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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절
도서출판 아시아 | 부모님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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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아시아’에 대한 소설가 6인의 테마소설. 각각 대만,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소설 속에 담았다. 가까운 만큼 잘 알지만 또 잘 모르기도 하는 장소들을 모티브로 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여섯 편의 소설들은 우리가 잃은 것과 잊은 것이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떠올리게 하고, 우리가 다시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게 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각자의 자리에서 아시아를 기록한 6편의 이야기들
“독자를 아주 멀리멀리, 원하고 상상했던 나라로 데려갈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소설가 6인의 테마소설. 각각 대만,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소설 속에 담았다. 가까운 만큼 잘 알지만 또 잘 모르기도 하는 장소들을 모티브로 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도쿄의 연구소에서 스쳐 지나간 아스라한 인연의 흔적을 더듬어보기도 하고(김강, 「나비를 보았나요」) 몽골의 다르하드 초원을 그리워했던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기도 한다(도재경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인도네시아 롬복의 바다로 두 번 다시는 갈 수 없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문서정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 베트남 하노이의 해변에서 억누르지 못하는 회한에 휩싸이기도 한다(박지음 「기요틴의 노래」). 유학 시절 만났던 대만인 친구를 떠올리고(이경란, 「여행시절」),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중국여행을 되새기기도 한다(이수경 「어떻게 지냈니」).

작품들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커다란 운명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작은 인간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뒤에는 감당하기 힘든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헤픈 여행자였는지를.
_김남일(소설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것이 금기가 되어버린 시대에,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의 모습을 담아낼까? 쉽게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저 익숙한 풍경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다른 풍경 속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문장 밖으로도 조금씩 배어 나오면 우리는 어쩌면 모두 비슷한 것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섯 편의 소설은 우리가 잃은 것과 잊은 것이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떠올리게 하고, 우리가 다시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게 할 것이다.

할아버지가 유이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유이토를 다시 만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짓 관심 없는 척했다고 한다. 찬찬히 고민해보니 별로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에요.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대학원생이니 함께할 멋진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일본어 억양도 이상해요. 오키나와 사투리.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뭐라 하셨고요?”
“오키나와? 하고 되물으셨죠. 그러고는 그저 아이고, 아이고 하셨어요. 이게 기회일까?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다시 사귀겠다는 말 따위는 꺼내지 않았어요.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할아버지 건강도, 유이토와 나의 관계도. 아무튼 웃기지 않아요? 저 나쁜 년이죠? 일본을 싫어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일본 남자와 다시 사귀다니 말이에요.”
- 김 강 「나비를 보았나요」 중에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난 그곳이 막연히 환상의 세계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뜻밖에도 그곳은 러시아 국경에 인접해 있는 몽골 홉스굴 인근의 초원 지대였다. 양들이 새끼를 낳는 봄이 오면 유목민들의 일손은 쉴 틈이 없다. 양이나 염소들에게 풀을 먹어야 하며, 길 잃은 새끼의 어미도 찾아줘야 한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는 그 사람들은 좀체 길을 헤매는 법이 없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아의 얘기가 조금은 낭만적으로 들렸다.
“그들은 일 년 중 절반 이상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길 위에서 산대.”
그날 민아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했다.
“눈보라 때문에 가족 같은 양과 염소를 곧잘 잃기도 해. 하지만 눈보라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어쩐지 매정한 사람들 같은걸.”
“하지만 그래야 다시 떠날 수 있겠지.”
- 도재경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중에서

현오와의 복잡한 일은 일단 접어두고 지금은 롬복의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고 싶었다. 오후 5시가 되자 수평선 너머에서 노을이 번져와 온통 섬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물결이 일 때마다 얇은 보라색 시폰 치마가 바람에 일렁이는 것 같았다. 호텔 내 선베드나 셍기기 해변에 누워, 푸른 하늘과 산호초가 부서져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사위가 어둑해지자 배에 조명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 문서정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도재경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가 있다.

지은이 : 문서정
(손가락은 손가락을 모르고)『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수필이,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소설 대상, 2016년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020년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앤솔러지 『나, 거기 살아』(공저), 『여행시절』(공저)이 있다.esarang77@hanmail.net

지은이 : 박지음
전남 진도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7년 월간토마토문학상을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이 있다.

지은이 : 김강
(으르렁을 찾아서)2017년 단편 소설 「우리 아빠」로 21회 심훈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2020, 아시아, 아르코 문학나눔 권장도서), 『소비노동조합』(2021, 아시아), 앤솔러지 『여행시절』(2021, 아시아)이 있다. chloro@hanmail.net

지은이 : 이수경
본적지는 대구이며, 파주 기지촌 부근에서 태어나 인천과 의정부에서 자랐다. 고궁 근처의 아름다운 학교에 다니며 처음으로 시를 썼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자연사박물관」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9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인터넷 언론 『민중의소리』에 문학 칼럼 ‘이수경의 삶과 문학’을 연재하고 있다. 소설집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지은이 : 이경란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잡지 만드는 일을 했다.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오늘의 루프 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와 공동 소설집 『여행시절』 등이 있다.

  목차

기획의 말_박지음
추천의 말_김남일

김 강 「나비를 보았나요」
도재경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문서정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
박지음 「기요틴의 노래」
이경란 「여행시절」
이수경 「어떻게 지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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