 시인의 시집은 ‘너’, ‘그’, ‘그녀’ 또는 ‘당신’으로 지칭되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나에 대한 확인인 동시에 타자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이 아니라 나와 타자로 지칭되는 ‘무수한 당신’이라 말해야 할까? 사물이 아닌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대상에 대한 시인의 탐구는 대상과의 거리 인식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거리감에 의해 비로소 생겨나는 대상에의 관심과 궁금증들은 결국에는 서로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난 시간속의 나, 혹은 지금 이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왔고, 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집요한 질문은 결국, 존재에 대한, 삶에 대한 시인의 탐구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알 수 없음’이다. 기약할 수 없는 생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그리고 당신과 내가 살아 있기에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내성적인 시인은 마음으로만 당신과, 세상과 교감한다. 그의 시는 그래서 늘 공간으로 비어 있고, 거리감으로 당신을 초청한다. 멀지만 가까운 당신,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를 확인한다. 사랑과 그리움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알 수 없음’이다. 다시 처음으로, 시간의 지층으로 쌓여 있는 ‘그리움’으로 돌아간다. 나 없으면 세상도 없겠지. 그리고 당신도 언젠가는 내게서 사라지는 존재이겠지. 시인의 시집은 그러나, 삶이 허망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역설로 보여준다.

늦은 바다에서


이제,
보내야 할 때입니다

지난 시간의 흔적
얼룩이었다가, 무늬였다가
추억으로
가슴 가장자리에서
소용돌이치더라도

당신은 물결의 무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파도였다가
어느 저물녘 밀물지는 바다였다가
점점 멀어지는 수평선 바라보는
해안선이었다가

아침이면
다시 낯선 이방인이 되는

하루하루를 저어가듯
이제, 당신을 놓을 때입니다

아득한 생의 능선에서
또 다른 능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볼 시간입니다

저물어가는 시간의 바다 끝에서
멀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볼 시간입니다

벼랑 위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우두커니
지워져가는 당신을, 그렇게
바라볼 시간입니다

페루의 눈물


그녀가 우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시집 온 여자

마추픽추의 허물어진 돌담
거기, 서 있는 노파

서로 마주 보고 있네, 지구 반대편의
눈빛과 눈빛이 만나는 경계에
수평선 하나 생겨나네

알겠네
이곳에 썰물이 질 때
그쪽에는 파도가 치는 이유
해안선이 둥글게 슬픈 이유

지난해
채석강 해안에서 언뜻
발등 적시고 사라진
노파의 얼굴에서 출렁이던 파도
파도를 닮은 그녀의 뒷모습

서로를 지워가는
어머니와 딸

누구인가
비라코차의 슬픈 전설 속으로
나를 자꾸 등 떠미는 이

  작가 소개

저자 : 문근식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다. 청년시절부터 현재까지 공무원으로 일해왔고, 2017년 말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2004년 『포엠토피아』로 등단해, 2007년 시집 『눈썹 끝의 별』을, 2010년 산문집 『길에서 그리운 이름을 부르다』를 출간했다.

  목차

제1부
채석강·13
늦은 바다에서·14
태반크림·16
십일 월의 여섯 시·17
마음의 행방·18
내 안의 허공·19
참 긴 말·20
액정 속으로·21
풍경 밖의 여자·22
무릎 세우고·24
바위·25
그녀를 복사하다·26
수화로 말하다·27
달맞이꽃에 대한 반론·28
흐린 날·29
그에게서 전화가 오고·30
망상, 혹은 추억·32
동태·33
페루의 눈물·34
오후 두 시·36

제2부
카톡·39
오로라가 없는 밤·40
새가·42
손주름·43
그렇게·44
바다의 그늘·46
솔개·47
비는·48
오래된 웃음·50
해변에서·51
비 맞은 강아지처럼·52
소나기·53
디스크 수술을 하다·54
그리움을 바라보다·56
딱정이를 뜯다·57
아버지의 나이테·58
그녀·60
거울효과·61
별을 두고 오다·62
바람의 무덤·64

제3부
고백·67
잠 속의 골목·68
외로움 혹은·70
군간나루·71
반사 유리 너머·72
아버지·73
아버지의 계절·74
낡은 구두·75
분재·76
역진화론·77
두 개의 거울·78
길의 눈·79
비밀의 방·80
칼국수와 클래식·81
달맞이꽃·82
불면증·83
공무원·84
건강검진·85
다섯 시 삼십 분·86
언저리에서·87

제4부
암호를 풀다·91
아침이 지워졌다·92
동태탕·93
갈대가 우울할 때·94
그래서 또 한 잔·95
거울에 기대어·96
약국에서·97
왜 꽃은 피어·98
가을느티·99
종댕이 길에서·100
저녁 무렵·101
목련을 지우다·102
문득, 그리움이 켜지다·103
그리움에 대한 예의·104
사무실에서·106
길·107
돌아앉기·108
경계에서·109
마지막 월세·110
아프다·112

해설 동시성으로 살아가는 동시대 삶의 내면들/ 최준·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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