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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피톤치드 / 다은 (지은이) / 2019.02.15
15,000원 ⟶ 13,500원(10% off)

피톤치드소설,일반다은 (지은이)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유럽 여행기를 담았다. 저자는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 등 평소 마음에만 두고 있던 장소를 용기 내어 현지의 작은 일상에 즐기고자 한다. 단순한 일과를 즐기고 누구나 알만한 장소를 가보기도, 또 남들이 찾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며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가져왔다. 비록 아주 다양한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차 PROLOGUE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행 일기 서툰 여행자의 기록 -빚이 생겼다 -생애 처음, 에어비앤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있는 용기 -추워요? 밖은 30도가 넘는데 -영어듣기평가 욕심 부리는 여행 -남편의 취향 -때로는 부지런함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꽃으로 주말을 여는 사람들 -전망대에 오르다 -오히려 다행이야 -여행만 가면 생기는 이상하고 신비한 힘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진정한 런더너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북적임 마저 사랑스러운 몬머스 커피 -변수에 대처하는 자세 -런던의 숨은 보석에서 고흐를 만나다 -나의 몸짓이 모든 언어가 되어줄 거라 믿어요! 셀프 스냅 도전기 -여행은 정말 살아보는 거야? -5 DAYS IN LONDON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정원 사색 -그곳에 가면 셜록을 만날 수 있나요? -서점을 대하는 마음 -홍차의 매력, 애프터눈 티 -여왕의 생활 공간을 엿보다 -공원에서는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선물하는 마음, 매일 매일 크리스마스 -5일 동안 런던살이 Hallo, Nederland! -안녕, 네덜란드 -웰컴 투 암스테르담! -200만 원짜리 감자튀김 -꽃보다 마그넷 -여행은 체력전이다 -자전거 천국 암스테르담 -Breakfast Bag -맛(없)는 무료 크루아상 -여행도시 정하기 -델프트의 예쁜 브런치 카페, KEK -결혼 축하해요! -오르지 못해도 괜찮아 -델프트 구교회 -낭만 커피 분위기 한 잔 -아기자기한 동화마을 델프트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는 여행 -여행하는 방법 -어설픈, 우리의 마지막 만찬 -꿈꾸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안네, 그리고 안녕 -아쉬운 만큼 걷고 또 걷는다 EPILOGUE 49대 51, 살면서 결정이 필요한 순간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갚아야 할 빚은 많지만, 일단 떠나자! 런던, 암스테르담, 델프트의 속속들이 정보를 담다 이 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여행 에세이다. 보통의 여행서는 여행 전문가들이 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여행 초보자다. 망설이고 낯가리고 목소리마저 낮고 작은 수줍음 많은 여자에게 여행은 쉽지 않은 일. 거기다 해외라니. 다행히 그의 곁에는 함께하는 남편이 있어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 4천, 짊어져야 했던 집안의 빚, 취업 그리고 결혼, 신혼집 대출까지. 허덕이는 일상의 연속. 저자에게 유럽 여행은 그저 ‘언젠가 해보고 싶은 꿈’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꽃 보다 할배>를 보다가 배우 신구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혔다.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젊을 때 한껏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빚을 다 갚으면 떠나겠다’는 여행을 앞당겼다. 갚아야 할 빚을 조금 더 천천히 갚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항공권과 숙박권을 카드로 결제(빚은 더 쌓였다) 하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해외여행은 패키지로 노년 부부들과 함께 다녀온 신혼여행이 다였던 저자는 결혼 3년 만에 제대로 된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떠난다. 여행의 맛에 빠진 저자는 다음해에 두 번째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 생애 처음 7박 9일이라는 짧고도 긴(?) 여행을. 생애 처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가는 곳마다 영어 듣기 평가와 같은 곤혹스런 순간을 맞이하고 9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리한 일정을 짜면서 욕심부리는 여행을 했다. 밤이 되면 기절을 하고 마는 여행, 남편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면서, ‘살아보는 경험’ 으로 런던너에 도전한다. 서투른 여행자이기에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지는 일도 많았지만, 여행의 묘미란 이런 것이 아닌가! 런던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델프트를 서툰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고 담았다. 저자가 직접 사진을 찍고 책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했다. 그렇기에 저자의 숨결과 호흡을 고스란히 느끼며 유럽의 세 도시를 만나게 된다. 여행 초보자가 겪는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한번 가보자.’ 하고 여행 캐리어를 꺼내어 짐을 꾸릴지 모르겠다. 길 위의 학교, 여행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행 일기 여행서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욕망을 충족해주고 대리 만족을 준다. 그리고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정보서가 되어 준다. 가보지 못한 자, 가고 싶은 자, 갈 예정인 자 모두를 위한 여행서는 그래서 언제나 사랑받는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텍스트 읽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여행서는 휴식처럼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냥 읽고 싶은 데서 멈춰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나면 잠시 그 공간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그만이다. 이 책은 저자가 떠났던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행 이야기를 통해, 여행은 어떤 특별한 상황이 되어야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특별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결정하면, 평범함도 특별함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삶 속에서도 특별함은 저마다 다르다. 이제 독자 여러분도 ‘언제 가도 좋을 여행’의 다음 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법 여행을 위해 저자는 무수히 많은 계획들을 미리 세워 놓고 있었지만 계획은 바뀌기 위해 있었고, 그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며 즐겼다. 저자는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현지에서 체험하며 느끼는 모든 것, 영어 때문에 겪은 일, 부끄럼쟁이들의 셀프 촬영 도전, 계획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아쉬워하지 않기 등등. 이런 저자의 태도 덕분에 모든 여행지의 작고 사소한 소재들도, 함께 나누고 누릴 만한 의미 있는 주제들로 변모했다. 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순간 저자는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 등 평소 마음에만 두고 있던 장소를 용기 내어 현지의 작은 일상에 즐기고자 한다. 단순한 일과를 즐기고 누구나 알만한 장소를 가보기도, 또 남들이 찾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며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가져왔다. 비록 아주 다양한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빚을 조금 더 천천히 갚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인생은 한 번 뿐이에요).’ 이 문장이라면 지금의 내 마음을 대변해줄 것 같았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말은 뻔한 말이지만 절대 부인할 수 없는 당연한 말이라는 걸 모두가 아니까. 여행 경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과 숙박료를 카드로 결제한(빚이 더 생긴)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에겐 또 다른 빚이 생겼다. 수많은 여행자는 말한다. ‘여행은 첫 시작이 어려울 뿐, 한 번 다녀오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쉽게 다가온다’라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쉽다’는 말은 아마도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큰마음 먹고 다녀온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있는 ‘용기’였다.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
요다 / 야마키타 아쓰시 (지은이), 유태선 (옮긴이) / 2023.06.30
18,000원 ⟶ 16,200원(10% off)

요다소설,일반야마키타 아쓰시 (지은이), 유태선 (옮긴이)
판타지 이야기를 창작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고전 명작과 신화 속 법칙을 정리한 책. 주인공의 인물상, 주인공의 행동, 조연 캐릭터 설정, 적 캐릭터 설정, 이야기의 모티브, 인원수에 따른 단체 이름과 구성원 설정 등을 다룬다. 각 장에서는 고전 명작과 신화 등을 특징짓는 요소를 추출해 그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들을 다른 창작에 어떻게 끌어다 쓰면 좋을지를 설명한다. 또한 각 이야기의 줄거리와 특징을 소개하고 거기서 도출되는 범용적인 방법론을 정리하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힌트를 제공한다.들어가는 글 이 책의 개요 1장 주인공의 인물상 001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난제│002 앨리스의 모험│003 아서왕과 유서왕│004 돈키호테│005 오딘의 수행│006 방황하는 유대인│007 아폴론과 아르테미스│008 조니 애플시드│009 토르의 용감함│010 브라다만테와 루지에로│011 잔 다르크와 활약하는 미소녀│012 혼블로어와 해양 모험 소설│013 셰에라자드의 위업│014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사랑│015 지킬과 하이드│016 철완 괴츠 2장 주인공의 행동 017 안드로메다의 사랑과 위기│018 트리스탄과 이졸데│019 방황하는 네덜란드인│020 로미오와 줄리엣│021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실│022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023 햄릿의 선택│024 함무라비 왕과 정의의 법전│025 에드몽 당테스의 선택│026 명탐정 셜록 홈스│027 붉은 남작│028 킴메르의 코난│029 쾌걸 조로의 정체│030 우라노스->크로노스->제우스│031 퍼시벌과 성배 탐색│032 타잔의 고독│033 장 발장의 개과천선│034 다이달로스와 발명│035 프로메테우스의 간│036 와이엇 어프│037 쿠 훌린│038 베어울프의 죽음│039 국화의 약속│040 아르고호 원정대 3장 조연은 괴짜들의 모임 041 스웨덴 국왕 칼 요한 14세│042 카롤루스 대제의 기사들│043 알렉산더 대왕의 변모와 본질│044 프레스터 존과 이상의 국가│045 성 바울의 회심│046 갤러해드 경과 위험한 자리│047 디트리히 폰 베른의 기사들│048 부디카의 전쟁│049 가웨인 경과 형제들│050 불패의 루이 니콜라 다부│051 랜슬롯과 기네비어│052 배이내뫼이넨│053 모세의 십계│054 핀 막 쿨과 세 명의 부인│055 로빈 후드와 동료들│056 단테와 베아트리체│057 트로이와 헬레네│058 카르멘의 자유│059 클레오파트라의 외교│060 카산드라의 예언│061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062 로젠크로이츠의 전설 4장 매력적인 적 063 로키의 배신│064 다윗과 사울왕│065 드라큘라의 오만│066 알 카포네의 장사│067 질 드 레의 타락│068 피사로의 정복│069 데이비 크로켓과 긴타로│070 돈 후안│071 라스푸틴의 권력│072 20세기 최고의 마법사│073 뤼팽의 수법│074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075 에드워드 티치의 해적업 경영│076 나르키소스의 병│077 악녀 안젤리카│078 에르제베트 바토리와 피의 목욕│079 크림힐트의 복수│080 삼손과 델릴라│081 성서의 살로메│082 살로메와 요한의 목│083 아담과 릴리스 5장 이야기의 모티브 084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085 트로이 전쟁│086 이스가리옷 유다│087 탄탈로스의 갈증│088 파우스트의 전설│089 카인과 아벨│090 캡틴 키드의 보물│091 리어왕과 딸들│092 드워프의 반지│093 허풍선이 남작│094 레민카이넨의 맹세│095 빌헬름 텔과 두 개의 활│096 프랑켄슈타인 괴물의 고독│097 오디세우스의 방황│098 신드바드의 항해│099 판도라의 상자│100 배교자 율리아누스 6장 단체의 이름 101 쌍벽과 음양│102 삼총사와 삼현자│103 사천왕│104 오행과 성흔│105 육가선│106 세븐 시스터스와 그리스의 7현인│107 팔견사와 팔괘│108 9위인과 구요성│109 십계와 십지파와 사나다 10용사│110 십이 사도와 12신 참고문헌 찾아보기창작에 대한 고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펼쳐보면 좋은 110가지 풍부한 아이디어가 담긴 판타지 창작 사전 현대에는 다 소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우리는 그것을 즐기느라 바쁘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늘날 당연하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현대의 이야기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야기를 창작해온 이들의 유산을 이어받음으로써 성립했다. 특히 오랫동안 살아남은 고전 명작과 신화 등은 그 가치에 어울리는 이야기 창작의 정수를 남겼다. 저자는 고전과 신화에서 이러한 정수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이 고전은 왜 높게 평가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가. 이 신화는 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는가. 이야기가 사랑받고 살아남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 각 이야기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씩 뽑아 해설한 것이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이다. 이 책은 판타지 이야기를 창작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전 명작과 신화 속 법칙을 정리했다. 주인공의 인물상, 주인공의 행동, 조연 캐릭터 설정, 적 캐릭터 설정, 이야기의 모티브, 인원수에 따른 단체 이름과 구성원 설정 등을 다룬다. 각 장에서는 고전 명작과 신화 등을 특징짓는 요소를 추출해 그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들을 다른 창작에 어떻게 끌어다 쓰면 좋을지를 설명하고 스토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힌트를 제공한다. 주인공, 조연, 적, 이야기의 모티브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게임 시나리오 작가 출신 저자가 알려주는 판타지 창작의 핵심 요소! 1장에서는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인물상에 대해 고찰한다. 주인공은 어떤 성격이어야 독자에게 사랑받는지, 어떤 능력을 갖춰야 스토리 전개에 어울릴지, 어떤 콤플렉스가 있어야 이야기를 끌고 가기 쉬울지 등 주인공의 특징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모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영웅의 조건, 쌍둥이 캐릭터를 차별화하는 법 등에 대해 소개한다. 2장은 주인공의 활약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주인공이 되는지, 주인공은 어떤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지 등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장이다. 주인공의 사랑과 연애, 복수, 셜록 홈스로 대표되는 지적인 인물의 매력을 전하는 방법 등을 다룬다. 3장은 조연에 관한 내용이다. 조연은 주인공처럼 독자에게 꼭 사랑받을 필요는 없기에 주연보다 수상하게 설정하기 쉽다. 따라서 캐릭터로서 사랑받거나 독자를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독자를 실망시키거나 미움받는 역할도 가능하다. 주인공을 돕거나 배신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마법사나 비밀 의식을 행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조연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적 캐릭터를 다룬다. 적 역할은 괴상하거나, 몹시 얄밉거나, 아예 멋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 어떤 적 역할이 재밌을지를 고찰하는 장이다. 인격자였으나 사회에 대한 배신감으로 타락한 살인마, 모든 여성을 홀리는 플레이보이, 괴도 뤼팽처럼 주인공도 어울리고 적 역할로 등장해도 좋은 만능 캐릭터 등을 살펴본다. 5장에서는 창작에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모티브를 소개한다. 부모 자식 관계나 형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신이 내리는 벌의 무서움, 전쟁에서의 지략, 악마에게 소원을 비는 인간 등 신화와 전승 설화 시대부터 모티브가 되어온 것들을 다룬다. 6장만 그 성격이 다소 다른데,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럿이 한 조를 이루는 단체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에는 3인조, 4인조, 5인조 등 여러 인원으로 구성된 단체가 있다. 이야기에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단체(악의 조직이라든지 스파이, 영웅 집단 등)가 등장할 때, 구성원은 단체의 유래에 어울리는 코드 네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단체를 만들 때 참고하도록 인원수에 따른 단체 이름의 예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신화, 고전 등 아주 오래전부터 독자에게 사랑받은 이야기의 줄거리와 특징 등을 살펴보고 거기서 도출되는 범용적인 방법론을 정리하여 창작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10가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이 책을 참고하여 독자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멋진 판타지 스토리를 완성하길 바란다.아서왕은 이야기에서 ‘시련을 딛고 위대한 자가 된다’, ‘평범한 아이에게 사실은 위대한 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3대 영웅의 조건을 모두 실현한 인물입니다. 심지어 ‘영웅이 민족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것까지 이뤄냅니다. 게다가 위대한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마지막에는 아들이 일으킨 반란에 죽음을 맞이하는 ‘영웅은 비극적으로 죽는다’라는 조건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젠가 구세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까지 남겼습니다. 인기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킬과 하이드는 동일 인물이긴 하지만 얼굴, 체격 등 육체적인 면과 성격, 지성 등 정신적인 면에서 전혀 다릅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조적인 두 사람입니다. (중략) 이중인격은 동일인에게 나타나는 대립하는 인격이지만, 다른 두 인간이 대립하는 경우에도 그 양자가 성격뿐만 아니라 외모도 극단적으로 달라야 독자가 알아채기도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쉬워집니다. 한쪽이 흰옷이라면 다른 한쪽은 검은 옷, 한쪽이 날씬하면 상대는 건장한 체격으로 만든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사람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시각적으로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동료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면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희생할 인물을 되도록 빨리 등장시켜 독자가 이름을 외우게 한 다음 죽게 하지 않으면 희생의 고마움과 괴로움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글쓰기 짱!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김희보 지음 / 2008.08.08
15,000원 ⟶ 13,500원(10% off)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소설,일반김희보 지음
글쓰기 두려워하는 이에게 자신감을! 펜을 잡는 즐거움을 잃어가는 인터넷 시대! 인간 본연 기쁨 찾아주는 아주쉬운 글쓰기 길잡이!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상상하는 힘 명문장 탄생의 근원 남들이 편한 잠에 취해 있을 때 눈 떠있는 자 불면의 밤 어둠 속에서 명문은 알을 까고 나온다. 명문은 두통을 낫게 한다 조조(曹操)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陳淋)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소(袁紹)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문서계로 등용시켰다. 중국에서는 그래서 명문을 쓰는 일을 경국지대업(傾國之大業)이라고까지 했다. 명문이란 어느 때 어디에서 누가 읽어도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한 글이다. 시대와 생활공간이 달라도 제가끔 자신의 체험으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옛날 문장가들은 명문을 쓰기 위해서 구양수 베개를 베었다. 구양수 베개란 울퉁불퉁한 옹이가 많이 박힌 목침을 뜻한다. 그것을 베면 편안치가 않아서 잠에 깊이 빠지질 않는다. 그 어렴풋한 선잠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그 한가운데서 보통 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문장들이 떠오른다. 구양수의 명문들은 실제로 비몽사몽간에 쓰인 것들이라고 한다. 구양수 베게는 명문장은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상상하는 그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남들이 높은 베개를 베고 편안한 잠에 취해 있을 때 눈 떠 있는 자. 그 불면의 밤 속에서 어둠 속에서 명문은 알을 까고 나온다. 인터넷으로 지금 글쓰기가 다시 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메일, 채팅, 그리고 게시판과 자료실에 글을 써서 올리는 기회가 날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글쓰기의 소중함과 그 힘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조조가 아니라도 명문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누구나 조조가 되고 누구나 진림이 되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것이 인터넷 시대의 진정한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이 책 <글쓰기 짱!>은 점점 기계화되고 산업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글쓰기의 기쁨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그 즐거움을 되찾아준다. 좋은 글은 어떻게 쓰는가 한 사람이 쓰더라도 편지를 쓸 때와 일기를 쓸 때 그리고 수필을 쓸 때와 소설을 쓸 때 그 문체는 달라진다. 사람에 의해서 문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서 문체는 변화한다. 문체는 외출할 때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일하려고 나가는 것인지, 파티에 가는 것인지, 혹은 가는 데가 장례식장인가 결혼식장인가에 따라 옷의 선택이 전혀 달라진다. 문체는 사람이 아니라 주제이다. 그리고 그 주제는 문장의 형식과 내용이 잘 어울릴 때 비로소 그 특성을 나타낸다. 형식에 치우친 글은 불꽃과 같은 것이고 내용에만 치우친 것은 수풀과 같은 것이다. 내용과 형식이 서로 긴장관계를 이루며 손바닥과 손등처럼 서로 뗄 수 없는 것이 될 때 진정한 문체는 획득된다. 글은 누구든지 쓸 수 있지만, 글을 잘 쓰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심라만상과 여러 삶의 모습들을 표현해내지만, 그 함량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생각을 만족스럽게 표현해내는 것은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쓰기 짱!>은 그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쓰였다. 독자는 여기에 제시된 여러 가지 글쓰기의 방법을 접하는 순간, 내면에서 무언가를 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글을 쓰기 위해서, 또 무언가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글쓰기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을 위하여 풍부한 자료로 정성을 기울여 쓰인 것이다. 언제나 글쓰기에 대한 욕구에 시달리면서도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과, 일기처럼 규칙적인 글쓰기를
무주공 비화
민음사 /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은이), 류정훈 (옮긴이)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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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소설,일반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은이), 류정훈 (옮긴이)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여섯 번째 권은 ‘일본 고전 세계’로 돌아선 다니자키의 작품 성향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무주공 비화』이다. 1931년부터 1932년에 걸쳐 연재와 중단을 반복하다가 1935년에야 비로소 완결된 이 작품은, 일본 전통의 ‘모노가타리’ 형식을 빌려 가상의 전국 시대 무장 무주공의 기묘한 일화를 들려준다. 서문을 보면, 스스로를 ‘섭양어부(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호)’라 밝힌 화자가 무주공의 시종이었던 묘카구니와 도아미의 수기, 당대의 전쟁을 기록한 『쓰쿠마 군기』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한다고 하면서, 역사적 사실 배후에 자리한 ‘무주공의 기괴한 성벽(性癖)’을 규명해 보겠노라고 목적을 밝힌다. 하지만 무주공 자체가 가상의 인물인바, 다니자키가 논하는 무주공의 ‘비화’ 또한 전부 픽션(虛構)이다. 결과적으로 『무주공 비화』는, 다니자키 자신의 ‘마조히즘-에로티시즘’과 일본 고전에 대한 선망 혹은 애착을 하나로 종합해 낸 작품이다.무주공 비화 권 1 무주공 비화 권 2 무주공 비화 권 3 무주공 비화 권 4 무주공 비화 권 5 무주공 비화 권 6 연보문고 속 또 하나의 우주, 쏜살 문고로 만나는 대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 세계 데뷔작부터 마지막 작품, 주요 에세이를 아우르는 10권 선집 마침내 완간! “뻔뻔하고 대담한 작가. 만약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을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사상가, 비평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없는 일본 문학은 꽃이 없는 정원일 뿐이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문학 연구가, 번역가) “그저 탄식할 뿐! 다니자키의 작품은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다니자키는 천재다!” 미시마 유키오(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국민 작가’라 할 만하다. 나는 그처럼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를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쏜살 문고’는 2016년 여름 첫 권을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다종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 오며 오십 권을 돌파하였다.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도모한 ‘쏜살 문고×동네 서점 프로젝트’(2017~2018), 책의 물성을 실험한 ‘쏜살 문고 워터프루프북’(2018~2019), 2019년 겨울 삼 년의 준비 끝에 발표한 ‘여성 문학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민음사의 ‘쏜살 문고’는 문고판 도서의 활성화뿐 아니라 다채로운 도전을 시도해 왔다. 지난 2018년, ‘문고 속의 문고’를 기치로 세상에 선보였던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을 2020년 1월, 마침내 완간하였다.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상찬한 작가이자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 세계를,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주요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엄선해 엮은, 전체 열 권 규모의 ‘작가 선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그리고 세계적 규모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으리라.”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당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섯 차례 넘게 지명되는 등 비평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문학가였다. 이러한 대외적 평가 말고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여러모로 주목해 볼 만한 작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다방면(중학생 시절에 쓴 비평문으로 벌써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 두각을 드러냈다고 한다.)에 재능을 보였다. 특히나 언어 감각이 출중했던 다니자키는 거미가 긴긴 실을 자아내듯 극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써내는 데에 탁월했다. 그의 천부적인 문재(文才)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층 정려(精麗)해져, 한어와 아어(雅語, 일본 고전 문학에 쓰인 고급한 언어), 시의성 있는 속어와 다양한 방언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을 쓰면서도 마치 여러 작가가 머리를 맞댄 것처럼 거침없이 넘나들었다. 그뿐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수천 가지 빛깔로 분광하는 스펙트럼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 줬다. 한평생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역사 소설, 풍자 소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일본 고전 설화, 낭만적인 로맨스와 메타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파격적인 형식까지 시도하며 놀랍도록 변화무쌍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이번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역정 내내 경이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대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열 권의 책으로 구성하였다. 다니자키의 전 작품을 예고하며 장차 싹틀 모든 맹아를 품은 데뷔작 「문신」(『소년』에 수록)부터 초기 대표작 『치인의 사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여뀌 먹는 벌레』, 『요시노 구즈』, 그리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틴토 브라스 등 해외 거장들의 격찬을 받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절정 『열쇠』, 작가의 고유한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 『음예 예찬』에 이르기까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 세계를 깊이 음미할 수 있다. 한편 정교하고 우아한 문체 탓에 번역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다니자키의 작품은,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명예 교수 김춘미 선생의 진두지휘 아래,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및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진,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 문예 번역상’에 빛나는 양윤옥 선생까지 국내 최고의 번역가들이 모여 우리말로 옮겼다. 더불어 책의 표지는 이빈소연 일러스트레이터가 총책을 맡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명적이고 농염한 문학 세계를 독특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해당 ‘선집’ 열 권의 표지를 한데 모으면 한 폭의 병풍 그림이 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본문은 새로 출시될 산돌정체로 디자인하여, 그야말로 읽고 보고 모으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미증유의 문학 세계를 개척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독서계의 폭과 깊이가 더욱 확장하기를 바라본다.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여섯 번째 권은 ‘일본 고전 세계’로 돌아선 다니자키의 작품 성향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무주공 비화』이다. 1931년부터 1932년에 걸쳐 연재와 중단을 반복하다가 1935년에야 비로소 완결된 이 작품은, 일본 전통의 ‘모노가타리(物語)’ 형식을 빌려 가상의 전국 시대 무장 무주공(아명은 호시마루, 가와치노스케 데루카쓰)의 기묘한 일화를 들려준다. 여섯 ‘권(卷)’으로 묶인 『무주공 비화』의 서문을 보면, 스스로를 ‘섭양어부(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호)’라 밝힌 화자가 무주공의 시종이었던 묘카구니와 도아미의 수기, 당대의 전쟁을 기록한 『쓰쿠마 군기』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한다고 하면서, 역사적 사실 배후에 자리한 ‘무주공의 기괴한 성벽(性癖)’을 규명해 보겠노라고 목적을 밝힌다. 하지만 무주공 자체가 가상의 인물인바, 다니자키가 논하는 무주공의 ‘비화’ 또한 전부 픽션(虛構)이다. 결과적으로 『무주공 비화』는, 다니자키 자신의 ‘마조히즘-에로티시즘’과 일본 고전에 대한 선망 혹은 애착을 하나로 종합해 낸 작품이다. 무사시 지방을 통치하는 무사시노카미 데루카미의 적자 호시마루(훗날 데루카쓰, 무주공)는 주군 쓰쿠마 잇칸사이에 대한 화친의 증거이자 볼모로서 오지카야마 성에 보내진다. 몸집은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에 용감무쌍한 심성을 지닌 호시마루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전쟁에 하루빨리 출전하여 자신의 무용(武勇)을 떨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때마침 주군 잇칸사이의 오지카야마 성으로 적장 야쿠시지탄조 마사타카가 쳐들어오고, 전세는 하루하루 악화되어 곧 함락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전화(戰火)에 휩싸인 오지카야마 성은 장정은 물론, 아녀자에 이르기까지 가용한 인력 전부가 전투에 동원되어, 최후의 자결을 각오하면서까지 끝까지 수성(守城)에 나선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 전쟁의 암운조차 흥미롭기만 한 호시마루는 매일 밤, 비밀스레 어딘가로 향하는 귀부인의 뒤를 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장소에 당도하고 만다. 성내(城內) 깊숙이 은밀하게 조성된 작은 방에서는, 이슥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십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앉아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있다. 바로 적진에서 취한 수급(首級), 즉 참수한 무장들의 머리를 정성스레 씻고, 단장하는 것이었다. 호시마루는 아름다운 여성이 처참하게 죽은, 한때는 용감했을 군인의 머리통을 마치 희롱하듯 가지고 노는 모습에 돌연 정신을 빼앗기고, 영혼까지 사로잡힌다. “여느 병졸보다 지체 높은 장수의 목이 희롱을 당한다면 얼마나 흥분될까? 나도 참수되어서,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손에 한없이 농락당했으면!” 그러나 자신이 죽어서는 이토록 기이한 성벽을 누릴 수가 없으니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스스로 나서서 고귀한 장군의 목을 가져오는 일뿐이었다. 호시마루의 집착을 하루가 다르게 격렬해지고, 마침내 그는 단지 자신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에 잠입한다. 주인공은 마침내 적장 마사타카의 목을 베는 데에 성공하지만 여러 예기하지 못한 반격으로 엉겁결에 코만 잘라서 도망치게 되고, 훗날 이 사건은 무주공 자신은 물론 잇칸사이의 아들 노리시게와 마사타카의 딸 기쿄노가타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는다. 결국 무주공의 뒤틀린 성욕이 던져 올린 주사위는 모두의 행불행을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가는데…….호시마루는 미녀 앞에 놓인 수급을 부러워했다. 심지어 그는 수급한테 질투가 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질투의 성질이나 부럽다고 하는 말의 의미인데, 이 여자에게 머리단장을 받거나 그 잔혹한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아지는 일만이 부럽지는 않았다.죽어서 수급이 되어 추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띤 채로 그녀 손에 희롱당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려면 필수적으로 수급이 되어야 했다. 살아서 그녀 곁에 있는 상상은 전혀 즐겁지 않았지만 만약 자신이 저런 수급이 되어 그녀의 매력 앞에 놓인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조차 안 되었다.소년은 이 모순으로 충만한 기이한 공상이 뇌리에 떠올라, 그것이 자신에게 무한의 쾌감을 주는 데에 스스로 놀라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마음 깊은 곳에 자신의 의지가 전혀 미치지 않는 별도의 심연 같은 우물이 있고, 이제 그 뚜껑이 갑자기 열려 버렸다. -본문에서
이렇게 말해봐 일상영어
랭컴(Lancom) / 이서영 (지은이) / 20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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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컴(Lancom)소설,일반이서영 (지은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적인 회화 표현만을 엄선하여 왕초보 학습자에게 회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였다. 모든 영어 문장에는 초보자를 위해 한글로 영어 발음을 표기하였고, 각 유닛의 뒤쪽에는 앞서 읽고 들은 기본 표현의 빈칸 채우기를 통해 써넣으면서 학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문장을 익힌 다음 마무리로 실제 회화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 Mini Talk를 통해 자연스런 대화에 응용할 수 있으며, 무료로 제공하는 MP3 파일에는 우리말 해석을 한국인 성우가 말하고, 이어서 원어민 남녀가 번갈아 또박또박 읽어주므로 책을 보지 않고도 영어회화를 익힐 수 있다.PART 01 하루일과 01 아침에 일어날 때 13 02 아침식사 15 03 집을 나설 때 17 04 집안일 19 05 세탁 21 06 귀가 23 07 요리 25 08 저녁식사 27 09 잠자기 전에 29 10 휴일 31 PART 02 학교생활 01 입학 35 02 전공 37 03 수업 39 04 시험 41 05 성적 43 06 동아리활동 45 07 학교행사 47 08 아르바이트 49 09 데이트 51 10 졸업 53 PART 03 직장생활 01 출퇴근 57 02 회사생활 59 03 컴퓨터와 인터넷 61 04 이메일과 팩스 63 05 회의 65 06 상담과 교섭 67 07 승진과 이동 69 08 급여 71 09 휴가 73 10 접대 75 PART 04 초대와 방문 01 전화를 걸 때 79 02 전화를 받을 때 81 03 약속을 정할 때 83 04 약속 제의에 응답할 때 85 05 초대할 때 87 06 초대에 응답할 때 89 07 방문할 때 91 08 방문객을 맞이할 때 93 09 방문객을 대접할 때 95 10 방문을 마칠 때 97 PART 05 공공장소 01 은행에서 101 02 우체국에서 103 03 이발소에서 105 04 미용실에서 107 05 세탁소에서 109 06 부동산에서 111 07 관공서에서 113 08 경찰서에서 115 09 미술관.박물관에서 117 10 도서관에서 119 PART 06 병원 01 병원에서 123 02 증세를 물을 때 125 03 증상을 설명할 때 127 04 아픈 곳을 말할 때 129 05 검진을 받을 때 131 06 수술을 받을 때 133 07 입원 또는 퇴원할 때 135 08 치과에서 137 09 병문안할 때 139 10 약국에서 141이 책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일상 영어회화 중심 이렇게 말해봐 일상영어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적인 회화 표현만을 엄선하여 왕초보 학습자에게 회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한글 발음 표기 모든 영어 문장에는 초보자를 위해 한글로 영어 발음을 표기하였습니다. 다만 한글 발음은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였을 뿐 정확한 발음은 아니므로 원어민 발음을 통해 익히도록 하십시오. 빈칸 채워넣기 각 유닛의 뒤쪽에는 앞서 읽고 들은 기본 표현의 빈칸 채우기를 통해 써넣으면서 학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화연습 기본문장을 익힌 다음 마무리로 실제 회화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 Mini Talk를 통해 자연스런 대화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과 원어민 녹음 무료로 제공하는 MP3 파일에는 우리말 해석을 한국인 성우가 말하고, 이어서 원어민 남녀가 번갈아 또박또박 읽어주므로 책을 보지 않고도 영어회화를 익힐 수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교회의 미래
동연출판사 / 강준민, 고승희, 김사무엘, 김현경, 민종기, 박동식, 박성호, 이상명, 이상훈, 정성욱, 정요석 (지은이) / 2020.12.27
17,000원 ⟶ 15,300원(10% off)

동연출판사소설,일반강준민, 고승희, 김사무엘, 김현경, 민종기, 박동식, 박성호, 이상명, 이상훈, 정성욱, 정요석 (지은이)
코로나가 종식될 때 개신교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전에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신앙에 대한 본질,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 흑사병 등 팬데믹을 겪었던 과거, 교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책임과 존재 이유 그리고 1차원적인 외관의 교회에만 매몰된 주일 성수를 초월 등 좀 더 개신교인으로서 본질에 대해서 다가가는 노력을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제시한 책이다.추천의 글 책을 펴내며 머리말 1부 |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교회란 무엇인가 팬데믹의 역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탐욕바이러스에 물든 세상 속 하나님 나라 운동 _ 이상명 1. 제3차 팬데믹, 인류를 역습하다 2.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세계의 도전 3.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뉴노멀 4. 코로나바이러스와 탐욕바이러스 5. 하나님 형상 회복, 최후의 백신 6.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하나님 나라 운동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미래 사회: 두려움을 넘어 공동체 세우기 _ 김사무엘 1. 개요 2. 멀어지는 익숙함 3. 다가오는 낯섦 4. 실질적 제안: 직분의 역할을 중심으로 5. 결론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회윤리적 책임? 공공성의 회복을 중심으로 _ 민종기 1.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새로운 교회환경 2. 교회의 공공성을 예증한 초대교회 3. 교회의 공공성을 예증한 개혁교회 4. 코로나 이후의 교회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 5. 코로나 이후의 교회, 공공성 인식에서 공공선의 실천으로 6. 코로나 팬데믹에서 교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요소 7.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목표, 공공성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존재 이유: 나는 어디서나 예배한다. 고로 나는 교회로 존재한다 _ 박동식 1. 이행의 시대와 예배 2. 현장 교회 살리기 3. 온라인 교회 가능성 모색 4. 일상과 세상에서 참 교회로 살기 5. 곧 다시 춤출 수 있기를 소망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목회 ? 케이스 스터디: 아름다운교회의 팬데믹 극복 사례 _ 고승희 1. 위협인가 기회인가 2. 21세기 팬데믹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가 3.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코로나 블루: 위기에서 성장으로 나아가는 길목 _ 김현경 1. 들어가는 글 2. 위기 이론으로 바라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3.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외상 후 성장 4. 교회 내 영혼 돌봄에 대한 제안 5. 나가는 글 2부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앙과 신학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예배: 주일 성수와 주일 공예배 _ 정요석 1. 서론 2. 예배의 의의와 대상 그리고 기도 3. 주일 성수와 주일 공예배 4. 비대면 예배의 영상 중계 5.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예배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선교: 팬데믹 시대의 선교적 항해를 위한 사역 패러다임 _ 이상훈 1. 들어가는 말 2. 위기와 함께하는 하나님의 선교 3. 패러다임 전환 이론 4. 선교의 옛 패러다임 5. 선교의 뉴 패러다임 6. 교회의 선교적 본질 7.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선교 8. 나가는 말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신앙교육: 언택트와 인택트의 듀얼 교육 패러다임 _ 박성호 1. 들어가는 글 2. 세대 구분(분류)과 Z세대 3. Z세대를 위한 하이브리드 교육의 필요성과 듀얼 교육 패러다임의 중요성 4. 기성세대가 돌아봐야 하는 것들 5. 나가는 글: Already, Not Yet / Same, But Different / New, But Old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영성: 소박함의 영성 _ 강준민 1. 들어가는 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영성은 본질을 추구하는 영성이다 2. 분별의 영성 3. 멈춤의 영성 4. 격리의 영성 5. 주님 안에서 누리는 기쁨의 영성 6. 범사에 감사하는 영성 7. 유연함을 추구하는 영성 8. 소박함을 추구하는 영성 9. 자족하는 영성 10. 자제력을 키우는 영성 11. 내면의 성소에서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영성 12. 나가는 말: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추구해야 할 영성은 예수의 영성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학? 그 정체성과 방향성의 재고(교회론과 종말론의 맥락에서) _ 정성욱 1. 들어가는 말 2.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학의 정체성 3.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학의 방향성 4. 나가는 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평신도 역할: 일상의 선교사 되기 _ 이종찬 1. 들어가며 2. 하나님 나라 복음의 신앙관 심어주기: 이분법적 신앙에서 총체적 신앙으로 3. 목회자 중심의 수직구조에서 평신도와 동역하는 수평구조로 4. 수동적인 평신도에서 능동적인 평신도 키우기 5. 풀뿌리 평신도 활동과 교회의 유기적 관계 6. 창의적 상상력과 실험정신 7. 지성적 크리스천, 실천하는 크리스천 양성 8. 교회의 공공성과 MZ세대, 환경과 생태주의 9. 4차 산업혁명 시대, 교회와 성도의 역할 10. 성도의 SESG 모델 11. 나가며 글쓴이 알림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개인과 교회공동체의 지향점을 모색한다 2020년은 세계사에도 전대미문의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회적인 해프닝이 아닌 앞으로의 우리 삶에 있어서도 심대한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건 누구나 다 짐작하는 바이다. 다만, 어느 분야에, 어떻게, 얼마나 큰 파장이 일 것인가의 문제만 있을 뿐이지…. 종교, 기독교, 개신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 모든 분야에서 여러 가지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중에 만인사제설에 근거한 개혁교회(개신교)의 신앙 양태와 대면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의 속성상 개신교회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일 것이라고들 한다. 팬데믹 상황에 대해 고군분투하는 교회의 대응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사역하는 목회자, 신학자, 교육자,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이 코나나19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진단하고, 교회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생각을 모았다. 이 현상을 신앙적, 신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하고, 이후의 시대에 우리 개인과 교회공동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책의 지향점이었다. 즉, 이 책은 코로나가 종식될 때 개신교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전에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신앙에 대한 본질,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 흑사병 등 팬데믹을 겪었던 과거, 교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책임과 존재 이유 그리고 1차원적인 외관의 교회에만 매몰된 주일 성수를 초월 등 좀 더 개신교인으로서 본질에 대해서 다가가는 노력을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제시한 책이다. 미국에서 사역하는 분들의 글이지만 미국에 있는 한국 교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는 물론 전 세계의 개신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코로나바이러스의 역습이 가져온 영향은 향후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사회 곳곳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곳곳을 봉쇄하고 글로벌경제를 대침체의 늪에 빠트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은 지난 5월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1경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Jim Dator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사회가 그 이전과 이후로 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는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르므로 코로나19 전과 후를 구분하여 후자를 뜻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란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란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의미한다. 팬데믹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에도 개인 라이프스타일, 교육 환경, 문화 소비 패턴, 사회 서비스 방식, 사회 시스템, 세계 경제 구조, 국제 정세 등 우리의 일상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심지어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죽을 때까지 단계별로 치르는 통과의례rite of passage에도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이상명 |<팬데믹의 역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탐욕바이러스에 물든 세상 속 하나님 나라 운동> 중에서마르틴 루터 또한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가”라는 소책자를 통하여 전염병에 대한 윤리를 가르친다. 루터에 의하면, 신자는 전염병의 매체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한다. 환난의 때에 이웃을 돌아보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옳다고 강변하거나 믿음이 연약한 자를 정죄하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함을 주장한다. 아울러 경솔하고 분별없이 하나님을 시험하고 흑사병에 대처하는 모든 수단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가르친다. 상식과 이성을 무시하고, 신비적 믿음을 강변하는 것을 그는 거부했다. 약을 사용하고, 소독하며, 사람과 장소를 피하여 전염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바른 행위이자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만일 이웃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두려움 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루터는 죽음을 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자연적인 성향이지만 신자는 사명을 따라 살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흑사병이 루터가 사역하고 있었던 비텐베르그에 퍼졌을 때, 그는 다른 사람을 피신시키며 자신은 친구 비텐베르그시의 담임목사 부겐하겐Johannes Bugenhagen과 두 명의 부교역자와 함께 도시에 머무르며 성도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교회의 공공성 즉 공동체성을 잃지 않았다.민종기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회윤리적 책임 - 공공성의 회복을 중심으로> 중에서코로나19 이후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교회도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교회는 시스템이 갖춰져서 살아남을 것이지만 소형교회는 존립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교회의 ‘공존’을 질문해야 한다. 교회 공존은 가능한가. 코로나 이후로는 아닐 수 있지만, 대형교회는 평소 매주 개척 교회 수치 정도의 인원이 등록한다. 개척 교회는 성도 한 명이 없어 가슴 아파한다. 코로나19 이후 존립이 위태롭다. 이 모습을 바르게 잡을 수 없을까? 대형교회가 작은 교회를 도울 수 없을까? 이민교회에 특별히 더 나타나는 개척 교회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건물을 빌려 쓰던 교회가 코로나 이후 렌트비 감당이 되지 않아 교회 건물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가정에서 예배 영상을 찍어 온라인으로 예배드린다. 오프라인 교회가 사라졌으니 교회가 사라진 것인가? 미국에서 교회 출석하다가 한국으로 간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미국에서 출석하던 교회 예배를 드린다면 그 성도들은 본 교회 성도인가 아닌가? 전자의 경우, 여전히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니 교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후자의 경우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교인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내규를 지킨다면 교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건물만이 교회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박동식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존재 이유: 나는 어디서나 예배한다. 고로 나는 교회로 존재한다> 중에서일부 사람들은 주일에 공적 예배를 드리면 주일 성수를 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일 성수를 한다는 것은 공적 예배를 드리는 것 이외에도 남는 시간에 사적 예배와 불가피한 일과 긍휼을 행하는 것에 있다. 공적 예배를 드리면 주일 성수를 한 것으로 여기게 될 때 신자들이 범하는 첫째 오류는 공적 예배 이후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는 것이다. 골프를 주일에 칠지라도 가장 이른 시각에 있는 예배를 드린다면 주일 성수를 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주일에 공적 예배를 드리고 골프를 치려는 그 태도에 기특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부분적인 주일 성수이지 온전한 주일 성수가 아니다. 주일 성수와 주일 공예배는 같지 않고, 주일 성수는 주일 공예배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주일에 공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할 바를 다 했다 여겨 나머지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서는 안 된다.정요석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예배: 주일 성수와 주일 공예배> 중에서이번 팬데믹 이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발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빠른 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긱워커gig worker 및 비정규직 증가, 바이오 기술 발달로 인한 유전자 조작, 인간 영생을 추구하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등의 이슈는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심각한 윤리적, 신학적 문제도 안고 있다.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21세기의 기술 발달,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목회자와 신학자는 정치적 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하고 있는 인간은 ‘이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이 질문을 놓고서 신학적 철학적 성찰을 해야 한다.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로봇과 인공지능에 빼앗기고 있다. 심지어 설교하는 인공지능 로봇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세계적 규모의 전자 상거래 오너가 전 세계의 부 가운데 99%를 차지하고 나머지 몫을 가지고서 플랫폼 스타, 인공지능과 로봇 순으로 차지하게 되어 인간은 ‘불안정한 노동자계급’을 의미하는 ‘프리캐리아트precariat’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이종찬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평신도 역할: 일상의 선교사 되기>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을유문화사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서경희 옮김 /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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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소설,일반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서경희 옮김
2016년 4월 23일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여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을유세계문학전집' 82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이다. <햄릿>과 더불어 연극 무대에 가장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 발레, 뮤지컬,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만화, 광고 등 수많은 예술 문화 및 대중문화 장르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면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온갖 예술 문화/대중문화 매체를 통해 '시간을 초월한' 낭만적 사랑의 대명사가 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리비아 허시 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화나 소설 형식으로 재편집된 책에서 읽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원작인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또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하나같이 모두 시적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적인 요소가 특히 강하게 나타나 '극적인 시'로 불릴 정도이다. 전체적으로는 약강오보격의 무운시에 산문 대사가 더해지고,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소네트나 각운을 맞춘 대구 등이 삽입되어 시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로미오와 줄리엣 주 해설 낭만적 사랑의 신화: ‘로미오와 줄리엣’ 판본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보글로벌 문화 아이콘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시간을 초월한 낭만적 사랑의 신화 2016년 4월 23일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여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을유세계문학전집 82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복잡 미묘하고 함축적인 셰익스피어의 언어로 운명적 사랑을 노래한 ‘극적인 시’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이다. 『햄릿』과 더불어 연극 무대에 가장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 발레, 뮤지컬,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만화, 광고 등 수많은 예술 문화 및 대중문화 장르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면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온갖 예술 문화/대중문화 매체를 통해 ‘시간을 초월한’ 낭만적 사랑의 대명사가 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리비아 허시 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화나 소설 형식으로 재편집된 책에서 읽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원작인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또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하나같이 모두 시적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적인 요소가 특히 강하게 나타나 ‘극적인 시’로 불릴 정도이다. 전체적으로는 약강오보격의 무운시에 산문 대사가 더해지고,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소네트나 각운을 맞춘 대구 등이 삽입되어 시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와 극장, 텍스트의 특징, 연극·영화의 역사 등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상세한 해설 수록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열렬한 사랑의 체험에서 영감을 얻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작했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극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 죽음을 맞는 비운의 두 연인에 대한 이야기는 옛 전설이나 신화, 중세 로맨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피라모스와 티스베, 헤로와 레안드로스,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로일로스와 크리세이드 등이 그 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출전으로 간주되는 작품은 영국 작가 아서 브룩이 1568년에 쓴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한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호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한여름 밤의 꿈』의 집필 연도와 같은 1595년으로 보고 있다. 이 역본에는 출전이나 집필 연도를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시대와 극장, 텍스트의 특징, 각색의 역사 등 기본 지식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싣고 있다. 줄리엣을 연기한 소년 배우, 로미오를 연기한 여배우 등에 대해 설명한 공연의 역사나 올리비아 허시, 리어내도 디캐프리오와 같은 대스타를 만들어 낸 영화의 역사도 담겨 있어 매우 흥미롭다. 원문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비유와 시적인 묘미를 잘 드러낸 번역 복잡 미묘하고 함축적인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역자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사 호흡을 살린 공연 대본의 구실도 충실히 하면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될 수 있게 옮기려 했다. 번역에 사용한 판본은 셰익스피어 학자들이 본문을 인용할 때 가장 널리 이용하는 편집본인 리버사이드판(The Riverside Shakespeare, Second Edition, 1997)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본으로 삼되, 아든판(The Arden Shakespeare, 1980)과 뉴케임브리지판(The New Cambridge Shakespeare, 1984), 옥스퍼드판(The Oxford Shakespeare, 2000)을 함께 참고했다. 등장인물의 표기, 장소의 표기, 막과 장의 구분, 무대 지문 표기 등도 대부분 리버사이드판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세 가지 편집본을 참고해서 더 상세하게 추가하기도 했다. 이번 번역에서는 소네트 형식을 취하는 코러스의 대사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 대사를 제외하면 운문의 경우라도 특별히 글자 수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고, 원문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비유와 시적인 묘미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역본을 통해 1564년에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이라는 작은 읍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를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렵고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해 온 독자가 있다면,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지 않은 채 대강의 스토리만으로 상투적이고 식상한 사랑 이야기라고 여겨 온 독자가 있다면, 이번 역본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다채로운 인물들과 생생한 상상 속의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선입견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서경희, 「해설」 중에서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2 (큰글자도서)
미디어창비 / 하성란 (지은이) / 2018.03.20
19,000

미디어창비소설,일반하성란 (지은이)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비롯하여 최근 2년여간 문예지 등에 발표된 열한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첫소설집『루빈의 술잔』과 두번째 소설집『옆집 여자』에서 잿빛으로 얼룩진 도시의 일상을 견뎌내는 현대인들의 면모를 정밀하고 세련되게 그려내어 문학성을 인정받은 하성란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탄탄한 서사구조와 절제된 언어구사가 돋보이는 단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성란의 초기 소설에서 두드러졌던 디테일들에 대한 정밀묘사 대신 상징과 이미지의 비중이 강화됨으로써 좀더 잘 읽히면서도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탐구심이 빛나는 것이 이 소설집의 특징이다. 이에 더하여, 작품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한기욱(인제대 영문과 교수)은 작가가 시도하는 새로운 양식실험에 의미를 두며, 특히 작품집 곳곳에 잠복한 미스터리적 요소와 컬트영화적 감각을 주목한다.와이셔츠 / 저 푸른 초원 위에 / 고요한 밤 / 새끼손가락 / 개망초 / 해설(한기욱)『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하성란(河成蘭)이 펴내는 세번째 작품집이다. 하성란은 1967년 서울에서 출생하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1999년 단편「곰팡이꽃」으로 제30회 동인문학상, 2000년 단편「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제3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한 젊은 소설가이다. 소설집『루빈의 술잔』『옆집 여자』『눈물의 이중주』(공저), 장편소설『식사의 즐거움』『삿뽀로 여인숙』『내 영화의 주인공』을 간행한 바 있다. 이 소설집은 앞서 말한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비롯하여 최근 2년여간 문예지 등에 발표된 열한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첫소설집『루빈의 술잔』과 두번째 소설집『옆집 여자』에서 잿빛으로 얼룩진 도시의 일상을 견뎌내는 현대인들의 면모를 정밀하고 세련되게 그려내어 문학성을 인정받은 하성란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탄탄한 서사구조와 절제된 언어구사가 돋보이는 단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성란의 초기 소설에서 두드러졌던 디테일들에 대한 정밀묘사 대신 상징과 이미지의 비중이 강화됨으로써 좀더 잘 읽히면서도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탐구심이 빛나는 것이 이 소설집의 특징이다. 이에 더하여, 작품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한기욱(인제대 영문과 교수)은 작가가 시도하는 새로운 양식실험에 의미를 두며, 특히 작품집 곳곳에 잠복한 미스터리적 요소와 컬트영화적 감각을 주목한다. 표제작「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프랑스의 전래설화이며 작곡가 오펜바흐에 의해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던「블루비어드」(Bluebeard)의 엽기적인 영주와 그의 여섯 아내들과 겹쳐 읽을 때 그 의미가 한층 되살아난다. 깔끔한 매너와 많은 재산을 가진 교포 제이슨(푸른수염)과 늦은 결혼을 하여 뉴질랜드로 이민온 ‘나’는 남편의 중국계 친구 챙이 항상 부부 사이에 끼여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마침내 남편과 챙의 수상한 관계를 알아챈 아내는 제이슨과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떠나려다가, 그녀가 혼수로 해온 오동나무 장롱에 갇혀 죽을 고비를 맞는다. 남편과 챙의 억류에서 간신히 풀려나온 아내는 나중에서야 제이슨의 정체를 확연히 알게 된다. 자칫 그녀의 관이 될 뻔한 오동나무 장롱을 매개로 감옥 같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실감함과 동시에 이후에도 계속될 제이슨의 또다른 아내들의 불행을 예상하는 그녀는 실로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인 셈이다. 「별 모양의 얼룩」은 몇년 전 대형 화재참사로 수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사건을 극화하고 있다. 참사 1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화재현장에 모여든 희생자 부모들에게 인근의 가게 주인이 그날 한 어린애가 화재 전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되며 작품에 아연 팽팽한 긴박감이 고조된다. 자신의 아이가 혹시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 부모들의 가슴에 번져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절제된 문장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독자들의 긴장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파리」와「밤의 밀렵」 또한 「별 모양의 얼룩」처럼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소설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한 시골파출소 순경의 총기난사 사건을 그린「파리」나 사냥터의 총기 인명사고를 다룬「밤의 밀렵」에서 작가가 관심을 두는 것은 폐쇄적인 시골 부락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의 암묵적인 살인공모와 왜곡된 집단주의적 성향이 어떻게 개인의 인간성을 파괴하는가에 있다. 이처럼 하성란의 소설은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벌어지는 각종의 사건과 사고들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데, 단순히 그 경과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벌어진 배경과 추이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뛰어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들을 창조하고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파헤친다는 데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밖에도, 늘 꿈꾸어온 행복한 가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개를 잃어버리자 이를 찾으려 필사적으로 애쓰던 어느 부부가 결국 개는 찾았지만 대신에 소아마비를 앓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마는 통렬한 아이러니를 다룬「저 푸른 초원 위에」, 약혼자의 하숙집에서 그의 남자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잠자다가 얼결에 나눈 정사에서 아버지 모를 아이를 임신하게 된 여성이 처한 황당함과 곤경을 그린「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아버지와 바람을 피우는 진짜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해가는 한 소녀를 깔끔한 터치로 그린 자전적 소설「오, 아버지」 등도 재미있는 읽을거리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덤덤한 일상사로 시작된 이야기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비극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하성란 소설의 특색은, “도처에 잠복해 있는 위험한 지뢰의 어느 하나라도 건드리면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삶의 비극이 인간의 운명임을 작가가 노련하게 투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한층 성숙한 경지에 접어든 젊은 작가의 문학적 역량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 소설집은 우리 소설사의 귀중한 일부가 될 것이다.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 / 김초엽, 김원영 (지은이) / 2021.01.15
19,800원 ⟶ 17,820원(10% off)

사계절소설,일반김초엽, 김원영 (지은이)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오늘날 ‘미래’라는 말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보면, 마치 그 미래는 인간의 몸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만 같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움직이는 세상,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고통도 갈등도 불가능도 없는 편리하고 매끄러운 곳일까?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와 휠체어)과 만나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채 살아온 시간과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른 내일을 제시한다. 장애인의 인지 세계와 감각, 동작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세계를 상상하는 김초엽, 각기 다른 취약함과 의존성을 지닌 존재들이 더 긴밀하게 접속하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김원영. 두 사람은 각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멀리, 또 깊숙이 밀고 나아가 이 세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든 위계와 정상성 규범 너머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환대할 미래를 그린다. 여기,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과해 더 인간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도달할 짜릿한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추천의 글 들어가며 _ 김원영 1부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1장 사이보그가 되다 _ 김초엽 다이아몬드 행성의 사이보그 남자 | 낯설고도 익숙한 장애인 사이보그 | 향상하는 대신 전환하는 기술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_ 김원영 반려종 휠체어 | 거울 앞에 선 장애인 사이보그 | 의족과 휠체어는 몸의 일부일까 | 휠체어가 되어서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_ 김초엽 장애를 극복하는 따뜻한 기술? | “우리는 장애를 종식시킬 겁니다” | 기술은 장애의 종말을 가져올까 4장 청테이프형 사이보그 _ 김원영 화성에서 살아남은 휴먼 | 인간을 넘어선 인간 | 호킹만큼 인간적이지 않다면 |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문제 삼는 존재 |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 2부 돌봄과 수선의 상상력 5장 불화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보이지 않는 장애 | 사이보그라는 낙인 | 사이보그는 로봇 외골격의 꿈을 꾸는가 | 사이보그 신체 유지하기 | 단일한 사이보그는 없다 6장 장애-사이보그 디자인 _ 김원영 뼈 공학의 한계 | 향유고래의 뼈와 안 보이는 보청기 | 패션과 디스크레션 | 테크놀로지, 장애, 페티시즘 | 불쾌함의 골짜기를 피해서 | 장애를 디자인하기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불구의 기술과학을 선언하다 | 지식 생산자로서의 장애인 | 보편적 설계, 장애 중심적 설계 | 빨대 퇴출은 비장애중심주의일까 | 유튜브와 해시태그, 장애권리운동의 새로운 물결 | 가상공간의 접근성 | 남아 있는 질문들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_ 김원영 장애를 고치는 약 | 치료를 받아서 캡틴 아메리카 되기? | 매끄러움의 유혹 | 심리스한 디자인과 이음새 노동 |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는 존재 | 덜컹거림을 감수하는 힘 3부 연립과 환대의 미래론 9장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_ 김초엽 우리의 다른 인지 세계 | 당신의 우주선을 설계해보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들 | 사이보그 중립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_ 김원영 두 발로 선다면 의존하지 않아도 될까 | 나를 돌보는 로봇, 내가 돌보는 로봇 |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 | 연립의 존재론 함께 있음을 돕는 기술 대담 _ 김초엽, 김원영 파트너가 되다 | 생존 이상의 이야기 | 장애와 과학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바라보기 | 몸 혹은 존재를 드러낼 계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 장애 경험의 고유성 | 사이보그라는 상징에 관하여 | 인간과 기술문명의 불가분의 관계 | 우리의 삶이 교차한 순간 나오며 _ 김초엽 감사의 말 참고문헌인간의 몸은 과학기술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서로 다른 신체와 감각, 기술과 환경이 결합해 재설계한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인간은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공동체의 생존과 유지, 향상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자연히 과학기술은 더 나은 내일, 위험이나 질병에 덜 노출되고 불편이나 불가능을 최소화한 미래를 목표로 삼는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 역시 물리적 거리나 환경의 제약 없이, 네트워크에 깊숙이 연결된 인간이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세상을 매끄럽게 누비는 모습이다. 이 낙관적인 그림 속에서 인간은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거나, 타고난 취약함을 각종 기계나 장비, 의약으로 대체보완하여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들로 묘사된다. 각기 보청기, 휠체어라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엘리트나 기술 관료,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이와 같은 ‘기술 유토피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그 최전선에 기계와 결합한 장애인의 신체를 놓고 ‘포스트휴먼’이니 ‘트랜스휴먼’이니 하는 손쉬운 비유를 끌어오는 논의들의 공허함을 지적한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성과가 질병을 치료하고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삶에서 기계와 결합하는 일은 결코 매끄러운 경험이 아니며, 어떤 기술은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애의 종식을 약속하는 말들은 장애를 가진 몸들이 지금, 여기의 환경과 조건에서 더 잘 살아갈 다양한 가능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리를 더 잘 듣게 하는 기술보다 수어나 문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로봇 외골격보다 휠체어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몸은 설령 같은 유형의 장애라 해도 규격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다. (…) 온정과 시혜로 뒤덮인 시선들은 장애인 사이보그의 현실에는 눈을 감고, 미래적인 이미지만을 기술낙관주의의 홍보 대사로 내세운다. 지금 이곳의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장벽을 해결하는 일을 ‘언젠가’ 기술이 발전할 미래로 자꾸만 유예한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수어통역을 실현하는 데 최첨단의 놀라운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 87쪽 기계와의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이동 방식과 소통 수단, 일상의 지혜를 익혀온 장애 당사자로서, 두 저자는 장애인의 신체와 감각이 기술과 결합하여 새롭게 구성한 정체성, 그 고유한 경험을 과감하게 과학기술과 미래 담론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이는 단지 기술낙관주의의 허구, 폐해를 지적하거나 그러한 논의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조건이 점점 더 기술문명과 깊숙이 결합해가는 시대에 기계와의 연결과 불화,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덜컹거림, 이음새, 단차를 견디고 통합해온 장애인의 경험이 우리가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지 손상을 보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신체 일부를 구성하여 장애인을 ‘결여된’ 존재가 아니라 ‘확장된’ 존재, 세계 및 타자와 ‘연결된’ 존재로 정의하는 계기로서 기술을 바라본다면, 모든 인간이 본연의 취약함과 의존성을 안고도 동등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하나로 움직일 때,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휠체어와 결합하고 다시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활동지원사와 접속할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긋남, 불화, 이음새의 단차를 넘어 결합해본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미래에 ‘증강해야 할’ 역량이다. (…) 나는 장애나 질병 등 취약한 몸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일부 테크 엘리트들이 꿈꾸는 자동화되고 매끄러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단차를 용기 있게 드러내고, 어긋난 이음새는 기꺼이 견디는 역량을 지닌 존재로서 말이다. - 250~251쪽 따라서 이 책에서 ‘사이보그’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사전적 정의를 훌쩍 넘어선다.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과 과학, 기술, 자연, 환경 및 그 밖의 모든 물리적문화적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나가는 총체를 ‘사이보그’라는 상징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그 최전선에 있는 ‘장애인 사이보그’의 구체적 현실을 살피며 위계 없는 세계, 정상 혹은 표준의 장벽 너머를 상상해보는 지적 여정이 될 것이다. 고치고 메꾸고 덧대고 수선하여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의 상상력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SF 소설가로 활동하는 여성인 김초엽은 그동안 자신을 구성하는 이런 요소들과 청각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연결 짓지 못했다. SF를 통해 다른 인지 및 감각 세계를 가진 존재들을 묘사하고 그들이 중심이 된 시공간을 창조하는 일은 자신의 장애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파트너인 김원영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친절한 세계를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또 공고한 위계와 정상성 규범을 뒤흔들며 세계의 구조 변경을 요청하는 용기를 마주하면서 비로소 자기 안의 여러 정체성을 연결,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의 신체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김초엽은 자기 몸에 연결된 기계들을 재구성하거나 변형 혹은 수선하며 과학기술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애인들, 장애인의 필요와 접근성을 중심에 두고 도구와 환경을 설계하는 개발자들을 소개한다. 요리의 전 과정을 촉각이나 소리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방, 휠체어의 층간 이동을 위해 경사로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 주택,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 어떤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섬세한 접근성 설정을 갖춘 온라인 게임, 장애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유튜버들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은 더 이상 온정과 시혜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지식 생산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초엽은 최근 장애학 연구에서 제안된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장애 경험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세계를 개편하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애인은 단순히 세계의 수용자이거나 세계에 의해 형성되는 이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이다. (…)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 환경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와 공동체를 ‘땜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장애학자들은 여기에 ‘장애인 세계 만들기’라는 명칭을 붙였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에 적응하며 환경을 독창적으로 수선해온 작업들 (…) 이러한 일상의 지식들이 제대로 포착된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취약함과 의존성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188~189쪽 이어서 김초엽은 최근의 SF 작품들에서 장애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장애인을 둘러싼 세계를 설계하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SF라는 장르가 각자의 주관적 세계가 불완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공존하는 미래, 타인의 삶을 애써 상상하며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사고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F는 다른 존재들을 중심에 두고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리는 이야기이며, 과거와 미래, 우주와 심해에 인간을 데려갈 방법을 고안하거나 비인간 존재들이 거주 가능한 환경을 설계하는 등 ‘접근성을 탐색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초엽이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몸의 상태에 위계를 부여하는, 신체와 정신의 유능함만을 추구하는 능력차별주의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며 ‘사이보그 중립’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사이보그는 언제나 멸시와 우월 사이에 있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존재다. 그렇다면 트랜스휴먼의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콘이 아닌,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소외된 기계 인간도 아닌, 단지 인간이 가진 하나의 중립적 특성으로서 ‘사이보그성’을 상상할 수 있을까. (…) 설령 그것이 아주 어려운 상상이라고 해도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주선을 다시 설계해보자. 그러한 설계에는 수많은 도면이 필요할 것이다. (…) 우리가 그 무수한 도면을 함께 살피고 계속해서 수정해나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281~282쪽 매끄러운 세계에 등장한 느리고 어긋나고 미끄러지는 몸들 이들이 벌린 틈새에서 써나가는 확장과 연립의 존재론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김초엽과 달리, 남들보다 확연히 짧은 다리에 긴 팔, 걸을 수 없는 몸을 가진 김원영은 어려서부터 자기 몸의 형태와 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표준적인 몸에 비해 어딘가 부족한 ‘없음’의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던 그는 열다섯 살에 처음 만난 휠체어와 함께 거울 앞에 섰을 때 ‘인간+휠체어’의 결합된 모습으로 그곳에 ‘있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는 정체성 물음 앞에 선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을 장애를 제거하려는, 즉 나의 ‘없음’을 없애려는 과학기술의 시선 앞으로 가져간다. 휠체어가 내 결함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라면, 아무리 최첨단 휠체어가 개발된다 해도 나는 여전히 ‘결여된’ 인간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휠체어를 내 몸의 일부로 여긴다면, 휠체어에서 내려온 나는 또 어떤 존재일까? 김원영은 자신의 이 오랜 문제의식을 각기 다른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계, 기술과 한 자리에서 만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해소한다. (휠체어를 타고 청각장애가 있는) Y는 오토박스를 장착하기 위해 2020년 늦여름 경기도의 한 자동차 공업사를 방문했다. (…) 장애를 가진 B는 자동차 정비사로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아마 그의 주변에 여럿 있을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오토박스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J의 아버지 A는 (청각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이 (…) 보청기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건축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딸의 친구인 Y의 장애와 기술이 맺는 관계, Y의 직업적 성장에 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Y를 잘 알기에 Y가 마스크를 쓴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Y와 같은 휠체어를 이용하므로 (A는 잘 알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용 차량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Y와 나, J의 아버지 A, 정비사 B, J의 자동차, 오토박스라는 기계는 그 장소에서 만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Y에게 적절한 오토박스를 새로운 자동차에 설치했다. - 111~112쪽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장애인의 몸을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한 ‘휴머니즘적 영웅’을 상찬하거나 기계와 인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횡단하는 ‘하이브리드적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 데나 놓여 있다가 사물들 사이를 수선하고 연결하는 청테이프처럼, 인간과 다른 인간, 과학과 기술, 문화와 환경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채우며 연립하는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김원영은 이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깊숙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는 존재들을 (김혜리 기자가 영화 〈마션〉에 관한 글에서 쓴 표현을 빌려) “청테이프처럼 영웅적”이라고 표현한다. 기계와 한 몸을 이룬 장애인의 신체를 새로운 정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몸을 패션화하는 것도 가능할까? 기계를 장착한 신체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아한 곡선형의 탄소섬유 의족을 신은 채 매끈한 몸매를 드러낸 패럴림픽 육상 선수 에이미 멀린스처럼 휠체어와 함께 아름다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 휠체어에서 내려온 ‘자연스러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야 할지 여전히 갈등하는 김원영은 의족이 없으면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는 에이미 멀린스의 말을 인용하며 휠체어와 자신의 관계를 표현한다. 장애인의 몸에 장착된 인공 보철은 단지 도구나 디자인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일종의 집과 같은 장소라고 말이다. 이처럼 김원영은 책 전반에 걸쳐 휠체어, 보청기, 흰 지팡이, 의족 등 인공 보철과 결합한 장애인을 설명할 새로운 존재론을 탐색해나간다. 그는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첨단 테크 기업들이 더욱더 매끄러운 디자인,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인의 역량에 주목한다. 다수가 편리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것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장애인의 존재는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고 이음새를 띄우며 다시 한 번 사유할 기회를 준다. 그 벌어진 틈새에서 우리는 다른 신체와 감각, 정신세계를 가진 타자와 연결되고,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돌보며 곁에 선다. 김원영은 바로 이 틈새에서 출현하는 미래의 기술을 기다린다. 나는 연립이라는 삶의 조건을 (…)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타자’와도 잇닿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자는 나를 돕는 활동지원사이고, 안내견이고, 휠체어이며, 보청기이고, 오토박스이고, 청테이프이고, 친구들이며, 관객이고, 독자들이다. (…) 종이를 뜯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거울 속에서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묻는 기묘한 형상의 10대 소년일 수도 있으며, 혜성처럼 나타나 이제껏 본 적 없는 우주 영웅을 그려내는 SF 소설가일 수도 있다. 어쩌면 동물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세계와 정체성으로 우리를 이동시키는 이 ‘타자’들은 확고하다고 믿었던 지식과 기술, 사상, 정치적 신념과 지혜의 매끄러운 질서에 오류로서 등장한다. 돌봄의 공동체는 그런 오류를 배제하고, 몰아세우고, 깔끔히 치료하고 쓸어버리는 대신 오류가 열어둔 이음새 사이에서 새로운 탐사를 시작한다. 타자를 돕고, 타자로서 돕고, 타자를 돕는 일을 도우며, 미래-타자의 출현에 열린 지식과 기술은 어떤 얼굴일까. - 305~307쪽 김원영 × 김초엽, 파트너가 되다 김원영과 김초엽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성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결여’가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신체의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사회의 구조에 저항하는 관점을 키워왔다. 이런 관점에서는 장애를 치료, 교정, 제거하려는 과학기술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또한 과학기술의 성과로 생명을 유지하고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당사자로서 과학기술을 배제하기보다는 그 방향에 개입하기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방향을 향하지만, 각자의 성별 정체성과 장애 유형, 지적인 배경과 삶의 경로에서 비롯한 서로 다른 주제를 펼쳐 나간다. 지체장애인이자 법률가, 연극배우이며 재활학교와 장애권리운동 공동체를 경험한 김원영은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밀고 나아가 그 몸이 인공 보철과 만났을 때의 상태를 무어라 규정할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표준 혹은 정상적인 신체들로 채워진 공간에 이런 존재들이 등장했을 때 어떤 예상 밖의 만남이 일어나는지를 서술한다. 반면 감각장애인이자 SF 소설가, 과학 전공자이자 여성인 김초엽은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창작의 영역 중심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도구와 환경과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모습에 더 관심을 둔다. 이 책의 뒤에 실린 대담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가 펼쳐진다. 평소에는 보청기를 잘 착용하지 않는 김초엽은 휠체어를 신체의 일부로 느끼며 그 미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김원영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공동체에 오랜 시간 속해 있던 김원영은 그런 경험 없이도 장애학의 관점을 체화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김초엽의 시각을 놀라워한다. 이들의 경험과 시각이 교차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풍요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나와 기술의 관계는 긴밀하고 복잡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며 확장한다먼 미래에 도래할 완벽한 보청기나 청력 치료제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과 그런 소통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내 삶을 실제로 개선했다. (…) 나는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강연과 대담에 참석할 때면 문자통역을 이용하고, 음성-문자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의 내용을 유추한다. 현실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대화를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이어간다. 나의 사회적 상호 작용은 IT 기술이 제공하는 문자적 소통에 크게 기댄다. 모든 온라인 텍스트를 내 삶에서 제거한다면 나는 사회와 단절될 것이다. 나와 기술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그 상호 작용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확장한다. (…)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은 정말로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장애는 언젠가 사라지고 말 제거의 대상일까. 최후의 미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장애인 사이보그의 삶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이보그가 되면 나의 ‘없음’은 정말로 없어질까?중학교 1학년이던 1997년부터 나는 계속 그것을 타고, 밀고, 들어 올리고, 점프하고, 눕고, 90도를 돌았다. (…) 나는 휠체어가 되었다en-wheeled. 휠체어를 탄 ‘모자란(결여된)’ 인간에서 휠체어와 통합된 어떤 존재로 나를 희미하게 인식했을 때 나는 비로소 정체성 물음 앞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었다. (…) 과학이 장애에 관한 정체성 물음을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가 인간이며, 조만간 그 장애는 극복될 것이므로 너는 더 ‘온전한’ 인간 공동체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하는 이상, 장애 그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지identify 않는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과학이 장애를 여전히 ‘없음의 상태(결여)’로만 바라본다면 휠체어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보행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기기로만 간주될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발전된 휠체어를 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더 크게 결핍된 존재로 생각할지 모른다.
페이스 쇼퍼
자음과모음 / 정수현 글 / 20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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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소설,일반정수현 글
칙릿의 대표작가 정수현, 그가 성형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압구정 다이어리』, 『블링블링』, 『셀러브리티』를 통해 한국 칙릿소설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정수현이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도 아름다움을 사고파는 성형외과 이야기를. 이제껏 솔직하고 거침없이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형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형외과 여의사 정지은을 둘러싸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으로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을 통해 삶에 대한 자세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꿀 수 있는 성형수술의 양면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외과인 \'란 성형외과\' 원장 정지은. 그는 유명하다는 연예인부터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여자들, 그리고 남자들까지 많은 환자를 거느리고 있다.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혹은 여타의 이유로 외모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는 사람들, 외모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연예인들, 환자를 소개해주고 커미션을 떼어먹으려는 브로커 오삼준 등이 그를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사건을 만들어낸다.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소아과 의사 이한재는 첫날부터 “저따위 성형외과가 왜 옆에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심기를 계속해서 건드리지만 본의 아니게 자꾸 얽히게 되는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발칙하고 도발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읽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번 소설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성형’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도 짜임새 있고,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외모를 고치려는 사람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든가, 혹은 반대로 성형을 통해 인생도 성형할 수 있다는 둥의 예찬론을 펼치지 않고, 성형을 하는 사람들 그 자체를 넓은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한다.프롤로그. 어느 성형외과 여의사의 ‘핫’한 인터뷰 ch1. 쁘띠 성형의 여왕 필러: 티 나지 않게, 빠르게, 하지만 강력하게! ch2. 젊음을 불러들이는 피주사: 질투라는 욕망이 만들어낸 ‘새~빨간 거짓말’ ch3. 실리콘 삽입과 지방 흡입의 달콤 살벌한 유혹: 몸매처럼 과거도 예쁘게 고칠 수 있을까요? ch4. 성형수술은 결코 마술이 아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성형 부작용의 공포! ch5. 달콤한 독, 보톡스: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나요? ch6. 시크릿 성형: 쉿! 아름다워지고 싶기 이전,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에필로그. 어느 성형외과 여의사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 작가의 말“너…… 그 얼굴 어디서 샀니?” 튜닝 시대, 성형 왕국인 21세기, 아름다움을 사고파는 성형외과 이야기! 정수현 작가의 새 장편소설 『페이스 쇼퍼』 유지하고 싶은 젊음, 독점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무기로 행복을 사냥하는 사람들, 페이스 쇼퍼! “행복한 성형이란, 부족한 부분을 메움으로써 조화를 얻고 그로 인해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얻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형은 21세기가 선물한 일종의 무기다.”(본문 중에서) 칙릿 소설의 대표주자 정수현이 새롭게 변신하다! 젊은 여성들을 겨냥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사랑과 연애에 대해 썼던 작품 『압구정 다이어리』, 『블링블링』, 『셀러브리티』!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칙릿 소설의 대표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수현 작가가 새 장편소설 『페이스 쇼퍼(Face shopper)』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에서는 ‘얼굴을 쇼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자극적인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형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자인 성형외과 여의사 정지은을 둘러싸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으로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아름다움에 투자하고 가꾸지 않으면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기 쉬운 연예인들, 특히 아름다움이 한정적인 것마냥 그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여배우들), 삶에 대한 자세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꿀 수 있는 성형수술의 양면적인 모습을 이야기한다. “아! 나 내일 촬영 때문에 홍콩 가. 한 일주일? 가기 전에 시술받을 부위 없을까?” 그녀가 에르메스 백 안에서 자신의 얼굴만 한 거울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며 물었다. “없어요. 두 달 전에 레이저 시술도 했고, 필러나 보톡스도 보충할 거 없어요.” “필링은? 할 때 되지 않았나? 더, 강한 걸로.” “지금 한 것보다 더 강한 필링을 주입하면 피부가 녹아버릴걸요?” “그래? 얼굴이 확 녹더라도 새살이 돋아 예뻐질 수만 있다면 황산이라도 뒤집어쓰는 게 여배우야. 아~ 젊음의 광채와 생기, 윤기는 어째서 사라져버리는 걸까.” - 본문 중에서 또한 정지은과 함께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꽃피우게 되는 소아과 의사 이한재와의 러브 스토리,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스스로를 가둬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성형외과 브로커들의 어두운 이야기까지. 이 모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성형외과’라는 공간 속에서, 그리고 ‘성형외과 의사’라는 인물 안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성형의 공통점은 둘 다 마술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심각하게는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성공할 경우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욕심을 부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다른 점은 선택 가능 여부의 문제다. 성형은 하고 싶은 곳도, 병원도, 의사도 선택할 수 있지만 사랑은 다르다.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와버린다. 그게 성형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사랑의 정의는 결코 내리지 못하는 이유 아닐까. - 본문 중에서 그간의 소설들이 발칙하고 도발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읽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번 소설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성형’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도 짜임새 있고,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내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외모지상주의에 살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전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독자들에게 가 닿기를 기대한다. 성형 왕국, 튜닝 시대! 그러나 성형은, 21세기가 선물한 일종의 무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압구정, 청담동, 강남역 일대에는 두세 블록 건너 하나 정도의 성형외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블록에 하나씩 성형외과들이 들어서더니, 이제는 한 건물에 두세 개씩 성형외과가 생겨나버렸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약 74퍼센트의 성형외과들이 강남 지역에 밀집해 있고, 이 지역을 ‘뷰티벨트’라고 부른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제 성형은 ‘핫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여행 코스로 이 뷰티벨트를 방문해 성형을 기념품처럼 하고 가는 원정 성형까지 성행할 정도로 이 지역의 성형외과들은 날마다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윤 간호사, ‘발 빠른 튼튼한 말을 만들려면 제주도로, 내 아이를 내신 일등급으로 키우려면 8학군 대치동으로, 성형수술을 하려면 압구정이나 청담동으로!’라는 말 들어봤어?” - 본문 중에서 이렇듯, 대한민국은 점점 ‘성형왕국’이 되어가고 있다. 탄력 있는 몸매와 아기 피부처럼 뽀얗고 부드꾷운 피부,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건지 좀체 알 수 없을 정도로 동안인 얼굴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그 관리의 정점에 바로 ‘성형외과’가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에서 하는 시술이나 수술만으로 과연 아름다움과 젊음을 끝없이 유지하고 외모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모두 다 극복할 수 있을까? 더욱더 예뻐지고 싶고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과도한 수술이나 시술로 이어져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조금만 더 고치면 훨씬 예쁠 것 같아’라는 욕심은 성형 중독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서 ‘성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외모를 고치려는 사람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든가, 혹은 반대로 성형을 통해 인생도 성형할 수 있다는 둥의 예찬론을 펼치지 않는다. 성형을 하는 사람들 그 자체를 넓은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성형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그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사회에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마가 좁으면 마음까지 좁은 사람으로, 눈이 자그마하면 시야마저 좁은 사람으로, 튀어나온 볼 때문에 욕심 많은 사람으로, 지나친 크기의 가슴으로 인해 가벼워 보이는 사람으로 오해를 사곤 하죠. 그런데 타인에게 받는 그런 오해들 때문에 수술을 한 후, 눈이 커졌으니 더욱 시야를 넓게, 이마가 넓어졌으니 마음 또한 넓게 가지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전 이 경우를 능동적인 성형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마음과 얼굴, 모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니까요. 반대로 자신의 얼굴과 마음의 조화로움을 찾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갇혀 타인의 시선에 종속된 수동적인 성형은 결국 중독과 부작용이란 결과를 낳아요. 그러니까 행복한 성형이란 부족한 어느 부분을 메움으로써 조화를 얻고, 그에 따라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얻게 도와주는 것. 그러니까 어찌 보면 성형은 21세기 과학이 여성들에게 선물한 일종의 무기라고 볼 수도 있어요. 무기의 남용이 끔찍한 결과를 부르듯 성형의 남용 또한 같고요. 남용과 중독은 행복과 반비례하죠. - 본문 중에서 성형수술, 시술에 대한 포인트만 콕콕 집어 정보를 제공 “환자분의 경우 광대와 턱이 살짝 도드라진 것뿐이지 안면비대칭, 주걱턱, 돌출 입은 전혀 아니에요. 대부분 양악 수술을 묻는 분들이 양악 수술의 뛰어난 외모 개선 효과 때문에 그것을 성형수술의 하나로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지만 양악 수술은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수술이에요. 게다가 양악 수술은 수술 후 턱의 기능 회복을 위한 처치와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턱의 위치 변화로 인해 치아의 위치도 달라지므로 수술 전후 치아 교정 치료도 필요해요. 그러니까 저희 병원에서 취급하는 수술이 아니고요.” - 본문 중에서 얼마 전에 모 연예인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봐서 이슈가 된 수술이 있다. 바로 양악 수술이다. 이 수술은 얼굴의 비대칭을 교정하면서 얼굴형까지 갸름하게 만들어주면서 마치 ‘성형수술의 대 혁명’인 것처럼 크게 이슈가 되었지만 사실 이것은 성형수술이라기보다 교정 수술에 가깝고, 위험도도 상당히 높다. 어쨌거나, 성형외과에서는 초콜릿 모양의 복근으로 티브이에서 상의를 들추는 남자 연예인들의 배도 사실 15분이면 만들 수 있고, 진주가 콕 박힌 듯한 콧방울도 주사 한 방에 손으로 몇 번만 조물조물해주면 금방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지칠 대로 지친 피부를 금세 생기 넘치는 발랄한 피부로 만들 수도 있다. 그것도 환자, 본인의 피를 이용해서. 윤 간호사가 시술용 베드에 누운 그녀의 혈관을 찾아 주사바늘을 찔러 넣자 튜브를 타고 올라간 새빨간 그녀의 선혈이 원심분리기 안으로 들어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피가 원심분리기 안에서 도는 동안 나는 빨간색 수성사인펜을 들고 그녀의 얼굴에 예상해놓았던 디자인을 그렸다. - 본문 중에서 세간에 떠돌고 있는 ‘성형’에 대한 정보들은 사실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면서 와전되기도 하고, 방대한 자료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성형의 트렌드와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다. 이번 소설에서는 여성 독자들뿐만 아니라 성형에 관심이 있는 남성 독자들까지도 궁금해할 법한 성형수술 및 시술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성형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성형의 긍정적인 면들을 짚으면서도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부정적인 면들, 예를 들면, 부작용,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이용하여 이윤을 챙기는 성형외과와 브로커들, 성형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줄거리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외과인 ‘란 성형외과’ 원장 정지은. 그녀는 젊은 나이지만 실력으로 인정받아 수많은 환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유명하다는 연예인부터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여자들, 그리고 남자들까지, 성형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정지은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혹은 여타의 이유로 외모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는 사람들, 외모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연예인들, ‘너를 낳아서 외모와 몸매가 망가졌으니 네가 다시 고쳐달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끊임없이 성형 시술과 수술을 종용하는 톱 여배우이자 그녀의 엄마인 이해정, 환자를 소개해주고 커미션을 떼어먹으려는 브로커 오삼준, 성형에 대한 정보와 가십을 퍼뜨리며 세력을 확장하고 때로는 정지은의 병원을 공격하기도 하는 비밀스러운 인터넷 카페, ‘시크릿 성형 카페’ 등이 그녀를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사건을 만들어낸다. 또한 그녀의 옆집에 이사 온 소아과 의사 이한재는 첫날부터 “저따위 성형외과가 왜 옆에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그녀의 심기를 계속해서 건드린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자꾸 얽히게 되는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아름다움을 사고파는 성형외과, 그곳에서 지금 흥미진진한 ‘진짜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형외과 의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요? 그거야 뭐, ‘저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요?’죠. 솔직히 그럴 때마다 말문이 턱, 막히고 쓴웃음이 나요. 차에 빗대어볼까요? 만약 자동차 사고가 나서 견적을 물어본다면 그 금액을 정확히 말할 수 있겠죠. 원 상태로 돌려놓으면 되니까요. 범퍼가 심하게 손상되었으니 몇백, 헤드라이트가 깨졌으니 몇십, 옆유리에 금이 갔으니 몇십, 합이 총 얼마. 정확하죠. 하지만 무턱대고 자신의 얼굴 견적을 묻는다는 건, 글쎄요. 그러니까 이런 질문이나 마찬가지예요. “제 차를 람보르기니로 바꾸는 데 얼마가 드나요?” 막막하겠죠? 막상 지금 앞에 있는 차가 아반떼인지, 소나타인지, 티코인지도 아직 감이 안 잡혔는데 말이에요. 혹시 모르죠. 차가 아닐지도. 양심이 제로로 보여도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말해주는 게 나아요. “고소영의 눈, 한가인의 코, 김희선의 얼굴형, 김혜수의 가슴, 이효리의 잘록한 허리, 를 갖고 싶어요”라고. “뭔가 크고 시원하면서도 섹시한 고양이 같은 매력이 느껴지고 절대 질리지 않는 눈으로 부탁드려요”라고 하는 것보다는. 주예나가 고보경을 언급할 때, 그녀는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분명 주예나는 스물다섯인 자신이 서른여덟의 그녀와 비교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나에게도 넌지시 알리지 않았는가. 가끔씩 이런 갑갑한 상황에 닥칠 때가 있다. 남편의 불륜을 하소연하던 어떤 환자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로 그 불륜 상대와 마주친다든가, 고등학교 때 라이벌이었던 두 여자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나 얼굴을 붉힌다든가. 그와 같은 경우에 그녀들이 앞다투어 내게 건네는 말은 단 하나다. “선생님, 앞으로 저 여자 주사 놔주지 마세요!” ‘그 환자가 왜 그 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지,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어떤 절박한 상황이 있었는지, 수술을 한다면 그 절박한 상황이 나아지는지,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그런 건 묻지 않았겠죠? 물론 환자 자체를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았고요.’ 성형외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좋지 않은 상황을 수술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온다. 서류에서는 늘 쉽게 통과되는데 면접에서만 죽을 쑤는 건 외모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오래된 수술 부작용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 온 환자들이, 윤주희처럼 작은 가슴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환자들이 그러했다. 내가 알아야 할 사연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그들에게 그 외의 것까지 묻고, 듣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답을 찾아줄 이유는 없다. 나는 그들의 콤플렉스를 최선을 다해 해결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건 단지, 그것뿐이다.
피터 래빗 전집
민음사 / 베아트릭스 포터 (지은이), 황소연 (옮긴이) /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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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소설,일반베아트릭스 포터 (지은이), 황소연 (옮긴이)
한 권으로 읽는 27권 전집. 비어트릭스 포터의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 고전이 된 이유는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삶을 헤쳐 나갔던 빅토리아 시대는 고지식한 도덕관념과 숨 막히는 신분제도 속에서 급속한 산업혁명의 모순과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 훼손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억압에 대항하여 수줍음 많은 작가는 꾸준한 창작을 통해 조용히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환경운동가로서의 투사적인 모습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그렇게 삶 자체가 동화 같았던 포터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원동력을 만들면서, 지금 우리 마음에도 갇혀 있던 감수성을 깨우는 맑은 울림을 준다.피터 래빗 이야기 다람쥐 넛킨 이야기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 벤저민 버니 이야기 못된 두 생쥐 이야기 티기윙클 아줌마 이야기 파이와 파이 틀 이야기 제러미 피셔 이야기 사납고 못된 토끼 이야기 미스 모펫 이야기 톰 키튼 이야기 제미마 퍼들덕 이야기 새뮤얼 위스커스 (혹은 롤리폴리 푸딩) 이야기 플롭시 버니네 아이들 이야기 진저와 피클스 이야기 티틀마우스 아줌마 이야기 티미 팁토스 이야기 토드 씨 이야기 피글링 블랜드 이야기 애플리 대플리 동요 도시 쥐 조니 이야기 세실리 파슬리 동요 꼬마 돼지 로빈슨 이야기 아기 생쥐 세 마리 이야기 엉큼한 고양이 이야기 여우와 황새 이야기 래빗네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 작가에 대하여 여자라서 좌절된 식물학자의 꿈, 힘겹게 맺은 약혼자의 죽음, 그러나 세계적 작가로, 환경운동가로 멋진 변신! 수줍음 많던 작가가 삶의 고비마다 휘둘렀던 놀라운 용기, 조끼 입은 토끼 피터의 모험을 통해 들려드립니다! 문학 캐릭터로서는 세계 최초 상표 등록된 피터 래빗 이야기 동화처럼 살다 간 작가가 전하는 따듯한 위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 고전이 된 이유는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삶을 헤쳐 나갔던 빅토리아 시대는 고지식한 도덕관념과 숨 막히는 신분제도 속에서 급속한 산업혁명의 모순과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 훼손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억압에 대항하여 수줍음 많은 작가는 꾸준한 창작을 통해 조용히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환경운동가로서의 투사적인 모습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그렇게 삶 자체가 동화 같았던 포터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원동력을 만들면서, 지금 우리 마음에도 갇혀 있던 감수성을 깨우는 맑은 울림을 준다. ●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따듯한 위로가 필요하다 래빗네 가족은 아빠를 잃고 엄마 홀로 아기 토끼 넷을 키우고 있었다. 이름은 플롭시(토깽이)와 몹시(아기)와 코튼테일(솜꼬리)과 피터. 이 가운데 말썽꾸러기 막내 피터 래빗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작은 모험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인생에서 헤쳐 나가야 할 고비들에 대해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결코 작지 않은 용기가 필요함을 상기시킨다. “얘들아, 들판에 나가거나 길을 따라가는 건 좋지만 맥그리거 씨 텃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네 아버지는 멋모르고 거기 들어갔다가 맥그리거 부인의 파이가 되었단다.” 『피터 래빗』이 탄생한 빅토리아 시대 말기는 아직 엄격한 신분제와 고지식한 도덕관념이 사회를 경직시키면서 동시에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사회 변화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 시기이다. 자유를 향한 갈망과 자연을 향한 동경이 속살대기 시작한 때이고, 이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때 자연 친화적인 동물들이 펼치는 생존을 향한 귀여운 이야기는 실체 모를 두려움 앞에서 불안한 도시인들에게 평안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피터 래빗』을 읽고 있는 이유다. ● 성인이 되어서도 삶의 순간마다 필요한 용기, 이야기를 통해 배운다 작품의 탄생 이유도 바로 ‘위로’였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영국 런던의 작은 마을에서 방적공장을 운영하는 상류층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동물을 사랑하는 수줍음 많은 문학소녀였던 베아트릭스는 ‘벤저민’과 ‘피터’라는 이름의 토끼, 개구리, 박쥐 등을 키우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감각을 키웠다. 이 ‘피터’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중에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 노엘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는 그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동화가 바로 『피터 래빗 이야기』(1902)다. 엄마의 경고는 귓등으로 안 듣는 피터는 기어이 맥그리거 아저씨의 텃밭에 들어가 상추를 씹고 당근을 뽑아 먹다가 들켜서 혼쭐이 난다. 생쥐들은 쥐덫이라는 위기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동전을 양말 속에 넣는 등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꼬마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다가 뜻하지 못한 고난과 맞닥뜨리고, 유머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면서 용기 한 자락을 배워 나간다. 그러니까 피터 래빗 이야기들은 아프지만 회복될 거라는 꿋꿋한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즉 경쟁사회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당장의 삶이 힘겨울지라도 지금 이 시간을 따듯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용기’라는 조용한 메시지를 보낸다. ● 여성이라는 이유로 식물학자가 되지 못했지만, 좌절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이처럼 문학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은 저절로 또는 무에서 갑자기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베아트릭스는 왕립식물원에서 버섯을 연구하고 스케치를 했다. 그녀의 논문은 당시 여성은 금지되었던 ‘영국 린네 협회’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식물학자가 되는 걸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좌절이 결코 실패는 아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첫 책은 많은 출판사들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해 자비로 출판되었는데 즉시 동이 나서 예약판매를 8000부나 받고 정식 출판을 하게 된다. 한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주는 편집자 노먼과 약혼을 감행하면서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용기를 발휘한다. 이러한 용기는 직접 자연과 동물들과 교감하며 키워 온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또 사랑하는 노먼이 급성백혈병으로 죽은 후에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레이크디스트릭트의 ‘힐탑하우스’로 들어가 집필에 몰두하면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다. 직접 양을 키우면서 인세와 애독자들의 성금을 모아 주변 농지를 사들이면서 개발 요구에 맞서 자연보호에 앞장섰고, 그녀가 지원한 ‘내셔널트러스트’는 세계적인 기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동물 친구들 속에서 독서와 창작에만 몰두하던 수줍음 많은 소녀가 어떻게 세계적인 고전을 만들어 내고 사회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작가 자신이 자연 속에서 상실감을 회복했던 만큼, 그녀는 자연의 치유력을 굳게 믿었기에 행동가가 될 수 있었고 이야기에 그 진정성을 담았기에 지금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전 세계 1억 5000만 부가 판매된 이유다. 한 권으로 새롭게 편집한 『피터 래빗』 전집은 조용하지만 내면의 힘을 잃지 않았던 한 작가의 정신이 집약된 아름다운 고전이다. ● 삶의 희로애락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아름다운 형식과 따듯한 메시지를 결합하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토록 큰 성공을 이룬 이유는 오랫동안 쌓아 온 내공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 주변을 관찰하고 그것을 그렸으며 문학 작품을 읽고 그것을 또 다른 이야기로 재창조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그 자질들을 과학 탐구에 쏟아 부었으며 쉬지 않고 예술적 기량을 갈고닦았다. 「벤저민 버니 이야기」는 실제로 베아트릭스가 기르는 동물들 가운데 버터 바른 토스트를 좋아했던 토끼 피터가 모델이고, 「다람쥐 넛킨 이야기」는 가족 휴양지 레이크디스트릭트에서 관찰한 다람쥐들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관찰과 스킬만으로 뛰어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 베아트릭스는 삶의 희로애락을 상상력으로 승화시키고, 무엇보다도 따듯한 메시지를 담았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자신의 가정교사의 아들 노엘이 빨리 쾌차하도록 위로하기 위해 지은 이야기다. 또 「못된 두 생쥐 이야기」는 사촌이 쥐덫으로 쥐를 잡는 끔찍한 일상과 편집자 노먼이 조카를 위해 직접 인영의 집을 만들어 주는 따듯한 일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베아트릭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는 실제로 글로스터의 재봉사 존이 새로 부임한 시장의 조끼를 만들다 지쳐 집에 돌아갔는데 다음 날 출근하니 조수들이 단춧구멍 하나만 빼놓고 모두 완성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여기에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옛이야기들을 섞어 전혀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선보였다. 이처럼 『피터 래빗 전집』은 그야말로 작가의 삶 전체가 녹아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메시지다.
심포니아 마테마티카
매디자인 / 신현용 (지은이), 김영관 (그림) / 2020.12.31
35,000

매디자인소설,일반신현용 (지은이), 김영관 (그림)
기독수학교육시리즈 6권. 2020년 초 순심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여에 걸쳐 행한 강의에 기초한 책이다. 강의에서는 성경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언급한다. 기독 신앙 관점에서 수학이 미술과 음악, 여러 학제, 그리고 성경과 어우러진다.여는 글 … 7 Ⅰ. 수학이 된 전설 … 23 1. 피타고라스 정리: 수학의 모습 … 25 2. 황금비: 지적 아름다움 … 41 3. 유클리드 호제법: 알고리즘 … 59 4. 소수: 외계인이 있다면 … 65 5. 정다면체: 장엄한 마무리 … 73 Ⅱ. 추상화가 된 수학 … 95 6. 작도: 기하와 대수 … 99 7. 그래프: 알곡과 쭉정이 … 111 8. 오일러 방진: 합력하여 선을 … 119 9. 대칭: 깊이 스민 아름다움 … 143 10. 수의 확장: 사원수 … 155 Ⅲ. 세상이 된 수학 … 167 11. 정치에 스미다: 칼 마르크스 … 169 12. 기술과 힘이 되다: 디자인, 전자화폐 … 177 13. 소설에 스민 수학: 도스토엡스키, 톨스토이 … 189 14. 그림에 스민 수학: 라파엘로 … 203 15. 주제의 변주: 막스 빌 … 211 16. 음악에 스민 수학: 바흐 … 227 17. 사현금: 피타고라스 … 241 18. 수학이: 그리는 그림, 부르는 노래 … 265 Ⅳ. 전설이 된 수학 … 283 19. 차원: 인식의 틀 … 285 20. 무한: 수학적 상상 … 297 21. 프랙털: 수학 판타지 … 325 닫는 글 … 333 참고문헌 … 345 찾아보기 … 347이 책은 2020년 초 순심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여에 걸쳐 행한 강의에 기초합니다. 강의에서는 성경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언급합니다. 기독 신앙 관점에서 수학이 미술과 음악, 여러 학제, 그리고 성경과 어우러집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이전 글, 강의, 책에서 언급한 내용이 여럿 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사람의 유명한 말도 가끔 인용합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는 것들입니다. 일일이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용하는 문장이나 용어에 영어 또는 한자를 병기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함입니다. 대부분의 그림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수학을 그린 것입니다. 색은 주로, 세 개의 삼원색, 다섯 개의 오방색, 일곱 개의 무지개를 사용합니다. 이 책의 글을 쓴 사람과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이 책에 소개된 정도로 그리지만 각각의 독자 제위께서는 본인의 상상, 이해, 취향에 따라 동일한 수학을 더 예쁘게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도 있습니다. 수학 또는 그림을 소리로 표현한 것입니다. 색과 음, 빛깔과 소리는 수학을 이해하고 감상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아시아 / 백남룡 (지은이)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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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아시아소설,일반백남룡 (지은이)
아시아 문학선 16권.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은 1988년에 발표되어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북한에서는 '중편소설'이라고 함)이다. 예술단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통해 북한의 사랑과 결혼, 이혼의 과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상투적인 소설에 식상해 있던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소설은 여주인공 채순희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법원에서 판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혼시켜 주세요." 이혼하려는 사유를 묻는 정진우 판사에게 채순희는 대답한다. "그이와는 생활리듬이 통 맞지 않아요." 리혼이란 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리유로써는 법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정진우 판사는 냉정하게 반응하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예술단의 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채순희는 항변한다. "생활을 떠난 예술이 없지 않습니까. 가정생활에도 그런 불협화음이 있으면 고통만주어요. 남편은 저를 아주 경멸합니다. 인간적으로 말예요." 정진우 판사는 소송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도의 고위간부인 채림에 맞서 싸우며 이혼소송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나간다. <벗>은 2011년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된 것처럼 <벗>은 북한 사회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그들의 사랑 두 생활 가정 발문_소설 『벗』에 대하여(정도상) 단어 표기와 뜻풀이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여러 중요한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마디는 ‘멀리서 평양냉면을 준비해왔다’고 한 자신의 말을 순발력 있게 바로 잡으면서 옆에 앉은 여동생 김여정에게 한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였다. ‘멀리서 왔다.’는 말은 벗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지척도 천 리 같고, 만나고 싶은 벗에게 가는 길은 천 리도 지척 같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북한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 소설, 『벗』이다.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베스트셀러 소설 『벗』 예술단 여배우의 이혼소송을 통해 본 북한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은 1988년에 발표되어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북한에서는 ‘중편소설’이라고 함)이다. 예술단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통해 북한의 사랑과 결혼, 이혼의 과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벗』은 상투적인 소설에 식상해 있던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소설은 여주인공 채순희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법원에서 판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혼시켜 주세요.” 이혼하려는 사유를 묻는 정진우 판사에게 채순희는 대답한다. “그이와는 생활리듬이 통 맞지 않아요.” “리혼이란 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리유로써는 법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정진우 판사는 냉정하게 반응하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예술단의 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채순희는 항변한다. “생활을 떠난 예술이 없지 않습니까. 가정생활에도 그런 불협화음이 있으면 고통만주어요. 남편은 저를 아주 경멸합니다. 인간적으로 말예요.” 정진우 판사는 소송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도의 고위간부인 채림에 맞서 싸우며 이혼소송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나간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 전개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먼저 남한과 너무나 흡사한 북한의 모습에 놀란다. 이혼의 자유가 있는지도 몰랐던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열애 끝에 결혼을 하고, 어느 날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서 마침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남한과는 전혀 다른 북한의 사법절차와 가치관의 차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북한에서 이혼 소송을 맡은 판사는 남한에서처럼 법정에서 서류와 변론만 듣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이웃과 직장, 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확인한 다음 이혼 여부와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 결정한다.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파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 『벗』은 2011년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된 것처럼 『벗』은 북한 사회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한에 대해 모르기는 우리도 프랑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공장노동자가 예술단 가수가 되고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아는 남한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생활의 고뇌와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사랑’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런 감정을 어떻게 껴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 『벗』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놀라운 편견’과 ‘경이로운 무지’을 깨뜨려줄 인물과 구체적인 생활상, 생생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이다. 특히 벗과 같은 판사 정진우는 북한 이외의 사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간형이다. 인민의 가짜 벗과 맞서 싸우는 진정한 ‘벗’ ‘친구’와 ‘동무’로 갈라져 반쪽이 되어버린 ‘벗’의 참뜻을 놀랍게 되살린 소설 백남룡은 분단과 함께 ‘친구’와 ‘동무’로 갈라져 반쪽이 되어버린 ‘벗’의 참뜻을 놀랍고도 완벽하게 소설로 되살려냈다. ‘벗’을 사귀고 대하는 마음가짐 대신 서로의 연고만을 강조하는 ‘친구’나 체제를 함께 건설하고 유지해가는 이데올로기적인 호칭이 된 ‘동무’가 빠뜨린 것을 백남룡은 날카롭게 주목한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인간관계는 주로 동무라는 호칭으로 상징된다. 겨레말에서 동무의 사전적 의미는 ‘함께 자라는 벗’이지만 남북이 분단되면서 남한에서 ‘동무’라는 어휘는 자취를 감추었다. 동무의 어휘에 이데올로기가 부여되는 순간 본디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백남룡은 공동체의 삶에서 동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관계를 발견했고 그것을 ‘벗’으로 호명한 것이다. 노동자 출신의 채순희가 예술단의 중음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뒤에 선반공인 남편 리석춘과 갈등하지만 정진우 판사는 함부로 채순희를 단죄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계급적 순결성만을 강조하는 계몽에서 벗어났다. 작가는 정진우를 통해 ‘남편과의 부부생활에 지성적 요구의 수준이 높고 성취도가 강한 여성’으로 채순희를 평가한다.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고 기계에만 매달려 사는 것을 긍지로 아는 리석춘에게 ‘자기 계발에도 힘쓰고, 극장에서 채순희가 출현하는 예술공연도 관람하는 문화적 창조성도 가진’ 아내의 벗이 되라고, 벗으로서 조언한다. 그는 말로만이 아니라 이혼 소송으로 예술단에서 외톨이가 된 채순희에게 배역이 돌아가게 하고, 리석춘이 기계제작에 필요한 모래를 직접 짊어지고 공장으로 찾아가며 두 사람이 다시 벗이 될 수 있도록 ‘동무’가 아니라 ‘벗으로서’ 애쓴다. 반면 재판에 개입하여 이혼 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인민의 가짜 벗인 채림과 맞서 싸우며 진정한 ‘벗’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남과 북이 ‘벗’임을 일깨워주는 겨레말 소설 『벗』 그대는 인생의 벗이 있는가? 『벗』은 남과 북이 원수가 아니라 ‘벗’임을 페지(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끼게 만든다. 백남룡이 구사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어휘들은 분단으로 생긴 것이 이산가족만이 아님을 절감케 한다. 북에서만 쓰는 단어나 남에서는 사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을 그는 마술처럼 복원시켜내고 있다. 바늘잎나무(침엽수), 눅거리(싸구려), 왕청같은(전혀 엉뚱한), 봉절(개봉)... 백남룡의 소설은 부군부군하고(보드랍고) 말큰말큰한(연하고 말랑한) 어휘들이 어울려 곳곳에서 모국어의 향연을 벌인다.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으로 13년째 지연되고 있는 남북작가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소설가 정도상은 『벗』이 “북한이라고 하는 매우 독특한 사회공동체의 풍경을 담아낸 겨레말 소설”이라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 소설을 그저 북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벗』은 겨레말 문학의 한 범주이며 동시에 아시아 문학의 중요한 성과로 유럽이나 일본 문학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창작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벗』은 북한의 한 산간 도시 이야기지만 삶의 온전성을 보듬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벗』을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너무나 간명하다. “그대는 진정한 벗이 있는가?” 이 질문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남북의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어떠한 이념을 함께 지고 갈 ‘동무’나 서로의 이익을 도모할 연고를 가진 ‘친구’는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도우며 바른 길을 함께 갈’ 진정한 벗이 있는가. 이제야 채우게 되는 아시아 문학의 빈칸 북한문학선 지난 12년에 걸쳐 ‘아시아의 내면적 교류’를 지향하며 문예지 《아시아》, ‘아시아 클래식’ 시리즈와 ‘아시아 문학선’을 꾸준히 발간해온 아시아 출판사는 그간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북한의 대표소설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아시아 문학선 16권과 17권으로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과 『60년 후』를, 18권과 19권으로 남대현 작가의 『청춘송가 1, 2』를 차례로 선보인다. 그리고 20권으로는 『북한단편소설선』이 출간된다. ‘생활리듬’이 서로 맞지 않아 등을 돌린 『벗』의 남녀주인공들처럼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진정한 ‘벗’으로 대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가 딱한 처지에 있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상대가 어려울수록 더욱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것이 벗이다. 한 사람은 왼손을 다른 한 사람은 오른손을 내밀어 깍지 끼고 서로 도우며 먼 길을 함께 가는 것이 바로 벗이다. 오른손과 오른손, 왼손과 왼손을 서로 맞잡고는 나란히 걷지 못한다.“한 부엌에서 끓여먹고 아래웃방에서 갈라 자고… 한심한 일이지요. 만약 리혼을 시키지 않아서 동네를 더 소란스레 하고, 치정관계를 빚어내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폭발적 성격을 띠여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판사 동무는 알아두시오.”“위협입니까? 아니면 그 어떤 담보를 받자는 겁니까?”“있을 수 있는 일을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재판소가 할 일이 아니겠소.”“불행을 당겨오지 마십시오. 법적 근거가 충분하면 리혼을 시킵니다. 기다려주십시오.”채림은 일어나 양복 앞섶의 단추를 채우고는 정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습관적 례의(예의)는 친절한 의미에서의 악수라기보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의사 표시 같았다._‘그들의 사랑’ 중에서 “석춘 동무… 난 판사로서보다 나이 많은 벗으로서 충고하고 싶소. 이제부터라도 시대청년다운 열정과 진취성을 가지고 자기 매력을 개발해보오. 근실한 령감(영감) 티 나는 기능공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멋쟁이 기능공 청년답게 외모에서부터 쭉 빼고 다니오. 공장대학에도 가고… 일요일엔 아들애를 데리고 극장에 가서 안해가 출연하는 예술공연도 관람하고… 이런 것을 생활에서 겉치레로 여기는 건 수치요. 그런 보수성과 결별하시오. 우리 그때 가서 다시 만나는 게 어떻소.”“사람의 지성과 인격은 결코 직위나 직업이나 자격과 외모 같은 데서 나오는 게 아니요. 숭고한 목적을 위해 투쟁하고 생활하는 사람, 그런 인생관을 소유한 사람이 진실로 높은 지성을 가졌고 인격자라고 볼 수 있소. 순희 동무는 좀 아프긴 하겠지만 그런 거울에 자신을 비쳐보시오… 예술을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고 스스로 고상해지지는 않는 거요.”_‘두 생활’ 중에서 정진우 판사는 눈굽이 찡해났다. 그래, 결혼식을 하면 다정해지고 부모의 밝은 그늘 속에서 너도 기쁘고 살기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겠느냐. 너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저런 결혼식은 일생에 한 번만 있다… 혼인관계의 사회상을 리해할 수 없는 아이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정진우는 호남이를 내려다보며 마음 속으로 달래였다. 걱정하지 말어라.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시 결혼을 할 게다. 혼례식은 없어도 새 가정을 꾸릴 게다. 정신적 결혼을 말이다.일요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물결이 흘러간다.가정을 이루거나 가정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가정을 떠난 사람은 없다. 가정은 인간의 사랑이 살고 미래가 자라는 아름다운 세계이다._‘가정’ 중에서
서촌 그리는 마음
이유출판 / 정광헌 (지은이)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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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출판소설,일반정광헌 (지은이)
어린 시절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인가. 작가 정광헌은 이런 물음에 답하듯 옛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작가는 한국 전쟁 중이던 1952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서울로 이사 온 후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서촌에서 보냈다. 전쟁 직후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던 60년대, 어린아이의 눈에는 세상천지가 놀이터요, 만물이 장난감이었다. 언덕에서 구르다 쇠똥구리와 맞닥뜨린 두세 살 적 첫 기억부터 20대 청년이 되어 대학 재학 중 긴급 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후 군에 징집되기까지,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가 포개져 있다. 수출의 역군으로 지구촌을 누비던 작가는 70대에 접어들어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정감 있는 그림들로 그 시절을 복원해 냈다. 독자들은 작가의 놀랍도록 세밀한 기억이 되살려낸 60여 년 전 서울의 서촌, 그 풍속화 같은 장면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추천의 글 축하의 글 프롤로그 유아기의 기억 조각들 쇠똥구리의 추억 아버지의 찐빵 가로수가 울창했던 왕릉 길 거머리에 물려 정신없이 달리던 길 닭을 서울로 데려갈래! 서울의 첫인상 멀어져 가는 금촌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서촌 이불 꾸러미에서 떨어진 ‘미루꾸’ 나의 소꿉친구, 주인집 딸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분꽃 향기가 가득한 집 누상동 네 번째 집 외할머니댁 가는 길 국민학교 입학과 소중한 만남 처음으로 절망을 느낀 날 빈곤 속의 교육열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었나? 인왕산을 베개 삼아 풀피리 불어주던 선생님 우리 동네 서촌 옥인동 우리 집 내 방 창문으로 들어온 북악산 누상동 작은이모네 필운동 작은이모네 누하동 목욕탕의 추억 천지가 놀이터, 만물이 장난감 만화방의 추억과 「라이파이」의 회고 자하문 밖 자두 서리 통인시장 가는 길 전차 운전사가 되고 싶던 아이들 나를 키워 준 서촌 청와대 앞길에서 군것질거리와 사과 중독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나라를 뒤흔든 시위와 혁명 속에서 아리랑 골목에서의 인생 연습 서촌에서 태어났다 사라진 이들 수성동 계곡과 함팔이의 추억 각 삼등분으로 노벨상을 꿈꾸다 49년 전, 1974년 7월 4일 그날 육군 병사로 징집되다 서촌 지도그림으로 되살려낸 60년대 서촌 풍경 잊히지 않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 서촌은 동쪽으로 경복궁과 청와대를, 서쪽으로 인왕산을 끼고 있는 동네다. 자연과 역사, 문화와 정치적 배경에 둘러싸인 이 특별한 공간은 작가의 성장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광헌 작가는 네 살 때 서촌으로 이사 와서 유년기부터 학창 시절을 거쳐 청년기를 보냈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작가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회상기”라는 글을 발견하여 읽어보고 자신도 후세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어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 장면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60년대 서촌의 풍경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되살려낸다. 장마다 활짝 열리는 대문처럼 독자를 맞이하는 그림 속에는 그의 기억이 고증하는 시대상이 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작가의 유년기 모습이 담긴 낡은 흑백 사진에는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짙은 향수가 느껴지고, 글에서는 어느 기억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세하게 그 시절의 모습을 담아낸다. 언뜻 조선 시대 풍속화의 분위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천지가 놀이터, 만물이 장난감 인왕산부터 아리랑 골목까지 어린 날의 인생 연습 정광헌 작가의 첫 기억은 두세 살 적 맞닥뜨린 쇠똥구리다. 언덕에서 넘어져 구르다 보았던 쇠똥구리가 엄청나게 큰 쇠똥을 굴리는 모습은 그의 기억에 생생히 새겨졌다. 서촌으로 이사 온 후 인왕산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 인왕산의 넉넉한 품 안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놀던 그의 기억은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어릴 적 작가의 어머니는 분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저녁밥을 지을 시간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오후 4시경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인간의 하루가 자연과 더불어 피고 지던 때였다. 장난감도, TV도 없던 시절,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거실이자 놀이터였다. 더운 여름이면 인왕산 계곡물에 뛰어들어 하루를 보냈다. 가재도 잡고 참새도 잡고 으슬으슬 동굴 탐험도 했다. 전쟁 후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던 척박한 환경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오히려 자연이 살아 있어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전쟁의 여파는 짙게 남아있었고 아이들은 그 분위기를 체감하며 자랐다. 막대기나 솥뚜껑, 솔방울 따위를 가지고 전쟁놀이를 하는가 하면, 동네 사이에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교 주변에 있는 비밀스러운 ‘아리랑 골목’에서 결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체벌이 훈육 수단이 되기도 하던 시절, 정광헌 작가를 비롯한 그 시절의 아이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생존법을 자연스레 익히며 자랐다. 넝마주이, 굴뚝 소제부, 똥퍼, 시내버스 안내양, 한밤중의 야경꾼 서촌 풍경을 이루던 온갖 소리와 사람 냄새 작가의 가족은 서촌에서 셋집을 전전하며 터를 잡았다. 초가집과 기와집, 양철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서촌은 인구밀도가 높아 늘 복작거렸다. 학급당 학생 수는 100명이 넘었고 집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아침에 인왕산에서 들려오는 “야호~!” 소리로 시작해 출근과 등교 인파, 소달구지의 둔중한 덜컹거림과 정오의 사이렌, 장사치들의 흥정 소리가 이어진다. 한낮의 적막함도 잠시, 오후엔 하교하는 학생들과 퇴근하는 사람들, 밤엔 취객들의 고성과 야경꾼의 딱딱이, 찹쌀떡과 메밀묵~ 자정의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기까지 좁은 골목마다 온갖 소리가 난무했다. 사람 사는 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오던 서촌은 쪽창으로 음식을 나누며 안부를 묻던 이웃들이 가난마저 공유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곳이다. 지금은 사라진 직업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망태기를 매고 넝마를 줍고 다니던 넝마주이, 징을 울리며 “뚫어~!” 하고 외치던 굴뚝 소제부, 재래식 변소의 오물들을 치워주는 ‘똥퍼’, 늘 만원인 시내버스에서 승객들을 뱃심으로 밀어 넣던 안내양 등 서촌뿐 아니라 그 시절 도회지 사람들의 일상을 채워주던 이들이었다. 생사(生死)에 관련한 의례도 동네에서 이루어졌다. 베이비붐 시대였으니 항상 대문엔 금줄이 걸려 있었고, 누군가 세상을 뜨면 집안에서 장례를 치렀다. 서울 한복판에서 전쟁을 치른 동네, 서촌에는 삶과 죽음이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어린 날의 작가는 생생하게 기억해낸다. 아이의 눈에 비친 현대사의 질곡들 분단된 개발도상국의 희망 작가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 풍경에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곡류가 함께 흐른다. 초등학교 교실 칠판 위에는 태극기와 함께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등하교 시간에는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이승만 대통령 찬가」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동네에 울려 퍼졌다. 당시 유명한 코미디언 곽규석과 구봉서는 “미국에는? 원자탄!”, “소련은? 수소탄!”, “한국은? 구공탄!”이라는 자조적인 만담을 하기도 했다. 국가 재건에 힘써야 하는 개발도상국으로서 교육은 지상과제였다. 초등학생 중 절반이 과외를 받던 교육열의 시기, 학부모들은 공부방에 저녁밥을 해 나르며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작가는 저녁밥을 차려오다 넘어져 다치면서도 시간 맞춰 공부방에 갖다주시던 어머니를 회상한다. 1960년 4.19로 제1공화국이 막을 내렸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작가에겐 그 역사적 순간이 하굣길에 본 산산조각 난 파출소의 출입문 이미지로 각인된다. 1968년 1월 21일에는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창밖으로 번쩍이는 불꽃을 본다. 폭음이 들리며 북악산 전체가 야광탄이 터진 듯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북한의 무장 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 21사태였다. 시대의 물살에 휩쓸려 서대문형무소로, 군대로 그 시대를 살아낸 모두의 이야기 1974년 7월 4일, 작가는 다니던 대학 안에서 형사에게 연행되어 중앙정보부의 조사를 받는다. 민청학련 관련 긴급 조치 위반 혐의로 끌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된 그는 가족과도 연락이 두절 된 채 실종 상태가 되었다. 독방에서 지내며 살인강도 무기수, 반공법을 위반한 소설가, 함께 잡혀 온 동기 등 다른 죄수들과 통방(감옥 창살 사이로 소통하는 것)하며 불안과 외로움을 달랜다. 90여 일 만에 석방되어 나온 그는 곧장 군 징집 대상이 된다. 입대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지인을 만난 8월 15일에 육영수 여사가 피격되어 사망한다. 온 나라가 초상집이 된 가운데 한 달 뒤 그는 입대하며 서촌을 떠난다. 시대의 물살에 휩쓸려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된 작가의 삶은 그 시대를 살아온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작가는 젊은 날 고초를 겪게 만든 시대를 원망하지 않고 이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산업의 역군으로 한평생 일해 왔다. 노년이 된 지금은 이따금 인왕산을 올라 수성동 계곡을 지나며 참방거리던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긴다. 그때 즐겨 보던 만화 「라이파이」의 비밀 요새가 그 바위 어디쯤이라고 여전히 믿으며 서촌 골목을 탐방하고 그 시절 자주 찾던 눈깔사탕 집터에 들어선 새 건물을 바라본다. 초가집, 기와집이 뒤섞여 있던 한옥들은 연립주택으로 변했고, 소달구지나 똥퍼, 야경꾼 지나다니는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그 시절 서촌의 모습은 그곳을 목격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찬가이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송가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는 오랜 친구들이 ‘추천의 글’과 ‘축하의 글’을 헌정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작가가 꼼꼼하고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되살려낸 60여 년 전 서촌의 모습에서 우리가 현재 어떤 시간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중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인왕산에서 들려오는 “야호!” 소리에 이어 아침 공기를 깨는 군인들의 점호 소리에 잠을 깼다.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야지!” 하며 아이들을 깨우는 옆집 아주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얼마 후에는 등교하는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동네 골목을 가득 채웠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짐 실은 소달구지 지나가는 소리가 동네를 진동하고,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이 우렁차게 울렸다. 그리고 장사치들이 골목골목 외치는 소리와 흥정하는 여인들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잠시 낮잠을 자도 될 만큼 적막감이 흐르다가, 어느새 학생들이 하교하는 발걸음 소리로 다시 소란스러워지면서 동네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활기를 되찾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집마다 엄마들이 대문을 열고 아이들을 찾는 목소리가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온 동네에 울렸다. 저녁 시간이 지나 사방이 어두워지면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온 동네에 어둠이 깔리면 한잔 걸치고 비틀거리며 내뿜는 아저씨들의 유행가 자락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찹쌀떡 메밀묵”을 외치는 소리가 지나가고 밤이 깊어져 모두 잠들었을 시간이 되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가 울려왔다. 자정에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면서 서촌은 다시 어둠과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이런 삶의 소음은 서촌에서 더는 들을 수 없고 다만 우리 기억 속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대신에 이제는 관광객의 발걸음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득하다. 길거리 사방에 많은 이들이 차 밑에 누워있는 광경을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이 자동차 밑에 누워있을까?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자동차가 고장이 잦아서 차를 길거리에 세워놓고 차 밑에 들어가 수리해야 했다고 한다.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전깃불을 켜서 사방을 대낮처럼 밝히는 것을 보고도 놀랐다. 금촌에서 남포 호롱불만 보았던 나는 전깃불이 정말 마술 같아서, 어머니에게 “집에 갈 때 천장에 달린 전등을 꼭 떼어 갖고 가자.”라고 조르기도 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며칠 남긴 1968년 1월 21일, 서의호와 강치홍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저녁을 먹고 나서 내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큰 소음에 놀라 그 창을 열고 내다보았다. 이미 해가 져서 어둑해진 가운데 세검정 가는 길의 과학수사연구소 부근에서 번쩍이는 불꽃이 보였고 폭음도 계속 들렸다. 그러더니 야광탄이 터지는지 북악산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였다. 이것이 소위 김신조 등 북한의 무장 공비 일당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하여 벌어진 1. 21 사태였다.
열외인종 잔혹사
한겨레출판 / 주원규 / 200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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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소설,일반주원규
5천만원 고료 제14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욕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총체성을 빚어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210여 편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제14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된 작품. 11월 24일 하루 동안,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 윤마리아,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기무 네 주인공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인해 우연히 코엑스몰에 모여 양머리 탈을 쓴 집단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불이 꺼지면서 손에 총을 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양머리 인형을 뒤집어쓴 복장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코엑스몰에 모여 있던 일반인들을 푸드코트 쪽으로 모두 몰아넣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상황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받아들인다. 장영달은 옥 선녀의 점괘를 떠올리며 좌익 빨갱이 집단의 출현으로, 김중혁은 노숙자 친구 광록이 말한 격암유록 외전(外傳)에 등장한 메시아로, 윤마리아는 인질극을 본부장 론이 속한 데이비드교의 ‘양머리 카니발’의 일종으로, 기무는 게임 업체에서 마련해놓은 실제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로. 그리고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같은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신기루 같은 결말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제1부 11월 24일 제2부 최악의 도시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의 말욕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4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 『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 『무중력증후군』(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 원 고료)은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이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총체성을 빚어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210여 편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 동안,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 윤마리아,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기무 네 주인공이 우연히 코엑스몰에 모여 양머리 탈을 쓴 집단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 『열외인종 잔혹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열외인간 넷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 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 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 명품 같은 짝퉁을 애용하며, 미국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은 다 땄으나, 아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인 윤마리아, 여자 친구와 거리낌 없이 걸쭉한(?) 대화를 나누고 학교를 중퇴하고는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17살 청소년 기무, 이들은 먼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한 장소(코엑스몰)로 모아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네 명의 교차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히 구성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게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마주친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장영달과 기무, 용산역 피시 이용실에서의 김중혁과 윤마리아의 만남, 제약회사 인턴과 실험 아르바이트로 만나는 코엑스몰 푸드코트에서의 장영달과 윤마리아, 압구정역 맥도날드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콜라와 햄버거를 나눠 먹는 기무와 윤마리아까지, 네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시간적 구성과 코엑스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구성, 그리고 인물들끼리 우연히 스치게 한 구성은 이 소설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신기루 같은 결말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구상했고, 노통 자신이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 인간’ 아니었겠냐며, 이 소설에서는 열외인간들의 지도자로 떠받들어진 노숙자가 결국 희생되는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그 결말이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주요 내용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외 시국강연을 즐기는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윤마리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17살의 기무. 이 네 명은 11월 24일, 우연하게도 각각의 일로 인해 비슷한 시간에 코엑스몰에 모이게 된다. 장영달은 윤마리아와 약속한 건강 의약 헬스 식품 ‘헬스큐’의 임상 체험 고객 아르바이트를 위해, 김중혁은 광록이 벌인 용산역의 노숙자 집회 후에 도망치다가 삼성역 코엑스몰로 오게 된다. 기무는 게임 머니 2만 포인트가 걸린 리얼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에 참여하기 위해, 윤마리아는 정규직 인사권을 가진 데이비드교(다윗 말세 교회)의 본부장 론의 카니발을 쫓아서 코엑스몰에 온다.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불이 꺼지면서 손에 총을 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양머리 인형을 뒤집어쓴 복장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코엑스몰에 모여 있던 일반인들을 푸드코트 쪽으로 모두 몰아넣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상황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받아들인다. 장영달은 옥 선녀의 점괘를 떠올리며 좌익 빨갱이 집단의 출현으로, 김중혁은 노숙자 친구 광록이 말한 격암유록 외전(外傳)에 등장한 메시아로, 윤마리아는 인질극을 본부장 론이 속한 데이비드교의 ‘양머리 카니발’의 일종으로, 기무는 게임 업체에서 마련해놓은 실제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로. 그리고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시작된다.
우묵배미의 사랑 어두운 기억의 저편 우리들의 조부님 포구의 영혼 외
창비 / 박영한.최인석 외 지음 / 200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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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소설,일반박영한.최인석 외 지음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전집' 제40권. 사회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도 휴머니즘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 세계를 일구온 작가 박영한을 비롯, 총 다섯 명 작가의 여섯 작품이 실렸다. 이균영의 '어두운 기억의 저편'의 주인공은 취중에 잃어버린 서류가방을 찾아가던 중 전쟁고아였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은 제주도 4.3사건을 빙의라는 독특한 모티프로 풀어낸다. 이원규의 '포구의 황혼'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다. 최인석의 '노래에 관하여'는 삼청교육대 사건을 다룬다. 여섯 편 모두 이 땅의 아픈 역사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룬 작품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들의 삶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박영한의 '우묵배미의 사랑'은 밑바닥 인생들의 질긴 인연과 신산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최인석의 '인형 만들기'는 노동 쟁의 중인 대기업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내가 이 나이토록 살아오며 겪은 바에 따른다면 인생의 모든 샛길에 있어선 샛길을 들어설 때의 시작 단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라고 굳이 난 믿고 있었는데, 우리들의 이 급작스런 야간열차 여행이야말로 이 샛길의 멋진 시작이란 느낌이었다. ... 차창에 비친 공례 얼굴엔 가진 것 하나 없이 살아오면서 저 모진 세월에게 노냥 구박만 받아온 여자 특유의 그 어떤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음이 아릿했고 그 쓸쓸함을 지워주려고 나는 문득 한 가지 놀이를 생각해냈는데,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맥주 한 컵씩 마시는 시합이 그것이었다. 판판이 공례가 벌주를 받았고 술기운으로 발그스레 달아오른 공례 얼굴이 더더욱 내 속을 애끈히 달아올렸다."계속 우린 이렇게 샛길루 가야 할 거예요."사람 비린내에서 얼마쯤 떨어져 나와 싸늘한 밤공기와 마주했을 때 내가 말했다. 공례는 이내 말귀를 알아먹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빠안히 나를 쳐다보았다."넓구 환한 길은 재미가 없잖아요?"그 소리에 나는 금세 눈시울이 시큼해졌다. 어려서 집을 뛰쳐나와 신문팔이다 슈다 뭐다 뒷골목만 걸어온 일이 불현듯 생각히었고 공례도 나와 진배없는 막바지 인생이란 느낌이었다. - 박영한, '우묵배미의 사랑' 중에서 한용철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노조에서는 지금 파업 중이다. 승강기를 고친다는 것은 파업을 중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승강기는 고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갇혀 있다는 말에는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이 갇혀 있다...... "가서 승강기 동력선 봐주고 와."성수가 공구 상자를 찾아 들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우렁찬 고함 소리가 동력실 안을 쩌렁 울렸다."안 돼! 우린 지금 파업 중이야. 뭘 고쳐, 고치긴?"보일러공 권영태였다. 그 남자가 그 우람한 몸을 일으키자 비좁은 노조 사무실이 꽉 차버리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김 과장을 찍어 누를 듯 내려다보았다. 김 과장은 그만 그 눈빛만으로도 주눅이 들었으나 용기를 내어 외쳤다."지금 사람이 승강기 안에 갇혀 있단 말요!""그래서 어쨌다는 거요? 우린 한 달에 20만 원 돈으로 먹고사느라고 뼛골이 빠지게 고생했소. 그때 당신들이 우리 사정 들어준 적이나 있소? 이제 당신들 아쉬운 일 생기니까 찾아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 나가쇼! 승강기는 못 고쳐요. 동지들, 내 말이 옳소, 틀리요?" - 최인석, '인형 만들기' 중에서 간행사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박영한 우묵배미의 사랑 현길언 우리들의 조부님 이원규 포구의 황혼 최인석 인형 만들기 노래에 관하여 이메일 해설 - 양은희, 이현식 낱말풀이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특별 리커버 에디션)
모요사 / 최경화 (지은이) /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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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요사소설,일반최경화 (지은이)
요즘 유럽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포르투갈. 예전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하루쯤 리스보아(리스본)나 들렀다 오는 여행지였으나, 이제는 온전히 포르투갈만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포르투갈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걸까? 포르투갈의 인기와 더불어 이 책 역시 2015년에 처음 발간된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5년 만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그동안 바뀐 여행 정보도 대거 업데이트했다. 처음 책을 출간할 당시만 해도 최경화 작가는 포르투갈인 남편과 결혼해 리스보아에 정착한 뒤 포르투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막 워킹 투어 가이드를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사이 한국 관광객들은 눈에 띄게 늘었고. 도시의 낡은 건물은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탈바꿈했다. 덩달아 한국인이 많이 찾는 물건은 가격이 꽤 올랐다. 처음엔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을 누비던 워킹 투어도 포르투갈의 문화와 예술에 초점을 맞춘 좀 더 전문적인 가이드 투어로 발전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포르투갈을 포르투갈답게 만드는 칼사다(포장길)와 아줄레주(타일 장식)는 여전히 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그대로라고 전한다. 다행스럽게도 포르투갈의 커피와 와인 역시 여전히 저렴하고 맛있다고…….들어가며 1. 포르투갈 역사 알기 포르투갈이 포르투갈이 되기 전 -디아나 신전 -밀레니엄 BCP 은행 재단 -무어인의 성벽 -메르톨라 성당 포르투갈, 역사에 등장하다 -알코바사 수도원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형제인가, 원수인가 -바탈랴 수도원 대항해 시대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 탑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 대지진을 극복한 사람들 4월 25일 포르투갈의 봄, 자유의 날 2. 포르투갈 문화 알기 도시를 꾸미는 세 가지 방법 : 아줄레주, 포르투갈 식 포장길, 그래피티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 -프론테이라 저택 포르투갈인들의 미적 감각 : 마누엘리노 양식, 탈랴 도라다, 연인들의 손수건 -그리스도 수도원 -산타 클라라 성당 -상 프란시스쿠 성당 포르투갈 사람처럼 먹고 마시기 -포르투갈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법 -포르투갈의 대표 음식 -아호스 드 마리스쿠 레시피 -포르투 와인과 비뉴 베르드 -세르베자(맥주) -카페와 샤 프레투(홍차) -포르투갈의 과자 포르투갈의 3F 파티마, 파두, 축구 -파두 박물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생가/박물관 4백 년 전에 사라진 왕을 기다리는 사람들 3. 포르투갈 구석구석 알기 리스보아와 근교 -리스보아, 신트라, 카스카이스, 호카 곶, 알마다, 켈루스, 마프라, 세투발 지역 포르투와 북부 -포르투, 빌라 노바 드 가이아, 빌라 헤알, 브라가, 기마라엥스, 바르셀루스, 발렌사, 폰테 드 리마 중부 -오비두스, 알코바사, 바탈랴, 토마르, 파티마, 산타렝, 코임브라, 아베이루, 피오당, 비제우, 에스트렐라 산맥 남부와 대서양 -알렌테주 지방(에보라, 빌라 비소자,메르톨라), 알가르브 지방, 마데이라 제도, 아소레스 제도 포르투갈 떠나기 혹은 눌러앉기 포르투갈 문화&아트 투어 전문가 최경화 작가가 들려주는 포르투갈 여행의 거의 모든 것! 요즘 유럽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포르투갈. 예전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하루쯤 리스보아(리스본)나 들렀다 오는 여행지였으나, 이제는 온전히 포르투갈만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포르투갈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걸까? 포르투갈의 인기와 더불어 이 책 역시 2015년에 처음 발간된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5년 만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그동안 바뀐 여행 정보도 대거 업데이트했다. 처음 책을 출간할 당시만 해도 최경화 작가는 포르투갈인 남편과 결혼해 리스보아에 정착한 뒤 포르투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막 워킹 투어 가이드를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사이 한국 관광객들은 눈에 띄게 늘었고. 도시의 낡은 건물은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탈바꿈했다. 덩달아 한국인이 많이 찾는 물건은 가격이 꽤 올랐다. 처음엔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을 누비던 워킹 투어도 포르투갈의 문화와 예술에 초점을 맞춘 좀 더 전문적인 가이드 투어로 발전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포르투갈을 포르투갈답게 만드는 칼사다(포장길)와 아줄레주(타일 장식)는 여전히 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그대로라고 전한다. 다행스럽게도 포르투갈의 커피와 와인 역시 여전히 저렴하고 맛있다고……. 포르투갈의 모든 것을 알게 해주는 특별한 여행서 이 책이 일반적인 여행서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인기 있는 스팟이나 레스토랑 위주의 소개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한 나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포르투갈의 건국부터 시작해 스페인과 치열하게 싸운 역사, 포르투갈이 역사에 전면에 등장한 대항해 시대와 그동안에 이룬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 대지진, 그리고 20세기 포르투갈의 민주주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이 책 한 권으로도 포르투갈의 역사와 속사정이 한눈에 읽힌다. 게다가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답게 포르투갈 곳곳의 문화 유적지와 독특한 예술 양식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건물 외벽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아줄레주, 걸어 다니는 도로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칼사다, 도시 곳곳을 수놓은 독창적인 그래피티 등 웬만한 가이드 투어에서는 듣기 힘든 전문적인 포인트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곳에서 벌써 십여 년이 넘게 투어 가이드를 진행한 바 있는 작가의 노련한 설명을 읽고 있자면 마치 함께 포르투갈 골목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다. 포르투갈이 매력적인 이유 포르투갈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포르투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첫 번째는 포르투갈 특유의 복고적인 풍경일 것이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오르내리는 노란 전차는 이미 포르투갈의 상징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어디를 가든 향수를 자극하는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는 유럽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싸고 맛있는 음식이다. 나라의 절반이 대서양에 둘러싸여 해산물이 풍부하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일 년 내내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포르투 와인 정도는 널리 알려져 있을 만큼 가성비 최고인 포르투갈 와인도 빠뜨릴 수 없다. 대부분 내수용이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카스테라의 원조 나라인 만큼, 달달한 베이커리의 천국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길게 뻗은 지형 탓에 지방색이 강하다는 점이다. 수도 리스보아와 제2의 도시인 포르투가 마치 경상도와 전라도처럼 아웅다웅하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재미있다. 포르투갈다움이 물씬 풍기는 건조한 내륙 지방인 알렌테주 지방이나 온화한 기후로 늘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해안 휴양지인 알가르브 지방, 본토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마데이라 제도와 아소레스 제도의 독특한 자연환경도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저자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보아가 자리 잡은 테주 강변에서 시작해 포르투갈의 북쪽 과 남쪽 끝까지, 그리고 저 멀리 대서양의 섬마을도 두루 돌아보며 포르투갈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씩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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