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책을 읽지 않는 세대에게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소개하는 나림(那林)이라는 거대한 문학의 숲을 거니는 즐거움. 시니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인 소망수필반에서 '이병주 소설 재미있게 읽기'라는 주제로 글을 모았다. 넓고도 깊은 이병주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 늦깎이 학생들의 글을 통해 우리도 날카로운 세태풍자와 넘치는 유머가 공존하는 이병주 문학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병주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네 명의 글을 통해 깊이 있는 접근도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나림이라는 문학의 숲으로 초대
“나림(那林)이라는 작가 이병주의 호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작가는 그의 ‘숲’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비밀한 숲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앞에 펼쳐진 나림의 세계는 실로 종횡무진 그 자체였다.”
나림 이병주는 누군가에게는 최초의 빨치산 소설 『지리산』의 작가로 다른 사람에게는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영된 적도 있는 『행복어사전』의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의 근현대사 중 가장 첨예한 대립의 산물을 다루는 역사소설과 생동감 있고 유머가 넘치는 베스트셀러는 그 간격이 좁아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종횡무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병주라는 문학을 숲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병주에 대한 평가가 당대에도 논란이었지만 여전히 쉽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지금이 그의 작품세계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가와 가까운 세대인 시니어들의 작품 읽기는 요즘 사람들이 놓칠 수밖에 없는 의미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이 책의 부제인 ‘이병주 소설 재미있게 읽기’처럼 곳곳에 담긴 이병주 작품세계의 묘미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증언자요,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삶이란 이렇게 아이러니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고, 이런 아이러니는 역사의 그늘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예낭이란 도시의 그늘에서 스러져가는 소시민들처럼.”
어른들이 이병주의 소설에서 발견한 재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언론인 출신이 이병주가 지닌 증언자요, 기록자로서의 면면이다. 작품에 당대의 현실을 눈앞에 보이듯 그리고 담아낸 것이다. 특히 그 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아니다. 이병주가 사회와 인간에 대해 보여주는 날카로운 시선은 본질에 육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가 다른 지금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또한 시니어들이 깊게 공감하는 당대의 감각과 반대로 그것과 무관한 요즘의 시각으로 느끼는 감상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병주 문학을 다시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역사를 위한 변명
“역사를 변명하기 위해서라도 소설을 써라. 역사가 생명을 얻자면 섭리의 힘을 빌릴 것이 아니라,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을 빌려야 된다.”
학병세대로서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함께한 이병주는 굵직한 역사소설을 여러 편 남겼다. 지금도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처럼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소설이 가지는 힘을 인식한 이병주는 ‘역사를 위한 변명’으로 소설을 제안했다.
이 책에 있는 여러 글에는 이병주 작품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에 대한 글쓴이들의 개인적 경험도 담겨 있다. E. H. 카가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 것처럼 이병주가 남긴 역사소설을 통해 글쓴이들은 자신의 경험이란 거울에 비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하고 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소설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책 읽지 않는 세대에 대한 경종
“이 책의 글쓴이들이 모두 우리 사회의 원로라는 정황을 두고 보면, 이는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는 세대에 대한 하나의 경종(警鐘)이며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담은 권유이기도 하다.”
이병주 연구에 오랜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 문학연구자요 문학평론가인 김종회, 손혜숙, 추선진, 강은모가 이렇게 기꺼운 심층 독서의 성과에 힘을 더하기로 했다. 덕분에 이병주 소설을 재미있게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병주 문학의 대중성에 대한 심도 있는 학문적 논의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실린 네 편의 논문은 이병주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중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 글들을 통해 책 읽기를 주저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인 대중성에 대한 폄하를 떨치고 나름의 가치를 지닌 여러 작품을 재미있게 읽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문학관, 가치관, 인생관의 면면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철저한 인본주의자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인간에 대한 깊고 따뜻한 감상,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솔직한 감회, 자신의 소신에 대한 꿋꿋한 자세, 옳고 그름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 이길 수 있지만 져줄 수도 있는 여유 등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다.
작가의 호는 나림(那林)이다. ‘어떤 숲’이라는 의미이다. 고고하게 우뚝 선 황제와는 대비되는, 이름도 가지지 않은 채 온갖 것들을 포근히 품은 숲 같은 ‘황제’가 아닐까.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내 마음에는 이병주 작가의 『지리산』을 찾아 떠나는 독서 여행에 대한 기대가 차오르고 있다.
「쥘부채」의 신명숙을 생각한다. 동식을 둘러싼 친구 A, B, C와 같은 당대의 젊은 지식인이 아닐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긴급조치 위반으로 무기징역형, 감형해서도 20년형이나 받을 정도의 사상과 신념이 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과 사상과는 별개로,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의 움직임에 따랐을 뿐이라면, 너무도 애석하다. 젊음을 감옥에서 보내고 쓰러져 간 집념은 연기로 사라져 몇천억 년을 작용해서 ‘강덕기 원소’와 ‘신명숙 원소’를 한 마리의 나비와 한 떨기의 꽃으로 결합하는 생면 전생의
기적을 나타낼 것이라는 대목에 머리가 아파왔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우리 주변은 물론 나 자신도 때로는 본인의 진실된 뜻과 달리, 전혀 엉뚱한 결과에 당혹하기도 하지만 이미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왕왕 보게 된다.
짧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식의 애인, 성녀 역시 한순간에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홀연히 자유롭게 사라지지만, 동식이가 결혼식장에 뛰어들 수 없는 아픈 상황도 결국, 성녀가 가진 부(富)의 힘이라는 것을 작가는 은연중 나타내고 있다.
소설의 주 무대인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바로 뒷산인 안산은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가까운 날 등산을 하게 되면, 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뀐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한 하계를 내려다보면서 신명숙의 사랑과 집념에 대한 생각으로 색다른 감회에 젖을 것 같다. 아울러 작가 이병주의 치열한 창작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이병주는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에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많이 읽히는 소설이 꼭 좋은 소설은 아니지만, 좋은 소설이 많이 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많은 대중적 수용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칭찬의 소재가 될 수 있을지언정 흠결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수용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그의 소설이 가진 탁발한 ‘재미’와 중량 있는 ‘교훈’에서 말미암았다. 특히 『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로 이어진 한국근대사 소재의 3부작을 비롯하여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이 영역에 있어서 제 몫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을 통한 역사 해석 또는 재해석은, ‘문학을 통해 정치적 토론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작가’라는 평가를 불러왔다. 이승만의 제1공화국, 박정희의 제3공화국을 비롯하여 역사상의 좌우 대립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균형감각을 갖고 서로 대립된 양측 모두를 함께 조명하는 판단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단순한 이야기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박학다식한 기량을 활용하여 설득력 있는 서사를 전개했다. 그래서 그를 두고 ‘문(文)·사(史)·철(哲)에 두루 능통한 거의 유일한 작가’라는 평판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작품의 수준과 그 운동 범주의 확장을 함께 가진 작가는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시대에서나 결코 흔하지 않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소망수필반
인생의 여러 굴곡과 영광의 날을 간직한 채 만년에 이르러, 수필 창작을 통해 새로운 생애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의 글은 자신의 삶에 대한 존재증명이자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소망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 수필반에서 만나 오랜 세월 함께 글을 쓰며 그 일상과 생각과 신앙을 나누어왔다. 그러므로 소망수필반은 신앙적 소망과 일상적 삶의 소망이 갖는 의미를 함께 포괄하는 이름이다. 이 모임은 그동안 한국문학의 큰 작가 이병주에 대한 독서를 공유하며, 글에의 관심을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역사적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번의 책을 계획하여 출간했다.
목차
1부 이병주 소설 뜻깊고 재미있게 읽기
중편소설
역사관, 소설적 교훈과 재미의 추수 -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輓詞)」 김삼성
겨울밤, 황제는 무얼 회상했을까 - 「겨울밤」 손정란
다정과 다감이 흠이 되었노라 - 「세우지 않은 비명」 손정란
권력은 호화롭지만 비력비자(非力非資)는 비참하다 - 「예낭 풍물지」 이상임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 「소설알렉산드리아」 이영훈
단편소설
법과 인간중심주의, 그 상관성 - 「철학적 살인」 김괴경
국화꽃, 그 소리 없는 아우성 - 「삐에로와 국화」 김신지
역사 속의 개인을 위하여 - 「변명」 백승남
우리 모두는 인생 제4막의 주인공 - 「제4막」 이승일
내 기억 속의 ‘불광동’과 소설 속의 ‘불로동’ - 「박사상회」 이영훈
내 뜰 안의 매화나무 - 「매화나무의 인과」 정정숙
쥘부채에 실린 메시지, 이병주가 말하는 사랑의 집념 - 「쥘부채」 홍온자
2부 이병주 소설 대중문학 코드로 읽기
대중문학의 수용성과 이병주 소설 김종회
이병주 문학에 나타난 세계시민주의의 양상 추선진
이병주 소설에 나타난 419의 문학적 전유 양상 -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손혜숙
이병주 장편소설 『풍설(風雪)』의 대중문학적 의미 강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