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달아실시선 21권. 2019년 강원문화예술상 수상 시집이자 이상문 시인의 첫 시집. 이상문 시인의 시편들은 안개 속에서 풀어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굴곡진 풍경을 때로는 음악으로 변주하고 때로는 그림으로 변주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안개 속 고슴도치섬 예부룩에 앉아서 커피 향을 맡으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그의 시편에 오감을 내맡기면 되겠다.
출판사 리뷰
음악으로 그림으로 변주되는, 안개 속에 풀어진 풍경들
― 이상문 시집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춘천의 많은 문인 묵객과 풍각쟁이며 딴따라들이라면 고슴도치섬을 기억할 것이고, 그 고슴도치섬의 북카페 예부룩(고슴도치섬에서 쫓겨나 이리저리 옮긴 끝에 지금은 춘천 교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을 기억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예부룩의 주인장인 이상문 시인을 기억할 것이다.
유난히 안개가 자주 출몰했던 고슴도치섬과 그 섬의 예부룩. 예부룩에는 이상문 시인만이 내릴 수 있는 진한 커피와 이상문 시인만이 들려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안개 속에서 사람들의 오감을 감미롭게 해주곤 했다. 안개 속에서 커피를 마시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시인들은 시를 쓰고,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딴따라와 풍각쟁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했다. 그 배경에는 언제나 이상문 시인이 있었다. 스스로 안개가 되어 사람들의 배경으로 서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춘천의 안개 공장을 운영하며 안개를 만들고 있는 안개 공장 공장장이라는 풍문이 오래도록 안개가 되어 안개처럼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상문은 아주 오랫동안 시인이었다. 삼십 대 때 여러 신문의 신춘문예 최종심에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지만 최종 당선에는 이르지 못한 상실감으로 소위 등단의 절차를 포기하였고, 그 이후 “그 흔한 문단족보도 없는 주제”라며 한갓 무면허 시인이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사실을 살피자면 그는 이십대 문청 시절부터 육십이 지난 지금까지 비수를 품듯 시를 품었고, 날을 벼리듯 시를 갈아왔다. 춘천의 영민한 문인 묵객들은 그가 품고 있는 시편들이 세상에 알려진 시편들과 능히 비견되거나 오히려 더 위에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 이상문 시인이 2019년 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비록 강원문화예술상이 오로지 문학적 성취로만 주는 상이 아닌 그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로 주는 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강원문화예술상 수상을 통해 이상문의 시 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니, 무척 다행스럽고 무척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상문 형의 첫 시집, 2019년 강원문화예술상 수상 시집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를 달아실시선으로 묶게 되어서 더욱 기쁘다.
시집 한 권을 묶어내도록 하는 벌을
상이라는 꼬리표로 바꿔 달아
나에게 주는 심사위원들의 수상 이유는
당신과 조직을 위해,
열흘 안에 책 한 권 분량의 시를 내도록 하면서
나를 상징과 은유의 감옥에 처박았다
기간 내에 다 하지 못해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더니
엄청 인심 쓴다는 듯 다시
열흘을 더 구겨 넣었다
꼬박 이십 일 동안
감옥에서 보내는 한때
자기 검열이니 하는 말은 입에 발린 소리고
삼류도 못 되고 아직 흔한 문단족보도 없는 주제에
시인입네 하면서 동업자 행세를 하는 내가
영 못 마땅했을 것이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니
대놓고 욕은 못하겠고
엿이나 드셔봐 하고
감옥으로 밀어 넣으며 끌끌거리는데
평소에는 전혀 안 일어나던
잡다 복잡한 일 다 만들어주고
마군들까지 보내 시간을 뺏으며
시험에 들게 한다 한들
용빼는 재주 있겠냐만
이번 생을 시로 다 탕진한 나를
미학과 철학의 감옥으로 또 쑤셔 박아
남은 생마저 시에 저당 잡히게 하는 나쁜,
정말 정말 미워할 거다
내 아내가 더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전문
물론 이상문 시인은 이번 강원문화예술상을 본인이 수상하는 것에 대해 이렇듯 시로 풀어낼 만큼 못마땅하게, 마뜩잖게 생각한다. 이상문 시인의 타고난 성품이 그런 것이니 어쩌랴. 사실 나는 지금껏 시 쓰기에 있어서, 시를 대함에 있어서, 이상문 시인보다 자기 검열이 센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번 시집도 본인의 기준에 따르면 결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시집이라 할 정도이니 무슨 말을 더 보탤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집에 대해 나는 감히 이렇게 평한다.
“시인이 이름을 얻었다면 그의 시집이 유실(有實)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유명(有名)과 다르게 무실(無實)한 시집이 널린 세상이다. 반대로 무명(無名)이지만 유실(有實)하다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 만나기는 맹구우목(盲龜遇木)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이상문 형은 무명 중의 무명이다. 하지만 그가 수십 년 시 농사 끝에 내놓은 이번 첫 시집에는 속이 꽉 찬 열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무명유실(無名有實)이다. 물꼬를 텄으니 이제 독자들에게 좀 더 자주 좀 더 많은 과실을 내어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그의 시편들은 안개 속에서 풀어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굴곡진 풍경을 때로는 음악으로 변주하고 때로는 그림으로 변주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안개 속 고슴도치섬 예부룩에 앉아서 커피 향을 맡으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그의 시편에 오감을 내맡기면 되겠다.
■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 달의 계곡(月谷)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달아실출판사”는 인문 예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책으로 세상을 비추겠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상문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춘천에서 줄곧 시를 쓰고 있다. 시문 동인. A4 동인.
목차
시인의 말
1부
프랑크프루트에서 정선아리랑을 듣다
노변정담爐邊情談
늙다
춘천
사랑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고등어 굽는 저녁
철쭉꽃 필 무렵
태백에 닿다
11월의 방문
고구려
엽서
옥천동 골목
2부
귀가
어눌한 화해
꽃을 피우다
탤런트 김미숙 씨
파꽃
꽃
배춧국
감자를 먹는 방법
아침 편지를 읽다
철원
손조심
배추밭
3부
흙수저
가난한 봄
2014 416
실업
한 그릇의 밥
좁쌀 한 톨
밑씻개
개똥참외
옴나마시바야
담배
가뭄
개
4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충치蟲齒
미인도美人圖
스윽
밤벚꽃
탐석探石
몸살을 듣다
봄바람
말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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