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걸으면서 보고, 걸으면서 찍는다.
그렇게 매일 나의 역사를 만든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을 포착한 작가의
남다른 세상 보기
걷기 예찬가인 장 자크 루소는
걸으면서 생각을 구성하고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했다.
이를 사진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부지런한 걸음걸이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 본문에서
이호준 작가는 사진 놀이를 하는 진정한 사진가다.
그가 가는 곳은 사진이 된다.
정봉채(사진가)
순수한 몰입이 만든 감동 남다른 노력과 몰입의 결과물만이 타인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자가 세상 곳곳을 발로 누벼 기록한 사진을 보면 어떠한 이로움이나 목적 없이 ‘온전히’ 즐기는 자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호준 작가의 사진과 글에는 몰입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도시가 아직 잠에서 깨기 전 혼자 강가를 걸으며 발견한 풍경, 추운 겨울 건물 옥상에 올라 바라본 도시의 모습, 한강변을 배회하던 가마우지 한 마리가 어느 건물 옥상에 앉던 순간. 그 모든 순간, 그곳에 작가와 카메라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작가의 예민한 시선이 닿으면 흘러가버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간을 붙잡듯’ 사진으로 기록해두었다. 카메라를 들고 기록한 현재는 금세 과거가 되고, 그러니 작가의 기록은 미래의 자신에게 선물하는 ‘헌정’이다.
바쁜 도시민에게 계절의 변화는 특별히 챙겨야 할 사건이 되었다. “어느새 가을이 다 지나갔네” 라면서 말이다. 잊고 지나치지 않기 위해, 계절별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었던 촬영 일자와 장소를 탁상 달력에 표시해 두기로 했다. 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순간으로나마 붙잡기 위한 나만의 기억법이다. - ‘시간을 잡는 일’에서
세상이 조금씩 변하듯 강의 모습도 매 시각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게 하는 건 ‘반복의 관찰’이다. 카메라를 들어 현재를 기록한다. 찰칵, 사진을 찍는 순간 현재는 금세 과거가 된다. 카메라에 담긴 강은 미래의 내가 다시 보게 될 과거의 강이 된다. 바로 지금, 강을 따라가며 찍는 사진은 그러니 미래의 나에게 헌정하는 선물이다. - ‘헌정’에서
사진 놀이를 하는 진정한 사진가 평범한 직장인이자 ‘걷는 사진가’인 이호준 작가에게는 차가 없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전국을 누빈다. 평일 새벽이나 주말엔 카메라를 들고 혼자 나선다. 그에게 걷기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이자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느끼는 방법, 좋은 피사체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벼락같은’ 장면을 만난다.
사진 여행 중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멋진 장면을 벼락같이 만날 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 장치에 담았다는 뿌듯함은 행복감의 극치다. 중독처럼, 그 감정을 또 맛보고 싶어 오늘도 카메라를 챙겨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 벼락같은 장면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출현이다. 삼각대 위의 카메라로 마주하는 것과는 다르며, 열심히 기다린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다. 낯선 곳을 천천히 걸으며 내 시선에 애정을 담으면 어느 순간 마법같이 나타나는 것이다. - ‘벼락같이 만나다’에서
“이호준 작가는 사진 놀이를 하는 진정한 사진가다. 그가 가는 곳은 사진이 된다.”
우포늪 사진가로도 유명한 정봉채 작가는 추천사에 이런 표현을 적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 사진가가 아닌, 우체국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전문 사진가가 보낸 찬사의 말이다. 사진 놀이를 하듯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으로 찍는 이호준 작가의 사진에서는 상황과 시선에 집중한,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혼자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는 비밀스러운 무엇을 보는 즐거움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사진은 고단할 때 달려갈 수 있는 제3지대“잘 만들어진 음악처럼 삶에도 리듬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안주머니에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처방전 하나 넣고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인생은 장거리 레이스와 같아서 목표 지점에 안착하려면 강약의 조화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자주 기대를 배신한다. 그런 때를 대비해 수시로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단할 때 달려갈 수 있는 나만의 세계, 단박에 몰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물색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프롤로그에서
평범한 직장인인 작가는 40대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던 시기였다. 산책과 자전거 타기라는 처방을 스스로에게 내린 후 이른 새벽이나 퇴근 후 한강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움직여 그걸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혼자 걷던 길에 카메라가 동행하기 시작했다.
프로 사진가는 아니지만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목표다. “ 즐거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설픈 지식을 가진 자의 손아귀에 있다. ”
작가가 책에서 언급한 니체의 이 말처럼, 그는 프로가 아닌 어설픈 자의 가장 온전한 즐거움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때론 아름다움 자체에 집중하여, 때론 아날로그 감성에 동화되어 기록한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새로운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차 한잔을 음미하듯 따듯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의 글과 사진을 따라 독자들도 ‘남다른 세상 보기’를 경험하기를 권한다.
처음 첫차를 탔을 때 기억이 선명하다. 이른 시각이라 당연히 편안하게 앉아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승객이 꽉 차 있었다. 대부분 블루 컬러 차림이다. 연세는 지긋하다. 이내 이들이 메트로폴리탄의 엔진에 시동을 걸러 나가는 사람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육체노동, 식당 보조, 일용직, 비정규직 등의 말이 떠오르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도시를 세팅하고 나면, 예열된 엔진을 운전할 화이트 컬러들이 출근한다. 도시는 그렇게 기지개를 켠다.- ‘첫차’에서
서울 도심에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 여럿 있다. 그중에 충무로역을 출발해 진양상가, 신성상가, 삼풍상가, 세운상가를 가로지르며 주변 골목길을 들락날락하는 코스가 특히 매력적이다. 어제 갔던 길을 오늘 똑같이 가기 힘들 정도로 이곳 골목은 질서정연과 거리가 멀다. 을지로, 종로 일대는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자취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철공, 전기, 조명, 인쇄 산업이 태동한 곳이다.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이고 초기 흔적이 남아 있어, 그걸 더듬고 사진으로 담는 것이 즐겁다. - ‘을지로 골목길’에서

열정을 쏟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경험해 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다. 사진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고, 밋밋하고 무감정한 중년의 삶이 되지 않도록 나를 구원해 주었다. 여전히 삶은 팍팍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도록 나를 이끄는 것은 사진이다. _ 프롤로그
뒷모습에는 거짓이 없다. 몰두의 순간, 소소한 기쁨, 슬픔과 외로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런 뒷모습의 정직함을 미학으로 승화시킨 사진가가 에두아르 부바(1923~1999, 프랑스)다.
대개 사진은 앞모습을 향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때로 뒷모습이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_ 뒷모습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