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두 여름과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맥주를 마시며 웃는다. 또 비가 내린다. 어쩐지 비 같은 사람, 비를 데려오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우산 없이 걸어도 좋을 그는, “우산을 챙겨 나올 걸” 말하다 금방 다시, “챙겨 본 적도 없는데 무슨 소릴 하는거지” 하며 웃는다. 낮은 웃음 소리는 헛헛, 짙은 푸른색이다. 비에 붙은 라벨 아래에 그의 이름을 한번 더 꾹꾹 눌러 쓴다. 함께 비를 맞으며 걷는다. 손을 잡고 걸을래요, 안기어도 되나요, 기대어도 되나요, 하는 말은 비 속에 숨긴다. 비가 오니 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이다. 작은 공원을 가로지르며 비에 젖은 흙 냄새, 풀 냄새 속에 잠시 머무른다. 오래된 동네 찻길에서 택시를 기다린다. 곧 올 거에요, 언젠가는 오겠죠, 하는 말을 서로 주고 받지만 택시가 영영 오지 않으면 더 좋을테다. 빗속에서 떨다 걷은 소매를 내린다. 결국 멀리서 빨간 불을 띄운 택시가 올 때서야 겨우 오른손을 내민다. 반대편의 오른손은 따듯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현경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작업을 합니다.warm gray and blue라는 이름을 달고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울증 수기집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엮은 것을 시작으로, <오롯이, 혼자>,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오늘밤만 나랑 있자> 등을 쓰고, <저도, 책 같은 걸 만드는데요>, <취하지 않고서야> 등을 함께 쓰고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