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는 우리 옛이야기를 둘러앉아 말로 하던 원래 모습과 그 정신을 살려 복원한다. 전통시대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구체성을 강화하며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옛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이 같은 작업의 저변에는 전통시대 이야기의 힘과 공동체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복은 빌릴 수도 있지>는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집이다. 학자의 설화도 어린아이의 전래동화도 아닌, 전통시대 민중이 사랑한 이야기인 민담을 중심으로 한바탕 이야기의 카니발이 펼쳐진다. 작가는 머슴이나 나무꾼이나 주먹만 한 아이나 집 쫓겨난 셋째 딸 같은 일반 민중의 기상천외한 발상과 소망충족의 이야기들을 모은 <복은 빌릴 수도 있지>에서 '나이 불문 청춘'인 모든 독자에게 위안과 희망 그리고 통쾌함을 선사하고자 노력을 쏟았다.
출판사 리뷰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 소개│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한다면 때늦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내었다면?
한참이나 앞서가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전 5권은 우리 옛이야기를 둘러앉아 말로 하던 원래 모습과 그 정신을 살려 복원한다. 전통시대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구체성을 강화하며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옛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이 같은 작업의 저변에는 전통시대 이야기의 힘과 공동체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소설이 발흥하여 융성하는 사이 옛이야기와 그 판이 쇠퇴한 것은 문화사의 거대한 흐름이다. 입말투(구어체)로 구연할 수 있는 형식을 창출하며, 때로는 옛이야기가 구연되는 상황과 옛이야기가 실제 삶 가운데 살아 있던 당시의 세상을 함께 재현하는 이 작업은 그렇다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이자 들을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한, 즉 일종의 구연 대본을 지향하는 듯한 이 작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문화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구술문화를 되살리면서,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판의 놀라운 힘을 동시에 되찾아오는 일이다.
태곳적 세상의 모습을 그린 신화적 옛이야기의 1권부터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2권, 민중의 좌절하지 않는 낙관적 삶과 기상천외의 발상을 담은 3권, 지하 세상 괴물 퇴치 모험담인 4권(경장편), 그리고 아기장수의 비극과 민중의 염원을 새긴 5권(경장편)까지. 작가는 모든 세대에게 충분히 의미 깊고 흥미로우리라 기대한다. 무명의 이야기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찾아 담아낸 삶의 깊은 지혜와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우리 옛이야기의 복원과 계승.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이를 통해 문자문화로서의 문학을 넘어선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게 한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 한참이나 앞서가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이제 찬찬히 검토할 때다.
│책소개│
전통시대 민중의 기상천외한 발상과 소망충족의 이야기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예전 사랑방이나 정자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전하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들을 입말투(구어체) 현대소설로 재창조하였다. 고독한 존재인 작가가 또 다른 고독한 존재인 미지의 독자를 향하여 자판을 두드려 보내는 모스부호 같은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듣는 사람이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까지 꾸며냈다.
<복은 빌릴 수도 있지>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집이다. 학자의 설화도 어린아이의 전래동화도 아닌, 전통시대 민중이 사랑한 이야기인 민담을 중심으로 한바탕 이야기의 카니발이 펼쳐진다. 작가는 머슴이나 나무꾼이나 주먹만 한 아이나 집 쫓겨난 셋째 딸 같은 일반 민중의 기상천외한 발상과 소망충족의 이야기들을 모은 복은 빌릴 수도 있지에서 ‘나이 불문 청춘’인 모든 독자에게 위안과 희망 그리고 통쾌함을 선사하고자 노력을 쏟았다.
종교나 고대 왕권과 관련 깊은 신화가 민족적 단위에서 수용된다면 전설은 역사성(시대성)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지역적 단위에서 수용된다. 이와 달리 민담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는데, 민담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환상과 상상력은 곧 민중의 소망을 바탕으로 한다. 타고난 복이 없더라도 복 누리며 살 길을 마련하거나, 호랑이에게 죽을 위기를 장가도 못 가고 새경도 못 받는 제 처지 벗어날 계기로 삼거나, 죽으려다 신기한 물건 얻어 세상과의 불화와 자신의 불운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민중의 소망이 만들어낸 이야기인 것이다. 벙어리 이야기꾼을 시작으로 <복은 빌릴 수도 있지>의 모든 이야기는 한편 독자들에게 우리 인생 자체와 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통찰도 감동 깊게 전해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개설!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의 전통을 복원하고,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출간에 즈음하여 네이버의 오디오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채널(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76)을 개설하였다. 문자문화와 구술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이야기판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이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구연동화나 기존 소설의 단순 낭독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판을 펼친다. 오디오 퍼포먼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벙어리입니다. 아니, 벙어리였습니다.
벙어리라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제 제가 해보려는 이야기는 벙어리가 입이 열린 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벙어리였던 제가 입이 열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더라 이 말씀입니다.
벙어리가 입이 열려 이야기를 하겠다니! 무슨 거짓부렁이냐! 뭐 이런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듯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저는 분명히 벙어리였습니다. 우리 도련님, 우리 서방님이 초례를 치르러 사흘 전 이 마을로 왔을 때 저는 벙어리였습니다. 벙어리를 우리 마을에서는 뻘찌라고 합지요. 이 마을에서는 버버리라고 하더군요. 사흘 전 새벽같이 청석골을 나서 이곳 안평골에 당도한 것은 해가 중천에서 기운 지도 이슥한 때였습니다.
그때 제가 벙어리라는 사실은 다 알려져버렸습니다. 우리 서방님과 함께 신부 집이 어딘지 알아보는 잠깐 사이에 말입니다. 뭐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돌아서면서 바로 버버리네 어쩌네 하며 쑤군대는 소리는 썩 듣기 좋지는 않더군요.
쑤군댔던 사람이 이 자리에도 분명히 와 있을 터. 물어들 보세요. 제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여전히 무슨 흰소리냐는 분들 계신 듯해 해두는 소리입니다. 어쨌든 저는 그때까지도 벙어리였습니다.
벙어리였던 놈이 어찌해 말문이 열렸느냐 하면, 그건 신부 집 한 상 잘 차려놓은 맛난 음식 때문이냐, 아니면 용궁 같은 데서 구해온 무슨 신기한 약 때문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아니고요. 하하.
이제 제 이야기가 어찌 되려나 하고, 좀은 궁금해들 하는 표정이십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봅지요.
-<벙어리 이야기꾼>
목숨 구했으면 된 건데 말이야. 머슴은 옳다구나 하며 또 말했지.
똥구멍에 담뱃대 걸어 호랑이 뱃속에서 빠져나온 일이 터무니없다 싶은 생각의 불씨를 번개처럼 일으켰나 봐. 호랑이굴에 물려갔다가도 동삼까지 얻어 살아 돌아올 수 있었으니 뱃심까지도 어지간히 든든해졌나 봐. 그랬나 봐.
“산속에 살면서 힘든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러자, 호랑이가 몸을 돌려. 그리고 멈춰 선 채 머슴을 멍하니 쳐다보는 거야. 머슴은 외쳤어.
“제가 도울 일 있으면 도울 테니 말씀을 하십시오!”
산과 마을에 따로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는데,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는 것 아니겠어? 순간 호랑이 가슴은 다시 뜨거워졌겠지. 눈물이 흐르는 걸 참고 호랑이는 동생을 지켜봤지. 눈빛으론 나도 너를 도울 수 있다면 도우마 하는 마음을 전하며…….
그런데 이 무슨 조화일까. 호랑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니까.
“너는 힘든 일 없느냐?”
그때 호랑이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까.
“…….”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도우마.”
호랑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것만 아니라, 그 순간 사람 말을 할 수도 있었던 거지. 둘 다 깜짝 놀랐어. 머슴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어.
“딱 하나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주인 영감이 그동안 새경을 한 푼도 계산해주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간 장가도 못 갈 처지라니까요.”
“머슴살이가 쉽지 않다던데 새경까지 안 줘?”
“말도 마십시오, 제 처지. 형님은 그동안 새끼도 봤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아직 장가도 못 갔다니까요. 새경을 받지를 못 하니 나아질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형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주인집 부근까지 와 있다가 제가 신호를 보내면 뒷숲에서 어흥! 하고 한번 크게 울어나 주십시오. 아니면, 담장 너머 마당으로 한번 그 모습만 보여주셔도 좋겠습니다요.”
호랑이야 이미 감동해 아우를 도울 생각이었지. 그러니 청을 안 들어줄 리 없었지.
-<어흥>
차복이의 볼로는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통곡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 차복이는 몸을 돌려 옥황상제의 옷자락을 붙잡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그리고는 울면서 사정하기 시작했어.
“상제님, 제발 제 소청을 좀 들어주십시오. 석숭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사옵니다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니 저 복, 저 복주머니를 좀 빌려준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석숭의 복을 빌려 쓰게 해 주십시오. 석숭이 태어나면 반드시 돌려주겠습니다. 나무 한 짐밖에 제 복이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더 살아갈 힘마저 나지 않습니다. 저처럼 배운 것 없고 가난한 각시의 목숨까지 앗아가지는 마옵소서. 저희 부부 세끼 밥 먹기도 빠듯하지만, 아직 누구의 것을 훔치지도 않았습니다. 누구의 것을 훔쳐와 그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단 말씀이옵니다. 부디 얼마 동안이라도 저 주머니를 빌려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디!”
터무니없는 청이었지. 들어주리라 생각하고 한 청도 아니었어. 통곡을 참다 보니 나오게 된 소리일 뿐이었어. 그런데 그 뜻밖의 청을 듣고 있는 옥황상제의 표정이 난감해지는 거야. 한동안의 무거운 침묵 뒤 상제의 입이 열렸어.
“듣고 보니 그도 그렇긴 하구나. 한동안 빌려주는 것이야 무슨 상관이겠느냐. 내 그리 하마.”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차복이보다 먼저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것은 신하였지. 지상의 인간이 하늘에 올라온 것만도 경악할 일인데 복주머니를 빌려준다니 어찌하시려는 것이냐고 막아 나섰지. 차복이는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는 고개를 거듭 조아렸어.
“고맙습니다, 상제님.”
“하지만 때가 되면 복을 돌려주어야 해. 석숭이 일곱 살 되는 해를 넘기면 안 된다.”
이때서야 차복이는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어.
“명심하겠습니다.”
-<복은 빌릴 수도 있지>
작가 소개
지은이 : 구광본
1986년 등단해 그동안 『미궁』 『맘모스 편의점』 등의 소설집을 펴냈다. 오늘의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소설 신인상),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협성대 문창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왕이 나셨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 네 번째 작품집이다. 그림 형제나 러시아?이란 등의 관련 민담과 한 작품이라 할 정도로 세계적 보편성을 갖춘 「지하국대적퇴치」 등의 설화가 우리에게 있다. 「왕이 나셨네」는 이를 원전 삼아 ‘지하 세계 모험담’을 심화하고 확장한 경장편. 그리고 야담 기반 단편 4편. 작가는 『왕이 나셨네』의 작품들이 다 독립된 한편 다른 작품과는 물론 조선 후기 이야기꾼의 삶과도 연결되면서 지적 즐거움이 샘솟도록 노력을 들였다. 시리즈 출간에 즈음해 구술문화의 현대적 계승을 실감 나게 전달할 오디오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목차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5
벙어리 이야기꾼 11
어흥! 37
복은 빌릴 수도 있지 65
흰 눈썹 휘날리며 109
도깨비 놀기 좋은 날 163
주먹이냐 반쪽이냐 191
내 복에 살지요 217
다시는 활을 쏘지 않으리 247
불어라, 회오리 277
우리 가문의 복덩이 303
씨름이 끝난 뒤 337
작가노트: 옛이야기 다시 만나기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