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걸작은 어떻게 출판되었는가를 묻는 책으로, 위대한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새롭게 조명한다. 괴테, 실러, 프루스트,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등 문학사의 주요 작가들이 스스로 책을 만들어낸 사례를 통해 출판의 또 다른 역사를 보여준다.
백석의 『사슴』, 유길준의 『서유견문』, 『창조』와 『신여자』 등 한국 문학에서도 발견되는 자발적 출판의 전통을 함께 살펴본다. 승인과 제도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한 출판물들이 어떻게 시대를 남겼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Do or DIY』는 각 나라 저자들이 자국의 사례를 덧붙이며 확장되는 릴레이 형식의 출판물이다. 유럽과 남아메리카를 거쳐 한국어판으로 이어지며, 직접 실행하는 출판의 가능성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 리뷰
걸작은 어떻게 '출판'되었는가
위대한 작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실러, 마르셀 프루스트, 베르코르, 에밀리 디킨슨과 버지니아 울프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문학 정전의 한 축을 이루는 작가들 다수가 출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책을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는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백석은 시집 『사슴』 100부를 자비로 찍어 순식간에 절판시켰고, 유길준은 연금 상태에서 집필한 『서유견문』을 자비 450원을 들여 일본에서 출간했다. 한국 최초의 문예동인지 『창조』와 여성 잡지 『신여자』 역시 자발적으로 기획되고 제작된 출판물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저자들이 이어 쓰며 확장되는 릴레이 형식의 출판물
『Do or DIY』는 문학사의 숨겨진 출판 역사를 발굴하며, '승인'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실행하는 'DIY 출판'을 독려한다. 2012년 런던에서 24페이지의 영문판 소책자로 처음 발표된 이래, 이 책은 각 나라의 저자들이 자국의 DIY 출판 사례를 새롭게 발굴해 덧붙이며, 번역될 때마다 내용이 확장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과 칠레, 브라질 등 남아메리카 대륙을 거쳐, 이번 한국어판을 통해 『Do or DIY』는 아시아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파블로 데 로카(Pablo de Rokha)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칠레의 작가 카를로스 디아스 로욜라(Carlos Diaz Loyola)는 자신의 시집 『로스 헤미도스』를 자비로 출판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 몇 부만 팔렸다. 대중과 평단의 무관심 속에서, 저자는 팔리지 않은 책 대부분을 무게 단위로 쳐서 도살장에 넘겼고, 책은 고기를 싸는 포장지로 쓰였다. 『로스 헤미도스』는 현재 라틴아메리카 아방가르드 문학 운동의 토대가 되는 작품으로 인정받지만,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오늘날 이 책의 초판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펠레그리노 아르투지(Pellegrino Artusi)는 자신의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여러 차례 거절당한 일을 씁쓸하게 회상한다: “출판사들은 대부분 책이 좋든 나쁘든, 그 내용이 유익하든 해롭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표지에 유명한 이름이 있는지다. 그래야 책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출판사들의 모욕적인 무관심을 견디다 못한 아르투시는 결국 직접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분노가 치밀어 결국 폭발했다. 굳이 이 과정을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겠다. 어떻게 되든 직접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모든 비용을 내가 부담하더라도 출판할 것이다.” 오늘날 이 책은 111쇄를 거듭하며 12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최소 여섯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아이폰 앱으로까지 만들어졌다.”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한 끝에, 클롭슈토크는 1773년 『독일 학자 공화국』의 구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50여명의 대리인을 통해 263개 도시의 3,678명이 참여했고, 약 2,000라이히스탈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다만 구독자는 내용도 모르고 섣부르게 돈을 지불한 셈이었는데, 괴테는 훗날 이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저자에게는 성공적인 모험이었지만 독자에게는 실패한 모험이었다.” 독자는 “지불한 만큼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부작용으로 이후 한동안 아무도 선불 구독제를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리카르도 볼리오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의 작가, 큐레이터, 미술 비평가이다. 최초의 국제적인 실험문학 저널 『크룩스 데스페라시오니스』(2011~2021)의 창립자이자 편집자를 역임했고, 여러 권의 실험적인 책을 출간했다.
지은이 : 케이트 브릭스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번역가이다. 로테르담에서 소규모 출판사 '쇼트 피시스 댓 무브!'를 공동운영하며, 에세이 '디스 리틀 아트 와 소설 '더 롱 폼 의 저자이다. 미셸 푸코, 롤랑 바르트, 엘렌 베셋 의 저작을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했다.
지은이 : 크레이그 드워킨
5권의 학술서를 집필한 작가이다. 가장 최근 저서로는 『사운드 오브 씽킹: 개념음악 이해를 위한 안내서(The Sound of Thinking: A Listener's Companion to Conceptual Music)』(U. Chicago Press, 2026)가 있다. 유타 대학교에서 문학사와 문학이론을 가르치며, 온라인 아카이브 이클립스Eclipse(eclipsearchive.org)의 편집자이다.
지은이 : 페드로 프란츠
글쓰기,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을 바탕으로 내러티브, 인쇄물, 설치 형식으로 작업하는 예술가이자 연구자이다. 비주얼 아트 석사 학위를 마쳤으며, 2014년부터 플랫폼 파렌테시스(plataforma par(ent)esis)와 협업하고 있다.
지은이 : 아네트 길버트
실험적·아방가르드 형식의 글쓰기, 아티스트북, 개념미술과 책의 제작, 출판, 배포 방식과 구조를 연구한다. 최신 저작으로는 『예술적 프린트 온 디맨드 라이브러리: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포스트-디지털 출판』 (ed. with Andreas B?lhoff, Spector 2025) 과 『문학의 다른 자리들: 급진적 문학 실천의 필요성』(MIT Press 2022)이 있다.
지은이 : 마리안느 그룰레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출판계에서 일했다. 현재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하원에서 의정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지은이 : 레지나 멜림
브라질 산타 카타리나 주립대학의 명예 교수이다. 2005년에 만들어진 독립 출판사 파렌테시스(parentesis)의 창립자이다.
지은이 : 사이먼 모리스
영국 리즈 베켓 대학교의 명예 교수이다. 2002년 설립된 독립 출판 임프린트 '인포메이션 애스 머티리얼'(Information as Material)의 창립자이고, 2020년 창간된 『인스크립션: 물질 텍스트 저널-이론, 실천, 역사 』에서 길 파팅턴(Gill Partington) 박사, 아담 스미스(Adam Smyth) 교수와 공동 편집을 맡고 있다.
지은이 : 카를로스 소토-로만
칠레 산티아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 번역가, 약사이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1』(산티아고 시문학상, 산티아고 2018)의 저자로, 『칠레 프로젝트 [재분류]』(GaussPDF, 2013), 『커먼 센스 』(Make Now Books, 2019), 『네이처 오브 오브젝트』(Pamenar Press, 2019)를 비롯한 여러 저작을 출간했다.
지은이 : 닉 서스턴
작가이자 편집자로, 예술을 만들고 가르친다. 가장 최근 저서로는 『올웨이즈 모어』(Everyday Press, 2026)가 있다. 현재 파트너, 아이들과 함께 영국 요크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