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나누어진 하늘』은 귄터 그라스, 하인리히 뵐, 마르틴 발저와 더불어 독일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타 볼프가 1963년 발표한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 건설 전후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이상과 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동독 여인을 다룬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볼프는 동독 작가면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틀에 머물지 않고 분단 현실과 동독 사회의 모순, 서독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 등을 치열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 동독과 서독 모두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나누어진 하늘』은 볼프의 대표작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으며, 우베 욘존의 『야콥을 둘러싼 추측들』(1959)과 함께 독일 분단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출판사 리뷰
▶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리타의 이야기
열아홉 살 리타는 한 동독 소도시에서 평온하지만 단조롭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화학자 만프레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도시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대도시 생활은 리타에게 낯설고 혼란스럽지만 만프레드가 곁에서 큰 위안이 되어 준다. 그녀는 사범 대학을 다니면서 노동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열차 차량 공장에서 일한다.
리타는 만프레드와의 사랑을 통해 앳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한편, 공장 노동과 사범 학교 생활을 통해 세상을 배워 나간다. 그녀가 접하는 세상은 온갖 모순과 문제로 가득하다. 특히 동독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공장에서는 자재와 노동력이 부족하고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반목한다. 하지만 리타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층 성숙해진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공장 마이스터 메터나겔, 사범 학교 강사 슈바르첸바흐, 젊은 공장장 벤트란트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진실’이 인정받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한다.
사회주의는 만사형통 마법 주문은 아닙니다. 이따금씩 우리는 무언가에 새로 이름을 붙이고는 그것을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오늘 나에게 확증해 주었어요. 숨김없는 순수한 진실을, 그리고 그것만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이르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요.(345쪽)
리타는 이기심보다는 이타심과 배려가, 외형적 경제 성장보다는 인간의 내면 발전과 공동 성취가 중시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나누어진 하늘』은 리타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린 사회주의식 교양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동독 사회의 모순과 분단 현실 속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두 연인
공장 노동자, 과학자, 교수, 당 간부 등 여러 군상들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 동독의 부조리와 모순이 냉철하게 묘사한『나누어진 하늘』은 발표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적 사회주의 이념보다는 사회주의의 부정적 현실이 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볼프는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리타를 그림으로써 어느 정도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본 틀을 따랐지만 이 소설에서 동독 체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나 찬양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미국의 지원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룬 서독과 달리 동독의 경제 상황은 어렵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독을 떠나 부유한 서독으로 넘어간다. 자재와 노동력 부족 속에서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갈등한다. 또한 당의 강령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 공동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기심을 중시하는 풍조, 불합리한 관료주의, 동독과 서독 사이 경쟁과 적대 관계 등 동독 사회의 여러 모순과 분단 현실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진다.
그 무의미한 어려움들. 사소한 것 하나만 이루어지면 줄을 잇는 과장된 자화자찬의 장광설들. 제 살 깎아 먹는 자기비판들.(325쪽)
여기에서 두 연인의 입장이 갈린다. 리타는 이와 같은 동독의 현실, 즉 ‘진실’을 인정함으로써 이상적인 새 국가 건설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서독 자본주의 체제에 반감을 느낀다. 반면 만프레드는 나치 출신 아버지와 사사건건 맞서며 관료주의적이고 불합리한 동독 사회에 냉소한다. 리타는 만프레드의 마음이 점점 동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꿈꿔 온 이상과 행복한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누어진 하늘』은 리타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역사의 비극에 처한 한 개인의 체험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역사 교과서나 정치학 책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묵직한 역사적 ‘진실’을 형상화한다.
작가 소개
저자 : 크리스타 볼프
1929년 바르테 강변 란츠베르크에서 태어났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가족을 따라 메클렌부르크로 이주했다. 194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독 통합사회당(SED)에 입당, 1989년 6월 탈당할 때까지 당원으로 활동했다. 예나 대학교와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후 독일 작가 연맹 회원과 출판사 편집자로 활동하다가 1961년 『모스크바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했다. 1963년, 독일 분단을 다룬 소설 『나누어진 하늘』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후 『크리스타 테에 대한 추념』(1968),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없는 곳』(1979), 『카산드라』(1983)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동독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서독 문단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1976년 볼프 비어만 시민권 박탈 사건에 항의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였다. 독일 통일 후에도 『남은 것』(1990), 『메데아. 목소리들』(1996) 같은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했고 하인리히 만 상, 테오도르 폰타네 상, 뷔히너 상, 독일 서적 상, 토마스 만 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11년 12월 1일,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전영애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카프카, 나의 카프카』,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괴테와 발라데』, 『Regenbogen fur Franz Kafka(카프카를 위한 무지개)』, 『서동 시집 연구』(공저) 등의 책을 썼고 『괴테 시 전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말테의 수기』, 『크리스타 테에 대한 추념』, 『보리수의 밤』, 『죽음의 푸가. 파울 첼란 시선』, 『서동 시집』 등 많은 책을 옮겼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고등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