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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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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334권. 2012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성철 시인의 첫 시집. 시집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30여 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강성철 시인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집이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인한 해직과 복직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놓지 않고 살아온 한 공무원의 일대기를 아름다운 서정의 문체로 만나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기묘한 끌개와 카오스모스의 세계

근원적인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혼돈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바람과 몸짓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과 관계가 있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다. 태평양의 아주 작은 섬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 그 날갯짓이 다른 지역에서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그 대단한 결과의 확실성보다는 예측 불가능성이나 복잡성과 불규칙성, 또는 비주기성 같은 개념들에 더 주목한다. 문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미래의 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미이다.

누구라도 한번
지축을 흔들고 싶지 않겠는가

저온과 고온의 차이가 심한
해수와 육지 사이에서
한 번의 날갯짓으로
태풍을 만드는 나비

삼십 년이란 세월 동안
한 평 남짓한 자리에서
날갯짓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온 나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실려
안개 속을 헤매다
쏟아지는 비를 맞을지라도
쾌적한 자리를 찾아다녔는데

이제 온종일 누군가의
그늘을 걷어내는 꿈을 꾸며
부드러운 날개를 몰래 펼쳤다가
가만히 접어보네
- 「공무원」 전문

이 시집의 표제시 「공무원」에는 이와 같은 한 개인으로서의 ‘혼돈에서 질서 찾기’가 정서적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고, 동시에 나비효과에 등장하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빚어내고 규정하는 ‘혼돈의 감정 정돈하기’라는 진폭이 또 하나의 울림을 형성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보통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꿈은 현실 속에서 유형무형의 어떤 것을 소유하고 이루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강성철은 그 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누구라도 한번/지축을 흔들고 싶지 않겠는가”라는 아주 묵직한 심정을 토해낸다. 이것은 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성질의 것이어서 보다 근원적인 입장으로 접근해야 강성철의 서정을 풀어나가면서 규명할 수가 있다.
-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찬란하게 빛나는 저 자리
누가 앉고 싶지 않겠나
쉬지 않고 일하는 황소도
가시를 숨긴 장미의 아부도
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어두운 밤에도
누군들 빛나는 자리에 앉고 싶지 않겠나
지느러미가 찢어질 듯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달빛 아래 울부짖는 여우도
다 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저기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답겠나
오늘도 저 자리 하나 때문에 웃고 우는 세상
누구의 자리일지 모르는 저 자리가
오늘따라 더 빛난다
- 「빛나는 저 자리」 전문

숨길 수도 없고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어
상처받기 마련입니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때론 분노가 폭발하여 참을 수도 없습니다
가슴 조여올 때도 있지만
가쁜 숨을 쉬며 정신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거리에 나선 적도 있었습니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맞으며 투쟁했지만
해직이 되어 더 짓눌리기만 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살았지만
차가운 방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벗어나지 못해
동료 하나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꽃 한 송이에 가슴이 열리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기에」 전문

서류 뭉치 가득 담아
들고 다니던 가방

약봉지 하나가
봉투 하나를 밀어내더니

조금씩 조금씩
밀어내기가 이어지면서
가방을 점령해간다

점점 늘어나는
약봉지와 약통들

가방은 이제 약국이 되었고
나는 약사가 되어간다
― 「약사가 되어간다」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성철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2012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틈새』 『풀잎에 쓰다』 외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광명시장상, 광명시의장상(예술 부문)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광명시문인협회 회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명시 지부 지부장 역임, 현재 광명시청에 근무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빛나는 저 자리 13
여우 생존기 14
전령사 16
체면 18
두 개의 산 20
공무원 22
권불십년 24
착각 26
기웃거리다 28
폭탄주 30
장미의 미소 32
사람이기에 34
마라톤 36
민낯 38

제2부

약사가 되어간다 41
잔소리에 취하다 42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 44
봉급생활자는 봉이야 46
물 위에 서다 48
해고 통보 50
꿈은 져도 좋다 52
콩국수 54
어머니 밥상 56
소나무 58
비둘기 할머니 60
오이냉국 62
설거지 64
까치집 66

제3부

첫사랑 69
목련 70
벚꽃 72
수국 74
상사화 76
저녁노을 78
매미 79
은행나무 사랑 80
들국화 82
이별을 경험하는 계절 84
저물어 간다 86
번 아웃 88
길 90
모과 92

제4부

이상기후 95
항아리 96
여린 마음 98
경주 100
상처를 어루만지다 101
운명 102
첫사랑 그녀 104
미니는 나의 애인 106
명절 주차 단속 108
쓸쓸한 호미곶 109
라인큘러스 110
노점 할머니 112
이별 114

해설
기묘한 끌개와 카오스모스의 세계 115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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