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의 한선자 시인의 시집. 한선자는 생명의 꽃인 사랑과 그 지극한 정서인 그리움을 함축과 생략으로 면도날로 오려낸 것처럼 짧고 깊게, 그리고 응축과 집중으로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냈다. 먼저 자연이나 물상을 말하고 이에 비유하여 시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식의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은 배제되었다. 따라서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정한의 원형심상이 결코 고루하거나 퇴색해 보이지 않고 우리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출판사 리뷰
내 몸 속을 멋대로 떠돌고 있는 악성종양
때때로 내 몸 어딘가를 날카롭게 긋고 가는,
-「그리움」, 전문
이 시에서 ‘종양’을 수식하고 있는 두 개의 구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실 이 두 개의 수식구는 서로를 지탱하고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품 전체가 완전한 작품이 되도록 결정적인 빛을 던지고 있다. ‘내 몸 속을 멋대로 떠돌고, 내 몸 어딘가를 긋고 가는’ 그리움에 대한 수식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 아픔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보는 것처럼 두 수식구의 하나는 수식되는 어휘 앞에, 하나는 뒤에 배열되어 있다. 낱말들은 언어의 사회적 관습, 즉 문법에 따라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게 된다. 시인은 자주 이 관습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표출하고자하는 의미의 완전성을 위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문장의 배열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어 한다. 시인은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사회관습의 허용치를 최대한 넓힌다.(너무 넓히다가는 의도하는 의미전달마저 불가능하게 되지만) 평론가는 시인이 언어 관습의 허용범위를 얼마나 넓게 잡고 있는가를 주시한다. 이 시는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언어관습을 벗어난 도치다. 그러나 이는 의도적인 미학적 장치로 우리가 여운을 가지고 시를 음미하게 하기 위한 의미 있는 도치다.
한선자는 생명의 꽃인 사랑과 그 지극한 정서인 그리움을 함축과 생략으로 면도날로 오려낸 것처럼 짧고 깊게, 그리고 응축과 집중으로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냈다. 먼저 자연이나 물상을 말하고 이에 비유하여 시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식의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은 배제되었다. 따라서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정한의 원형심상이 결코 고루하거나 퇴색해 보이지 않고 우리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는 언어를 최대한 경제하고 있다. 더 이상 경제하면 시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극한까지 언어를 깎아냈다. 그럼에도 이 짧은 시편들에 있을 것은 다 있고, 오히려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은 짧아서 더 절절하다.
그의 자기고백적인 시들은 무엇보다도 관념 앞에 놓여있는 맨몸의 실체를 드러내는 진솔함과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고 자신답게 살고자하는 푸른 정신을 육질의 언어로 진술한다. 이런 싱싱한 언어의 숨결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사상이나 관념도 강한 정서로 변화시킨다.
물론 반복되는 언어로 인한 시어선택의 다양성과 언어의 섬세한 조직에 좀 더 치열하였더라면 하는 부분도 발견된다. 그러나 많은 시들이 완성에 육박하며 반짝이고 있다. 앞으로 단련의 시간이 더할수록 절편도 더할 것이다.
한선자의 시는 색채로 치면 한 마디로 싱싱한 푸른빛이다. 시인도 시도 계속 푸르고 푸르기를 바란다. 겨울을 이겨낸 봄배추처럼.
-호병탁(시인, 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저자 : 한선자
한선자 시인은 1962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1996년『문예사조』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가 있고 현재 <타래>동인으로 활동중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안고창지사에서 재직 중이다.
목차
1부
자화상·12
봄 편지 1·13
봄 편지 2·14
그리움·15
사랑·16
긴 하루·17
통증·18
몸살·19
물봉선·20
요즘 나의 소원은·21
국화꽃 시든 자리·22
라일락꽃 아래서·23
봄비와 안개 그리고 나·24
가을·26
가을여행·27
사월의 눈·28
겨울 숲에서·29
영흥도 소사나무에 내리는 눈·30
삼류영화관에서·32
2부
봄똥·34
나에게 오려거든·35
담쟁이 벽화·36
개심사開心寺·38
구월이 오면·39
명옥헌에서 1·40
명옥헌에서 2·41
마라도에서·42
자리물회·44
고사리 꺾기·45
제주 아부오름에서·46
요트타기·48
구월 아침·49
하루·50
압해도押海島·51
마량포구에서 쓰는 반성문·52
행복한 상상·54
땅끝 마을에 가서·56
3부
낙화·58
허기·59
울어라 실컷, 울어라·60
그 말 앞에서·61
희망과 절망사이의 거리·62
안경·63
병원에서 길 찾기·64
자서전의 결말은 쓸쓸하다·66
딱 한 달만·68
슬픈 처방전·70
출장복명서·72
4부
미루나무·74
봄 날·75
안개터널을 지나며·76
귀향·77
노하리 숲에서·78
꿈·79
더덕을 캐다가·80
저녁산책·81
기숙학원 다녀오며·82
새벽 3시·84
질투·85
족구대회·86
개불알꽃·88
고모님의 황혼일기·89
친구에게·90
길 위에 서서·91
■ 해설 | 호병탁
면도날로 도려내 보여주는 사랑·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