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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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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332권. 2010년 《부천시인》,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강수경 시인의 첫 시집 이다. ‘노동하는 인간’이야말로 강수경이 바라보는 인간의 유적 자질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고 가족을 꾸려나가며 노동의 사회성 혹은 정치성 안으로 들어간다. 노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환유적 동심원들이야말로 강수경 시의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수경 시인은 지독한 리얼리스트이다.

  출판사 리뷰

노동의 시간, 그리고 도래할 미래

2010년 《부천시인》,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강수경 시인의 첫 시집 『어제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32로 출간되었다. ‘노동하는 인간’이야말로 강수경이 바라보는 인간의 유적 자질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고 가족을 꾸려나가며 노동의 사회성 혹은 정치성 안으로 들어간다. 노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환유적 동심원들이야말로 강수경 시의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수경 시인은 지독한 리얼리스트이다.

■ 해설 엿보기

강수경 시인은 ‘노동’의 의미소(意味素)로 인간의 본질을 읽어내고, 그것이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며, 다수 대중을 고통스러운 긴 열차의 승객으로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강수경은 정확히 리얼리스트이다. 그는 누대에 걸친 고통과 슬픔의 연료가 ‘작업’과 ‘활동’으로 열리지 못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한 치명적인 궁핍임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을 넘어서 ‘작업’과 ‘활동’으로 가는 길은 지극히 어렵다. 시스템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것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결국 ‘활동’의 의미는 한마디로 말해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이다. 강수경은 결국 하위주체(subaltern)들의 광범위한 ‘연대’, 즉 ‘활동’이야말로, ‘노동’을 ‘작업’으로 끌어올리는 유일한 길임을 안다. 인간의 ‘일’이 대가 없는 ‘노동’이 아니라 ‘작업’이 될 때, 비로소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된다. ‘활동’은 ‘노동’이 ‘작업’으로 건너가는 통로이다.

세상에 빚을 지고 있는 거 같아
술잔 기울이는 일이 잦고
묵직한 것이 가슴에 매달려 훌쩍,
훌쩍이는데

누군가는 망루에 올라 목청을 높였지만
범람하는 소음 속에
절실함은 죽어갔고

통곡의 바다에 던져진 어린 국화꽃 지고
피는 일 없는데
컴컴한 속을 바라보는 건
남겨진 자에겐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일

오직 휴대폰 불빛만이 째깍째깍 발걸음을 재고
칠흑 같은 자본의 아가리로 심장이 갈리어 들어간 청춘
그 청춘을 앞세운 어머니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슬픔의 동굴로도 들지 못하는데

참 세상 참 노동을 외치며
더러운 적폐와 괴물 같은
거대 자본주의에 침을 뱉는 투사들 앞에
작은 촛불 밝히며 함께하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삶이
적어도 부끄럽진 말자는 것인데
- 「양심에 대한 예의」 전문

이 시는 ‘노동’에서 ‘작업’으로 건너가려는 다양하고도 치열한 ‘활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좌절당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양심에 대한 예의”, 즉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임을 잘 보여준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어머니는 말씀하셨지요
봄엔 모든 게 꽃이라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 아닌 게 없다고
- 「연초록 꽃」 전문

칸칸이 붙어 있는 쪽방 앞
뒤꿈치 구겨진 때 절은 신발들 흩어져 있고
물비린내 풍기는 공동 수돗가로
아스라이 달빛 비친다
가끔, 고혈이 푸르게 뚝뚝 떨어진다
달빛에 담긴 파란 바가지 구름처럼 떠 있고
물때 낀 빨간 고무대야에 붙어
아슬아슬 달빛 줄기를 탄다
달그림자 안에 고통 게우고
점액질로 몸뚱이 흠씬 적시고
바닥을 맨몸으로 오체투지하며 기어도
평생 집 한 채 질 수 없는,
음습한 영토에 유배된 상처투성이
한바탕 비라도 내리면 지난한 운명 잊기 위해
한낮 향연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기억에도 없는 어떤 부끄러움인지
여린 바람에도 제 눈을 감춘다
- 「민달팽이」 전문

비 내리는 날
때를 놓쳐 먹는 컵라면
창가에 서서 면발 같은 비를 보며 국물을 홀짝인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 위에 고인 빗물
낡은 엘피판에서 잡음이 튀어 오르듯
파문이 인다
내 몸에 비 내린다

광화문에 집결했던 시위대는
최루탄에 밀려 명동골목으로 개미떼처럼 흩어졌다
눈물 콧물 만신창이로 동아리 방에
불나비처럼 모여 들었던 동지들
진혼곡을 부르며 컵라면에 독한 소주를 털어 넣고
이루지 못한 꿈에 시린 가슴을 칠 때도
몸속에 뜨거운 함성처럼 비 내렸다

빛바랜 간판의 불빛을 보고 들어간 여관
삐걱대는 낡은 침대
고른 숨소리로 잠든
녀석의 고단한 운동화를 나란히 놓아주고 나온 새벽
서늘하고 비릿한 공기가 폐부를 기웃거리는 종로의 좁은 뒷골목
편의점에서 컵라면의 마지막 면발을 건져 먹으며
부유(浮游)하던 사랑에 마침표를 찍을 때도
몸속으로 가늘게 흐느끼며 비 내렸다

습관적 다독거림,
따뜻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 『컵라면에 대한 단상』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수경
평창 진부에서 태어나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부천시인》,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천시인협회, 복사골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명인과 범인 13
소리 사이의 소리 14
중립의 초례청에서 16
양심에 대한 예의 18
노을의 속삭임 20
마늘 먹는 호랑이 22
전쟁터에서 피운 꽃 23
몸을 구겨 넣다 24
바람의 집 26
어느 계약직 노동자의 독백 28
월요일이 구른다 30
민달팽이 31
피의 기억 32
시골막걸리 집 34
입속에 붉은 혀가 산다 36

제2부

몸과 맘 39
컵라면에 대한 단상 40
사람 42
우리, 안녕하십니까? 44
신발을 털며 46
링링 지나간 후 47
사거리에는 순서가 없다 48
뒤꿈치 50
신세계 51
점핑 소녀 52
혈연 54
해우소(解憂所) 56
후 57
눈물이 필요한 이유 58
I 60

제3부

무딘 칼 63
사춘기 64
용서 66
식탐 68
흉터 69
틈 70
꽃잎이 졌을 뿐 72
안개 속에서 74
어느 날의 환대 76
벙어리장갑 77
故 손봉기 님을 아시나요? 78
미덕 패러다임 80
오늘, 활을 쏘았습니다 82
밥집에서 84

제4부

연초록 꽃 87
생명의 노래 88
산그늘 90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중턱에 앉아 91
비행 92
버즘나무의 비명 94
힘 96
천년 향기 97
붉은 눈물 98
하늘에 묻다 100
외가 102
눈 오는 날 103
한 점 물방울 104
맹꽁이 우는 밤 106
농신(弄臣) 108

해설
노동의 시간, 그리고 도래할 미래 109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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