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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꽈리의 방
지혜 | 부모님 | 20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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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지혜사랑 시선 154권. 김지요 시집. 김지요 시인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고, 2008년 「애지」로 등단했다. 김지요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붉은 꽈리의 방>은 서정의 세계이며, 이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가 있다. 삶과 죽음, 시간과 타자, 세계와 나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루어지고, 그 성찰의 결과가 서정시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된 것이다.

  출판사 리뷰

김지요 시인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고, 2008년 {애지}로 등단했다. 김지요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붉은 꽈리의 방}은 서정의 세계이며, 이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가 있다. 삶과 죽음, 시간과 타자, 세계와 나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루어지고, 그 성찰의 결과가 서정시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된 것이다. “불현듯 내 안의 퇴화된 날개가 홰를 친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새처럼// 붉은 울음이 낭자하다”([비행非行, 혹은 비행飛行]).

담 위에 선 닭을 보면 담 너머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날기 시작 했을까
담장을 딛고 날아올라 곧 들키고야 말
비행의 흥분을 궁구했을 터

굼뜬 내 걸음걸이 어디에도 비행의 흔적은 없다
스스로를 사육하게 된 이후 날개를 잊었다
非行을 즐길 때 飛行은 가능한 것일까
학교를 무단결석, 회사를 무단결근 할 때
내겐 숨겨진 날개가 있었다

저항은 바람을 뚫는 부력을 갖게 한다
공중 아니면 바닥
외줄 위의 어름산이처럼 부채를 흔들던
아니 날개를 퍼덕이던 사람들
명화, 기숙이 그리고 아버지
그들이 ‘날았다’고 믿는다
넘어야 할 담이 있는 자에게는 비행이 필요하다
있는 힘을 다해 ‘너머’를 읽으려는 결의
순간적 황홀에만 몰입했다간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살아야 한다

마루에 앉아 웃자라는 발톱을 깍던 오후
담장 아래 날리는 갈기털을 보던 나는
겨드랑이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새가 아니란 걸 모르고 날아다니는 수탉 한 마리
부르르 날개를 떨 때
불현듯 내 안의 퇴화된 날개가 홰를 친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새처럼

붉은 울음이 낭자하다
----[비행非行, 혹은 비행飛行] 전문

담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이다. 더불어 안과 밖으로 나뉘어진 채 함부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무언의 금기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매우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다. “굼뜬 내 걸음걸이 어디에도 비행의 흔적은 없다/ 스스로를 사육하게 된 이후 날개를 잊었다”처럼, 이미 자신은 담 안에 갇힌 자, 사육된 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괴감은 시인으로 하여금 끝없이 그런 삶을 회의하고 부정하는 추동력을 얻게 된다. “非行을 즐길 때 飛行은 가능한 것일까/ 학교를 무단결석, 회사를 무단결근 할 때/ 내겐 숨겨진 날개가 있었다”는 깨달음에 다다른다. 제도화된 세계가 만들어내는 폭력적 구조안에 갇힌 삶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것. 그리하여 “저항은 바람을 뚫는 부력을 갖게 한다”. 나아가 “넘어야 할 담이 있는 자에게는 비행이 필요하다”는 삶의 성찰을 보여준다. 재미난 것은 ‘非行’과 ‘飛行’의 대립이다. ‘非行’은 사전적 풀이로 보면 ‘그릇되거나 잘못된 행위’이다. 그런데 이를 통해 ‘飛行’이 가능하다는 것은 지금 현재 시인의 자아를 억압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인 셈이다. 더불어 ‘사육’에 대한 거부이며, 그것을 끊어내려는 강력한 의지인 것이다. 그러나 시집 전체를 볼 때 지금 저 담장으로 나타난 세계 또한 어쩌면 시인 스스로의 자아에 다름 아니다. 사실 ‘담’은 하나일 수 없다. 하나의 담을 넘으면 또 다른 담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그런 담을 넘어가는 존재일 것이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앞의 담, 그 너머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이 시인이 가지는 삶의 온도 일테니 말이다. 결국 삶은 저마다 외로운 싸움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심연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걸어 나간다. 때 묻고 낡아가는 자신에 대한 반성이며 성찰이며 진정한 자아에 도달하는 방향성은 세계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시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그림에 관해 이야길 했다
알 수 있는 그림과 알 수 없는 그림에 관해

어떤 이는 숲을 끝없이 덧칠했고
어떤 이는 나선형의 계단을 그렸다
말 머리에 사자의 다리가 있는 그림
꽃에서 여우가 나오는 그림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새로워, 새로워, 새로움에 목맨 자들
한 떼의 화공들이 미지를 향하여 달려갈 때
진부하기 그지없는 꽃을 어머니를
그리고 또 그리는 이도 있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매일 그리지만 모두가 쓰레기라고,
울었고 웃었고 비꼬고 뒤집고
그림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별천지 같았다
고흐의, 렘브란트의 마성을 훔쳐올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았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림 게다가
비평가의 입맛에도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세상과도 잘 사귀면 다된 거라고

저마다의 근심을 챙겨들고 총총히 자리를 떠나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그림이있다
- 「화공들」전문

이 시는 참 재밌다. 시 속의 ‘그림’을 ‘시’로 바꾸어 읽어보면 더 그렇다. ‘시’가 그렇다면 ‘삶’으로 바꾸어 읽어봐도 역시 그렇다. 또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 읽어도 괜찮다. 삶이 무슨 한 계절 입고 마는 패션지 옷도 아니고, 왜 우리는 우르르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가. 왜들 그러질 못해 안달인가. 시도 문학도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나’ 혹은 ‘나의 것’에 있다. 새로움이라는 것도 그렇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새로움인가. 처음을 빼면 결국은 다 똑같아지는 것들 속에서 무엇이 새로울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역시 출발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영혼을 판다면 그 역시 ‘나’이어야만 한다. 그것 없이 이 세계도 없기 때문이다. ‘나’없이 세계가 무슨 소용일 것인가. 읽는 맛이 참으로 쓸쓸하고 통쾌하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지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고, 2008년 {애지}로 등단했다. 김지요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붉은 꽈리의 방}은 서정의 세계이며, 이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가 있다. 삶과 죽음, 시간과 타자, 세계와 나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루어지고, 그 성찰의 결과가 서정시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된 것이다. “불현듯 내 안의 퇴화된 날개가 홰를 친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새처럼// 붉은 울음이 낭자하다”([비행非行, 혹은 비행飛行]).E-mail : young-3023@hanmail.net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저물녘 12
물메기를 읽다 14
여우를 피하는 방법 16
곶자왈에서 보낸 나날 18
비행非行, 혹은 飛行 20
병病 22
괄호의 변명 23
물고기를 잡는 여자 25
봄날을 훔치다 26
연리지 28
마루를 읽다 29
독 31
모음의 시간 33
염소는 내 말을 모르고 34
거미의 수화手話 36
모란꽃살문 38

2부

냄비 손잡이에 관한 보고서 42
어머니, 꽃밭에 들다 44
무명氏는 부재중 46
나비, 사랑을 쓰다 48
이른봄 애호랑나비의 연애사 49
그 죽일 놈의 사랑 50
전파사 강씨 탈출기 51
육교 가드너 53
저녁에 대한 은유 55
유리의 성 57
설득의 기술 59
가시 60
산벚나무를 읽다 61
가방에 끌려 간 남자 62
소아저씨와 돼지처녀가 바람 날 때 64

3부

붉은 꽈리의 방을 지나 66
화공들 68
샤갈의 연 70
안드로이드 법칙 71
해피에게 73
골목, 꽃, 갠지스 75
헬리코니아 76
길 하늘에 들다 78
낯설게 하기 80
별의 길을 지나다 82
지하도시 83
스토리큐브 84

4부

빨간 모자 어디 가니? 88
토마토축제 89
냉장고를 여세요 90
오후를 읽어내는 방식 91
위키위키 92
별이라는 이름의 다락방 93
퍼즐의 재구성 94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 96
눈먼 자들의 도시 97
오래된 방 98
한여름 밤의 꿈 99
봄날의 아리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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