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봄처럼 피던 청춘의 시간이 정말 내게 있었던 걸까. 계절이 포개질 때마다 조금씩 눈이 흐려지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차오르는 당신에게 전하는 사진과 편지. EBS 세계테마기행 [인도양의 찬란한 빛 스리랑카] 편과 [생애 한 번쯤은 인도] 편에 출연했던 사진가 오철만의 두 번째 사진에세이다.여전히 필름 작업을 놓지 않는 작가의 필름 사진과 사진의 여정에서 기록한 밀도 있고 정제된 단상들, 그리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새긴 그의 사진 속의 압축된 시간과 존재들 스스로 내뱉는 목소리들이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곁 따라 함께 흐르는 그의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부디 다정하게 건네지기를, 잠시나마 전해지는 위로이기를 희망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사랑하는 벗에게, 같은 결로 세월을 흐르고 있는 세상의 동행들에게 함께 걸어가자고 손을 내민다. 그가 내면을 탐구하며 세상을 떠돌던 시간에 이정표가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는 장소와 시간을 벗어나 자유롭게 서술되었다.여행이란 자신을 정밀하게 정제하고 호흡을 고르는 일이며 사람을 만나는 행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연 하나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자신을 만나고 성찰하는 시간이었으니.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소박하고 간결한 문체임에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주변을 물들이지 못해 애태우던 시간을 뒤로하고 나이를 따라 익어가며 주변에 물드는 일, 그렇게 자발적으로 마음을 휘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스스로 휘어지지 못한다는 말은 내게 온통 거짓말로 들린다. _거짓말
그는 한 그릇의 우동이 희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여 먹었다. 우선 고개를 숙이고 지그시 바라보았다. 퉁퉁 불어버린 우동이 다 식지나 않을까, 나는 신경이 쓰였다. 다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가져간 후 우동 그릇을 가볍게 두 번 치고 나서 느리게 면을 집었다. 소중한 자식의 뺨을 어루만지듯 정성을 다해 그릇의 표면을 이리저리 쓰다듬기도 했다. _‘우동 한그릇’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철만
사진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떠난 인도여행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다시 사는 삶을 얻는다. 죽음의 경험은 사회적 성공의 길에서 방향을 틀어 내면으로 향하는 시간을 살도록 만들었고, 사진은 그 길의 동행이 되어 새로운 차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들어선 사진가의 길에서 은둔자로 10년을, 세상으로 나와 10여년을 살았다. 사진의 힘이 시간의 무게에 있다고 믿는 작가는 정밀한 시선으로 세상과 존재를 관찰하며 작품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만난다면 _ 달 출판사』이 있으며 황도에서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