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비샤이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론을 제시한 철학자다. 인간 존엄 수호를 사회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품위 있는 사회’를 구상한다. 빈곤과 실업, 소수자 차별, 사생활 침해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모욕에 맞서 싸울 방법을 모색한다. ‘품위 있는 사회’론의 의의와 한계를 토대로 인간 존엄에 토대한 바람직한 사회를 그려 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인간맹’에 맞서다
인간 존엄에 토대한 ‘품위 있는 사회’론
사회적 약자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욕에 직면한다. 수많은 서류와 끝없는 증빙을 요구하는 기계적이고 냉담한 관료제 앞에서 그들은 그저 번호 또는 처리해야 할 일거리로 전락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모욕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아비샤이 마갈릿은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곧 ‘품위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정의로운 분배에 앞서 ‘인간 존엄’의 수호를 사회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로써 빈곤과 실업, 소수자 차별, 사생활 침해 그리고 인간을 인간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도덕적 인간맹에 적절히 대응할 길이 열린다.
이 책은 마갈릿의 ‘품위 있는 사회’론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마갈릿의 비전이 존 롤스의 정의론과 어떤 관계에 있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한 사회가 품위 없는 사회임을 보여 주는 모욕의 대표적 징후로는 무엇이 있는지, 인간에 대한 모욕은 왜 윤리적 잘못이 아니라 도덕적 잘못에 속하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한편 마갈릿은 ‘사람의’ 모욕이 아니라 ‘제도의’ 모욕에만 집중함으로써 모욕이 제도의 소행만 아니면 괜찮다는 듯한 면책적 논변을 펼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한계를 지적하고 마갈릿의 이론을 보강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한다. ‘품위 있는 사회’론의 의의와 한계를 토대로 인간 존엄에 토대한 바람직한 사회를 그려 보자.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1939∼ )
오늘날 인간이 처해 있는 특수한 삶의 조건들과 그것들이 불러온 중대한 도덕적·정치적 문제들을 대단히 넓고도 심오한 안목으로 천착해 온 이스라엘의 주목할 만한 철학자다. 현재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철학과에 명예 교수로 있다. 철학자로서의 명성 외에도 유대계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여 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슬람 세계와 서구 세계의 갈등에 대한 예리하고 균형 잡힌 통찰로 서구 지성계에서 정평을 얻어 왔다. 저서로는 ≪품위 있는 사회≫(1996), ≪기억의 윤리≫(2002), ≪옥시덴탈리즘≫(2004), ≪배신≫(2017) 등 다수가 있으며, 주저인 ≪품위 있는 사회≫는 존 롤스의 정의론과 그 자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서구의 평등주의적 사회·정치 담론에 중대한 비판적 시사점을 던져 준 문제작으로 평가된다.
마갈릿은 ‘평등한 자원의 분배’보다 ‘평등한 존엄의 분배’가 더 근원적이고 더 절실한 문명사회의 과제임을, 바람직한 사회의 두 유형, 즉 정의로운 사회와 품위 있는 사회의 구별을 통해 강조하려 한다. 이 때문에 품위 있는 사회는 ‘평등한 분배’가 아니라 ‘평등한 존중’이 제도화된 사회로 그려진다. 말하자면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혹은 더 매력 있게 표현하자면 “제도로써 그 권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바로 품위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품위 있는 사회≫는 이 ‘쿨한’ 정의에 부합하는 품위 있는 사회의 구체적 청사진을 과연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
_“‘품위 있는 사회’론의 도전” 중에서
한 사회는 ‘다수’의 특권이 아니라 ‘만인’의 존엄을 보호하는 제도를 운용할 때 비로소 품위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품위 있는 사회에는 소수자인 장애인을 다수자인 비장애인의 삶에서 격리하는 여하한 물리적·상징적 장벽도 제도의 형태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품위 있는 사회는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의 일상적 기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간적 자존을 수호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단적으로 말해 장애인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손쉽게 이용할 공공의 서비스가 없는 사회는 장애인을 모욕하는 사회, 즉 한마디로 품위 없는 사회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회에서는 장애인이 목적지를 갖게 되는 매 순간, 자기에게 동정적인 타인들의 사적 선의에 일신을 의탁하는 모욕을 언제까지나 감수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_“02 품위 없는 사회의 징후들” 중에서
오늘날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원하는 도움을 받기 위해 관공서의 복지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자신의 잉여성과 쓸모없음을 오랫동안 굴욕적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경우 공무원도 대개 그들을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아니라 매뉴얼대로 처리할 ‘일거리’로만 여기기 십상이다. 공무원의 그러한 기계적 냉담성은 저마다 절박한 사정이 있을 터인 수많은 노인과 장애인과 실직자를 ‘공감 없는 정의’의 칼날로 줄 세우고 통제하는 관료제의 합법화된 모욕을 여실히 보여 준다. 마갈릿은 그러한 관료제의 본질적 문제점으로 그것의 사무적인 비인격성(impersonality)과 이에 수반하는 관성화된 인간맹을 꼽는다.
_“07 정의로운 사회의 모욕”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소병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순천대학교 철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리학과 사회·정치 철학의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한 “진화론적 윤리학의 자연주의적 오류와 윤리적 구성주의”(2019),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노동 내에서의 해방”(2021), “아비샤이 마갈릿의 ‘품위 있는 사회’론의 한 비판”(2023), “포르노그래피의 윤리적인 평가는 시대착오적인가?”(2023)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단독 저서로 ≪합리성과 도덕성: 도구적 합리성의 한 비판≫(2008), 공저로 ≪인성교육의 철학적 성찰≫(2016)과 ≪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2020)가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윤리의 기원과 역사≫(2004, 공역), ≪응용윤리≫(2005, 공역), ≪규범윤리의 전통≫(2005, 공역), ≪메타윤리≫(2006, 공역), ≪물질, 정신, 창조: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철학적 성찰≫(2007, 공역) 등이 있다.
목차
‘품위 있는 사회’론의 도전
01 품위 있는 사회란
02 품위 없는 사회의 징후들
03 자존과 모욕
04 거부와 통제력 상실
05 품위 있는 사회의 그늘
06 공정성 대 존엄성
07 정의로운 사회의 모욕
08 윤리와 도덕
09 인간은 왜 존엄한가
10 ‘품위 있는 사회’론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