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랑스에 살며 글을 쓰고, 번역을 하는 소설가 신유진의 첫 산문집. 글로 세상을 만들어내 그 속에 자신을 숨겨왔던 소설가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보내 온 날들을 적어 보냈다. 낮을 배경으로 한 열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는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보내온 십오 년이, 자신이 살아온 서른다섯 해가 온전히 녹아 들어 짧지 않은 글이 되었다.
그녀가 글을 통해 붙잡으려 하는 것들,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코 마음을 줄 수 밖에 없는 것들의 목록은 함부로 다루었던 가족사진이나 누군가의 그림자, 혹은 늙은 배우, 사라져버린 건물 관리인, 낡은 스웨터, 버려진 냉장고, 죽은 도마뱀, 누군가의 장례식 등등… 결국 평범한 일상이거나 너무 초라해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 글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저자의 말 속에서 우리도 이미 마주친 적 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슬픈 얼굴'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절제되고 섬세한 문장으로 닦아, 그 안에 숨어있던 의미와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산문집은 한 사람의 일상의 기록이 단순히 벌어진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아름다운 산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서른다섯 해의 삶, 십오 년의 이방인 그리고 열다섯 날의 기록1. 『열다섯 번의 낮』은 작가 신유진의 첫 산문집입니다. 글로 세상을 만들어내 그 속에 자신을 숨겨왔던 소설가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보내 온 날들을 적어 보냈습니다. 낮을 배경으로 한 열다섯 날의 이야기인데요.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짧을 것 같은 열다섯 날에는,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보내온 십오 년이, 자신이 살아온 서른다섯 해가 온전히 녹아들어 짧지 않은 글이 되었습니다. 기록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일 테지요. 작가는 기억이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윤색되고 과장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무언가가 그저 흘러가버리지 않게 붙잡으려 애쓰고 있다는 걸 글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들을 쓰고 싶다.
그 애가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쓰고 싶어 했던 것처럼.
발바닥 밑에 붙은 하찮은 것들, 광원의 반대편에 선 것들, 로자를 품은 그 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 본문 중에서
2. 그녀가 그렇게 애써 붙잡으려 하는 것들,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코 마음을 줄 수밖에 없던 것들은 함부로 다루었던 가족사진이나 누군가의 그림자, 혹은 늙은 배우, 사라져버린 건물 관리인, 낡은 스웨터, 버려진 냉장고, 죽은 도마뱀, 누군가의 장례식 등등.... 결국 평범한 일상들 혹은 너무 초라해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들뿐입니다. 그것들이 불러오는 지나가버린 시간들이기도 하고요.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의 깊이와 온도는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어 서게 만듭니다. 작은 숨을 불어넣고 그것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가벼운 것이 아님을 우리 앞에 넌지시 드러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기억을 붙잡는 그녀의 방식을 보자면 우리는 잠시 눈을 감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식을 마친 날, 엄마는 주방에서 울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제법 쌀쌀한 이른 가을 바람에 얼굴을 맞으며 하얀 거품 같은 설움을 품어내며 울었다. 1993년의 것과는 또 다른 울음이었다. 오히려 주방 옆, 작은 서재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 내어 쏟았던 나의 울음이 1993년의 그것과 닮았을 것이다.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벙긋벙긋했던, 엄마의 미완성 문장들, 그 뒤에 올 말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눈물의 무게와 질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분이 한창 진할 때가 있고 또 그것이 맑아질 때가 있는 것이다. 정돈하지 못한 감정을 응축하여 쏟아낸 나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짰고, 몇 번을 걸러낸 엄마의 눈물은 담수처럼 맑았을 테다.” - 본문 중에서
3. 그녀의 글 속에 숨은 슬픈 얼굴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본인은 “서글픈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은 소설과 시가 서글픔을 노래하지 않았는가. 마치 삶의 주제가 그것 하나인 것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서러운 문장들을 만났다.” 라고 말하지만, 사라져가는 것들 앞에서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눈에 밟혀 글자가 되어 가는 것들을 어떻게 외면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여전히 서러운 어떤 것을 쓰고 싶지 않으나, 사라진 보라색 스웨터가 자꾸만 눈에 밟혀 글자가 되어 가고 있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 본문 중에서
작가는 일상 속 자신이 바라보고 귀 기울였던 것들을 그리고 떠오르는 몇 가지 기억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깊은 감정이 전해지는 것은 좋은 글이 반드시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저는 그것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한 사람이 겪은 날들을 읽는 것이지만, 그 시선과 목소리가 이런 말을 전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견디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러한 글이 견딜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평범한 일상을 절제되고 섬세한 문장으로 닦아, 그 안에 숨어있던 의미와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첫 산문집은 한 사람의 일상이 단순히 벌어진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아름다운 산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눈물의 무게와 질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분이 한창 진할 때가 있고, 또 그것이 맑아질 때가 있는 것이다. 정돈하지 못한 감정을 응축하여 쏟아 낸 나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짰고, 몇 번을 걸러 낸 엄마의 눈물은 담수처럼 맑았을 테다. - ‘겨울이었다’ 중에서
“이것은 희극인가? 비극인가?” 내가 물었다. 인생이 희극도 됐다가 비극도 됐다가 하는 거지 뭐.” 세르지오가 대답했다. 그런데 세르지오의 말에 의하면 희극을 연기할 때는 비극처럼 진지하고 처절하게, 비극을 연기할 때는 희극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더라. 우리는 술 한잔에 얼마나 가벼워졌던가? 얼마나 많이 웃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비극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가? - ‘어느 늙은 배우’ 중에서
작가 소개
옮긴이 : 신유진
파리 8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공식 통역사로 일하고, 또 글을 쓴다. 문장 21 단편 문학상 수상으로 “세 사람”을 발표했고, 단편 “검은 빛의 도시”가 월간 토마토 단편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상작 모음집 [지극히 당연한 여섯]과 소설 [여름의 끝, 사물들],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 [열다섯 번의 밤]이 있다. 번역으로는 아니 에르노의 [세월]과 [사진의 용도]가 있다.
지은이 : 신유진
작가, 번역가산문집 『몽 카페』 『열다섯 번의 낮』 『열다섯 번의 밤』 , 소설집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를 지었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 『남자의 자리』 『진정한 장소』 『사진의 용도』와 에르베 기베르의 『연민의 기록』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프랑스 산문선 『가만히 걷는다』를 엮고 옮겼다.
목차
· 겨울이었다
· 어느 일요일
· 로자에 대한 짧은 기억
· 마리안의 장례
· 남향
· 카페드플로르
· 어느 늙은 배우
· 폭염
· 거리에서, 혼자
· 냉장고를 위한 짧은 단상
· 도마뱀 살해 사건
· 문지기, 토마
· 부르고뉴 호텔
· 멀리서 온 청춘
· 여름의 맛
· 태양을 마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