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제주대학교 국책사업단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가 늦깎이로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6월 『한국산문』 수필로 등단했던 김성은 수필가의 첫 에세이집. 모의 무관심으로 사랑에 늘 목말라했던 그녀가 예민했던 어린 시절 아픈 기억부터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젊은 신혼부부 못지않게 재밌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출판사 리뷰
명쾌하게 재미있는 ‘철든 소녀’의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제주대학교 국책사업단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가 늦깎이로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6월 『한국산문』 수필로 등단했던 김성은 수필가가 첫 에세이집 『행복한 청소부』를 출간했다.
『행복한 청소부』는 김성은 작가의 첫 번째 인생 보고서이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사랑에 늘 목말라했던 그녀가 예민했던 어린 시절 아픈 기억부터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젊은 신혼부부 못지않게 재밌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1부 ‘이만큼 복 받아’에는 제주에서 태어난 작가가 교우관계에서 벌어진 일화들을 생생하게 선보인다. 때 아닌 폭설로 고생하며 치렀던 대학 입시 이야기와 대학 졸업 후 서울 강남에 있는 인테리어디자인회사에 취직해서 겪었던 사회 초년생의 분투기를 담았다.
2부 ‘네 번째 발톱’에는 어릴 때부터 ‘애증관계’였던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과 화해를 모색하는 글을 펼쳐 보인다. 열다섯 편의 아버지 연작 수필은 작가가 책을 출간하기 직전까지 공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만큼 부녀간의 갈등을 가감 없이 서술했다.
3부 ‘곱져놓은 한라산’에는 작가가 고향 제주에서 가장 아꼈던 장소에 관한 글을 실었다. 할아버지 집이 있던 탑동 바다, 모슬포 용머리 해안, 이생진 시인의 시로 더욱 유명해진 성산포와 남한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한라산은 그녀의 인생 고비마다 든든한 친구처럼 기댈 어깨가 되어준다.
4부 ‘용동헌 이야기’는 작가가 서울에서 제주로 놀러온 남편을 만난 지 2개월 만에 동거를 시작하고 1년 뒤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체한 일부터 재택 근무하는 남편과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빠진 그녀의 재미있는 일상이 공개된다.
5부 ‘행복한 청소부’에는 사회 초년생 시절 갑자기 떠난 미국 여행부터 삼십대 중반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았을 때의 영국 어학연수 경험까지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인연과 자신을 성찰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남편이 깊은 애정을 담아 발문을 썼다.
“아내의 글은 명쾌하다. 재미있다. 뭘 감추려 하지 않는다.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내가 그녀의 글을 읽어주고 의견을 말해주는 과정은 대체로 즐겁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철든 소녀’를 아내의 글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어떤 분들도 그리 느끼리라 기대하지만, 사람은 각자 다 다르니까….”
삼십대 중반이 되도록 모아둔 돈이 없었다.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여 무보수로 3년 간 일한 곳이 망해버렸다. 거기다 부모님 모두 오랜 병환을 겪으면서 내가 전적으로 맡아 간병을 해야 했다. 체력은 바닥이 나고 마음고생이 극에 달했을 때 우연한 계기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다. 아픈 부모를 두고 떠난다는 것이 맘에 걸렸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해서 온 곳이 영국이었다. 거기만 가면 어두웠던 과거도 다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어도 금방 배우고 남자 친구도 사귀고 직장도 구하고 말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생각이었다. 파트타임 잡이라도 구하지 못했다면 남의 나라에서 빚을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4개월간 번 돈은 쥐꼬리만 했지만 그 돈으로 짧게나마 파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귀국을 앞두고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매니저가 상당히 아쉬워했다. 책임감 있게 일을 잘했다면서.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일을 좋아했다. 구석구석 청소기로 바닥 카펫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깃털 먼지떨이로 책상과 선반 위를 쓸어냈다. 내가 치우고 난 자리를 돌아보면 개운한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났다. 깨끗하게 닦인 세면대가 반짝이면 내 마음도 반짝였다. 청소하면서 내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엔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전율이 느껴져 걸음을 멈췄다. 가슴이 벅차오르며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래되어 이끼가 낀 낮은 돌담과 그 위에 솟아오른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 반들반들한 검은 돌이 촘촘히 박힌 보도. 어제도 그제도 걸었던 평소와 다름없는 길이었다. 이런 익숙한 길가에서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신비한 힘에 둘러싸인 듯 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고 있었다. 이 느낌이 너무 소중해서 이 시간 이 장소를 절대 잊지 않도록 노트를 꺼내들고 적어두었다.
영국을 떠난 후 수없이 그날의 전율을 떠올렸다. 그날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이 글을 쓰며 서서히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어느덧 내 마음의 상처에 새 살이 돋았음을. 좌절된 꿈, 헤매는 인내심, 어지러운 기억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음을.
비록 그곳에 머무는 동안 돈만 쓰고 영어도 그다지 늘지 않았지만, 다시 인생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 「행복한 청소부」 중에서
배신감과 질투가 동시에 폭발했다. 나는 H가 기쁨에 겨워 계속 떠드는 이야기를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자야겠다고 말하고선 불을 껐다. 침대에 누운 순간 잠은커녕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그간의 일들을 하나씩 꺼내 재생해보니 내가 놓치고 있었던 사실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지 오웰의 연극을 볼 때도 이번 여행도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둘이서 나를 잘도 이용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B와 H 사이에서 나는 사랑의 들러리, 견우와 직녀 사이의 오작교였을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을!’
― 「카탈로니아 찬가」 중에서
아무리 술 체질이라고 해도 너무 취해서 실수를 한 날이 있었다. 중요 업무 서류철을 술집에 놓고 오거나 낯선 이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채 지하철 2호선을 두 바퀴나 돌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자괴감에 절주를 다짐해보았지만 작심삼일일 뿐이었다. 고향이 무척이나 그리운 날, 상사에게 꾸지람 당해 서러운 날, 성공의 문턱이 너무 멀어 보여 괴로운 날, 외로움이 사무치는 날엔 술만이 확실하게 나를 위로했다. 직장에선 별 존재감 없는 나였지만 술자리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 「고주망태 탈출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성은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7년간 인테리어 디자인회사에 근무했다. 귀향하여 제주대학교 산업대학원 공업디자인전공 석사를 취득하고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로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5년부터 제주대학교 국책사업 문화콘텐츠 NURI(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단과 관광레저인재양성사업단,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사업단 행정실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마흔다섯에 다시 상경하여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6월 『한국산문』 수필로 등단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 내 존재의 소중함 알아가는 과정에 관한 보고서 · 4
1부 이만큼 복 받아
울보의 라일락 · 13 | 물자절약 못하는 아이 · 17
엄마는 왜 졸업식에 오지 않았을까 · 25 | 이만큼 복 받아 · 32
눈길 · 36 | 김 기사, 미스 김, 어이! · 42 | 국가 부도의 날 · 47
2부 네 번째 발톱
프로스펙스 · 53 | 헤어스프레이 · 57 | 연애 · 60 | 담배 · 65
상경 · 69 | 맥주와 단감 · 73 | 하룻밤 · 76 | 귀향 · 80
결혼과 이혼 · 83 | 일본 여행 · 85 | 러시아 민속춤 · 88
구급차 · 91 | 네 번째 발톱 · 97 | 이별 · 101 | 노을 · 10
3부 곱져놓은 한라산
탑동 바다 · 111 | 사계요? · 115 | 술에 취한 바다 · 121
나이브한 사람들 · 127 | 곱져놓은 한라산 · 133
4부 용동헌 이야기
용동헌(龍?軒) 이야기 · 141 | 만두녀 · 144 | 담 넘어온 호박 · 148
이산화탄소가 문제야 · 152 | 생존배낭 · 159 | I ♡ FAKER · 167
정원 일이 즐거울까? · 173 | 시, 어쩌면 좋아 · 179
즐거운 글쓰기 · 185 | 고주망태 탈출기 · 189
5부 행복한 청소부
아찔한 미국 여행 · 197 | 여름 안에서 · 203 | 카탈로니아 찬가 · 207
행복한 청소부 · 215 | 가난한 여행자의 도시 · 221 | 그는 몰랐을 것이다 · 226
발문 | 명쾌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철든 아내의 글’ ·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