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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불편한 진실
푸른역사 | 부모님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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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세종이 만든 ‘세계 최고 문자’라는 통념 너머를 묻는다. 탄탄한 한문학 실력과 꼼꼼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여러 화제작을 펴낸 저자는 〈어제서문〉과 다양한 언해본, 사료를 분석하며 ‘훈민’은 무엇을 가르치려 한 것인지, 한글 덕분에 민중의 형편은 실제로 나아졌는지를 추적한다.

농민과 노비, 여성 등 ‘어리석은 백성’이라 불린 이들에게 읽기와 쓰기가 가능한 환경이 있었는지, 세종이 말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할 기회는 실제로 보장되었는지 살핀다. 부민고소금지법, 한글 보급 정책의 부재, 《훈민정음》 해례본의 인쇄와 보급 문제 등을 통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왕과 궁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글 사용과 경서 언해, 《삼강행실》·《소학》 언해본의 보급 과정을 살피며 한글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계층이 누구였는지도 짚어 본다. 한글의 과학성과 창제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과 한글을 둘러싼 신화를 넘어 보다 객관적인 이해를 촉구하는 문제작이다.

  출판사 리뷰

언로는 막고, 한글은 가르치지도 않고
‘애민愛民’과 ‘훈민訓民’의 실상을 묻는다

백성을 위해 만든 ‘세계 최고 문자’, 그러나

한글은 금속활자, 거북선과 더불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우리는 학교에서 “성군聖君 세종이 자기표현의 수단이 없는 어리석은 백성을 불쌍히 여겨” 만든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배운다. 맞다.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정도면 배울 수 있고, 바람 소리며 학 울음소리 등도 모두 적을 수 있으니”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탄탄한 한문학 실력을 바탕으로 꼼꼼한 자료조사를 거쳐 도발적이고도 흥미로운 책을 여럿 낸 바 있는 지은이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신화를 제대로 보기를 제안한다. ‘훈민訓民’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려 한 것인지, 과연 한글 덕분에 민중의 형편은 나아졌는지 등을 따져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세종이 지은 〈어제서문御製序文〉을 중심으로 다양한 언해본과 사료를 분석해, 불편하되 설득력 있는 의문을 제기한다.

‘어리석은 백성’은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우수한 한글을 농민과 노비가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어떻게 사용했는지 묻지 않는다. 세종의 거룩한 의도만 확인했을 뿐, 세종이 가르치려 한 ‘우민愚民’에 대해선 잊고 지나친다. 그러나 세종이 말한 ‘어리석은 백성’의 절대다수는 농민이었고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노비였다. 또 여성이었다. 일 년 열두 달 노동에 시달리는 농민과 노비, 여성의 일상에 읽기와 쓰기가 들어갈 공간은 그다지 없었다. 게다가 책은 귀했고, 종이는 비쌌다. 붓과 먹의 값도 만만치 않았다. ‘어리석은 백성’이 노동에 시달리면서 값비싼 도구를 사서 한글을 익혀 써야 할 여유도 이유가 정말 있었는지, 지은이는 궁금해 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할 기회마저 막혔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백성이 이용할 문자를 주겠다는 것이 세종이 〈어제서문〉에서 밝힌 한글 창제의 으뜸 목적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세종은 백성의 언로를 막았다. 백성들이 하려고 했던 ‘말’의 대부분은, 지방 수령과의 갈등에서 배태되었다. 그런데 한글 창제 이전인 1419년 예조판서 허조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민이 지방 관장을 고소할 수 있도록 한 ‘부민고소법’을 폐지하고 ‘부민고소금지법’을 제정했다. 이후 종성 절제사 김후의 부정을 계기로 사간원에서 부민고소법의 부활을 상소하기도 했지만 원래의 부민고소법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은이는 민중의 입을 틀어막고 수탈의 자의성을 보장한 이 조치는 〈어제서문〉에 담긴 애민愛民 정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보았다. 우리가 아는 상식과도 모순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글 보급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미미했다
세종은 1443년 12월 한글을 창제한 뒤 급히 서리 10명을 선발해 한글을 가르쳤다. 어떤 관부의 서리인지,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이것이 한글에 대한 최초의 교육 사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한글의 존재와 사용법을 민중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지만 지은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어떤 제도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글 보급을 위해선 사용법을 담은 《훈민정음》(해례본)을 많이 인쇄해서 민중이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배포하는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인간印刊에 관해서 알려진 사실이 전혀 없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책판에 관한 기록도 찾을 수 없다. 이는 《훈민정음》(해례본)이 실제로는 광범위한 보급을 위해 인쇄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지은이는 보았다. 귀한 뜻으로 만든 한글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배질서 강화를 위해 복종을 가르친 ‘훈민’
왕과 궁궐을 중심으로 한글 문서가 작성되긴 했다. 경서經書는 물론 불경과 농서農書, 의서醫書 등 다양한 실용서도 언해도 이뤄졌다. 한데 그 목적은 ‘훈민訓民’에 있었다. “비록 백성들 모두가 율문을 알게 할 수는 없겠지만, 별도로 큰 죄의 조문만이라도 뽑아서 이문吏文으로 번역하고 민간에게 반포해 우부우부愚夫愚婦들이 죄를 알고 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한글 창제의 의도를 짐작케 하는 1432년 세종의 말이다.
‘가르치려는 백성’은 ‘말하고자 하는 백성’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전자에서 백성은 주체가 되지만, 후자에서 백성은 대상이 된다. 훈민의 내용은 지배질서에 대한 ‘윤리적 의무로서의 복종’이었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성을 담은 ‘열녀烈女’를 발명해낸 《삼강행실》이나 《소학》 언해본이 꾸준히 간행된 예가 대표적이다.

‘어리석은 백성’보다 사족 계급이 덕 봤다
지은이가 깨뜨리려 한 ‘한글 신화’ 중 가장 뜻밖인 것은 민중보다 사족들이 한글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아동기 사족에게 한자를 가르칠 때 한글은 대단히 유용한 도구였다. 1586년 완성된 《언해소학》 수백 부가 인쇄되었다. 나아가 경서의 언해야말로 사족들이 한글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서에 구결을 달고 언해하는 작업은 세종-세조 때 시작되었으나 완성된 것은 선조 대에 와서였다. 경서를 읽는 사족이 ‘어리석은 백성’일 수는 없다. 결국 한글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이들은 민중이 아닌 지배계급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한글의 창제 원리나 과학적 우수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종의 애민정신에 토를 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나친 자기 긍정의 내셔널리즘에서 벗어나 세종과 한글에 대한 객과적 이해를 촉구할 따름이다. 지은이는 세종은 지배계급의 대표자였고,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대변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보았다. 이는 아마도 이는 한글에 관한 가장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갔던 흥미로운 사실을 여럿 알려주기에, 아는 기쁨과 더불어 읽는 재미가 각별한 책이다.

1443년 12월로부터 2년 9개월 뒤 세종의 〈어제서문〉과 〈예의例義〉, 〈해례〉, 〈서문〉으로 구성된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세종이 1443년 12월 한글을 창제하고 2개월 16일 뒤 (1444년 2월 16일) 최항·박팽년·신숙주·이선로·이개·강희안 등에게 《운회韻會》를 번역하게 하고, 세자(문종)·진양대군(=수양대군)·안평대군에게 그 일을 맡아보게 했다. 최만리 등의 언문 반대 상소는 이로부터 4일 뒤에 나왔다.

한글 창제 이후 국가가 간행한 《동국정운》과 《홍무정운역해》, 언해 불경과 같은 서적들의 존재는, 민중을 위해 만들었다는 한글이 사실상 지배층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음을 의미할 터이다.…세종과 왕실이 만든 책들은 이들이 읽을 책이 아니었다.

세종은 1446년 3월 1일부터 함길도 4진四鎭의 백성이 여진족 땅으로 달아나는 경우 참형에 처하기로 결정한다.…이 도망하는 무리는 강제로 이주된 사민徙民이었다. 이들이 계속 여진족 땅으로 달아난 것은, 4진에서 사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종은 ‘어리석은 백성’이 참형법을 알지 못할까 싶어 1447년 2월 말까지 수령을 통해 알리는 기간을 두고자 한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 조선 중기 서울의 도시적 분위기에서 활동했던 여항인의 역사적 실체와 문학을 검토해 한문학의 지평을 넓혔으며, 방대한 한문학 텍스트에 근거한, 풍속사, 사회사, 음악사, 미술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저서들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근래에는 조선시대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인간의 사유와 행위로 연결되어 어떤 인간형을 만들어 내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비와 쇠고기》, 《이타와 시여》, 《가짜 남편 만들기》, 《조선 풍속사》(전 3권), 《냉면의 역사》, 《홍대용 평전》(전2권), 《열녀의 탄생》,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독서한담》,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조선 후기 여항 문학 연구》, 《공안파와 조선 후기 한문학》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장]
쟁점과 시각
1. 창제를 둘러싼 쟁점
2. 다른 시각

[2장]
세종의 한글 창제 의도, 〈어제서문〉
1. 〈어제서문〉에 대한 새로운 독해
1―한글 창제 의도에 대한 두 가지 주장
2―〈어제서문〉에 담긴 세종의 한글 창제 의도 분석
21 어제훈민정음서御製訓民正音序
22 국지어음國之語音, 이호중국異乎中國, 여문자불상유통與文字不相流通
23 고우민유소욕언故愚民有所欲言, 이종부득신기정자다의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24 여위차민연予爲此憫然
25 신제이십팔자新制二十八字
26 욕사인인이습편어일용이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
2. 세종의 세 가지 의도
1―백성을 가르치겠다
2―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어리석은 백성’에게 표현 수단(한글)을 주겠다
3―일용日用에 편리함을 느끼게 해주겠다

[3장]
민중과 한글
1. 말하고자 하는, 말할 수 없는 민중
1―말하고자 하는, 문자 없는 민중
11 주체로서의 민중
12 부민고소법部民告訴法
2―말할 수 없는 민중에게 주어진 문자
21 부민고소금지법部民告訴禁止法
조관파견법朝官派遣法 부민 고소에 대한 처벌의 강화 부민고소법의 제한적 복구 제한적 부민 고소법의 폐기
22 쓸 수 없는 한글
2. 일용, 매일의 한글 사용은 가능했는가
1―‘쉽게 익히는’ 교육과정의 부재
2―한글의 사용례使用例
3―민중의 글쓰기가 있었을까
3. 훈민, 복종과 세뇌
1―저항하는 민중
2―‘훈민’이라는 발상
3―훈민의 언해본 텍스트들
31 《삼강행실》과 축약 언해본 《삼강행실》
《삼강행실》 《삼강행실》 축약 언해본
32 언해본 《소학》과 축약 언해본 《삼강행실》의 대량 보급
33 새 훈민서, 《이륜행실二倫行實》, 《여씨향약呂氏鄕約》, 《정속편正俗篇》, 《경민편警民編》
《이륜행실》 《여씨향약》 《정속편》 《경민편》
34 언해본 훈민 텍스트의 보급 문제

[4장]
사족-지배계급의 한글 사용
1. 한자-한문을 돕는 한글의 범용성
2. 외국어 학습서의 언해
3. 언해불경諺解佛經
4. 문학서 언해
5. 실용서 언해
1―농서農書
2―의서醫書
3―특수한 의서
6. 경서經書 언해
1―아동용 한자 교과서
2―경서의 구결과 언해

[5장]
불편한 진실
1. 따져 물어야 할 문제들
1―말하고자 하는 민중
2―일상에서의 사용
3―훈민
4―사족의 한글 사용
2. 불편한 진실

보론
1. 한국 문법으로 읽은 〈어제서문〉
2. 부민고소법의 이후 행방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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